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7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허승진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말이 좋아 섬세하고 고독한 낭만이지 소심하고 과민한 융통성 없는 남자의 자기괴멸적 집착 이야기가 아닌가? (배우 조보아씨가 말한 "사랑은 집착의 어머니다" 라는 말이 떠오르는 경우다)


괴테의 시대에는 이런 이야기가 낭만이 담긴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사랑꾼들로 넘쳐나는 이 시대에는 음침한 스토커의 말로로 평가 받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편집자가 베르테르의 편지들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해 독자를 상징화한 빌헬름이라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전개되는 서간문이다. 다만 소설의 말미쯤 이르면서 베르테르의 심경과 그의 결단(?)을 표현하고 묘사하는데 한계가 온 것인지 편집자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서술 같은 형식으로 서간문의 형식에서 잠시 벗어나기도 한다. 


(서간문 형식의 소설은 어린시절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가 가장 탁월했던 것 같다.)


서간문 소설이 재미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서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기에 집착했던 것은 베르테르 신드롬의 효시가 되는 소설이라기에 그런 것이다. 이 지루한 1700년대 소설을 끝까지 읽었던 것은 이미 베르테르가 자살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또 그가 죽음에 이르를 거라는 복선이 급하게도 나오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의 심정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베르테르 신드롬을 불러올만큼의 감동과 여운을 기대했기에 실망도 적지 않다. 아마도 괴테 시대의 젊은이들이 감성이 남달랐던 것인가 짐작할뿐이다. 


사랑이란 것이 때론 한눈에 훅가는 것이 사실이긴 하더라도 사랑에 빠지는 타당한 서술이라도 있어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투르게네프의 <첫사랑>도 그렇고 다들 왜 그렇게 손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인지 과거에는 정말 보이지 않는 큐피트가 사랑의 화살을 마구 쏴대기라도 했던 것일까? 쉽게 빠지면 쉽게 헤어나기라도 해야할텐데 손쉽게 사랑에 빠지는 반면에 사랑으로 붕괴되기는 뭐 또 그렇게 쉬운지 놀라울 지경이다. 


말은 이렇게 쉬운데 돌아보니 나 역시 일주일만에 사랑에 빠지고 1년의 만남으로 이별한지 7년을 가슴에 품고 살았구나! 하긴 나처럼 변변한 추억도 없는 사랑을 이별 후 죽음에 이르기까지 간직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테니 이 소설에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서술도 마땅찮고 설득력 없었다고 비난할 문제는 아닌가 보다.   

자기에게 주어진 한계를 견뎌 내면서 자신의 술잔을 끝까지 비우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 아니겠는가? -베르테르

날아갈 듯 기쁨에 겨울 때든 슬픔에 깊이 잠겨 있을 때든 인간은 그 감정을 충실히 참아 내질 못하네. 무한한 충만함 속으로 한껏 녹아들어 가기를 갈망하는 그 순간에도 인간이란 발목이 잡혀 차디찬 의식 속으로 다시 끌려오지 않는가. - 베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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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1-16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청소년 추천도서에 포함되는 것에 반대합니다. 베르테르가 샤를로테에게 보낸 편지들이 ‘카톡 메시지‘였다면 샤를로테는 엄청 괴로워했을 것입니다. ^^;;

이하라 2017-11-16 14:0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게다가 얼마나 집요했을지 생각해 보면 여성들은 치를 떨지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