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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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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도시인들은 바쁘다. 신호등의 파란불이 들어오기도 전에 횡단보도를 건너고, 복잡한 지하철 안에서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연신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조금이라도 늦다 싶으면 주문을 독촉하고……

한국의 도시인들은 매일 전투를 치른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부동산 투기나 주식 투기를 하고, 내 자식이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살도록 하기 위해 고액 불법과외와 위장전입을 마다하지 않고, 승진을 위해서, 사업을 위해서 술을 안마시는 날이 없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르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은 한국인들, 그 중에서도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 단면이다. 한국은 역동적이고 생동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금 한국은 높은 사교육열과 부동산 투기로 나라 자체가 아주 힘든 상황이다. 사교육은 미국의 무기산업 수준이 되어 이제는 어떻게 손을 쓸 수 없는 단계에 와버렸고, 돈이 모든 걸 결정하는 사회적인 경향은 배금주의, 물질만능주의를 부채질하고 있다.

배웠다고 하는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끝나면 항상 선거범 수사와 재판이 잇따르고, 장관 등 고위 공직자 후보자들에 대한 청문회에서는 탈세, 투기 의혹, 위장 전입이 단골 질의 사항으로 되어 있고, 그에 대한 후보자들의 대답은 ‘죄송하다’라는 한 마디로 되돌아오고, 그 한 마디로 모든게 해결되어 버리는 이상한 나라가 지금 한국이다.

최근 대안 학교, 공동체 마을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 환경을 탈피하여 자신들만의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돈과 권력이 전부가 아닌 진정한 사람향기가 나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새로운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랜 도시생활에 길들여진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당장 도시에서 편하게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포기한다는 것은 왠만한 결단과 용기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고, 무엇보다 자신들이 그 삶에 만족하여야 하며 거기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책도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적 가치관에 물들여진 유럽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삶, 문화적 다양성을 중시하는 삶, 공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삶을 바라던 지은이가 자신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그와 같은 삶을 실제 생활에 그대로 옮긴 이야기를 가감없이 들려주고 있다. 아빠 49세, 엄마 52세, 아들 21세, 딸 18세, 이 네 가족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로는 슬픔을, 때로는 유쾌함을, 때로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준다. 은근히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자유로워라, 즐거워라’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 때 그 삶이 진정한 삶이며 즐거운 삶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단순히 자신들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이웃, 사회, 나아가 전 세계가 다 함께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하고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지은이는 전기를 펑펑 쓰는 난방기보다는 따뜻한 물주머니를, 엄청난 연료를 소비하며 이동해 온 먼 나라의 고등어보다는 내 나라의 먹을거리를 택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2장 ‘내가 자유로운 만큼 내 아이도 자유롭게’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일생에 관여하는 우리 사회와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각자가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부모는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소통한다. 실패해도 좋으니 아이가 직접 하도록 배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일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배려한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나 이외의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자유를 존중하는 사회인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3장 ‘공존을 위한 예의’에서는 이 세계는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서로의 역사를 존중하며,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서로에 대한 예의를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지은이는 독일의 역사 청산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의 스승은 나치의 역사였다’고 말할 정도로 역사적 유산으로부터 배우고, 그 역사적 유산을 존중하며 동시대인들이 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을 이야기한다.

얇은 두께의 책인데다 책 제목부터가 특이해서 과연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던 책이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에게 화살처럼 다가오는 지은이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벌거벗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은이 가족들은 직접 자신들이 삶의 주체가 되어 좌충우돌을 겪으면서 현재의 아름다운 가정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궁상맞게만 느껴지던 그들의 생활도 앙증맞고 귀엽게 다가온다.

우리는 모두 이상적인 사회를 꿈꾼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혹독한 현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도저히 나 한 사람만으로는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은 괴물이 우리 앞을 떡 버티고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상의 평범한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인생이라는 큰 모자이크가 만들어지듯이, 당장 이 순간부터라도 지은이가 들려준 이야기들의 일부라도 조금씩 실천을 하다보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져있는 나를 발견하지 않을까. 정말 멋진 가족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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