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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 시의 루브르
박제 지음 / 이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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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곳이다. 아마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일지도 모른다. TV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루브르 박물관을 보고 있으면 왜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가보고 싶어하는 곳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간다. 이 곳을 찾는 전세계의 방문객 수는 하루에 1만 5천명, 한 해에 850만명을 육박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아직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동경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만 같다.

 

원래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 왕가의 궁전이었다가 1793년부터 예술품을 소장하게 되면서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박물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관람객이 몰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두 시간 정도 작품을 훑어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짧은 관람시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들은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는다고 하니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작품들을 내 두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더해지기만 한다.

 

지은이는 30년 가까이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오랜 시간을 루브르와 함께 했다고 한다. 어린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낸 추억의 장소이자, 연애 시절의 애뜻함이 묻어 있는 곳이기도 하고, 청년 시절 관람객들에게 루브르의 아름다움을 전해 주던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이었으며, 화가로서 작품을 구상하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 공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루브르 박물관에 관한 다른 책들과는 달리 지은이 자신의 애정이 가득 전해져오는 책이었다.

 

책은 5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먼저 피사넬로의 ‘어느 젊은 공주의 초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 초상화를 시작으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미치광이들의 배’, 페르디낭 빅토르 외젠 들라크루아의 ‘카오스섬의 학살’ 등을 소개한 풍속화, 피에트로 페루지노의 ‘아폴론과 마르시아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전원의 합주’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풍경화, 장 온노레 프라고나르의 ‘빗장’,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의 ‘목욕하는 여인’ 등 성(性)을 소재로 한 그림,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성모, 아기 예수 그리고 성 안나’, ‘암벽의 성모’ 등 종교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주제가 된 작품들은 대략 38점 정도 된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어마어마한 작품 숫자에 비하면 너무 적은 숫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지은이는 소개하는 작품과 관련이 있는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을 보충적으로 설명하여 작품 수에 대한 목마름을 덜어주려고 하고 있다. 루부르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모두 빠짐없이 소개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작품을 소개하려다보면 책은 두꺼워지고 수박 겉핥기 식의 개략적인 이야기 정도로 그칠 염려가 있다. 작품을 소개하려는 지은이 나름대로의 방향을 잡지 않으면 아주 산만하거나 아니면 팜플렛 정도의 수준에 머무르는 글이 될 수도 있다.

 

지은이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모든 작품을 소개하는 대신 13세기부터 19세기까지 미술사적으로 의미있는 작품들을 선정하여 각 작품의 특징과 성향을 지은이 자신만의 감각으로 써내려 가고 있다. 때로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젊은 시절 지은이의 열정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아빠, 연인으로서의 다정다감함이, 때로는 작가로서의 냉철함과 예리함이 묻어 나오기도 하는 책이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한 작품들을 간만 본 것 같다.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싶은 목마름은 더해지기만 한다. 얼마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르세 미술관’ 전시회를 갔다 온 적이 있었는데, 책에서 본 그림이랑 직접 눈으로 본 그림은 확연하게 달랐다. 그림의 질감은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내게 있어서만큼은 루브르 박물관에 대한 맛보기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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