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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천하무적 홍대리
홍윤표 지음 / 바다출판사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신 천하무적 홍대리>(홍윤표 지음/바다 출판사)를 읽다.
만화책을 돈 주고 산건....
솔직히...처음이다.
난 만화책을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
왜일까?
문자 중독증?
그건 아닌 것 같고....
이유 1 : 집 근처에 만화가게가 없다.
이유 2 : 주위에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게 이유였다.
<신 천하장사 홍대리>를 읽게된 건,
알라딘 서재 "세벌식 자판"님의 리스트를 보고 땡겨서...
다른 회사원들은 회사원의 일상을 어떻게 그려낼까?
그것도 코미디로...
궁금했다.
즉흥적으로 <신 천하장사 홍대리>를 클릭.
점심 시간에 주문했는데, 그 다음날 아침에 책이 배달되었다.
정말 빠르다....
꼭 책이 짜장면 같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 있는 지은이 홍윤표의 소개를 빌려왔다.
홍윤표 - 1967년 출생으로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 코오롱 상사에서 1997년까지 근무했으며 현재 외국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한겨레 출판만화학교 전문반 2기 수료했고 지금은 우리만화 발전을 위한 연대모임 회원이다.
1999년 펴낸 <천하무적 홍대리>로 직장인 만화열기를 불러 일으켰다. 2000년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만화가로 나섰으며, 현재 프랑스에 머물면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
학교 선배구나...
반갑다기 보다.... 좀.... 씁쓸했다.
다른 학교 출신들 처럼 조직 생활에 목숨 좀 걸어 보자구...
내가 못 그러니까 남들이 그렇게 하는 것 좀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다.뭐 그런 생각이....
<천하무적 홍대리>는 인터넷 경향신문에도 연재가 된다는데,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가 처음 만난 홍윤표의 만화 <신 천하무적 홍대리>.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는 남자들은 그냥 재미있다고 할 것 같다.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을 재미있고 맛깔스럽게 버무려 놓았다.
그런데...
나는 <신 천하무적 홍대리>를 읽으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씁쓸...
웬디 수녀가 그 유명한 명화들을 보면서,
남자 평론가들은 보지 못한 여자 피사체들의 좌절과 어그러진 욕구를 잡아내듯, 여자 동료가 없는 홍대리네 회사를 보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홍대리네 회사에는 딱 두명의 여자 직원이 있다.
한 명은 홍대리네 팀의 "말숙씨".
다른 한명은 사장 비서.
말숙씨의 대사는 오직 하나.
" 홍대리님, 우편물 왔어요! "
그렇다.
아직까지도 대기업에 여자들은 거의 없다. 그것도 상사에...
상사에 있는 여직원들은 대부분 사무보조직이다.
말숙씨 처럼 우편물을 나누어 주고, 전표를 치고,
홍대리네 부장의 지시로 홍대리에게 수당을 준다.
요즘엔 "out sourcing" 바람까지 불어,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여직원들은 용역이다.
협력회사 직원들이다.
내가 지금 회사에 입사했을 때,
여직원들(이렇게 부르는 것 싫지만, 누구나 이렇게 부른다. 아무도 "남직원"이란 말은 쓰지 않는데...)은 나를 아주 거북스럽게 대했다.
내가 오기 전까지,
여자들은 서류를,
남자들은 영업을 담당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이분법"이었다,
그런데...
내가 오면서 그 균형이 깨졌다.
여자애들은...
나를 불편해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친해졌다.
지난 여름....
팀 나들이 가서 술을 마실 때,
여자애들이 말했다.
"대리님 처음 왔을 때, 너무 어색했어요."
난 그런 기름 같은 존재였다.
예전 회사에서도 그랬다.
내가 입사했을 때,
그 회사는 사무직 여사원들을 분사시켰다.
그룹 공채로 입사해서 협력사 직원으로 소속이 바뀐다는게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그 때....
우리 팀에 있었던 Y는 한동안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내가 말을 시키면 영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단답형의 대답만 했다.
내가 출장 갔다온 경비 전표를 치는걸 굉장히 자존심 상해했다.
남자 신입사원들꺼는 아무렇지도 않아하면서...
회사를 다니면서
상사와의 갈등 보다 그런 갈등들이 더 힘들었다.
앞서가는 삼성은 발표했다.
신입사원 공채에서 무조건 30%는 여자를 채용 한다고....
그런데...
우리 나라의 조직문화는 아직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이다.
물론 그럴 수 밖에 없다.
여태까지 남자들만 있었으니까....
언제쯤 홍대리네 사무실에 남자 반 여자 반이 동등한 역할로 근무하고 함께 고민하는 그런 세상이 올까?
오늘은 고3들이 수능을 본 날이다.
다들 집에서 얼마나 임금님 대접을 받으며 시험을 보러 갔을까?
그 와중에 우리 사무실에선,
여상 3학년인 고딩 세명이 헉헉 거리며 일을 배우고 있었다.
우리 윤화, 미나, 정화는 꼭 일한 만큼 자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여직원"이란 말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홍대리 사무실에서 처럼
우편물을 나눠주고, 경비를 나눠 줄 때 한번 나타나는 말숙씨가 아니라,
조직에서 같이 쑥쑥 성장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화책을 읽고 너무 광분했나?
양성이 함께, 즐겁게 일하는 조직을 꿈꾸며...
p.s ) 홍윤표는 회사 생활을 접고 프랑스에서 만화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정도의 만화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 홍윤표를 무시하는 발언이 아니다. 홍윤표는 독신이 아니라, 아내에 초등학생 아들이 있다.)
만화만 그리고 살면서,
또는 소설만 쓰고 외국에서 살면서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려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마이너스 통장을 쓰고 있지는 않을까?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하는 수선.
수선이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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