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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평점 :
세상에 남의 이야기 듣는거 만큼 재미난게 없다. 그것도 '실화냐' 싶을 만큼 믿어지지 않거나 신기한 이야기라면 더욱더. 그런데 꼭 취업하고 싶은 구직자가 회사에 면접을 보러 갔는데 질문이 재미난 이야기를 해보라는 것이라면?
"아는 이야기 중에 제일 무서운 이야기, 남들 돈 번 이야기, 바람난 이야기 중 하나 골라서 얘기해보세요."
이런 황당한 면접질문이 있나, 거기다 사장 이인선은 진짜 회사 사장이 맞나 싶을 만큼 후줄근한 모습에, 사무실에서 책상을 붙여놓고 잠을 잔듯하고, 바닥에는 몇일 지난 듯한 탕수육이 굴러다니고 있다. 회사는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 벤처'라는 소개를 내걸고 있지만 도저히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알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한규동은 이력서를 넣다넣다 이제는 도저히 서류통과도 안되는 자신을 보며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회사라도 한번쯤 붙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겨 면접질문에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열심히 풀어놓기 시작한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은 문제편, 풀이편, 해답편으로 나눠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의 진실을 파헤쳐가는 매우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한규동은 자신이 어디선가 들은 무서운 옛날 이야기를 면접에서 열심히 사장에게 이야기 했고, 바로 취업에 성공한다. 그리고 다음날, 어이없게도 사장 이인선과 한규동은 둘이서 그 이야기의 진실을 찾기위해 실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장소로 찾아가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실제 배경장소를 이야기만 듣고 찾아내는 이인선도 대단하고, 그걸 또 투덜대면서도 쫓아다니면서 할일을 하는 한규동도 신기하다. 이인선과 한규동, 이 둘의 은근슬쩍 잘맞는 쿵짝이 소설을 읽는 재미를 높여주고, 중간에 등장하는 오차장과 김기자의 독특한 캐릭터는 이야기에 양념을 잘 쳐주고 있다.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에는 어떤 진실이 담겨있는걸까. 특히나 오래전부터 가장 많이 전해오는 귀신이야기, 그건 정말 진실일까, 사람들의 뇌속에서 일어난 일종의 환상일 뿐일까?
「그래서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진 사람 중에는, 옛날 일어난 무서운 그 사건 때문에 형체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이야기 자체가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는 옛날의 무서운 사건이 핵심이 아니라, 모든 것의 원인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듣는 행동 자체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은 사람의 뇌가 하는 일 중에 많은 부분이 말을 듣고 해석하는 것이라는 점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을 듣다보면 머릿속에서 언어를 판단하고 거기에서 감정을 느끼는 와중에 뇌가 강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만약에 아주 절묘하게 조율된 단어와 말을 사람에게 들려주어 뇌의 작용을 특정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뇌신경의 한 지점을 엉키게 하거나 망가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 」
<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p.150>
이 소설의 독특한 점은 무서운 이야기를 단지 재미나 흥미요소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책의 구성이 문제, 풀이, 해결 등의 수학문제집처럼 정확한 분석과 해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면 아주아주 명쾌한 느낌이 든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추리해서 범인을 잡아내는 소설은 많이 봤지만, 사람들 사이에 전해지는 이야기속의 진실을 찾아내는 추리물은 처음 보는 장르라 새롭다. 다만 해답을 봤을 때, 약간 내 예상과 비슷하게 맞아떨어져서 약간 김빠지긴 했다 ㅋㅋ
원래는 10부작 시리즈물을 기획했다가 애초에 책을 내려던 출판사가 망하고, 우여곡절 끝에 엘릭시르에서 책을 내게 된 것 같은데 시리즈물을 내기 위해서 3가지 주제를 던져주고 한가지를 풀어간 것인가 싶기도 하다. 독특한 형식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