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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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내일 개봉을 앞둔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의 원작소설입니다주연이 무려 '잭 블랙'과 '케이트 블란쳇'. 판타지라는 완충장치 위에 올라서 마음껏 펼쳐낼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포스팅을 시작합니다.

 

장르는 판타지 소설두께가 얇은데다가 장르의 특성상반나절이면 독파가 가능한 책입니다판타지라는 장르가 수많은 제약을 풀어주기 때문에 그만큼 시종 폭넓은 상상력이 펼쳐지게 되는데요확실히 스크린은 스크린만의 장점이 있겠지만활자는 그보다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자체로도 매력있는 영역이지요줄거리라기보다 기본적인 틀은 이렇습니다.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는 마법의 집.

세계의 운명이 달린 마법 시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마법사들의 이야기.

 

 

 


2.

 

혹자는 이런 양식을 통틀어 '고딕'으로 분류합니다본래 미술 양식의 한 갈래라고 하지요문학만을 놓고 보자면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잔인하고 기괴한 사건이 이어져 공포스러운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를 일컫는대요종종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거나 마법 지팡이로 전투를 벌이기도 하며끔찍한 저주와 마법 주문이 등장하는 게 특징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이 대표적이죠.

쉽게 말해기본적인 기조는 으스스한 분위기를 띠고 있기 때문에 영화의 개봉일인 할로윈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소설입니다제 경우영화보다는 원작소설을 먼저 접하는 쪽을 선호하기 때문에.....관람 전에 서점에 들려 꼭 한번 이 원작 소설을 훑어 보시라권하고 싶어요.


 

3.

 

그때 머리 위에서 정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조너선은 말을 멈췄다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 붙었다.

여행 가방을 떨구고 팔을 축 늘어뜨렸다루이스는 겁에 질려 삼촌을 쳐다보았다조너선의 눈동자에서 초점이 사라졌다.

종은 일정한 간격으로 계속 울렸다루이스는 고개를 들었다소리는 길 건너편 벽돌로 된 높은 첨탑에서 흘러 나왔다종탑의 아치는 포효하는 입과 부릅뜬 두 눈 모양을 하고 있었다그 입 아래로 금속 숫자가 달린 크고 반짝이는 시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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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짧은 문장들로 긴박하게 진행되는 소설입니다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께 짧은 호흡으로 곁들일 책으로 권하고요. 31일에 개봉할 영화를 관람하기 전에 일종의 공략집처럼 펼치기 좋은 책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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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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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힐링'이라는 키워드 대신 '사색'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요즘입니다파스칼의 격언으로 시작해볼까요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고 얘기했던오늘 소개드릴 책의 주인공은 크리스토퍼 나이트집을 떠나 거대한 숲속에 들어가 타인과 단 한 번의 접촉없이홀로 숲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야생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설정이죠분명그런 삶이 생각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셨을 텐데요책을 펼쳐보면 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우리가 잃어가는 줄도 모른 채 잃어가던 것들을 복기시켜주는 이야기예요.

 

 

이를 테면올해 초 방송되었던 <숲속의 작은집>이나, <나는 자연인이다등의 히트에서 엿볼 수 있는 일종의 흐름이랄까요그런 흐름의 중심에 있는 책입니다책의 저자는 '마이클 핀클'이라는 저널리스트예요저자는 30년 간 혼자 숲에서 살았던 나이트의 삶과 생각을 옮겨 온 것인데저널리스트답게 본인을 극한에 이를 때까지 벼려내 글을 써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2.

 

책은 첫 페이지부터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저널리스트라기보단 소설가나 영화감독같아요. '7년의 밤'의 프롤로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제가 본문을 옮겨 오기보다 서점에서 첫 페이지만 읽어보시면 그 팽팽한 긴장감에 쉽게 책을 덮지 못하실 거예요저는 대신 55페이지의 내용을 소개할까요.

 

 

많은 문화권에서 은둔자는 오랫동안 지혜의 원천인생의 위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구자로 여겨졌다악마의 저주를 받은 존재로 보는 문화도 있었다나이트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어떤 비밀을 폭로했을까아니면 그냥 미친 걸까만약 처벌한다면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그의 이야기가 사실이긴 한 걸까만약 사실이라면 왜 사회로부터 자기 자신을 그토록 완전히 제거해버렸을까?......

 

 

 

 

 

 

 

3.

 

그러니까 저널리스트 답지 않은 긴박감넘치는 묘사들을 기본기로 간직한 채, '사색'에 관한 저자의 성찰, ''이라는 환경에서의 삶을 깊은 통찰로 벼려낸 점이특별한 책입니다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독자들혹은 그저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모두에게 함의를 가지는 작품이에요누군가 '외로움'은 수동적인 것이고 '고독'은 능동적인 것이라고 했던가요그러니까 외로움은 우리가 원해서 오는 것이 아니지만 고독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찾는 감정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그런 면에서 '고독'이라는 감정을 스토리로 들여다보게끔 도와줄 멋진 책철학이란 게 별 게 있을까요이 책을 읽고 드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우리의 철학이 아닐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한 주인공내향적인 성격이 일종의 극복대상으로 여겨지는 현대의 가치체계우리가 비록 숲으로 회피할 수는 없겠지만 대신 책이라면 어떨까요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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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아워 2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13-2018 골든아워 2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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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의사 이국종의 <골든아워>입니다아덴 만 사건 당시석해균 선장 수술을 맡으며 널리 알려지게 되었지요작금에 이르러그를 모델로 한 드라마가 나올 정도이므로 이국종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고유명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그렇다면 그런 그가 쓴 <골든아워>는 어떤 책인가쉽게 말해서 에세이입니다다만단순히 에세이라고 칸막이를 세우기에는 글이 깊습니다아닌 게 아니라그의 손 끝에서 모래알처럼 빠져나오는 영혼들이 하루에도 수십명분일테니까요그런 손끝으로 쓰여진 글들이 애초에 얕을 수가 있겠습니까

 

 

 


 


 

 

 

2.

 


우선책은 총 두권입니다연대기 순으로 구성되어 있고 1권의 경우 2002년에서 2013년의 기록을 다룹니다그러니까 외상센터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부터 쓰여진 글입니다물론처음부터 출간을 염두해 쓰인 글은 아닙니다각종 진료기록과 수술기록 등에서 원문을 추출해와서 본인의 기억을 그러모아 응축시킨 기록들이랄까요. 2권은 2013년에서 2018년간의 기록을 다루고 있으며 1권보다 두께가 얇습니다.

 


그렇다면 1권과 2권의 경계는 무엇인가. 1권에서는 외상센터가 어떠해야 하는지 본인의 기준을 확립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그 과정에서 일종의 분투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지는데 저자의 필력이 심상치 않습니다얼마간 <숨결이 바람될 때>의 저자인 '폴 칼라니티'가 떠오르기도 하는데요진료 기록이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정량적인 수치나 통계들로 빽빽하게 채워질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골든아워>는 어떤 면에선 문학적이기까지 합니다본인이 직접 서문에서 <칼의 노래>에 의지해 글을 써내려갔다고 쓰고 있기도 하지요.

 


실제로이 전략은 굉장히 탁월해 보입니다그러니까 환자의 죽음은 의료차트표에서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는 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사건을 결코 일반화하려들지 않아요저마다의 개별성을 확보하는 사려깊은 시선이 시종 돋보입니다난잡한 수사가 아니라 적확하고 또렷한 묘사로 환자의 죽음을 생생하게 살려내고 있어요.


 

2권의 경우아주대학 병원이 권역별 외상센터로 지정된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국제적인 표준지침에 훨씬 못 미치는 국내의 척박한 의료 현실을 개탄하는 과정들이 담겨 있어요정리하자면, 1권은 본인의 신념과 기준이 확립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고요. 2권은 국내 의료계의 현실을 개탄하는 내용들이랄까요그리고 두 권 모두 공통적으로 환자의 죽음을 사려깊은 문장으로 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인 가치까지 튼튼한 책입니다.

 

 

 

 

 

 

3.

 

"시스템의 부재와 근거 없는 소문들부조리가 난무하는 환경에 맞서 팀원들이 힘겹게 버텨내는 동안나는 어떻게든 본격적인 지원을 끌어들여 우리가 가까스로 만들어온 선진국형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었다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나는 우리가 여태껏 해온 일들이 똥물 속으로 빠져들어 가면서도까치발로 서서 손으로는 끝까지 하늘을 가리킨 것과 같았다고 생각한다하지만 곧 모든 것은 잠겨버릴 것이고누가 무엇을 가리켰는지는 알 수 없게 될 것이다......-본문 P9”

 

 

 

 

이국종이라는 인물은 지나치게 신화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이 책을 읽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면 아무래도 소시오패스가 아닐까...의사 이국종과 소속 동료들의 분투환자들의 호소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는 이 책은비단 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에게도 큰 울림이 될 것입니다혹은그러한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문장들과 투쟁사는 그 자체로 가치가 충분하달까요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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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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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수식이 아니라 정말로 설명이 필요없는 작가니까요국내에서도 그의 팬들은 딱 반반으로 나뉘는 것 같아요하루키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제 경우 소설은 그의 장편을 좋아하는 편이고 딱 그만큼 하루키의 에세이도 좋아하고 있습니다가장 최근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있었던가요하루키는 에세이가 됐든소설이 됐든 우선 책을 한번 펼치면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사실 얘기에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문장 하나하나에 마음이 가거든요오늘 소개드릴 잡문집은 특히 그 매력이 극에 달한 텍스트들을 수록하고 있어요.

 

 



 

 

2.

 

최근에 신형철 평론가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에서 이 책의 일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286노르웨이의 숲에 관한 일화인데요상당히 인상적인 내용입니다이 부분은 직접 일독을 권하고 저는 책의 프롤로그를 소개할까 하는데요.

 


작가로 데뷔한 지 삼십 년 남짓이런저런 목적으로 이런저런 지면에 글을 써왔는데 아직 단행본으로 발표하지 않은 글들을 여기에 모았습니다수필을 비롯해 여러 책들의 서문·해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 각종 인사말짧은 픽션에 이르기까지 실로 잡다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구성이 되었습니다미발표작들도 꽤 있습니다좀더 평범한 제목을 붙여도 좋았을 테지만편집자와 협의하는 자리에서 줄곧 잡문집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대로 가도 괜찮지 않을까요라는 쪽으로 얘기가 흘러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이라는 제목이 붙었습니다잡다한 글들이니 철저하게 잡다하게 가도 괜찮을 거라고....

 


그러니까 어딘가 이유 모를 반짝임이 있는 글이에요정말 쓸모없어 보이는 글들도 어딘가 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괜스레 비장한 포부를 밝힌다거나 하는 식으로 느끼하지 않아요산들산들한 필치를 따라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릅니다말 그대로 잡문집이어서 음악에 관한 하루키의 식견이라던가 (워낙 유명하죠.) 작가로서는 금기시 여기는 얘기들에도 거리낌이 없습니다그러니까 하루키는 폼 잡지 않아요그래서 책이 재밌는 것 같습니다.

 

 

 

 

 

3.

 

특별히 추천드리고 싶은 대상도 없습니다누구에게나 좋을 책이에요하루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없이 즐거울 것이고하루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을 좋아하지 않기는 힘들어요이 책은 어떤 것도 말하려고 들지 않거든요편안합니다정말 안락한 책이에요하루키를 그토록 싫어했던 엔도 슈사쿠언젠가 하루키의 작품을 두고서 스타일로 밀어붙이는 책인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었던 엔도 슈사쿠도 하루키의 책이 거침없이 읽힌다는 점은 인정하고 말았지요하물며 그게 저희라면 속수무책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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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 2 : 과학.경제 편 가리지날 시리즈
조홍석 지음 / 트로이목마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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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로이목마에서 시리즈로 출간되고 있는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입니다. 저는 과학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이번 편을 받게 됐고요. 놀라웠던 건 저자의 이력입니다. 일상생활을 담은 1편으로 주목받은 저자이기에, 과학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을까 우려했는데 기우였달까요. 저자가 천문학을 전공했더라고요. 물론 전공공부와 책의 내용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본인이 밝히고 있지만 저자의 폭넓은 관심과 이해에 놀라게 됩니다.

 

 

 

2.

 

반면, 양력은 태양의 움직임을 항성과 비교해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고도의 정밀한 측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일반인들이 실생활에서 바로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해 고대 세계에선 이집트 지역 이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유럽 문명이 양력을 받아들이게 된 건 로마 집정관 카이사르의 결정 때문이었습니다.....

 

 

책은 이처럼 서간체를 이용해서 내용을 쉽게 풀어 쓰고 있습니다. 깊게 들어가지는 않으면서도 스토리 구조를 잘 살려서 관련 내용을 소개해요. 뿐만 아니라 책의 판형 자체도 굉장히 작고 심플합니다. 심지어 컬러사진과 삽화들을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해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독자 입장에서는 친절하다고 느낄 수밖에요. 하필, 과학과 경제라는 테마를 골랐으니, 이런 형식은 필연적이기도 하겠지요.

 

 

사실 알쓸신잡 류의 책은 작금의 유행이기도 한 데다가, 유행답지 않게 정말 실용적인 구석도 있어서 꽤 많은 독자층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오늘 소개드릴 책도 정확히 그 포지션에서, 그러니까 알아두면 정말 쓸데 있는 선에서 편이를 제공할 책이에요. 과학일반이나 경제상식 등에 갈증을 느껴온 독자분들께 일권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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