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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수치심 -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마사 너스바움 지음, 조계원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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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감정과 이성의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이 가지는 의미는 어느 한 쪽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다만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때로는 이성의 시대가, 때로는 감정의 시대가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였다. 일반적으로 법이나 정치에 대해서는 이성적인 면을, 예술이나 문화를 언급할 때는 감정적인 면을 떠올리게 된다. 그렇다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철저히 이성에 근거한 법이 최선의 법일까? 이 질문에 대해 이 책의 지은이 마사 너스바움(Martha C. Nussbaum)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법에 있어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너스바움은 인간은 욕구를 가진 취약한 존재로서, 인간의 감정은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과 신념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감정은 법이나 정책인 공적인 판단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한다. 감정을 배제한 법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생각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나 혐오와 수치심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자 약함을 지닌 존재라는 본질적인 특성상 불완전함을 애써 무시하거나 잊으려고 하고 완전무결함과 자신을 동일시하려고 한다. 이런 인간의 원초적 본능은 타인의 부족함을 혐오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타인을 불완전하고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 자신을 강하고 우월한 존재로 만들려는 감정에서 타인에게 수치심을 주는 행동을 취하게 된다.

 

물론 혐오와 수치심이 인간에게 전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혐오와 수치심이 인간에게 바람직하게 작용을 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혐오와 수치심은 취약한 집단과 사람들을 차별하고 배체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약자를 무시하고 차별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는 수단으로 사용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혐오와 수치심은 차별과 배제, 사회적 낙인이라는 기제를 유발하는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너스바움은 특정 범죄가 특별히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가중 처벌하는 것에 반대하고, 전자팔찌나 범죄자 신상 공개 같이 수치심을 주는 처벌에도 반대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 경향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선뜻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견해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약함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 존엄성에 대한 큰 주제로 귀결된다. 혐오와 수치심은 인간을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감정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혐오범죄 등이 문제되고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자신과 다른 타인에 대한 혐오와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자유주의 사회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너스바움은 혐오와 수치심을 정신분석학적으로 입장에서 다양한 판례와 서양 정치철학사의 이론 등 풍부한 자료 등을 근거로 분석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에 바탕한 자유주의 사회라면 자신과 타인의 유한성과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상호 의존하는 관계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점점 복잡해지고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나 자신의 약함과 불완전성을 인정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급속하게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큰 글이다. 쉽지 않은 주제인데다 만연체 문장이어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은이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 정도만을 이해하는 읽기였지만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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