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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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최갑수 골목산책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를 읽고 경주 여행에서 사정동을 걸었다. 제목도 표지 색감도 글도 사진도 좋았던 책이라서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책장 한 켠에 꽂아두었다. 당신과 함께 가보고 싶은 그곳 『단 한 번의 여행』도 제목이 맘에 들고, 표지 디자인이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내 스타일이라 읽고 싶었다. 책을 받고 펼치자마자 소름이 쫙 돋았다. 내 이름과 함께 적힌 작가님 사인을 보고 너무 좋아서 책을 손에 든 채로 막 흔들었더니 딸아이가 웃으며 달려온다.


우리 인생의 행복한 기억은 대부분 '즐겁게 놀았던' 순간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의 대부분은 여행이라는 것도 알게 됐구요. 그러니까,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놀아야 할 것이고,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여행해야 할 것입니다. (4p)



인생은 너무 짧아서 우리가 더 여행하고, 더 행복해지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떠나는 우리의 여행에 별자리 같은 안내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여진 '단 한 번의 여행'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 따뜻함이 느껴졌다.

책을 읽기 전, 차례만 훑어보는데도 말이 너무 예쁘다. '더 열심히 놀아야지, 더 애타게 사랑해야지', '우리에게 아직 더 많은 사랑과 여행의 기회가 남았습니다', '동백꽃 밟으며 봄날을 걷다', '그물 위로 춤추는 은빛 멸치', '손을 잡고 옛 담장 길을 걷는 일' 등 시적인 표현들. '이상한 파주의 유쾌한 여행', '삼척, 해변의 말랑한 봄, 봄, 봄', '매화로 맞이하는 봄날' 등 재미있고 예쁜 말들이 얼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정감 있는 인물사진, 마음이 확 트이고, 아련한 풍경사진, 맛있는 음식사진과 함께 대한민국 48곳의 여행지를 소개한다. 혼자 갔는데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곳, 함께여서 좋았던 곳. 망상해변은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상우와 은수가 파도 소리를 녹음하던 곳(261p), 드라마 <모래시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공세리 성당(190p),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집 등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된 곳, 예능프로그램 촬영지도 소개하고 있다. 재미있게 봤던 영화 속 장소를 보여주니 친근하고 가보고 싶다.

새벽 안개가 점령한 우윳빛 갈대밭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에 나오던 그대로였다.(241p) 무진기행이나 포구기행, 지리산둘레길, 선암사, 여수의 사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등 책 속 구절과 함께 소개하는 여행지는 책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어느 곳을 여행하기 전, 가이드북 외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에세이를 찾아 보기도 한다. 여행 전에 읽는 글과 여행 후에 읽는 글은 느낌이 많이 다르다.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여행 전에 볼 때와 다녀와서 볼 때의 뭉클함이 다르니 그것 역시 추천한다.


『단 한 번의 여행』을 읽으며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알기도 하고, 가본 곳을 추억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전라남도에서 보내며 가족과 함께 간 선운사와 해남 땅끝마을, 대학 졸업 전에 친구와 밤기차로 갔던 순천, 직장생활하며 숨 돌릴 때 가본 경주, 익산, 군산, 정선, 삼척, 나홀로 전국일주하며 들른 하동, 남해, 영주, 신랑과 간 파주, 강화도, 강릉, 속초, 소쇄원까지. 특히, 8년 전에 제주에서 게스트하우스 스탭으로 지낼 때 산방산이 있는 안덕면에 있었는데, 근처 대평리에 대한 글을 읽고 옛 생각에 빠졌다. 혼자 갔던 하동과 영주 부석사는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간 것처럼 사방이 고요해지고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껴 누군가와 함께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보지 못한 곳 중에 인제 자작나무숲이나 홍천 은행나무숲, 광양 매화마을이 궁금하다. 꽃구경을 거의 가보지 못했는데, 나뭇잎 좋아하는 딸아이 생각에 숲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 나도 엄마이긴 한가 보다.

최북단 고성의 중국집에서 짜장면 먹은 글을 읽으며, 최남단 마라도에서 짜장면 먹은 일을 떠올렸다. 죽령옛길에서 사과 먹은 글을 읽으며, 소수서원 매표소 직원분이 커피와 함께 건네주신 빠알간 사과가 떠올랐다. 책을 읽으며 여행지에 관한 이야기보다 더욱 집중해서 읽은 내용이 있으니 바로 음식 소개 글이다.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글 끝자락에 음식 메뉴와 식당을 친절히 알려 준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그 지역의 향토음식을 맛보는 것 아닐까?

코로나 이전에는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세팅하는 시간이 너무 지겨운,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였다는 작가님 이야기를 읽고 조금 충격이었다. 나는 왜 여행작가라면 다 여행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 회사원이 회사에 가기 싫은 것처럼 그럴 수도 있는데. 그래도 코로나 이후, 가족과 느리게 느긋하게 여행하며 여행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다.


나는 풍경이 사람을 위로해 준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나 누군가의 거짓말 때문에 마음을 다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건 풍경이다.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풍경이 지닌 이런 힘을 알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일은 좋은 음악을 듣는 것과 다르지 않다. (173p)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읽으며, 시적인 표현에 기분이 말랑말랑해지기도 하고, 인생이 길지 않음에 마음이 아리기도 했다. 코로나로 여행에 대한 마음이 사라져 아쉬웠는데, 책을 읽으며 새록새록 떠오르는 여행 추억으로 힐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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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찰여행 -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산사로 가라
유철상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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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9년 정도 전남 영광에서 살았다.

덕분에 영광 불갑사는 학교에서 소풍으로도 많이 갔었고, 고창 선운사는 가족끼리 몇 번 가봤다.

어릴 때도 지금도 절에 가는 것이 좋다.

국내여행을 할 때, 그 지역에 절이 있으면 대부분 들르게 된다.

한 바퀴 돌아보며 쉬엄쉬엄 걷다가 잠시 앉아 바람을 느끼는 순간이 좋다.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다면 산사로 가라 < 아름다운 사찰여행 >

여행책을 좋아하고 여러 권 소장하고 있지만, 사찰여행만 소개된 책은 처음 읽는 것 같다.

조금은 색다른 소재로 보통의 여행 책들과 차별화되어 새로웠다.

표지는 고급스럽고, 처음 몇장을 넘기면 나오는 초록초록 사진들을 보니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차례를 보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휴식, 마음, 수행, 인연, 여행, 힐링 등

7가지 테마로 나눈 51곳의 절을 소개한다.

지역과 절이름을 훑어보니 테마별로 한곳 이상은 다녀왔더라.

7년 전, 전국일주 열 번째 도시가 영주였다.

영주에서 첫날, 부석사 주차장 안에 있는 민박집에서 묵고 일어나자마자 부석사에 갔다.

이른 시간에 사람 없는 길이 좋았고,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경치가 정말 멋있었다.


결혼하고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인사드리러 모교에 갔을 때, 식사하러 불갑사에 데려가주셨다.

어느 보리밥집에서 먹었던 갈치속젓이 남편은 너무 맛있다고 했었다.

서울성곽길을 걸으려다 날이 너무 더워서 가게 된 길상사, 전국일주 첫 여행지였던 공주 갑사,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와 10년 전 여름휴가에 갔던 불국사 등 추억이 어린 곳들도 있다.




각 절들에 대해 역사, 건축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야기한다.

절 주소와 연락처, 홈페이지와 템플스테이, 찾아가는 길, 맛집 등 여행정보도 알려준다.

51곳 중에 7곳은 템플스테이가 없다고 하고, 3곳은 정보가 없다.

부록으로 호젓한 단풍 산사도 소개한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보면, 여행 이야기보다는 사찰에 대한 보고서의 느낌이 난다.

국사책을 읽는 것 같기도 해서 학창시절 국사를 어려워했던 나는 책을 읽으며 머리가 조금 무거웠다.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이 템플스테이인데,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한 번쯤 해보면 좋겠다.

전국 각지의 절들을 소개한 <아름다운 사찰여행>

책 한 권이 알차고, 복잡한 마음을 정리할 때 읽기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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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여행 가이드북 -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 2020-2021 최신판
권다현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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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곧 두 돌이 되는 딸아이와 많이 돌아다니질 못했다.

돌 지나고부터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곳을 가기 시작했는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핑계로 집에만 있게 되더라.

서호공원, 오이도, 지하철 타고 동물원,

추석 연휴에 기차 타고 양가 방문, 겨울에 양평.

모두 작년에 갔고,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가지 못했다.

얼마 전에 시골 외갓집에 가서 이틀 묵고 왔는데,

딸아이가 좋아하는 연두색 잔디밭에서 맘껏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몇 달째 집에만 있었던 아이가 안쓰러웠다.



여행을 좋아해서 책장 여러 칸에 여행책이 가득한데,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만을 소개한 책은 없다.

<아이여행 가이드북> 한 권에 아이가 좋아하는 사계절 여행지를 담았다니

아이가 커가는 동안에 한 곳씩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차례를 보면, 계절별 여행지만 365곳이다.

제주도는 책 뒤쪽에 따로 30곳을 소개한다.

계절별 차례뿐 아니라 지역별 차례도 정리되어 있어서

여행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책 앞부분에는 아이와 여행할 때 궁금한 점, 짐 꾸리기 꿀팁과 체크리스트,

계절별 1박 2일 추천 일정, 제주 2박 3일 추천 일정,

베스트 아이 여행지(자연 산책길, 동물 체험 공간, 직업 체험 공간, 국립 전시관)가 나온다.



본문에는 꽃향기 따라 걷기 좋은 봄 여행지 118곳, 시원하게 즐길 여름 여행지 91곳,

단풍 구경 가을 여행지 102곳, 따뜻한 추억 만들 겨울 여행지 54곳,

언제 떠나도 좋은 제주 여행지 30곳을 소개한다.



여름 여행지 중 딸아이를 데리고 갈 만한 곳을 찾아보다가

강원도 강릉의 솔향수목원과 바다열차 페이지를 펼쳤다.

좌측 상단에 보면 추천 연령과 방문하기 좋은 달을 표시했다.

솔향수목원은 6개월~7세, 5~9월

바다열차는 3~7세, 6~8월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책에 소개된 여행지의 추천 연령은 6개월부터 10세까지이고,

대충 봤을 때 5세 이상이 가장 많은 것 같다.

덕분에 24개월 딸아이와 함께 할 여행지 선택 폭이 좁아져서

좀더 쉽게 여행지를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행지가 속한 지역을 표시하고,

여행지 기본 정보, 함께 둘러볼 만한 주변 여행지와 코스,

아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맛집을 소개한다.

<아이여행 가이드북> 한 권이 참 알차다.

딸아이가 열 살이 되는 해까지 몇 곳이나 가볼 수 있을지

같이 체크하며, 다녀온 여행을 추억하면 좋겠다.

한두 페이지에 한 곳씩 소개된 많은 여행지를 보며,

머릿속으로 다음 여행을 계획하게 된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동네 공원을 활보하던 때가 그립다.

집에 어린 아이가 있는데, 집 앞 놀이터도 아무때나 나갈 수 없으니 답답하다.

<아이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여행지를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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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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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여수와 남해였고, 두 곳만 다녀오긴 아쉬우니 전국을 한 바퀴 돌아보자고 생각했다. <토지>를 읽으며 가보고 싶었던 하동(평사리 최참판댁)과 어떤 이유 때문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역시 가보고 싶었던 영주(부석사)도 들르기로 했다. 책장에 꽂혀 있는 국내 여행책 열 권 정도를 꺼내놓고, 한 권씩 살펴보며 들를 곳을 추려냈다. 그렇게 계획하여 2013년 가을, 10일간 나홀로 전국일주를 했다.




전국일주를 할 때, 나는 버스와 기차로 이동했기 때문에 여행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 어느 여행지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몇 대 없어서 가볼 곳 목록에서 제외하기도 했고, 거리상 버스보다는 차를 타야 하는 곳이라서 가보길 포기하기도 했다. 상상출판의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고속도로와 국도를 따라 여행하도록 구성했다. 처음 펼쳐봤을 때, 고속도로별로 코스를 구분한 목차가 새로웠다. 가족 또는 연인,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전국일주라면 이 책이 정말 유용할 듯하다.



<전국일주 가이드북>은 자동차를 타고 떠나는 테마 여행에 대해 소개한다. 베스트 공짜여행지, 계절별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 꽃놀이와 단풍놀이 강추 여행지, 지역별 축제 정보, 한국 대표 관광지 100곳이 소개되었고, 가장 좋았던 건 휴게소 베스트 맛집이 나와 있다. 나는 여행할 때, 그 지역에서 유명한 음식을 먹는다.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을 간다기보다 향토 음식을 먹는다고 할까. 예를 들면, 여수의 서대회무침, 하동의 재첩국, 남해의 멸치쌈밥. 그런데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려 여행한다면 반드시 들르게 될 휴게소일테니 휴게소 맛집을 알려준다는 게 참 좋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먹는 건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니까.



하나의 국도와 9개의 고속도로를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베스트 코스를 알려 준다.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들을 중심으로 주변 명소와 코스를 더했다. 지도만 봐도 여행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Travel Point>에서는 각 여행지 정보와 팁을 알려 주고, <More&More>에서는 베스트 코스 중 <Travel Point>에서 소개하지 않은 여행지 정보가 나와 있다. <Travel Plus>에는 추천 숙소, 추천 체험, 추천 맛집을 소개한다. 책 뒤쪽에는 전국 지도와 인덱스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전국일주 할 때 거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여행 전에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았고, 심지어 여행 중에 뜻하지 않게 도시 변경을 하기도 했다. 예컨대, 여수 2일차에 찾아간 어느 게스트하우스에서 손님은 나 뿐이라 야경투어를 할 수 없단다. 방에 올라가니 퀴퀴한 냄새가 나길래 잠시 고민하다가 짐을 챙겨 내려갔다. 야경투어 때문에 온 건데 그냥 가겠다고 환불받았다. 여수 밤바다를 즐기며 여수 여행을 마무리하려던 계획이 틀어져버렸다. 다음 여행지 하동으로 가려는데, 여수에서는 하동, 남해 가는 버스가 없더라. 어느 지역으로 가야 하나 고민하는 중에 "순천! 곧 출발합니다!"라는 소리에 순천행 버스표를 샀다. 정말 스릴 넘치는 여행이었다. 순천터미널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 순천역에서 내려 하동 가는 기차표를 구입하고서야 하동 숙소를 폭풍 검색하기 시작했다. 점점 어두워지는데 숙소가 마땅치 않았다. 세 번째 전화한 '뜰안의 게스트하우스'는 하동역에서 좀 거리가 있는 듯했는데, 감사하게도 픽업해주신다고 했다. 내 나이 서른하나였는데, 여행 전에 꼼꼼히 계획하던 내가 처음으로 막 나갔던 여행이다. 뜰안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과 사모님이 추천해주신 '동정호에서 빨간 우체통에 편지 쓰기'. 하동을 여행한다면, 추천하고 싶다. 내게 쓴 편지는 1년 후에 받아볼 수 있다. (편지지는 최참판댁까지 가서 받아와야 한다.)




여행 전문가 네 명이 1년 동안 직접 여행하며 찾아낸 여행지를 기록한 <전국일주 가이드북>.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찬 내용이 가득하다. 10개의 국도와 고속도로, 36개의 구간에 1,200곳의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으니 전국일주가 아니더라도 국내 여행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어서 아쉬운 봄날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인데, 책에 소개된 꽃놀이 여행지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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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슛뚜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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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유럽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학교 수업 중 커다란 사진 한 장으로 인해 가고시마행 표를 바로 예매했고, 영국을 좋아하다못해 사랑한다는 그녀. 뭔가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바로 끝내버려야 하고, 남들이 많이 하는 것보다는 내가 진짜 하고 싶어하는 걸 추구한다. 그녀의 여행 스타일이 맘에 들어서 책을 읽는 동안 너무 좋았다. 다양한 곳의 여행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신 났다. 파리, 로마, 교토, 세비야, 아를, 제주 등 내가 갔던 곳에 대한 추억이 떠올랐고, 브라이턴, 아이슬란드, 가고시마, 런던, 포르투 등 내가 가보지 않았던 곳에 대한 마음 울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동안 내 여행 추억도 스멀스멀 떠올랐다. 일단 저질러놓으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중략)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출국일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가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발권을 하고 비행기에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7-18) 대학교 마지막 여름 방학에 친구와 보름간 그리스 여행을 계획했다. 가족이 아닌 친구와 성인이 되어 떠나는 첫 해외여행이었다. 첫 여행뿐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이 그랬다. 비행기에 탈 때까지도 실감 나지 않다가 현지 공항에 도착하고서야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내가 해왔던 모든 여행이 그러하듯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하게 된 것도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298) 회사를 그만두고 갔던 5박 6일 제주도 여행 마지막 날, 어느 게스트하우스 스탭을 만났고 짧은 대화로 나도 제주도에서 살아볼 수 있겠구나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게스트하우스 스탭도 되기 전에 비행기표부터 예매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했다. 온통 하얀 세상, 아늑한 숙소, 좋아하는 친구들, 맛있는 음식…. (257) 3개월간 스탭을 하기로 하고 제주도로 내려갔다. 하루 일하고 하루 쉬었는데, 일하는 날은 숙소에서 여행자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 이야기를 하고, 쉬는 날은 제주 곳곳을 여행하며 보냈다. 한여름 밤, 숙소 창문으로 손톱 같은 달을 마주했을 때 지금 이 순간 참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영어보다는 일본어가 좀더 편해서 나홀로 첫 해외여행지는 도쿄로 정했다. 가기 전까지 걱정을 했고, 누군가와 함께이길 바라기도 했지만 혼자서 잘 다녔다. 그 후에 간사이 지방과 나가사키도 혼자 갔다. 차분한 색의 집들이 끝없이 펼쳐지고 모든 게 정갈하다.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정말 일본에 왔구나, 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두근거린다. (89) 긴 비행 끝에 탈리아 로마에 도착했는데, 캐리어도 찾지 못한 채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숙소 입실 전에 들른 동네 작은 Bar. 비까지 내려 우울했는데, 따뜻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심신을 녹일 수 있었다. 카페와 카푸치노만 존재하는 메뉴와 협소한 가게 내부는 관광객의 흥미를 끌기 쉽지 않지만, 일단 이곳에 한 번 들어오면 이탈리아 바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80) 프랑스에서 파리만 보고 가긴 아쉬워서 일정에 넣었던 도시 아를.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을 좋아하고,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 테라스>의 배경이 된 카페가 보고 싶어서 아를에 가자고 했다. 리에 비해 너무나 평화롭고 조용한 도시 풍경을 보면 모든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57)




좋아하는 나라 영국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고, 생일을 보냈다는 그녀. 얼마나 좋았으면 그랬을까. 영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다. 결혼하지 않았다면 영국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했을지도 모른다던 남편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살면서 한 번쯤 가볼 기회가 있을까. 그녀가 추천하는 여행지들을 슬며시 체크해놨다. 혹시 누군가 브라이턴에 간다면, 세븐 시스터스에 갈 계획이 없더라도 그 버스는 꼭 탔으면 좋겠다. 고작 몇 천 원의 버스비를 내고 볼 수 있는 풍경고는 너무나 아름다우니까. (중략) 마침내 그 길 끝에 마주한 거대한 흰 절벽은 말문이 막히도록 황홀했다. (27) 7년 전인가, 여행작가 글쓰기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수강생들 각자 여행 에피소드를 써왔는데, 그 중에 아이슬란드 이야기도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는데, 아이슬란드도 궁금해졌다. 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비몽사몽으로 투어 버스에 올라 마주한 아이슬란드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곳이었다.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다가도 '내가 진짜 여기에 있는 게 맞긴 해?'라는 생각이 바로 꼬리를 물고 따라왔다.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곳보다 담을 수 없는 곳이 훨씬 더 아름다워 자연스레 카메라를 내려놓고 두 눈으로 담담히 마주 보게 만드는 이곳, 아이슬란드. (110)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여행은 계획이 아니라 실천이라고.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일정, 예산 등을 고민하다보면 자꾸만 주저하게 된다. 그러니 저질러버려야 한다. 일단 비행기표를 끊어버리면 그에 맞춰서 일정도, 예산도 준비할 수밖에 없다. (128) 이 말에 동의한다. 나도 여행을 결심하면 비행기표부터 검색하고는 했다. 내가 사회초년생일 때부터 적은 월급의 반 이상을 저축했고, 부모님과 살고 있었기 때문에 돈 쓸 일이 크게 없었다. 더군다나 여행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돈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 여행 다니는 거 보니 돈이 많구나, 이런 말들을 싫어하는 편이다. 세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평소에 먹지 않았던 식사를 하고, 거리를 나서면 어제와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매 순 사소한 모험과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며 때로는 실수가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그렇게 낯선 일상이 반복되는 곳, 여행지. (71) 여행 초보자일 때는 여행 중에 잠에서 깰 때마다 신기했다. 내 집이 아닌 한국이 아닌 먼 나라에 와있다니. 혼자 하는 여행은 시작부터 특히 더 긴장했는데, 막상 여행지에 발을 디디면 어디서 용기가 나는지 열심히 돌아다녔다. 원한다면 언제든 이렇게나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곳에 산다는 건 정말 낭만적일 것이다. 매일 봐도 무뎌지거나 지겨워지지 않을 아름다움. (305)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다. 어느 책을 읽다보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세이인데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글을 읽는데 머리가 아파오기도 한다. 어느 분야든 읽기 쉬운 글이 최고인 것 같다. 한 달간의 유럽 여행은 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태어나 처음 보는 유럽의 오래된 건물들과 와는 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곳의 사람들. 하지만 한 달 동안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련, 미래에 대한 걱정 혹은 불안을 다 접어두고 오롯이 눈앞에 현재의 것들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깨닫고, 그래서 지난 한 달 내 가득 행복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나에겐 가장 값진 일이 아니었을까. (86)



책 표지부터 제목, 여행 사진, 그녀의 글까지 모두 좋았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둘 때면, 낯선 일상을 찾았다. 어딘가 가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30대 초반까지의 나는 걷기를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는데, 여행에서도 참 많이 걸어다녔다. 그리스에서 일본에서 터키에서 둘이서 혹은 혼자서 신발이 닳도록 걸었다. 제주에 100여 일 머물면서는 올레길을 두 코스 빼고 다 걸었다. 뜨거웠던 계절에 팔다리가 까매지도록. 그래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이 책이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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