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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은둔자 - 완벽하게 자기 자신에게 진실한 사람
마이클 핀클 지음, 손성화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평점 :
1.
'힐링'이라는 키워드 대신 '사색'의 중요성이 주목받는 요즘입니다. 파스칼의 격언으로 시작해볼까요.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데 있다고 얘기했던. 오늘 소개드릴 책의 주인공은 크리스토퍼 나이트. 집을 떠나 거대한 숲속에 들어가 타인과 단 한 번의 접촉없이, 홀로 숲속에서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야생의 냄새가 진하게 풍겨오는 설정이죠. 분명, 그런 삶이 생각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셨을 텐데요. 책을 펼쳐보면 그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우리가 잃어가는 줄도 모른 채 잃어가던 것들을 복기시켜주는 이야기예요.
이를 테면, 올해 초 방송되었던 <숲속의 작은집>이나, <나는 자연인이다> 등의 히트에서 엿볼 수 있는 일종의 흐름이랄까요. 그런 흐름의 중심에 있는 책입니다. 책의 저자는 '마이클 핀클'이라는 저널리스트예요. 저자는 30년 간 혼자 숲에서 살았던 나이트의 삶과 생각을 옮겨 온 것인데, 저널리스트답게 본인을 극한에 이를 때까지 벼려내 글을 써낸 흔적이 역력합니다.
2.
책은 첫 페이지부터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저널리스트라기보단 소설가나 영화감독같아요. '7년의 밤'의 프롤로그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제가 본문을 옮겨 오기보다 서점에서 첫 페이지만 읽어보시면 그 팽팽한 긴장감에 쉽게 책을 덮지 못하실 거예요. 저는 대신 55페이지의 내용을 소개할까요.
많은 문화권에서 은둔자는 오랫동안 지혜의 원천, 인생의 위대한 수수께끼를 푸는 탐구자로 여겨졌다. 악마의 저주를 받은 존재로 보는 문화도 있었다. 나이트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비밀을 폭로했을까? 아니면 그냥 미친 걸까? 만약 처벌한다면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의 이야기가 사실이긴 한 걸까? 만약 사실이라면 왜 사회로부터 자기 자신을 그토록 완전히 제거해버렸을까?......
3.
그러니까 저널리스트 답지 않은 긴박감넘치는 묘사들을 기본기로 간직한 채, '사색'에 관한 저자의 성찰, '숲'이라는 환경에서의 삶을 깊은 통찰로 벼려낸 점이특별한 책입니다. 도시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독자들, 혹은 그저 이야기가 필요하신 분들, 모두에게 함의를 가지는 작품이에요. 누군가 '외로움'은 수동적인 것이고 '고독'은 능동적인 것이라고 했던가요. 그러니까 외로움은 우리가 원해서 오는 것이 아니지만 고독은 우리가 능동적으로 찾는 감정의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고독'이라는 감정을 스토리로 들여다보게끔 도와줄 멋진 책. 철학이란 게 별 게 있을까요. 이 책을 읽고 드는 감정의 덩어리들이 우리의 철학이 아닐까.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한 주인공. 내향적인 성격이 일종의 극복대상으로 여겨지는 현대의 가치체계. 우리가 비록 숲으로 회피할 수는 없겠지만 대신 책이라면 어떨까요. 많은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