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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고 볼 수 있다. 다이어트도 (더 빠지진 않았어도 도로 찌진 않았으니까) 괜찮았고,
굿바이 쇼핑 - 옷 안 사기도 해냈다. (세일이라든가, 독특한 디자인이라든가, 새나 물고기나 꽃무늬가 있다거나, 조그만 레이스가 오종종 달렸다는 이유로 엽서수집 하듯이 옷을 사들였던 나날들이여...)
다이어리나 수첩도 한개도 안 샀다.(이미 나는 140살까지 써도 남을 만큼의 다이어리를 갖고 있다)
매일매일 일기도 썼고,
가계부도 적었으며,
요가도 빠지지 않았고
초단위로 뛰어다니면서 이것저것 공부도 열심히 했고
절약했고, 저축했고, 쓰레기랄지 합성세제랄지 지구에 해가 될만한 것들도 퍽 많이 줄였다. 나는 죄책감이 한결 줄어든 나날들이 썩 맘에 들었다.
그렇게나 잘 했는데...
알라딘에 부지런히 글을 써 서재의 달인이 되겠다! 는 야무진 계획은
벌써 물 건너 간 것 같다. 올해도 나는 컵을 자급자족해야 할 운명인가 보다. 크흑... 마지막 페이퍼가 일년 전에 쓴 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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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과 시댁을 오가며 설을 지내고 오는 길, 이상하게 목이 아프다 싶더니
다음 날부터 몸이 으실으실 춥고 떨렸다. 나는 어지간해서는 잘 안 아픈데, 그건 한번 아플 때 죄다 아파버리기 때문이다. 아, 이번이 그 한번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어느 새벽녘, 찬 거실로 기다시피 나가 아스피린을 으득으득 씹어먹는데
그 독특한 오렌지맛이 어찌나 독하고 서럽던지
나는 열이 오른 이마를 베란다 유리에 대고 질질 울기도 하였다.
갈비뼈 사이로 새액새액 뜨거운 바람이 지나갔다.
누가 내 폐를 철사줄로 꽁꽁 동여맨 기분이었다.
열심히 신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내심 그게 좀 힘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하나를 거두기 위해 백개를 뿌리겠다고 말했고 정말로 뿌려댔다.
당연히 지나친 욕심은 좋은 결과가 못됐다.
그러니까 조급하고 화가 나서 더 하라고, 더 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할퀴고 욕하고 몰아세웠다.
남도 아닌 내가 나를 들볶아쳐 그게 병이 되었으니 누굴 탓하랴.
초반부터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마라토너 같은 기분, 그건 어쩐지
실패자인 것 같아서,
삶이 너무 나한테만 심술궂다는 생각이 들어서
에라 모르겠다고 골골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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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오후쯤 늦은 잠에서 눈을 떠보니
눈이 푸지게 쏟아지는 중이었다.
나는 두유를 컵에 따라 전자렌지에 넣고, 따끈하게 데워지는 2분 동안 눈구경을 했다.
요가를 가는 날이지만 빠지기로 했다.
꼭 가려고 했던 장소가 있었지만, 다음에 가기로 했다.
해야하는 공부도 미뤘다.
두유를 마시는데,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나는 제법 나았다는 걸 알았다. 치유는 달콤하다. 이 순간이 있어서 사람은 아파도 견딜 수가 있는 거다.
전유성은 동료 개그맨들이 빵빵 터트리고 잘 나갈 때 늘 그 뒤에 선 인물이었다고 한다.
그럴 때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괜찮아, 어차피 평생 할 일이니까 지금 당장 튀지 않아도 돼.
그 이야기를 오래오래 생각했다.
지금 당장 튀지 않아도 돼.
그게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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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났으니 책 구경을 -
오! 내가 잠깐 아픈 사이 이런 희소식이. 연수사마의 신작이라니, 나는 이 책을 되게 오래 기다려 온 것만 같다. 예약판매는 3시에 온다는 여우를 기다리는 2시의 어린왕자 같은 마음이 들게 해서 좋다. 나는 지금 2시에 있고, 이 기다림은 마냥 즐겁다. 아직 얼마간은 더 즐거울 테고,
받으면 더- 더- 즐겁겠지.
황정은은 여러모로 신뢰를 주는 작가다. 황정은은 황정은이다. 책 소개글을 보지 않아도, 목차를 확인하지 않아도, 덜컥 품에 안을 수 있다. 황정은이니까. 이건... 내가 그녀의 소설에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나는 천명관의 소설에 그런 리뷰를 쓴 적이 있다. 그가 넘어서려고 싸워야 할 건 그의 데뷔작이라고. 길고 오랜 싸움 끝에 그가 신작을 냈다. 이 소설은 그가 영화에 보내는 마지막 프러포즈라고, 어디서 그런 글을 읽고 마음이 짠했다. 애틋하고 눈물겨운 그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는 그의 팬이며 그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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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한 권의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픈 와중에 나는 이런 책을 읽었다. 방안에 기타 연주를 틀어놓고(우연찮게도 그것은, 번역가님의 아들이 연주한 것이었다. 이건... 참으로 드라마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펐던 게 다행이었다. 그래서 후루룩 읽어버리지 않았으니까. 쉬엄쉬엄, 천천히, 잠이 들었다 깼다 하면서, 곁에 가장 가까이 있던 책이었다. 아직도 몇장이 더 남았는데, 서둘러 읽지 않고 있다. 며칠 더 두고 읽어야지. 결말을 맘껏 상상하고 싶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이냐면, 좋아하는 연주자의 공연이 멈추는 게 두렵고 싫은, 그런 아이같은 마음.
이 책을 덮을 즈음, 나는 다 나았을 것이고
어쩌면 피멍 든 손가락과
손톱 끝에 굳은살이 박혀서, 다시
씩씩하게, 기타를 칠
용기가 생기겠지
그런 대책없는 희망이 생긴다.
아마 그때의 연주는 아프기 전보다
조금쯤은 더
아주 조금이라도
듣기에 낫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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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되었다.
여전히 2월에도 옷 안 사기, 절약과 저축, 죄책감없는 나날과
티가 안 나도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일을 묵묵히 하기- 라는 야무진 계획.
그러나 조금 천천히, 약간은 즐기면서
여유롭게 하려고 한다.
당장 튀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무하면서. 어차피 평생 할 거라면.
올해 아플 걸 다 몰아서 아파버렸으니 이제 아프지도 말아야지.
꼭,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