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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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남의 이야기 듣는거 만큼 재미난게 없다. 그것도 '실화냐' 싶을 만큼 믿어지지 않거나 신기한 이야기라면 더욱더. 그런데 꼭 취업하고 싶은 구직자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질문이 재미난 이야기를 해보라는 것이라면? 
"아는 이야기 중에 제일 무서운 이야기, 남들 돈 번 이야기, 바람난 이야기 중 하나 골라서 얘기해보세요." 
이런 황당한 면접질문이 있나, 거기다 사장 이인선은 진짜 회사 사장이 맞나 싶을 만큼 후줄근한 모습에, 사무실에서 책상을 붙여놓고 잠을 잔듯하고, 바닥에는 몇일 지난 듯한 탕수육이 굴러다니고 있다. 회사는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 벤처'라는 소개를 내걸고 있지만 도저히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한규동은 이력서를 넣다넣다 이제는 도저히 서류통과도 안되는 자신을 보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회사라도 한번쯤 붙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겨 면접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열심히 풀어놓기 시작한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은 문제편, 풀이편, 해답편으로 나눠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매우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한규동은 자신이 어디선가 들은 무서운 옛날 이야기를 면접에서 열심히 사장에게 이야기 했고, 바로 취업에 성공한다. 그리고 다음날, 어이없게도 사장 이인선과 한규동은 둘이서 그 이야기의 진실을 찾기위해 실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로 찾아가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실제 배경장소를 이야기만 듣고 찾아내는 이인선도 대단하고, 그걸 또 투덜대면서도 쫓아다니면서 할일을 하는 한규동도 신기하다. 이인선과 한규동, 이 둘의 은근슬쩍 잘맞는 쿵짝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높여주고, 중간에 등장하는 오차장과 김기자의 독특한 캐릭터는 이야기에 양념을 잘 쳐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있는걸까. 특히나 오래전부터 가장 많이 전해오는 귀신이야기, 그건 정말 진실일까, 사람들의 뇌속에서 일어난 일종의 환상일 뿐일까? 

「그래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사람 중에는, 옛날 일어난 무서운 그 사건 때문에 형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 자체가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옛날의 무서운 사건이 핵심이 아니라, 모든 것의 원인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듣는 행동 자체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사람의 뇌가 하는 일 중에 많은 부분이 말을 듣고 해석하는 것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을 듣다보면 머릿속에서 언어를 판단하고 거기에서 감정을 느끼는 와중에 뇌가 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만약에 아주 절묘하게 조율된 단어와 말을 사람에게 들려주어 뇌의 작용을 특정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뇌신경의 한 지점을 엉키게 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 
<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p.150>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무서운 이야기를 단지 재미나 흥미요소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의 구성이 문제, 풀이, 해결 등의 수학문제집처럼 정확한 분석과 해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주아주 명쾌한 느낌이 든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추리해서 범인을 잡아내는 소설은 많이 봤지만,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속의 진실을 찾아내는 추리물은 처음 보는 장르라 새롭다. 다만 해답을 봤을 때, 약간 내 예상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져서 약간 김빠지긴 했다 ㅋㅋ 

원래는 10부작 시리즈물을 기획했다가 애초에 책을 내려던 출판사가 망하고, 우여곡절 끝에 엘릭시르에서 책을 내게 된 것 같은데 시리즈물을 내기 위해서 3가지 주제를 던져주고 한가지를 풀어간 것인가 싶기도 하다. 독특한 형식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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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들
카린 슬로터 지음, 전행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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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주아주 끔찍한 진실이 있다. 당신은 그 진실을 알 권리를 택하겠는가? Yes or No! 
진실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지만 때로는 그 진실의 끔찍함에 압도되어 숨이 막힐수도 있고, 진실을 알기 전의 나로 영영 돌아가지 못하게 될수도 있다. 하지만 얘기치 않게 끔찍한 진실을 당도하게 된다면? 지금껏 상상도 하지 못한 현실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자꾸만 닥쳐온다면 어떨까? 지금까지의 내 세상이 거꾸로 뒤집히는 기분, 내가 알던 그 사람의 모습이 모두 거짓이었다는 배신감, 그건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진실에 당도해갈 수록 마음이 점점 조여온다. 이런 상황이 현실이 아니라 소설에 불과하다는 것이 어찌나 다행인지, 한숨이 푹푹 나온다. <예쁜 여자들>을 영화로 만들었다면 아마도 심한 호러물쯤 되지 않을까? 그만큼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들이 비엔나 소세지처럼 줄줄이 이어져 나온다. 도대체 어디가 끝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종종거리며 읽다보면 600페이지가 넘는 긴 이야기가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큰 딸 줄리아가 납치되어 사라지고 난 후 24년이 지나도록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이 있다. 아빠는 큰딸을 잃은 슬픔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다가 결국은 자살을 택했고, 엄마는 아빠의 슬픔을 지켜보다 못해 냉담함을 택한다. 막내 딸 클레어는 다행히 좋은 남편 폴을 만나 15년동안 행복하고 안락한 생활을 유지해오고 있지만, 둘째 딸 리디아는 가족과 연을 끊은 채 17살 딸인 디와살며 남자친구 릭이 있다.   

가족중 그나마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듯 보이는 셋째 딸 클레어, 아름다운 외모에 재력까지 갖추고 다정다감한 남편의 전폭적인 챙김과 지지를 받으며 살아가는 클레어는 어느 날 벼락같이 남편을 잃게 된다. 둘만의 즐거운 저녁식사 후 골목에서 몰래 사랑을 나누려다가 강도를 만난 것이다. 칼을 들이대며 협박하는 강도와 몸싸움을 벌이다 남편 폴이 칼에 맞아 사망한다. 이 어찌나 허망한 죽음인가, 클레어는 갑작스러운 이 모든일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고, 폴이 없는 삶을 스스로가 살아갈 수 있을지 믿을수가 없다. 유체이탈한듯 제 정신이 아닌채로 장례식을 치르려 하는 클레어에게 그때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장례식 당일날 갑자기 도둑이 들질 않나, 집에 도둑이 든 그깟일에 FBI가 찾아오질 않나 클레어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그러다가 폴의 노트북에서 뭔가 이상한 영상을 보게 되는데.. 남자들이 흔히 보는 포르노라 보기에는 정도가 좀 많이 심하다. 여자를 벌거벗긴 채 묶어놓고 마체테로 때리거나, 불에 지지고, 전기충격을 주고, 강간하는 가운데 끝내는 여자가 죽는 충격적인 영상이 폴의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보고 클레어는 충격을 받는다. 폴이 그만큼 가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나, 그나저나 이 영상은 과연 사실인가, 혹시 이 영상때문에 FBI가 찾아온 것인가, 클레어는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폴과 결혼하기 전 클레어의 언니 리디아는 폴에게 강간당할 뻔 했다는 얘기를 클레어에게 전했지만, 클레어와 엄마는 대부분 마약에 쩔어살고 바깥으로 나돌던 리디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렇게 리디아는 사랑하는 엄마와 여동생과 절연한 채 그렇게 혼자 힘으로 살아온 것이다. 폴이 보던 클레어의 영상을 확인한 클레어는 어쩌면 언니 리디아의 말이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점점 의심과 혼란의 나락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이렇게 폴에게 숨겨진 충격적인 진실을 파헤쳐나간다. 남편이 죽어서 슬프기 그지 없었던 클레어는 과연 어떤 진실에 당도하게 될까? 진실은 원래 아프다. 사랑하는 언니를 잃고, 비슷한 나이대의 실종소녀들만 봐도 그 가족들의 아픔에 같이 공감하며, 어디선가 여성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하면 혹시 언니가 아닌가 싶어 가슴이 두근거렸을 이 자매에게 닥친 진실은 어쩌면 너무 가혹했다. 한 사람의 부재가 나머지 가족들에게 불러온 불행의 여파가 너무나 컸는데, 그것에 숨겨진 진실이 더 큰 충격이라면 어쩔텐가. 

너무나 아름다웠던 세 자매, 다정했던 부모님, 이들 평범한 가정은 그렇게 무너져갔다. 
"아름다움은 항상 숭배의 대상이 되어왔지, 하지만 그거 알아? 때론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 이유가 된 다는 것!" <예쁜 여자들>

가끔은 내가 평범하게 생긴 것에 다행스러움을 느낀다. 
아름다움이 남성의 표적이 되는 슬프고 무서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호색인가.(헐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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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드로잉 - 펜 하나로 쓱, 여행 드로잉 어반 스케치
수지 지음 / 책밥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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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질이 없다는 걸 매번 깨닫게 되면서도 자꾸 해보고 싶다. 예쁜 그림을 보면 따라해 보고 싶고, 떠오르는 장면이 있으면 직접 그려서 나타내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까? 어떡하긴, 자꾸 그려야 실력이 늘지! 정답이다. 작은거 하나라도 매일 그려보기, 어려운거 보단 쉬운 그림부터 도전해보기, 이런 노력들이 쌓여가면서 아무리 소질이 없다해도 흉내는 내볼 수 있게 되는거 아닐까? 1일 1드로잉! 그래, 하루에 한개씩 그림을 그려보는거야.



전체적인 구도가 잘 잡힌 그림을 처음부터 잘 그릴 순 없다. 전체적인 구도를 잡아보고, 밑그림을 그리고 소품 하나씩을 그려서 배치해보면서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이다. 1일 1드로잉은 펜만 있으면 간단하게 스윽 그릴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기본적인 선긋기와 단순한 젠탱글을 그리면서 선과 패턴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정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누구나 펜 한자루만 있으면 시작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출발한다.  




손풀기가 끝나면 간단한 소품들을 그려본다. 화려한 유럽의 건물들, 커피잔, 여행캐리어, 화분 등 다양한 소품들을 따라그려보면서 그림을 어떤 순서로 그리고, 표현하면 될지 알 수 있다. 펜으로 간단히 따라그려볼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도전해볼 수 있다. 유럽의 건물을 따라그려봤는데, 간단한 것 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창문의 종류도 많고 복잡하다. 전체적인 조화와 구조를 생각하면서 균형감 있고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중요할 것  같다. 



풍경을 그릴 땐 전체적인 구도가 중요한 법인데, 상상하여 그리는 그림이 어렵다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그려보고 싶은 풍경을 고르고 거기에 맞는 구도를 잡고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SNS에서 여행지에서 보이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서 인증하는 사진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뚫어지게 관찰한다는 것인데 사진으로 대충찍고 넘어가는 것보다 직접 세세하게 관찰하면서 그림으로 남기다 보면 여행지의 모습이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지 않을까. 




여행 때 타고 갔던 비행기를 그려보고, 비행기내에서 먹었던 기내식을 그려본다. 여행을 다녀온 뒤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서 하나하나 그려서 색칠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그 여행이 더 색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결과물만 봤을 땐, 그냥 '우와!' 하는 감탄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나도 순서대로 하나씩 따라해보는 거다. 



1일 1드로잉은 단지 그림을 그리고 색칠하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내가 그린 밑그림을 가지고 포토샵으로 처리를 해서 채색을 하거나, 다양한 효과를 주거나, 다른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등 유용한 팁까지 함께 알려주기 때문에 두루두루 활용하기가 좋다. 거기다 복잡한 도구도 필요없고 단지 손에 든 펜 하나만 있어도 눈앞에 있는 어떤 소품이든 따라그려보고 활용해볼 수 있게끔 소품 그리기나, 풍경 구도잡는 법, 채색 효과등을 다양한 방면에서 알려주기 때문에 저자가 보여주는 예시를 따라그리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그림에도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은 무조건 눈앞에 결과물이 나오는 아주 명쾌한 취미이다. 잘 그려도 못그려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고, 소중함이 있다. 매일 하얀 종이에 눈에 보이는 뭔가를 끄적이듯 그리고 색칠해보자. 하루에 그림 한개! 참 명쾌한 취미이지 않은가. 

아, 나도 그림 좀 잘 그리고 싶다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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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거닐記 - 함께 걸어 보면 좋은 서울 가이드 북
표현준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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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게 거닐기에 지금처럼 좋은 계절이 있을까?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눈이 즐겁고,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에 맑은 공기, 모든 것이 완벽한 타이밍이다. 이럴 때 사랑하는 아이와 손을 잡고 오순도순 얘기나누며 예쁜 길을 거닐어보는 건 어떨까. 여름 내내 후덥지근 했던 공기를 벗어나 겨울이 오기 전 딱 좋은 가을 날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 <아이와 거닐기>는 바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서울 산책 가이드 북이다. 




아이와 다양한 거리를 걸으며 예쁜 사진을 찍어주는 아빠라, 너무 낭만적이다. 딱 그 시절에만 볼 수 있는 아이의 예쁜 모습과 그 시절 그 거리의 모습은 아이가 커서 볼 수 있는 추억거리 중에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싶다. 꼭 마음 먹고 놀이공원을 가던가 바리바리 짐을 챙겨 멀리 여행을 떠나지 않더라도 서울 주변에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이리도 다양하고 많다는 것을 알면 놀랄 것이다. 




난 아이가 없으니 아이와 함께 거닐지는 못하겠지만, 없으면 없는대로 친구 또는 애인과 즐기기에도 손색없는 데이트 코스 이기도 하다.  평소 산책을 좋아해서 집 앞에 있는 공원에도 시도때도 없이 찾아가곤 하지만 좀 더 색다른 풍경을 즐기고 싶을 땐 아이와 거닐기를 펴들고 오늘은 어디를 거닐어 볼까 하며 고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울 곳곳에 있는 왠만한 좋은 코스는 다 소개하고 있다. 대중교통으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곳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기에 집에서 가까운 곳을 고르든, 볼거리나 맛집이 많은 거리를 고르든 원하는 곳을 골라서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무리 자연과 함께 하는 산책이 좋다지만, 맛있는 먹거리와 볼거리가 빠지면 섭하기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볼거리와 먹거리도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산책길 곳곳에 숨겨진 핫스팟을 자세한 주소와 깨알팁과 함께 알려주기에 데이트 코스 짜기에도 딱이다. 사랑하는 아이와 혹은 친구와 맛있는 간식거리 손에 들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느끼며 걷는 산책 너무 좋지않을까? 생각만 해도 설레이네. 




홍대 근처에 경의선 숲길 이라는 것이 있는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하철 노선을 따라 도심 한가운데 숲길이 조성되어 있나본데 홍대 놀러가면 한번 거닐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개하는 각 코스마다 지도와 함께 책에서 소개했던 가게들이 정확히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자세히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산책갈 때 <아이와 거닐기> 한 권만 들고 나가면 그날의 데이트는 문제 없을 듯 하다.  도서 중에 여행지에 대한 책들은 무수히 많지만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산책하듯 가볍게 거닐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하는 책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서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아이와의 가벼운 피크닉 가이드로,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 가이드로 이용하면 딱인 책이다. 




아이와 거닐기 스탬프 이벤트

책을 사면 함께 주는 산책 일기장 뒤편에는 산책길 중 정해진 스팟에서 도장을 받아 다 채우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처럼 정해진 장소에서 스탬프도 받고, 선물도 받는 꿩먹고 알먹고를 즐겨보길. 책을 보다보니 놀러 나가고 싶어 좀이 쑤시기 시작한다. 아이가 있다면 산책 하면서 찍은 예쁜 사진으로 산책 다이어리를 작성해서 아이에게 선물로 줘도 정말 좋을 것 같다. 함께 나란히 걸으면서 엄마, 아빠와 재잘재잘 얘기나누고 즐긴 추억이 많은 아이는 평생 가져갈 추억을 듬뿍 챙기는 셈이다. 아이에게,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친구들이 부러워 할만한 추억을 가득 채워주고 싶은 부모는 꼭 아이와 함께 아름다운 가을날을 거닐어 보시길. 


아이와 거닐고 싶어서 애낳을 삘..ㅋㅋㅋ

아쉬운대로 난 애인님과 아름다운 가을날의 산책을 즐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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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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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운전대를 잡았을 때, 난 이제야 진정한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완전한 어른의 세계에 속해 있던 운전이라는 세계, 어릴적 아빠가 운전하는 걸 보다가 화살표가 몇 번 깜박깜박 하고 나면 여지없이 아빠가 그 쪽으로 핸들을 트는 것을 보고 '우와, 자동차가 어떻게 우리가 가는 길을 미리 알고 알려주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아빠가 깜박이를 켜는게 아니라, 자동차가 이쪽으로 가라고 알려주는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쩜 그리 깜찍한 생각을 했을까. 지금은 여유롭게 깜박이를 넣고, 자유롭게 차선변경을 해대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어릴 적 신기하기만 하던 어른들의 세계에 나도 스리슬쩍 발을 담그게 된 것이다. 엄마, 아빠가 소곤소곤 얘기하던 은행 융자금과 대출의 세계를 현실에서 이해하고 되었고, 결혼과 육아라는 현실이 코앞에 당도해온 그런 어른 말이다. 어릴 적 상상 했던 무지무지 잘나가고 빛나는 어른의 모습은 되지 못했지만, 어찌됐든 난 꾸역꾸역 어른이 됐다. 내 마음도 같이 어른이 됐을까? 


마스다 미리의 중년 어른아이 감성을 담은 에세이가 나왔다. 만화가로 유명한 분이고, 지금까지 나온 만화책도 무지무지 많다고 알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에세이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순수하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그 시절 어린아이들은 그 모습 그대로 어딘가에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프롤로그로 시작하는 이 짧은 에세이는 시종일관 소녀같고 엉뚱한 그녀의 매력을 보여준다. 책 초반 부분을 읽으면서 20대 정도의 싱그러움이 느껴져서 혹시 젊었을 때 썼던 일기를 보여주는건가 싶었는데, 지금의 나이, 중년이 되어서의 즐거운 생활들을 엮은 책이었다. 친구들과 페루 요리 만들어 먹기 모임을 하자며 충동적으로 모여 맛있는 요리를 해먹고, 달콤한 음식을 보면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가는 그녀의 귀여운 일기를 보고 있으면 싱긋 웃음이 난다. 가끔 가다 나이드신 부모님 얘기나, 결혼을 안한 자신이 혼자 늙어가는 사실에 대한 얘기를 할 때나 그녀의 나이를 짐작할 뿐, 그녀의 평소생활은 2~30대의 젊은이들과 다르지 않게 항상 천진난만하고 엉뚱하다. 가족오락회에서 접시돌리는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밤새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라던가 어린시절의 엉뚱한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다. 



「나는 고타쓰(난방기구) 상판의 먼지 제거하는 일도 동경했다. 요즘 고타쓰 상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옛날에는 사안 가장자리가 덧대어 있었다. 그래서 그 덧댄 사이로 먼지가 끼어 지저분 했다. 우리집에서는 거기에 쌓인 먼지를 이쑤시개로 빼내곤 했는데 난 그것을 무척 좋아했다. 덧댄 곳에 이쑤시개를 꼽은 후 고타쓰 가장자리를 한 바퀴 빙 돌면 이쑤시개 끝에 까만 먼지가 달라붙어 있었다. 

"엄마, 나, 크면 고타쓰 먼지 제거하는 사람이 될래." 

그러면 엄마는 웃으면서 "고맙구나" 하고 말씀하셨다. 」

< 그렇게 쓰여 있었다 [아름다운 꿈]  p.93> 



나이를 먹어갈수록 현실에 점점 치여가면서 웃음과 동심을 잃어간다. 그런데 우리의 마스다 미리 여사는 지금 주어진 현실에서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기어이 찾아내어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계단 옆에 나란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먹는 바삿하고 고소한 튀김.

"우리, 꼭 애들 같다."

그러고 있는데 어디선가 하양과 깜장 얼룩의 길고양이가 와서, 우리 앞에 다소곳하게 앉는다. 

"왜? 너도 끼고 싶어?"

중년의 세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 저녁 노을 빛을 받으며 바람을 맞는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 아름다운 것 속에 분명히 지금 이 순간도 들어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 그렇게 쓰여 있었다 [저녁노을계단에 앉아] p .34>


빨갛게 불타는 저녁 노을을 친구들과 고양이와 함께 바라보며 순수하게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여유, 눈앞의 것들이 뭐든지 신기하고 아름답기만한 어린아이의 시선, 그건 우리가 나이를 얼마나 먹든 꼭 지켜야 하는 정신적 자산 아닐까? 내 속에도 어린아이가 있을까 생각하며 끄적끄적 일기를 써봤다. 



 


초등학교때 겪은 일 중에 아직까지도 두고두고 서러운 일이 하나 있다. 옆집 가족과 함께개울가로 놀러갔던 날, 갑자기 비가 내리기시작했다. 만약을 대비해 다급하게 텐트 쳤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양쪽 집안의 4명의 아이들은 다들 한 두살 터울이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아빠가 우물쭈물 하는 나를 보고 답답했던지 나에게만 다그쳤다. 

"니가 애야? 꾸물거리지 말고 이것 좀 옮겨봐." 

마음이 다급해져서 그랬겠거니 이해는 하지만 어찌나 서러웠는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그럼 내가 어른이야?" 하고 소리치곤 낑낑대며 짐을 옮겼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은 법적으로도 완벽한 어린이란 말이다. 첫째라는 이유로 나는 항상 반쯤은 어른 행세를 해야할 때가 많았다. 거기다 사고뭉치 동생에 비해 공부든 뭐든 알아서 스스로 했던 편이었기에 부모님의 잔소리도 별로 들어본 적도 없다. 관심이 고팠던 어린 나에게는 어른스러웠던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덕분에 난 나이를 먹고도 아기 같은 짓을 하곤 한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엄마야~ 뭐행?" 하고 여전히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딸이고, 결혼해서 벌써 애가 둘씩 있는 부모가 된 친구들을 우러러 보며 "아니, 쟤네는 대체 언제 저렇게 어른이 됐데?" 하며 신기해하는 철부지다. 

아무리 화가 나도 내가 좋아하는 빈스빈스 아이스크림 와플만 먹으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가는 단순함을 장착하고 있으며, 매일 걷는 산책길의 풍경을 보면서도 "어머 여기봐, 너무 예쁘다!" 하고 매번 감탄할 줄 아는 단기기억 상실증(?)도 얼마쯤 지녔다. 

난 앞으로도 철들지 않을 것이다. 아주아주 오랫동안 철없이 웃을 수 있는 어른아이로 살고 싶다.



얼굴에 난 주름은 보톡스로 펼 수 있지만, 마음에 진 주름은 답이 없다. 

즐겁게 살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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