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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파탈 - 치명적 매혹과 논란의 미술사
이연식 지음 / 휴먼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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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 음란과 예술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마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닐 것 같다. 시대가 바뀌고 생각이 변하면서 예술과 외설, 음란에 대한 경계도 예전의 경직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도 다소 주관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외설이나 음란이 될 수도 있고, 예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오래 전에 고야가 그린 ‘옷 벗은 마야’를 성냥갑에 인쇄한 것을 두고 음란한지 여부가 형사상 문제가 된 적이 있었고 당사자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공적인 영역으로 나오면 외설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면 예술 작품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법의 잣대로 작품이 음란하다, 외설스럽다, 라고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 든다.

 

전시회에서 누드화를 뚫어져라고 보고 있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등장하는 광고를 뚫어져라고 보고 있으면 누구나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느 장소에서 어떤 목적에서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때로는 예술이 되고, 때로는 외설스럽거나 음란스러운 것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 안에서 읽을 때는 옆 사람에게 이 책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나만 볼 수 있도록 책을 읽었다. 춘화 부분을 읽을 때는 많은 사람 속에서 나 혼자 몰래 춘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다. 아무리 유명화가의 그림이라고 하지만 벗은 몸을 그린 그림을 본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의아하게 생각할 거라고 나 혼자 지레짐작한 것이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로부터 나 자신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책은 총 7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성적 표현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알몸’이 미술사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으로 글은 시작한다. 알몸을 그린 그림이 신화나 전설, 성서 이야기 등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는 경우와 현실 속 여인의 알몸이 그림의 소재가 되고 그 그림이 공적인 영역에 등장하였을 때 당시 대중들이 느끼게 되는 생각의 차이를 읽는 것은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잘 암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이 책의 4장 ‘聖스러운 性’에서도 그와 같은 주제가 잘 표현되고 있다.

 

여러 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지은이는 미술사에 있어서 성적인 표현이 어떻게 발전해 왔고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통해 미술과 음란함의 관계가 실제로는 통념 이상으로 밀접했음을 강조하고, 아울러 음란함이라는 키워드로 미술을 재조명하려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내게 있어서만큼은 지은이의 이야기가 그렇게 명확하게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애매모호했다. 아마도 작품 속 주제가 음란하다는 것을 전제로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여성의 성기를 화폭 가득히 담은 쿠르베의 ‘세상의 근원’은 볼 때마다 충격적이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이 그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될 수 있었을까. 거기에 비한다면 춘화나 포르노그래피는 왜 예술적인 대접을 못 받는 것일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여태까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을 해보지 않고 당연한 듯이 여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금기시하는 주제인 ‘성’을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고 갔다는 점에서 이제까지 읽어 왔던 미술 작품에 대한 책들과는 전혀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성을 표현한 미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시대가 바뀌면서 변해가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것도 나름 재미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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