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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의 노래 - 사라진 새 도도가 들려주는 진화와 멸종 이야기 ㅣ 김영사 모던&클래식
데이비드 쾀멘 지음, 이충호 옮김, 신현철 해제 / 김영사 / 2012년 10월
평점 :
“섬의 생태계는 자연의 완전한 복잡성을 캐리커처로 묘사한 것처럼 단순하다. 섬은 과학자들이 훨씬 복잡한 육지의 산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어휘와 문법을 익힐 수 있는 장소이다...”
1.
생태학계의 손꼽히는 클래식. 데이비드 쾀멘의 <도도의 노래>입니다. 제목부터 문학적이지요. 이 책은 모리셔스 섬에서 볼 수 없게 된 도도새로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모리셔스 섬에 최초에 인류가 도착했을 때, 도도새는 사람을 잘 따랐다고 해요. 사람들은 장난 삼아 도도새의 뒷통수를 때려가며 개체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사람을 따랐던 도도새는 멸종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합니다. 반면, 사람을 피했던 타조는 아직까지 버틸 수 있었고요. 저를 사로잡은 이 이야기의 어떤 근원이 오늘 소개드릴 <도도의 노래>에 있습니다. 사실 위에 소개드린 문장에서 알 수 있듯이, 섬 생물지리학의 어떤 시원이기도 하고요.
2.
아마 진화생물학은 진화심리학과 손잡고 앞으로도 가장 넓게 가지를 뻗쳐 갈 학제가 아닌가 해요. 그런 의미에서 <도도의 노래>같은 불세출의 서적은 더욱 많이 읽혀져야 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렇게 될 것이고요. 책은 총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섬 생물 지리학'이고요. 여기 모리셔스 섬의 도도새 이야기로 책은 생태학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사상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온갖 섬에서 표본을 채집, 수집해 온 다윈과 월리스의 얘기가 스며들어 있고요. 이어지는 챕터 2장과 3장 역시 섬에 사는 동물들과 섬의 법칙에 관한 이야기, 4장은 멸종에 대해서 다루게 됩니다. 왜 섬에서 멸종이 일어나는가? 같은 질문들의 답을 구비해두고 있어요. 그럼 이 4장에서 제게 특별히 영향을 준 텍스트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인도양을 횡단하는 네덜란드 인 선원들은 모리셔스 섬을 가축을 방목하고 야생 고기를 공급받는 장소로 생각했다. 그들은 이곳에 고유하게 서식하는 거북을 마구 먹어 치웠다. 그들은 도도도 먹었다....
...이 새는 날개가 있어야 할 자리에 날개가 없고 깃털만 몇 개 나 있었다. 우리는 이 새를 발크뵈헬이라고 불렀는데 오래 끓일수록 고기가 질겨져서 먹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발크뵈헬은 네덜란드 어로 '역겨운 새'라는 뜻이고 여기서 도도를 생각한 당대의 유럽인들의 사고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도도의 어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풀고 있고 결국 도도는 공통된 개념, 즉 엉덩이가 크고 멍청하고 살찐 게으른 새로 수렴되는데요. 결국 그것이 도도의 멸종과 무슨 상관이냐. 도도는 순진하고 인간을 피하지 않은 동물이었다는 겁니다. 실제로 1631년의 기록에 "...우리를 피해 달아나지 않았다."고 기록되어 있지요. 이 과정에서 <도도의 노래>는 시종 문학적인 비유들과 역사적인 사료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제 경우 인간일반을 신뢰하지 않는 편이기에 더욱 주먹을 쥐기도 했고 동시에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대체 인간이란 무엇일까.
3.
그렇게 생태학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다가 9장에서는 조각나고 있는 세계, 10장은 아루 제도의 메시지로 글이 끝나게 됩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사랑하는 가로수길 있잖아요. 생태학에서는 가장자리 효과라는 것이 있는데 그렇게 생태계를 파편화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피자를 8등분하면 8명이 먹을 수 있지만 생태학적인 면적은 그렇게 조각나면 그 면적에 비례하여 제곱으로 유효공간이 사라진다는 것인데요. <도도의 노래>가 출판된지 이미 20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가로수길을 보고 생태계의 보존을 운운하는 정치가들이 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리기도 하는 것입니다. 혹은 생태터널을 만들어놓고 당장의 개체수 변동이 없지 않느냐. 하는 식의 애기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것은 무지로 인한 것인가, 인간의 이기로 인한 것인가, 생태학에 머물지 않는 많은 윤리적인 생각들을 하게끔 만드는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권한다기보다 어떤 면에서는 강요드리고 싶어요. 가치 있는 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