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개빈 에번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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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뤄 둔 독서를 끝냅니다개빈 에번스의 <컬러 인문학>입니다저자는 저널리스트예요글이 굉장히 유려하고 재밌습니다책의 구성은 단순합니다빨강파랑등등...총 11가지의 색깔로 이뤄져요그러니까 분홍이라는 테마에서는 이런 걸 묻습니다분홍은 과연 여자의 색인가혹은 오드리 헵번의 유명한 미니 블랙 드레스그 칵테일 드레스가 시대를 점유한 아이콘이 되었던 배후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하지요.

 



 

2.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석황을 특히 좋아해 그의 유명한 해바라기와 노란 금잔화별과 가로등을 그리면서 석황을 사용했다짧은 생애의 마지막을 향해 가던 시절 그의 정신병적 증상 중에는 튜브에서 노란 물감을 짜서 바로 입으로 가져갔다는 증거도 있다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런 행동은 납 중독을 초래했을 테고그 결과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와 더불어 공격적인 행동망상기억 상실불면증심신 미약 등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다시 말해 결국 자살로 이어진 정신적 상태를 가속화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반 고흐의 노랑을 향한 사랑이 결국 그를 죽였다고 하면 너무 심한 표현일까?....

 

 

그러니까 책은 얼핏 굉장히 정갈하게 보이지만 내용은 색깔이라는 중심 외에는 종종 내용들이 발산합니다그러니까 반 고흐 얘기를 하다가 산타 얘기를 하다가 다시 정치 얘기를 하다가 우울한 기분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그야말로 알아두면 쓸데많은 지식들을 풍성하게 담고 있어요이런 식의 방식은 우선 책이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겠죠또한본인이 좋아하는 색깔이 있다면 그 색에 얽힌 수많은 문화사세계사를 한 눈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이런 얘기를 '정치'라는 테마로 묶는다면 상당히 지루한 책이 되었겠지요하지만 이처럼 편집만으로 책은 굉장한 구심력을 갖게 됩니다한마디로 11가지 색깔이 들려주는 인류 문화 오디세이랄까요.

 


 

 

3.

 

컬러를 소재로 한 책이기에 편집과 지면에 상당히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그에 비해 가격은 저렴한 편이고 책의 두께도 얇은 편이어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책 자체가 굉장히 재밌습니다다채로운 사진 사료를 담고 있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요박물관을 거니는 듯큐레이터의 해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책입니다색깔의 상징이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주해왔는지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책으로 많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드려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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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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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랜만에 괜찮은 신간을 추천합니다카타리나 베스트레의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입니다저자가 낯설 만도 합니다현재 생명과학부에서 세포생물학을 연구하고 있는 분이거든요다만타고난 글재주를 가지고 웹에서 많은 기사를 써왔습니다그게 굉장히 인기를 끌었는지이렇게 책의 형태로 출간되자마자 전세계 19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어요.

 

자연과학 교양서적의 필연적인 지루함과 삭막함은 저는 관련 전공자들의 직무유기로 보는 편입니다그런 면에서 오늘 소개드릴 책은 역시 빌 브라이슨을 필두로 한 저널리스트들의 기조를 닮아 있어요쉽게 말해 쓸데없이 흥미롭습니다백과사전이나 전공서적에서는 좀처럼 등장하기 힘든 표현들과 과정들이 적나라하게 포함돼 있어요.

 

본인의 전공분야인 세포생물학의 기본원리를 다룹니다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복잡한 기관을 갖춘 인간이 되어가는지그 경이로운 과정을 얇고 밀도있게 담아내고 있는 책이에요.

 

 

 



 

2.

 

재밌습니다우선 동생이 그림을 그렸고 글은 본인이 썼는데 궁합이 좋아요첫 문장은 이렇습니다임신 몇 시간 전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경주가 시작된다벌써부터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채는 대목이에요출산에 이르는 과정은 주로 임신부의 시점에서 서술되곤 하지요하지만 이 책에서 출산과정의 절대적인 주체는 태아라고 얘기합니다태아모두가 겪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 시절의 이야기그렇게 이 책의 제목은 <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가 된 것이지요

 

 

 

 

 

3.

 

아리스토텔레스는 살아 있는 생물이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생성될 수 있다고 믿었다아리스토텔레스의 믿음에 따르면 곤충은 나뭇잎에 맺힌 이슬에서 생겨나고나방은 양털에서굴은 끈적한 진흙에서 만들어진다. 2천 년이 지난 후에도 이런 발상은 여전히 유행했다. 17세기 화학자 얀 밥티스타 판 헬몬트Jean Baptiste van Helmont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생명을 제조하는 대단히 창의적인 방법을 고안했다예를 들어 집에서 생쥐를 키우고 싶다면그 제조법은 매우 간단하다밀알을 가득 채운 용기에 땀에 절어 더러워진 셔츠를 넣는다그리고 21일을 기다리면짜잔밀알은 코를 씰룩대며 킁킁거리는 진짜 살아 있는 생쥐로 변신한다....

 

 


그러니까 이 대목은 소위 자연발생설이라는 터무니 없는 과학사를 설명하는 대목이에요전공서적에서 읽을 땐 드럽게 재미없는 이야기가 시종 생생하게 살아납니다밀알이 생쥐로 변신할 리가 없잖아요하지만 그것을 믿던 시대가 있었던 것이고 이 책은 그런 작은 과학사까지 흥미롭게 호출합니다.



 

뿐만 아니라세포가 어떻게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섬모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그러니까 미세소관과 관련환 수많은 질환들과 전공서적들의 내용들이 스쳐오는데요책은 그 얘기를 깊숙이 소재삼으면서도 너무나 쉽게 풀어냅니다그러니까 섬모라는 가는 털이 체액의 흐름을 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문장으로 어려운 이론을 풀어내는 것입니다.

 



인중에 대한 설명은 어떤가요인중이 콧물을 모으기 위한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기능이 없다고 얘기합니다외에도꼬리는 왜 없어졌는지일란성 쌍둥이라 해도 지문은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심장 세포는 자기가 손이나 발이 아니라 심장이 되어야 한다는 걸 어떻게 아는지분만의 시작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인지 등을 쉽게 설명하는 저자의 필력이 탁월한 책이에요책이 굉장히 얇아요무척 재밌고요많은 분들께 기본 교양서적으로 강력히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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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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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소개드릴 책은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 입니다. 저자인 롤랑 바르트는 20세기 후반에 활동했던 비평가예요. 프랑스에선 손꼽히는 지성이고, <애도일기>는 어머니를 잃은 후 2년 동안 치열하게 감정을 녹여, 한땀 한땀 써낸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뉴욕 타임스의 말마따나, <애도일기>는 롤랑 바르트의 가장 훌륭한 업적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저로써는 가장 마음이 가는 작품이에요. 왜냐하면 <애도일기>는 이미 시작부터 애도에서 실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책을 추천한대놓고 애도에는 실패한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왕은철의 <애도예찬>이란 책에서는 이렇게 얘기해요. 진정한 애도는 실패하는 애도이다. 그러니까 결국 사별한 사람을, 혹은 잃어버린 연인을 보낸다는 것은 마음에서 그 공간을 비워낸다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애도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결국 그 공간을 비워내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애도에 실패하는 것은 깊은 마음을 반증한다는 것일 테지요. 롤랑 바르트 역시 본문에서 이렇게 얘기합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니까 그녀가 아프던 동안 내가 간절히 바라던 것이 있었다. 그것들은 이제 성취될 수 없다. 만일 지금 그것들이 성취된다면, 그녀의 죽음은 이 욕구들을 실현시켜주는 만족스러운 일이 되고 마니까. 하지만 그녀의 죽음은 나를 바꾸어버렸다. 내가 욕망하던 것들을 나는 더 이상 욕망하지 않는다....

 

 

 

 

3.

 

, 이런 겁니다. 어머님을 간병하면서 본인도 희생하는 것이 있었을 테지요. 나가서 테니스도 치고 싶었을 것이고, 쇼핑도 하고 싶었을 것이고...하지만 정작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니 전혀 하고 싶지 않은 겁니다. 롤랑 바르트는 그런 마음들을 서정적으로 에두르지 않습니다. 그저 한땀한땀 찍어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분들에게, 혹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앞둔 분들께,

혹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을 찾고 계신 분들에게,

강력하게 권해드리고 싶어요.

 

 

사별한 사람을 위한 위로랄 게 있다면

역시 먼저 사별을 겪은 사람들의 어루만짐이 아닐까....

 

 

 

 

 

19771027

내 주변의 사람들은 아마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다(어쩐지 그런 것 같다), 나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를. 하지만 한 사람이 직접 당한 슬픔의 타격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측정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이 우습고도 말도 안 되는 시도)

 

 

1977116

솜처럼 안개가 짙은 일요일 아침. 혼자다. 한 주 한 주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게 되리라는 걸 느낀다. 그러니까 이제 나는 그녀 없이 흘러가게 될 긴 날들의 행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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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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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은 에세이 한 권을 추천합니다. <PAPER>라는 잡지에서 14년을 연재한 '밤삼킨별님의 글들이에요소위 나우누리 시절이랄까요. '밤삼킨별'이라는 필명은 감성 글의 어떤 시원이 되었습니다. 14년 동안 연재된 앳 코너를 묶고 더해서 재구성한 책이에요.

 

책의 구성부터 서정적인데 우선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의 순으로 나누어져 있다그리고 뒷면에서는 책이 상하가 역전되어서 새로운 표지를 갖고 있어요이 책은 뒤에서부터 읽어나가도 괜찮습니다글뿐만 아니라 사진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밴드를 아시는지요밴드 <에피톤 프로젝트>, <스탠딩 에그>의 자켓 사진으로 선택되기도 한 저자의 사진 역시 훌륭합니다.

 

 

 

 

2.

 

그러니까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난 잘 지내요".

 

잘 지낸다는 단단하고 따뜻한 말이 단지 말만 그렇지실은 그렇지 못한 어른들의 거짓말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잘 지내지 못하는 상황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지냈기 때문이다. -서문

 

 

내가 싫어서 거울을 보지 않았던 일현재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두려워했던 오타루의 겨울을 찾아간 일혼자만의 시간을 찾아 호텔의 어느 날과 장소를 구입했던 일남들과 비교하며 그저 열심히 산 젊은 날의 시간을 후회했던 일.

 

그리고 고백합니다. ‘난 잘 지내지 못했다그럼에도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고,

당신도 힘들면 나처럼 얘기하라고 담담히 위로를 전하는 글입니다.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추억에 대한 예의

이제 조금은 더 잘 지내는 것이 아팠던 나의 마음에 대한 예의

-2014년 10월 <paper. at co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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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직업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6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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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인생학교'의 새 시리즈입니다저자는 'The School of Life'. 인생학교 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까요알랭 드 보통이 전두지휘를 맡고 있어서 더욱 유명하기도 한데요그러니까 취지는 이렇습니다현대인들이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자기 이해의사소통의 결핍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어요그 깨달음에서 출발한 인생학교는 '문화'를 통해 감성지능을 계발하자는 겁니다일종의 근육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지요삶의 '근원적인문제를 고민하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낭만주의와 고전주의적 관점으로 여러 방안들을 제시합니다.

 






 

2.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인생학교 시리즈 제6권인 <인생 직업>. 일종의 가이드북입니다직업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근시안적으로는 금전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것넓게 보면 본인의 만족과 삶의 질에 있을 테지요그리고 책은 이러한 성취와 진정성에 주목합니다특히직업의 수는 늘어나지만 어딘가 직업이라고 하면 획일화되고 구조화되어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함의가 큰 책입니다책은 본문에서 직업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풀어냅니다또한 다분히 실용적인 면모그러니까 내가 평생을 두고 즐거워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법이랄지직업선택에 있어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 등을 설명하기도 해요심지어 '연습문제'를 마련해 자기점검의 기회를 제공할 정도로 구체적인 부분도 있지요.

 


 

 

3.

 


그러니까 나의 취향내가 하고 싶은 일이토록 단순하고 편안해 보이는 명제를 해결하는 것은 실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단순히 일회성으로 마음에 들었던 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고본인을 객관적으로 관찰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일 테지요.



 

...그렇다고 시간에주변의 시선에 의해 쫓기듯 자신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는 없으며설령 그렇게 직업을 구했다고 해도 적응하는 게 쉽지는 않다어쩌면 여덟 살 때 오래된 집 방바닥에 엎드려 색종이를 잘라 색깔별로 늘어놓던 기억이 그런 일일 수도 있다어떤 때는 그냥 빈 스케치북에 직선만 죽죽 긋는 것이 좋았을 수도 있다…… 이런 기억을 들여다보면 나의 내밀한 감정의 역사에서 핵심이 되는 순간을 꼽을 수 있다즉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라도 사랑스럽다거나 괴롭다는 느낌을 주었던 사건이다이렇게 별것 아닌 기억의 조각이 (그저 피상적 차원이 아니라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큰 내 본성의 중요한 성향에 관해 힌트를 줄 것이다.....


책은 결국 직업이라는 소재를 통해 본인을 성찰할 기회를 제공합니다직업을 찾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요그리고 자신에 대한 이해는 본인의 직업탐구와 그 성취에 대한 어떤 방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이 책을 많은 직장인 분들과 취업 준비생들에게 교양처럼 권하고 싶어요특히알랭 드 보통의 현학적인 수사에 매혹된 분들이라면 얼마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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