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일하는사람들의작은책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 일하는사람들의 작은책)을 읽다.

"의리!" 하면 생각나는 사람,
마산 MBC 임나혜숙 PD.

내 독서일기 中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보시고는,
홍윤표의 데뷔작인 <천하무적 홍대리>를 한 권 보내 주셨다.

금요일 오후에 우편물을 받으면서 감동했다.
마산 MBC 서류봉투에 휘날리는 글씨로 받는사람 이름이 써 있었다.

"성수선 대리께."

아...... 만성이 될 것 같은 감기로 퇴근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던 성대리, 그 우편물을 보고 눈물이 핑돌았다.

정말 이런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나도 이런 작은 기쁨을 선물하는,
일상생활을 신나게 하는 이벤트를 터뜨리는 사람이 되어야 할텐데...
( 근데 요즘 힘들다고 끙끙거리고 있다. 쩝)

금요일에 퇴근하면서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좌석버스에서 혼자서 낄낄 거리며 읽었다.

홍윤표의 데뷔작인 <천하무적 홍대리>,
98년 12월에 2년 동안 여기저기에 발표했던 만화들을 모아 펴낸 책,
그 땐 최초의 책이었기에 <천하무적 홍대리- 1권>도 아니고,
그냥 <천하무적 홍대리>였다.
딱 책 한 권을 낼 만큼의 만화를 몽땅 모아서 알토랑 같은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왔다. 그 때의 감격은 어땠을까?

최종규님이 방명록에 이런 글을 남겼었다.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보셨군요.
홍윤표 님 만화를 본 분들이 대체로 말하는 것인데,
<천하무적 홍대리,작은책> 1권이 2권보다 재미있고,
새로 나온 책은 2권보다 재미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림결은 1권보다 2권이 낫고,
2권보다 새로 나온 책이 더 낫습니다.


정말 적.확.한 지적이다.

98년에 나온 <천하무적 홍대리>는 내가 얼마 전 읽은 <신 천하무적 홍대리> 처럼 세련되지는 못하지만, 훨씬 재미있다.
아마츄어 만화가 답게 그림빨 안 받아 주고, 좀 어설프기도 하고 그렇지만 회사생활의 애환이 그 작은 만화 몇 컷에 잘도 들어가 있다.

<천하무적 홍대리>는 IMF가 터진 97~98년, 2년 동안 발표한 만화를 묶어 낸 책이다. 내가 신입사원이었던 그 때.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다 보니, 키득키득 하면서도 웃지 못할 그 당시가 생각났다.

IMF가 펑 터진 97년 늦가을 또는 이른 겨울.
회사에서는 경비를 절감한다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생전 안하던 "이면지 쓰기", "종이컵 안쓰기" 이런걸 했다.

<천하무적 홍대리>를 보니,
"이면지"에 대한 만화가 있었다.

최주임이 내부 보고서를 새 종이에 만들자.
홍대리 : "야, 너 왜 이면지 안 써? "
최주임 : "이면지가 없어서요."
( 복사기로 장면 전환)
홍대리 : " 없으면 만들어서 써야지."
( 전화번호부를 복사하고 있는 홍대리 클로즈업)

우하하하. 그 때가 생각난다.
생전 안 하던 이면지를 쓴다고 난리를 치던 그 때.

04년 늦가을 또는 이른 겨울.
지금 회사에서 이면지 쓰면 겁나게 깨진다.
보안 점검할 때 이면지 쓴 사람 경고도 받았다.

문서는 무조건 폐기 처분해야 한다.
분쇄기에 드르드르 갈아서....
쓸데 없이 몇푼 아낀다고 이면지 쓰고 있으면 경고 받는다.

또 하나 마음에 와닿았던 만화.

홍대리팀에 있던 한 차장이 다른 팀으로 옮겼다가, 결국 그만 두게 되었다. (IMF 때 수 많은 사람들이 명퇴를 했다.)
환송회 자리.

그만두는 차장 : "부장님은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아시죠?"
부장(미안한 표정으로) : "그럼, 알다 마다..."
홍대리(핏대를 세우며) : "그러니까 왜 그렇게 열심히 하셨냐구요?
저 처럼 대충대충 다녀야 억울하지가 않죠!"

마산에서 우편으로 보내 주신 <천하무적 홍대리>.
재미있게 읽었다.

<시마과장> 후속으로 <시마부장>이 나오듯이,
<천하무적 홍과장>이 나오려면,
아무래도 만화가 홍윤표는 다시 월급쟁이가 되어야 겠다.

<천하무적 홍대리>의 성공 이유는
잘 그린 만화가 아니라 직장인 홍윤표의 스트레스였다.

<천하무적 홍과장> 또는 <홍차장>을 기다리며...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4-11-2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부지런히 사십니다. 일하시랴 글쓰시랴. 전 요즘 글을 쓰기는 커녕 남의 글 읽기도 바쁜데 말입니다. 몸컨디션은 씩씩하게 복구되셨는지요? 천하무적 성대리님! *^^*

kleinsusun 2004-11-3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 전 천하무적이 아니라 어리버리 성대린데....ㅋㅋ

네, 감기 탈출했어요. 야클님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오늘도 좋은 하루!
 
신 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바다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신 천하무적 홍대리>(홍윤표 지음/바다 출판사)를 읽다.

만화책을 돈 주고 산건....
솔직히...처음이다.

난 만화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왜일까?
문자 중독증?
그건 아닌 것 같고....

이유 1 : 집 근처에 만화가게가 없다.
이유 2 : 주위에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게 이유였다.

<신 천하장사 홍대리>를 읽게된 건,
알라딘 서재 "세벌식 자판"님의 리스트를 보고 땡겨서...

다른 회사원들은 회사원의 일상을 어떻게 그려낼까?
그것도 코미디로...
궁금했다.

즉흥적으로 <신 천하장사 홍대리>를 클릭.
점심 시간에 주문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책이 배달되었다.
정말 빠르다....
꼭 책이 짜장면 같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있는 지은이 홍윤표의 소개를 빌려왔다.

홍윤표 - 1967년 출생으로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코오롱 상사에서 1997년까지 근무했으며 현재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겨레 출판만화학교 전문반 2기 수료했고 지금은 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 회원이다.

1999년 펴낸 <천하무적 홍대리>로 직장인 만화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만화가로 나섰으며, 현재 프랑스에 머물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


학교 선배구나...
반갑다기 보다.... 좀.... 씁쓸했다.
다른 학교 출신들 처럼 조직 생활에 목숨 좀 걸어 보자구...
내가 못 그러니까 남들이 그렇게 하는 것 좀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뭐 그런 생각이....

<천하무적 홍대리>는 인터넷 경향신문에도 연재가 된다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처음 만난 홍윤표의 만화 <신 천하무적 홍대리>.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는 남자들은 그냥 재미있다고 할 것 같다.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버무려 놓았다.

그런데...
나는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씁쓸...

웬디 수녀가 그 유명한 명화들을 보면서,
남자 평론가들은 보지 못한 여자 피사체들의 좌절과 어그러진 욕구를 잡아내듯, 여자 동료가 없는 홍대리네 회사를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홍대리네 회사에는 딱 두명의 여자 직원이 있다.

한 명은 홍대리네 팀의 "말숙씨".
다른 한명은 사장 비서.

말숙씨의 대사는 오직 하나.

" 홍대리님, 우편물 왔어요! "

그렇다.
아직까지도 대기업에 여자들은 거의 없다. 그것도 상사에...
상사에 있는 여직원들은 대부분 사무보조직이다.
말숙씨 처럼 우편물을 나누어 주고, 전표를 치고,
홍대리네 부장의 지시로 홍대리에게 수당을 준다.

요즘엔 "out sourcing" 바람까지 불어,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여직원들은 용역이다.
협력회사 직원들이다.

내가 지금 회사에 입사했을 때,
여직원들(이렇게 부르는 것 싫지만, 누구나 이렇게 부른다. 아무도 "남직원"이란 말은 쓰지 않는데...)은 나를 아주 거북스럽게 대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여자들은 서류를,
남자들은 영업을 담당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이분법"이었다,

그런데...
내가 오면서 그 균형이 깨졌다.

여자애들은...
나를 불편해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친해졌다.

지난 여름....
팀 나들이 가서 술을 마실 때,
여자애들이 말했다.

"대리님 처음 왔을 때, 너무 어색했어요."
난 그런 기름 같은 존재였다.

예전 회사에서도 그랬다.
내가 입사했을 때,
그 회사는 사무직 여사원들을 분사시켰다.
그룹 공채로 입사해서 협력사 직원으로 소속이 바뀐다는게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그 때....
우리 팀에 있었던 Y는 한동안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내가 말을 시키면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단답형의 대답만 했다.

내가 출장 갔다온 경비 전표를 치는걸 굉장히 자존심 상해했다.
남자 신입사원들꺼는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상사와의 갈등 보다 그런 갈등들이 더 힘들었다.

앞서가는 삼성은 발표했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무조건 30%는 여자를 채용 한다고....

그런데...
우리 나라의 조직문화는 아직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이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다.
여태까지 남자들만 있었으니까....

언제쯤 홍대리네 사무실에 남자 반 여자 반이 동등한 역할로 근무하고 함께 고민하는 그런 세상이 올까?

오늘은 고3들이 수능을 본 날이다.
다들 집에서 얼마나 임금님 대접을 받으며 시험을 보러 갔을까?

그 와중에 우리 사무실에선,
여상 3학년인 고딩 세명이 헉헉 거리며 일을 배우고 있었다.

우리 윤화, 미나, 정화는 꼭 일한 만큼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여직원"이란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홍대리 사무실에서 처럼
우편물을 나눠주고, 경비를 나눠 줄 때 한번 나타나는 말숙씨가 아니라,
조직에서 같이 쑥쑥 성장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화책을 읽고 너무 광분했나?
양성이 함께,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꿈꾸며...

p.s ) 홍윤표는 회사 생활을 접고 프랑스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만화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 홍윤표를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다. 홍윤표는 독신이 아니라, 아내에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만화만 그리고 살면서,
또는 소설만 쓰고 외국에서 살면서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하는 수선.

수선이의 도서관

www.kleinsusun.com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릴케 현상 2004-11-1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가 더 많은, 그래서 여자 상사가 더 많은 회사만 다녀서 실감은 잘 안 나지만...끄덕끄덕 그렇죠...근데 정말 홍윤표씨는 어찌 생계를 유지하려나

세벌식자판 2004-11-18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천하무적 홍대리 2권인가 3권인가에 보면 작가 Q&A 코너가 있습니다.

(책 끝에 있는데 1~2페이지 분량이지요.)

거기서 왜 여직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없냐는 질문에

윤표님께서 뭐랬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여직원들 생활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리지 않았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따로 아이디어 쏘스를 얻기 힘들어서 손을 대지 않았대나 뭐라나....





그나저나...

"세벌식 그 자식 믿고 책을 샀는데... 두고 보자!!!" 라고 생각하신건 아닌지...

어째 뜨끔뜨금 합니다. (^-^;)a

kleinsusun 2004-11-1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벌식 자판님! 별 걱정을...ㅋㅋ

재미 있었어요.

제가 씁쓸했던건 만화 자체가 아니라,

대부분의 여자 직원들이 비정규직이거나 사무보조직인 현실이예요.



윤표님이 안 그릴라고 안 그린것도 아니고.

원래 영업팀(만화에서는 사업개발팀인가요?) 에 여자가 거의 없어요.



덕분에 좋은 책 읽었어요.감사!

세벌식자판 2004-11-19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헤헤헤... ^^;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