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벽돌 무당집 1 - 공포의 방문객
양국일.양국명 지음 / 청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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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공포소설을 정말 오랜만에 읽었다. 손바닥만한 작은 책 한 권이 참 재미있다. 달콤한 연애소설의 표지색이었다면 초콜릿색이라고 표현했을지도 모를 붉은 벽돌색 표지의 '붉은 벽돌 무당집'은 책을 펼치기 전부터 으스스한 기분이 든다. 내가 공포소설을 좋아하게 된 게 언제부터일까. 초등학교 시절에 젊은 여교사가 해주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꽤 인상 깊었는지 당시에 들었던 이야기를 연습장에 적어서 소설책처럼 읽곤 했다. 수학여행을 가면 캄캄한 밤에 친구들끼리 모여 앉아 자신이 알고 있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잠들기 전에 할머니께서 해주시는 옛날 이야기가 최고였다.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악몽을 꾸기도 했는데 어릴 때 많이 꾸었던 무서운 꿈이 있다. 몇 년에 걸쳐 몇 번씩 반복하여 꾸었던, 지금도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꿈이 있다. 무서워하면서도 악몽을 즐긴 것 같다. 꿈을 꾸다가 깨는 법까지 터득했으니 말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포'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가 남달랐다는 쌍둥이 형제 작가는 호러 공모전에서 대상을, 신인 작가상과 인터넷문학상을 각각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엄청난 겁쟁이였던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무섭고 더 소름끼치는 것을 찾아 헤맸다고 한다. 일 년 중 360번 이상을 귀신 꿈만 꾸었다는 그는 꿈의 내용을 기록하여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아무튼 그들은 긴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여 공동 집필한 공포소설을 냈다. 

중학교 때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같은 구성이다. 의식불명 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예전의 모습을 잃은 듯한 정아와 그를 관찰하는 동생 진규, 도서관에서 귀신을 보고 사라진 은정과 그녀를 찾아 나서는 우민의 이야기이다. 두 가지 이야기를 반복하여 들려주는 구성인데 다 읽고 나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의 내용을 비교해보면 섬뜩하다. 읽다 보면 실제 있었던 일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어 등골이 오싹하기도 하고, 주인공들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다. 제목의 '붉은 벽돌 무당집'이 등장한 것은 이야기 중반 이후에서였다. 주인공 우민이가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듯 찾아간 허름한 양옥의 무당집, '피같이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무당집'이 176페이지에서 처음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만큼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고 오랜만에 읽은 공포소설은 무척 재밌었다.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동생에게 책을 넘겨주어야겠다. 2, 3권도 곧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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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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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한 책은 꼭 수첩 같다. 표지의 '눈의 여왕' 일러스트가 책의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어릴 적에 만화영화였는지 어린이 명화극장이었는지 '눈의 여왕'을 본 적이 있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게르다의 눈물이 카이의 눈에 떨어져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장면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짤막하게만 알고 있던 내용이 일곱 번째 이야기까지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알지 못했던 동화를 읽는 새로운 느낌이 잠시나마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  

덴마크의 동화 작가이자 소설가인 안데르센의 동화 중 여섯 편이 실려 있다. 여섯 편의 이야기 중 대여섯 살 즈음에 읽었던 '성냥팔이 소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서는 네 장도 안 되는 짧은 내용이지만 어린 아이가 읽기에는 강한 인상을 주는 내용이라서가 아닐까. '인어공주'나 '백조왕자'도 알고 있던 내용과 조금 달랐다. 몰랐던 내용이 덧붙여져서 역시 색다른 기분으로 읽었다. '나이팅게일'은 제목을 본 순간 위인전기인가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졌던 새,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로 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장난감 병정'도 만화로 보거나 책으로 읽었던 내용과 달랐다.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의 내용과 다르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에게 원작에 가까운 내용으로 동화를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예쁜 색상으로 표현한 반짝반짝 빛나는 일러스트다. 책의 4분의 1 정도가 일러스트로 채워져 있어서 그림 동화책을 볼 때와 같은 느낌이었다. 표지 디자인에도 사용한,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차가운 느낌의 '눈의 여왕' 일러스트나 열한 마리의 백조로 변한 오빠들이 그물을 만들어 사랑하는 동생 엘리자와 구름 위를 혹은 바다 위를 날고 있는 일러스트가 마음에 든다. 세밀한 표현과 편안한 느낌의 색감이 좋다. 

엄마가 읽어주셨고 동생들과 함께 보았고 나중엔 그림까지 따라 그렸던 60권짜리 커다란 동화책이 그립다. 안데르센 동화 중에 좋아했던 이야기는 '엄지공주'와 '피리부는 사나이'다. 20년도 훨씬 넘은 지금 생각나는 것은 두꺼비가 창 너머로 호두 껍데기 안의 엄지공주를 납치하는 장면과 사나이의 피리 소리로 도시 전체의 쥐들을 강가로 유인하는 장면이다. 그 외에 그림 형제의 라푼첼이나 백설공주, 빨간 모자도 좋아했다. 이번에는 인디고에서 <그림 형제 동화집>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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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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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그녀의 이름은 알고 있지만 작품을 읽어 본 적은 없다. 단 여섯 편의 소설로 전 세계 독자들을 매료시켰다면 응당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만과 편견>이 봄날의 싱그러움을 담고 있다면, <설득>은 가을의 애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라는 옮긴이의 말에 관심이 갔다. 처음 접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인 만큼 기대를 하며 책을 펼쳤다.

제 1부 제 1장을 읽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관계를 떠올리느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무래도 '레이디'라는 호칭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문장을 읽는 느낌은 깔끔했다. 약 200년 전에 쓰여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으레 고전문학하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말이다. 페이지 수가 늘어날수록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만큼 장면의 묘사가, 상황의 표현이 사실적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 앤 엘리엇의 모습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나와 같은 나이의 앤이라서 그 캐릭터에 더욱 몰입하며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온유하고 겸손하며 취미가 고상하고 다정다감한데다 무척 예쁜 소녀였던(49p)' 앤은 프레더릭 웬트워스 대령의 청혼을 받아들였으나 그녀의 아버지 월터 경은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열아홉의 앤이 겪은 슬픈 사건이 있은지 8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다. 앤의 동생 메리, 메리의 남편 찰스, 찰스의 가족 머스그로브 집안 사람들, 크로프트 부인과 동생 웬트워스 대령 그리고 '분별력이 뛰어나다는 평판이 자자한, 너그럽고 인정이 많고 선량한 여성인(29p)' 레이디 러셀 등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결국은 앤과 웬트원스 대령의 심리묘사가 중점적이다.

한 공간에 함께 있다가 말 한마디 없이 쳐다보지도 않고 나가버린 그가 다시 돌아와 아무도 몰래 그녀에게 편지를 건네주고 나간다. '8년 전에 당신 때문에 상심했던 마음보다 더 온전히 당신에게 속한 마음으로 나 자신을 다시 바칩니다(321p).'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내가 앤과 동일시되어 가슴이 몹시 두근거렸다. 내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착각을 해보기도 했다.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동안의 이야기를 나눈다. 앤은 놀라움과 긴장, 고통의 감정을 지나 기쁨과 행복함을 느낀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비커밍 제인(Becoming Jane)'의 제인 오스틴과 <설득>의 주인공 앤 엘리엇은 왠지 모르게 닮아 있는 듯하다. 책을 읽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다시 한 번 읽는다 해도 절대 지루하지 않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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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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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조두진 장편소설 '도모유키'를 읽었었다. 잔인하고 슬프고 아름다움마저 보이는 소설이었다. 그리고 제13회 수상작 윤고은 장편소설 '무중력 증후군'을 읽었다. 독특하면서도 엉뚱하고 경쾌하면서도 무거움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한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내게 이 소설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조만간 닥칠지도 모르는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이야기이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제목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고, 표지도 눈길을 끌었다. '제2의 달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되었습니다.' 뭔가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누구도 예상 못한 달의 발작이 일어났다. 이야기의 소재(素材)부터가 참신하다. 하나하나의 표현이 통쾌하고 재미있고 독특하다. 예를 들면, '배가 고파서인가, 지상의 모든 직육면체 건물들이 식빵 덩어리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애벌레처럼 꾸역꾸역 식빵 속으로 들어갔다.'라든지 '22층의 건물은 식빵이라고 하기엔 너무 새하얘서 오히려 두부에 가까웠다. 나는 매일 아침 두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짧은 회개를 했다.' 소제목들을 봐도 흥미진진하다. '패키지 범죄의 본능', '달나라 납골당 주식회사', '문란한 밤', '종말도 식상해', '달의 몰락'

책을 읽으면서 당연히 이렇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한참을 읽은 후에 그랬구나 하고 이해된 부분이 몇 군데 있었다.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던 홍 과장은 여자였고,노 과장 노시보는 겨우 스물 다섯이었다. 주인공 노시보는 대학을 졸업하고 일 년 동안 일곱 번이나 회사를 바꾸었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포함한 온갖 병을 달고 산다. 최근 6개월간 다섯 가지 이상의 병세로 병원을 90번 이상 방문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주기적으로 달이 번식하고 멀쩡했던 사람들은 자신이 무중력자였다고 고백을 하고 사건 사고가 많아진다. 달로의 이주를 꿈꾸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달로 떠나기 위해 짐을 싼다. 거리에는 무중력자들의 시체가 낙엽 떨어지듯 흩날린다. 얼마나 기막힌 일인가.      

물론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이 바탕이 되고 있다는 것은 반박할 수 없을 것이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제각각인 모습이 모두 개성 있다. 어떻게 저마다의 특징을 잘 묘사했는지 소설을 읽는 동안 지루하지 않았다. 마치 공상과학(SF)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믿음이 견고해졌고 더불어 젊은 작가 윤고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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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우광훈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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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았을 때는 외국 작가의 소설인 줄 알았다. 네덜란드 정부가 렘브란트의 작품 보다도 더 아낀다는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 소녀'를 소재로한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이나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생각하며 '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역시 외국 소설이겠구나 했다. 국내 작가임을 확인하고 슬며시 놀랐다. 오래전 도서관 책꽂이에서 꺼내보았던 적이 있는 소설집 '유쾌한 바나나 씨의 하루'의 저자 우광훈의 장편소설인 것에 말이다. 

유명 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진진하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작품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미술 기법이라든지 용어를 알지 못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 실린 여섯 작품 역시 천천히 훑어보았다. 언제 보아도 감탄이 절로 난다. 책을 접하고 가장 먼저 궁금했던 게 '왜 제목에 베르메르가 두 번 들어갈까' 였는데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다. 베르메르의 이야기라기 보다 위작 화가이며 화상(畵商)인 가브리엘의 이야기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제1부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이 의미심장했다. '가브리엘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시간이 바로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과오에 대해 과연 나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을까?' 제2부, 4부에서는 가브리엘의 옛 시절부터 연도 순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3부에서는 1부에 이어 '최후의 심판' 전의 이야기까지 하고 있다. 부가 바뀔 때마다 앞 이야기에 이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속도를 늦추지 않고 눈을 굴렸다. 읽으면 읽을수록 책에 빠져드는 내 모습이 오랜만이었다.  

책을 덮으면서도 이 이야기가 실재인지 허구인지 분간이 안 갔다. 네덜란드의 전설적인 명화 위조범 '반 메헤렌'을 모델로 하여 책의 주인공 '가브리엘 이벤스'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반 메헤렌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사실을 토대로 한 팩션이라는 점에 놀랐고, '진주 귀고리 소녀'나 '다 빈치 코드'에 맞설 우리 작가의 작품성에 또 한 번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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