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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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튜버로 유명한 김겨울의 새 책이다.

단독 저서로만 보면 일곱번째 책이다.

이전에 출간된 책들은 뚜렷한 소재가 있었다.

책, 유튜브, 피아노, 떡볶이 같이 말이다.

이번 책은 중심 소재 없이, 오로지 김겨울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겨울 날씨에 출간된(11월), 김겨울이 쓴 <겨울의 언어>인데, 나는 이 책을 태국에서 읽었다.

덥고 습한 공기를 느끼면서.

수영장 선베드에서 뜨거운 햇빛을 쬐면서.

책이 가리키는 모든 방향과 반대인 상황에서 책을 읽자니, 그 상황이 조금 재밌었다.


나는, 작가가 누구냐에 따라 에세이를 세 가지로 분류한다.

소설가, 시인, 그리고 에세이스트가 쓴 에세이.

우열을 가리기 위함은 아니고, 각각의 글에서 나타나는 분위기 때문이다.

저자가 시를 써왔기 때문일까, <겨울의 언어>는 시인이 쓴 에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책은 총 3부 구성이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이 1부에서 3부로 가면서 글의 분위기가 조금씩 풀어진다.

1부는 진지하고 어두운 색채로 쓰였다.

저자의 유튜브 채널인 ‘겨울서점’에서 보여주는 즐겁고 활발한 모습과 대비된다.

그렇기에 1부는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각 부는 물론 연속된 글의 분위기가 다소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글 솜씨와 별개로 구성과 편집이 아쉽다.


1부의 ‘완벽한 삶-책’은, 자기계발서를 다룬 에세이 중 GOAT급이다.

비-자기계발서를 선호하는 독서가라면 반드시 읽어보길 권한다.

다른 글은 제쳐두더라도 이 글 한 편을 읽기 위해서라도 <겨울의 언어>를 펼쳐보는 것이 가치있다.

아래는 ‘완벽한 삶-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 자기계발서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땅에 단단히 뿌리를 박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성취할 것을 주문한다. 이곳은 변하지 않는 너의 세계라고 확신시킨다. 바로 이곳에서 살아남아 적응할 것.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를 것. 땅을 바꿀 생각을 하기 전에 나무를 크게 키워낼 것. 그러나 그러한 요구는 때로 다음과 같은 말들로 들리기도 한다. 노래하지 말 것. 부정하지 말 것. 속삭이지 말 것. 땅에 붙은 것들을 무시하고, 뛸 수 있을 때 걷지 말 것.

(중략)

그러므로 지금 이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라고 말하는 책보다 나를 멀리 데려가는 책을 원한다. 내가 아닌 사람, 여기가 아닌 곳, 지금이 아닌 때로 나를 데려가주기를. 그래서 나의 오래된 시야도 생각도 감각도 재편해주기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과 겪어본 적 없는 일을 하게 허락해주기를. 이곳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기를. (74~76쪽)


유튜버가 아닌 인간 김겨울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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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 - 장류진 소설집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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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 지은이: 장류진
  • 제목: 연수
  • 출판사: 창비
  • 출간 연도: 2023.06
  • 페이지: 336쪽(반양장)



오늘은 조금 가볍게, 장류진 작가의 <연수>의 분위기에 어울리게 써볼까 합니다.


<일의 기쁨과 슬픔>, <달까지 가자>로 큰 사랑을 받은 장류진 작가가 새 단편집 <연수>를 출간했습니다.

전작들은 모두 일상에서 있을법한 일을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큰 화제였죠.

특히 첫 단편집의 표제작 ‘일의 기쁨과 슬픔’은 2018년에 창비 홈페이지에서 발표되자마자 여러 커뮤니티에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준다는 IT 기업,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를 육교 등 웃픈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재밌는 소설이었습니다.


장류진 작가는 꾸준히 글을 썼고, 여섯 편의 단편을 모아 <연수>를 선보였습니다.

(언제, 어디에 실린 작품인지는 표기되지 않았습니다)

표제작 '연수'는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장류진 작가 특유의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관계 묘사를 통해, 상당히 좋은 인상으로 다가왔던 단편이었습니다.


표제작 소개만 간단히 해볼까요.

‘연수’의 화자는 주연은 굴곡 없는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무엇 하나 거칠 것 없는 그녀지만, 운전석에만 앉으면 교통사고 생각에 결국 운전을 포기하고 말죠.

맘을 굳게 먹고 맘카페에서 실력 좋기로 소문난 운전 강사에게 운전 연수를 받기 시작합니다.

짧닥막한 아주머니 강사는, 좋으면서도 싫은 면이 공존합니다.

포인트만 딱딱 집는 훌륭한 티칭은 너무 좋은데, 남편 밥은 차려줬냐, 아니 결혼을 아직도 안했냐 등등 같은 여자로서 마음에 안 드는 이야기를 잔뜩 하는 강사.

우당탕탕 주연의 운전연수는 잘 마무리가 될까요.


<연수>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재미입니다.

어려운 단어 하나 없고, 인물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치고 살아 있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같은 시기에 출간된 소설인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최은영),  <각각의 계절>(권여선)보다 문장의 밀도나 진지함은 다소 떨어집니다만, <연수>는 재치와 활력을 담았습니다.


여섯 단편 중 가장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단연 <라이딩 크루>입니다.

라이딩 크루의 리더인 ‘나’는, 새 크루원이 등장으로 독보적이었던 크루 내 위치를 빼앗길 위기에 처합니다.

크루에서 가장 능력이 좋은 사람은 자신이었는데, 능력이 아닌 다른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위협받자, 이건 불공평하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둘은 세기의 라이딩 대결을 벌이는데…

이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꼴사나운지는 책을 보시면 아실 겁니다.


장류진 작가는 경쾌함과 가벼움 사이에서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합니다.

힘들고 아이러니가 가득한 일상에서, 나를 지탱하는 누군가, 또는 무언가 덕분에 우리는 우리로 살 수 있다고 말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_31쪽, ‘연수’에서


작가가 말하는 아이러니는 무엇일까요.

인간을 선인 - 악인으로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연수’의 운전강사는 주연에게 남편 아침밥은 차려줬냐고 물어보죠.

여자는 응당 결혼을 해야 하고, 남편에게 밥을 차려줘야 한다는, 구시대적인 세계관에 사는 운전강사였던 겁니다.

딸의 성공을 위해서 죽어라 일하고 그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 믿는, 자신이 싫어하는 전형적인 부모의 모습까지.

주연은 드문드문 보이는 그 모습이 싫습니다.

하지만 주연은 연수 후반에 그 모습마저 이해를 하게 됩니다.


어떻게 모든 사람이 100% 같은 가치관으로 살아가겠어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어서 친하게 지내다가도, 내 가치관과 반하는 모습 때문에 정이 떨어질 때가 있겠죠.

단 하나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든다고 그 사람을 배제해야 할까요?

용납하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면, 단점을 감안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물론 엄청난 악인인데 장점 하나는 있어~ 식의 반대사항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연수’의 운전강사, ‘펀펀 페스티벌’의 이찬휘, ‘공모’의 김상무, ‘미라와 라라’의 많은 인물들이 다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 하나씩 있는 사람들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함께 연대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들을 실어주며 살아가는 모습.

가끔 연대가 깨지면서 서로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거나 관계가 위태로워질 때도 있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게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동안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만 읽느라 소설을 멀리했습니다.

소설을 가장 좋아하는데, 하도 안 읽다보니까 읽기가 어려워지더라구요.

한편의 시트콤 같은 <연수>를 읽다보니 어느새 소설 불감증이 사라졌습니다.

다시 소설을 읽는 기쁨과, 주변을 돌아보며 함께 연대해나갈 의지도 생겼습니다.

일상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동시에 잘 표현한 이 작품을, 장류진 작가의 팬뿐만 아니라 소설을 사랑하는 분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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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 이천 년을 내려온 나를 돌보는 철학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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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 지은이: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 제목: 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
* 옮긴이: 김한슬기
* 출판사: 페이지2북스
* 출간 연도: 2023.09
* 페이지: 272쪽(반양장)


<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는 로마의 철학가인 루시우스 안네우스 세네카의 시대를 초월한 에세이를 엮었다.
그가 남긴 열 두 편의 에세이 중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 “행복한 삶에 대하여”, “마음의 평온에 관하여”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세네카는 기원전 로마의 스토아 철학가이자 정치가로, 네로 황제의 고문으로도 활약했다.
그의 저술은 몽테뉴부터 단체, 루소, 알랭 드 보통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의 각 글은 한두 쪽 분량으로 짧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애쓰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와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세네카는 자신의 생각을 나눈다.
연속성이 없는 짧은 글들이기 때문에 목차를 보면서 그때그때 끌리는 주제의 글을 읽거나, 책을 휘리릭 넘기면서 눈에 띄는 곳을 펴도 좋다.
또한 <그럼에도>는 일상 철학서에 가까워 어려운 단어나 개념이 없어서 술술 읽힌다.
이 책의 목적은 깊은 학술적 내용을 담기보다는, 철학자의 생각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227쪽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책을 사서는 안 됩니다’는 부분이 정말 뜨끔했다.
세네카는 많은 책을 대충 훑어보느니 몇 권이라도 신중하고 심도 있게 책을 읽으라고 조언한다.
그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조차 학술적인 사치와 과시의 수단으로 본다.
그렇다면 안 읽은 책이 쌓여만 가는 내 책장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네카는 글을 통해 무의미한 시간 속에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또한 평온함을 추구하며 내면의 행복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그의 철학적 기반인 스토아 철학은 현대 사회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기술과 산만함, 물질적 성공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오늘날에, 세네카는 간결하면서도 깊은 화두를 던진다.

<그럼에도 인생은 흐른다>는 인생에 대한 깊은 철학적 통찰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현대 생활의 빠른 템포에 지친 사람, 행복과 개인적 성취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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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3-10-01 1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상록>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서 제가 정말 좋아하는 책이에요. 그렇지만 ‘책을 쌓아둔 서재’를 지적하는 것은.. 팩트이긴 한데, 한편으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네요.. ㅋㅋㅋㅋ 책 더미 중에 몇 권은 언젠가는 읽을 거니까요. ^^;;

양손잡이 2023-10-01 21:57   좋아요 0 | URL
명상록 페이퍼에 cyrus님 글이 있어 관심을 두다가, 세네카까지 흘러오게 됐습니다. 남은 올해는 흥미보다는 제 자신을 정진시키기 위한 독서를 해보려고 합니다만, 제 책장에는 이미 재미 위주의 책만 꽂혀 있으니, 그냥 이렇게 재미나게 독서하는 것도 의미 있지 않나 싶습니다 😅😅😅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질리언 매캘리스터 지음, 이경 옮김 / 시옷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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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 지은이: 질리언 매캘리스터(Gillian McAllister)
* 제목: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Wrong Place Wrong Time)
* 번역: 이경
* 출판사: 시옷북스
* 출간 연도: 2023.07
* 원문 출간 연도: 2022
* 페이지: 512쪽(반양장)


서머타임이 끝나는 밤.
변호사 젠은 부모로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순간을 맞는다.
자신의 아들 토드가 집앞에서 누군가를 칼로 찔러 죽인 것.
남편 켈리와 경찰소로 달려갔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절망에 빠져서 잠이 들고, 눈을 뜬 순간, 젠은 시간을 거슬러 ‘어제’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아챈다.
젠은 아들의 살인을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하며 이틀, 사흘, 나흘... 과거로 계속 돌아간다.
끝없는 과거로의 여행에서, 그녀는 자신이 모르는 가까운 이들의 숨겨진 이면을 알게 되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시간의 미궁 속에서 살인 사건이 왜 벌어졌는지 파해치고, 막아야 한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은 영국의 소설가 질리언 매캘리스터의 스릴러 장편소설이다.
2022년에 출간된 이 책은 아마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수많은 매체에서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재미가 가득하다는 것이다.
자세한 장면 묘사 같은 군더더기를 없애고 오직 이야기에만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곳곳에 단서를 뿌려놓아, 뒤로 갈수록 앞장을 다시 들춰보게 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설정은 영화 ’메멘토‘와 비슷하나, 표현과 감각은 전혀 다르다.


젠의 과거 여행 중간 중간, 라이언이라는 경찰의 시점으로도 이야기가 전개된다.
처음 라이언의 이야기는 토드가 살인을 하고, 젠이 과거로 가는 주요 줄거리와 상반되어 보인다.
하지만 한 인물의 이름이 등장하는 부분은 이 소설의 아하! 포인트다.
인물들의 서사가 한데 교차하는 지점에 이르러서는, 작가의 정교한 줄거리 구성에 감탄하게 된다.


추리소설을 많이 읽었다면 전체적인 설정이 손쉽게 파악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소설은 설정의 발견보다 그 배치를 즐기는데 더 재미가 있다.
결말을 보고서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며, 작가가 정교하게 배치한 설정과 소품을 되짚어보는 것도 이 책의 묘미다.


젠이 겨우 며칠 전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모르고 해메는 부분은 조금 지루하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1/3 지점부터 미친듯한 몰입감을 선사하니, 초반부만 조금 노력해서 읽어보자.
스릴러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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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Conceptzine 2023.9 - Vol.103
미션캠프(월간지) 편집부 지음 / 미션캠프(월간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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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아주 작은 판형의 잡지.
매달 새로운 주제로 독자와 편집자가 하나가 되어 만들어간다.

짧게 다녀온 여름휴가에서, 숙소 공용공간에 컨셉진 100호(‘꾸준함’)을 읽었다.
꾸준함을 철학이나 과학잡지에서 다룬다면 막 자기계발의 효과, 과학적 원리, 사회의 부조리함 등을 말하겠지만,
컨셉진은 정말 우리 일상에서 꾸준함이란 주제로 글을 풀어낸다.

이번 103호 주제는 ‘효도’다.
추석을 한 달도 안 남긴 이 시점에 딱 맞는 주제가 아닌가.

독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잡지답게 중간중간 주제를 던져주고 독자가 직접 글을 쓰는 부분이 있다.
부모님과의 산책 계획서를 만든다든가, 효도의 의미를 담은 시나 에세이를 쓴다든가, 부모님을 인터뷰해본다든가...
여태껏 읽었던 잡지와는 결이 너무 다른데, 이 시선이 너무도 따뜻해서 폭 빠져 읽었다.

특히 43일간 해외여행을 했다는 아빠와 딸의 인터뷰가 굉장이 인상깊다.
보통은 엄마-딸, 엄마-아들 조합을 생각하는데, 아빠-딸이라니, 정말 신선하다.

효도에 대한 글을 읽자니 (당연스럽게도) 우리 부모님이 생각난다.
서울을 사이에 두고 경기도 양 반대편에 있는 나와 부모님.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거리인데, 스무 살에 독립한 이후에 명절이 아니면 잘 찾아뵙지 않는다.
사실 통화도 거의 한 달에 한번 할 정도다.

언젠가는 부모님 젊을 적 시절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 형식의 글을 써볼까도 생각했는데,
멋쩍어서 마음에만 담아두고 말았다.
근데 또 컨셉진에서 짧게나마 쓰기 욕구를 자극하니,
언젠가 두 분과 함께 앉아 과거의 이야기꽃을 피우고픈 욕심이 나기도 한다.

100권이 넘는 과월호를 꽂아두고 그때그때 마음이 동하는 주제의 책을 꺼내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전자책으로는 안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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