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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롤랑 바르트 지음, 변광배 옮김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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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나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롤랑 바르트는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 롤랑 바르트는 자주 접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영화비평에 어김 없이 등장하는 그의 기호학과 구조주의에 관한 난해한 이론들은 오히려 그를 낯설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한때 우리나라 영화비평계에서는 기호학과 구조주의를 영화비평에 언급하는 것이 마치 하나의 트렌드인 것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기호학과 구조주를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를 영화비평에 마구 구겨넣다보니 그의 이론은 점점 더 어려운 것으로만 생각될 뿐이었다. 롤랑 바르트는 그렇게 내게 인식되어졌다. 가까이하고 싶지만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힘든 존재였다.

 

2015년 올해는 롤랑 바르트가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벌써 몇 해 전부터 바르트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책도 그와 같은 일환에서 출간된 것으로 롤랑 바르트가 1979년부터 1980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와 세미나를 엮어 “소설의 준비(La Preparation du roman, I, II)”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책이었다고 한다.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 책에 소개된 강의와 세미나는 그의 마지막 이야기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국내에서 출간된 책의 제목도 그런 이유로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가 되었다.

 

책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책 제목인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보다는, 원제인 “소설의 준비”가 오히려 더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롤랑 바르트 하면 내게 있어서는 언제나 기호학이나 구조주의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책에는 그와 같은 이야기는 없다. 롤랑 바르트 자신의 개인적인 소설 쓰기와 소설 쓰기에 대한 열정을 담고 있다. 바르트 특유의 감수성과 예민함이 책 곳곳에서 묻어 나온다. 때로는 강박증적인 면까지 느껴질 정도다.

 

말로 하는 것이 휘발성이 있는 것이라면 활자화한다는 것은 어떠한 매체에 자신의 생각을 고정시킨다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어서 섣불리 생각을 정리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바르트의 글에서는 그와 같은 생각이 읽힌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정확하고 명료하게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메모에서 글쓰기까지의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그 과정을 바르트 특유의 철학적 표현으로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은 한 순간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일과 생각을 글로 잡아두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한다.

 

강의록이나 세미나 준비 자료는 발표자의 생각을 구체화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청자들을 대상으로 쓴 글이 아니라, 발표자 중심으로 쓰여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도 문맥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종종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바르트의 소설에 대한 강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설 쓰기는 바르트 자신을 읽는 작업이기도 했다. 바르트가 쓴 글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이 책은 바르트가 책으로 출간하려고 준비했던 것이 아니라 강의와 세미나를 위해 준비했던 것들이어서 그의 날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던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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