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부름
다그니 케르너 외 지음, 송지연 옮김 / 정신세계사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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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들어 식물에 관심을 많이 못둔거 같아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장미의 부름'은 예쁜 식물그림을 그려두고 설명하는 그런 예쁜 책이 아니다.
책표지만 보면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오히려 그림은 하나도 없고 글자만 있을 뿐이지만 아주 재미있다.
물론 저자는 증명된 과학의 분야도 고려해서 여러 곳을 찾아다녔다.
미지의 세계는 끊임없이 지금도 연구되고 있으나 증명되지 않았다고 무시할
수는 없은 분야가 많다. 바로 식물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2002년의 책인데 상당히 오래된 옛날부터 있어왔던 내용과 그렇게 옛날부터
이런 분야를 연구한 학자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지금도 다는 받아들여질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분야를 말이다. 확실한 것은 모든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는
사실이며 우리가 마구 무시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대상인 것을 잊어버린 인간...숭배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생물체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많은 동식물과 대화하지 않았던가?

애벌레가 나무의 잎을 파먹자 잎을 소화하기 어렵고 영양가도 적게 만들어버
리는 나무가 생기면(실제로 나무는 그렇다) 다른 해충이 생기지 않은 나무도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나무의 잎 성분을 그렇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72쪽


내용이 길어서 줄여서 올렸다. 이와 같이 책에서는 여러 실험의 이야기도 나온
다. 또 89쪽에 나오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어떤 동물이 있는데 그 동물이 단체
로 죽어버린 것이다. 먹을 것이 풍부한 곳에서도 말이다! 원인은 다음과 같다.
아카시아 나무도 짐승이 자신의 잎을 뜯자 방어하기 위해서 탄닌 성분을 치명
적일 만큼 증가시킨 것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동물은 식물의 이런 특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야생동물은 한 나무에서 일정시간
이상 잎을 뜯다가 다른 나무로 옮겨서 또 뜯는다. 그러나 단체로 죽어버린 동물
은 울타리 때문에 그 지역을 벗어날 수 없었기에 그저 먹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다큐처럼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식물에 관한 다큐를 많이 본 것은 아니
지만 이미 우리는 꽃이 어떻게 나비와 벌을 유혹하는지 알고 있다. 그런 모든 것
을 보며 식물의 사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식물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
라고 추천한다.

* 2006년에 적어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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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 밖의 강
리처드 도킨스 지음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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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5년에 두산동아에서 출간되었고 후에 오류를 수정하고 다듬어 재출간한 사이언스북스의
<에덴의 강>이 나왔다. 아내 랄라 워드의 삽화는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쨌든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다시 만났다.

유전자의 강(DNA의 강)으로 설명하기 시작함으로써 제목의 궁금증을 저자는 풀어준다. 이런 오래된 강
이 끊임없이 이어져ㅡ더러는 사라지고 갈라지는 등의 과정을 거쳐ㅡ내려온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
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를 설명하며 이야기하는 저자의 방식은 역시 어렵지 않았다.


1장 디지털 신호의 강

살아남는 데 능숙하려면 유전자는 같은 종ㅡ같은 강ㅡ에 있는 다른 유전자와 협력하는 일에도 능숙해
야만 한다. 장기간에 걸쳐 살아남으려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의 훌륭한 동료여야만 한다. 유전자는 동
료나 배경, 즉 같은 강에 있는 다른 유전자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러나 다른 종의 유전자는 서로 다
른 강에 있는 셈이므로 그들은 서로 잘 어울릴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같은신체를 공유할 필요
가 없기 때문이다. (26~27쪽)


나이가 들면서 족보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족보란 일반적인 집안문서가
아니라 세세한 성향까지 기록한 문서를 일컫는다. 바로 유전자 정보 말이다. 즉, 간단한 예로 미래의
내 아이가 지닌 외향적 성향에서 나와 내 배우자의 것이 아닌 것일 때 어느 쪽인지 알고자 하는 것이다.
내향적 성향은 외향적 성향보다 알기 어려우므로 바라지도 않는다. 또 물론 유전자에 없는 정보인
돌연변이적 요소도 생각해 두어야 한다. 도대체 이런 것을 왜 알고 싶으냐 말한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그저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식의 사소한 유전정보는 질병이
나 집안특징을 나타내줄 것이다. 이것을 통해 분명히 도움이 될 거라 믿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생각한
것이었는데 리처드 도킨스의 책과 만나면서 언젠가는 실현 가능하리라 확신했다. 적어도 내가 유전자
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의 생각이지만 헛된 바람은 아니었음을 안 것이다. DNA는 그 안에 수많은 자
료를 축적하고 있는 살아있는 놀라운 존재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원했던 문서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2장 아프리카 이브와 그녀의 자손

우리는 오직 어머니한테서만 미토콘드리아를 받는다. 아버지도 미토콘드리아가 있지만 100% 모계유전
이기 때문이다. 왜 모계유전이냐면 난자와 정자가 만날 때 정자에는 없고 난자에만 있기 때문이다. 미
토콘드리아는 작은 발전소라 생각하면 되는데 이 속에서 당분이 연소되고 에너지가 생겨나는 중요한
것이다. 태어나는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그 아이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에서 이어져 온 것이다. 예전에 일본에 갔을 때 어떤 분이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TV 프로그
램을 보았는데 모계의 유전자를 따라 선조를 추적하는데 중요한 것은 부계가 아닌 모두 모계로만 추적
된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지금에서야 그것이 미토콘드리아 때문임을 알게 된 것이다. 또 신기하게
도 세대를 거칠 때마다 쪼개지거나 합쳐지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 계보만을 통해 한결같이 내려오
는 것이 신기하다. 이후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관한 이야기로 휘몰아치는 내용은 이해된다는 점에서만
보더라도 알찬 내용이었다.


3장 모르는 사이에 점차 나아지기

<이기적 유전자>로 시작한 리처드 도킨스의 책읽기. 특히나 이 책은 더 세부적이며 근원적이라 느껴진
다. 전자의 책에서 저자 생각의 틀을 보았다면 다른 책은 그 틀을 구성하는 각 요소에 관한 내용으로
그의 생각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제목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리처드 도킨스를 이해해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4장 신의 효용목적

유전자들은 때때로 개체 수준에서 이타적인 협력자세를 갖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심지어 개체 자신
을 희생하도록 하여 그들의 이기적인 복지를 극해화할 수 있다. 그러나 유전자가 집단의 복지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의 일치이지 유전자가 바라는 1차적인 목적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이기적
인 유전자'의 의미이다. (156쪽)


여전히 되풀이되며 명백히 이야기하고 있는 그의 논리를 엿볼 수 있다.


5장 복제자 폭탄

생명폭발의 시발점에는 어떠한 마음도 없었다. 창조성도 의도도 없었다. 단지 화학만이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스스로를 복제하는 화합물이 생겨나자, 더 성공적인 변종이 덜 성공적인 변종
을 물리치고 빈도수를 늘리는 자동적인 경향이 생겨난 것이다. (187~188쪽)


지구의 복제자 폭탄이 우주의 먼 거리를 항해하다 다른 복제자 폭탄을 만날 확률이라던가 이미 폭발해
버린 다른 복제자의 잔해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며 우리 몸의 소우주와 대우주를 비교
해 보았다. 저자의 말처럼 '확실히 이런 생각은 우리가 보통 가지고 있는 편협한 의식에 뭔가 영감을
준다' (201쪽)


날마다 해와 달이 번갈아 찾아오며 우리의 일상은 지나간다. 그런 와중에 각자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관
심분야에 심취해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나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한다. 사
실 이런 것들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냐는 의문 말이다! 바꿔서 생각해보면 보통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보
다 우리는 지나가는 타인의 말 한마디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런 말보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 지내는 시간이 유익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식으로 정당화시켜서 말하지만 어차피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과학서를 늦게 접했지만 읽을수록 재미있는 학문이다. 설사
그것이 지금 당장 내 삶에 물질적인 보탬이 되지 않더라고 말이다. 정신적인 보탬이 커질수록 일상이
즐거워진다고 믿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고 싶다. 아마도 유전자도 그것이 나을 거라고 격려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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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빈손의 가을여행 - 가을편 신나는 노빈손 계절탐험 시리즈
함윤미.문혜진 지음, 이우일 그림 / 뜨인돌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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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다 초등학생이 읽기에 좋은 책. 노빈손의 계절 탐험 시리즈에서 가을 편이다.
주인공 노빈손의 일상을 그리며 상식을 풀어둔 책으로 재미있는 교육용 과학서쯤 될 거 같다. 각 페이
지마다 위쪽 귀퉁이에 여러 가지 호기심을 풀어두었는데 유익하며 재미있다. 또 중간중간에 길게 풀어
써서 이해를 돕고 있는데 명절, 곤충, 식물, 별자리 찾기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한마디로 과학서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중구난방이나 어렵지 않아서 아이들이 재미로 읽을 수 있겠다.
처음 접한 노빈손 시리즈인데 꽤 많은 시리즈가 있었다. 성인이 읽기에는 한두 시간이면 충분하며 아이
들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상식 이야기를 적어본다.

* 쪽빛 하늘의 "쪽"은 뭘까? (44쪽 참고)

-> 쪽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식물로 3월 하순에 씨를 뿌려 8월 하순에 수확한다. 꽃은 9월초에 붉은색이
나 백색으로 피는데 이 쪽으로 염색을 하면 가을하늘처럼 파란색이 되기 때문에 보통 쪽빛 하늘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쪽빛은 남색이나 인디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 단것을 먹으면 정말로 눈이 나빠질까? (56쪽 참고)

-> 단것을 많이 먹으면 이가 나빠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으나 눈도 나빠진다.
왜냐하면 단것을 많이 먹을경우 비타민B가 많이 소모되어 눈의 기능이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 눈물에 관해 (140쪽 참고)

-> 사람들이 평균 한 번 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6분이라고 한다. 즉, 한 6분 정도를 울고 나면 맘이
어느 정도 진정된다는 뜻. 물론 아기들은 예외로 1살 된 아기는 보통 한 달에 65번이나 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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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 신비 - 진화의 비밀을 움켜 쥔 손의 역사
존 네이피어 지음, 이민아 옮김 / 지호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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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신비는 미술과목을 통해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곡선과 균형까지 모두가 신기했다. 거기서 나아
아가 인체의 실질적인 구성을 살피는 쪽은 의학, 과학 등의 분야면 깊이있게 알 수 있다. 내 몸에서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손이기에 또 책표지의 아름다운 손 사진(알프레드 스타글리츠의 작품, 조지아
오키프)에도 관심이 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뒤러의 작품 등 손에 관한 사진, 그림 등이 조금 실려있다.

일단 책을 통해 내가 모르는 명칭을 알았다.
엄지 두덩: 손목에서 엄지손가락 아래쪽을 이루는 근육과 불룩한 부분.
새끼 두덩: 새끼손가락 쪽의 불록한 근육 부분.

두덩이라는 단어를 쓸 일이 얼마나 있었던가. 뭐 눈두덩이라는 말도 그다지 많이 쓰지 않으니 거의 없
다고 보면 된다. 손바닥을 들여다 보며 엄지 두덩과 새끼 두덩을 자꾸만 쳐다보았다. 특히 엄지두덩은
불룩한 곡선이 귀엽다. 또 읽으며 새삼 엄지손가락의 소중함을 느꼈다. 엄지가 없다면 과연 어떨까 상
상만해도 몸서리쳐진다. 엄지가 없이는 손가락의 수가 늘어도 효율성이 떨어진다. 엄지구조가 아닌 손
가락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적다.

그러나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도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으며 다소 지루했다. 그렇더라도 여러 가지를 배
웠고 책을 읽으며 손을 이렇게 자주 쳐다본 적은 없었으니 이 정도면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잠시 손
을 들여다 본다. 어떤 모양이며 색은 어떤지 푸르스름한 정맥이 보이고 구멍도 있고 감촉도 느껴보고
자세히 보니 예전에 링거를 꽂았던 자리까지 보인다. 손은 두뇌의 거울(43쪽)이라는데 내 두뇌는 어떤
지... 또 손금을 쳐다보긴 했어도 손바닥 무늬를 자세히 들여다 본적은 처음이다.

그래도 지문은 친구들끼리 가끔 이야기했기에 다시 한 번 보았다. 나는 2개만 말굽형이고 나머지는
아치형의 지문을 가졌다. 그래서 친구들이 특이한 지문이라고 늘 말하고는 했는데 아치형 지문은 전체
인구의 약 0.5퍼센트로 드문 지문이라 한다. 그것도 모르고 난 친구들처럼 달팽이형이었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었다. 여기서 말굽형이란 가장 흔한 지문으로 보통 갖고 있는 무늬이며 달팽이형도 흔한 동그란
모양이다. 인간복제가 가능하더라도 지문은 복제할 수 없으며 일란성 쌍둥이라도 지문은 다르다.

오랑우탄과는 절대 줄다리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절대로 이길 수 없기 때문인데 이유는 손바닥이
손가락보다 길어서 이 두개가 만나는 지점의 피부가 접히는 부분 속으로 손가락 끝이 접혀 들어가며 관
절이 접히면서 물린 손가락 끝이 밀려들어가 이중 잠금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손에 관한 여러 이야
기를 풀어가고 있다.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읽어봐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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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유전자란 무엇인가 - DNA는 이기주의자! 전파과학사 Blue Backs 블루백스 144
나카하라 히데오미. 사가와 다카시 지음, 한명수 옮김 / 전파과학사 / 199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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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를 읽고 나자 많은 흥미가 생겨 그 분야의 책을 더 읽고 싶어졌다.
마침 추천받은 책도 많고 해서 읽을 책이 많았는데 이 책은 우연하게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작고 얇아
서 제대로 설명이 된 책일지 의심이 들었으나 읽어보니 굉장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재미있어서 웃음
도 나오고 상식이 쌓이는 느낌이었다. 즉,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쉽게 풀어둔 책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 이기적 유전자 』가 조금 지루하고 어려웠다면 이 책을 먼저 보거나 나중에 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치웠을 만큼이며 동생도 이 책을 보고 흥미가 있었을 정도이다.

이 책의 장점은 내가『 이기적 유전자 』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울러 그
책 후반부에서 언급했던『 확장된 표현형 』(이 책에서는 연장된 표현형으로 번역)에 관한 내용도 살짝
소개하고 있다. 물론 정확하게 이해했거나 쉬이 넘어갔다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학생 때 교과서에서 배운 다윈과 진화론, 멘델의 법칙, 미토콘드리아, 꿀벌, 각인(새가 부화 직후 처
음 접한 상대를 어미로 인정하여 추종반응을 보이는 현상) 등의 내용도 되새겨볼 수 있으며 번역 자체
가 매끄럽게 되어있어 무리 없이 읽어갈 수 있다.

저자가 정리한 도킨스의 2개 기둥은 아래와 같다. (99쪽)
(1) 유전자는 긍극적으로 자기자신을 증식시키려는 행동의 프로그램이다.
(2) 생물은 그 프로그램을 실현하기 위한 그릇 또는 탈것에 지나지 않는다.


『 이기적 유전자 』에서 '실제로 하나의 몸은 이기적 유전자들에 의해 맹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
그램 기계이다.
(263쪽)'라고 리처드 도킨스는 말했다. 그때 내 반응은 좀 얼떨떨했는데 지금은 별거
부반응없이 인식한다. 이렇듯 이 책은 교과서(『 이기적 유전자 』)를 알기 쉽게 풀어쓴 해설서의 역
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

ESS(Evolutionally Stable Strategy)인 진화적인 안정된 전략의 예로 대표되는 매-비둘기 게임도 다
시 돌아보며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 살아남는다는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개체 그 자체보다 개체의 행
동이며 그러므로, 우열은 개체 간의 그것이 아니고 행동의 우열이다. 이런 의미에서 도태는 행동을 결
정하는 '무엇인가'에 작용한다고 해야 한다. 만일 행동이 유전자에 의해서 규정되어 있다면 도태는
유전자를 대상으로 하는 현상이 된다. (122쪽의 내용을 줄임.) 사람은 100년을 살지 못하므로 행동을 결
정하는 그 무엇인가가 작용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곧 '유전자(불멸의 자기 복제라)'라는 말이다. 사
람을 비롯한 각 개체는 수명이 다하면 사라지나 유전자는 후대에 전해져 살아남는다.

『 이기적 유전자 』의 서문에서 어떤 소녀는 그의 책을 읽고 인생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우울해졌다
고 했는데(대략적인 내용)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러나 내 경우는 살아가면서 죽
음 등의 것을 생각해볼 때 오히려 더 담담해진다고나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리 유전자가 이기적으로 전해지고자 선택하는 여러 방법이 내게 어떤 행동으로 드러난다고 하더
라도 그와 별도로 내 감정과 의지는 나만의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학도 알수록 따뜻해지는 학
문이다. 아주 작고 단순한 생물이나 원자에까지 관심을 두게 하는 것도 장점이다. 단지 쓸모없는 이론
을 쓸어담는다고 결론지을 수 없다. 나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넓히는 일이다. 이 정도면 『 이기적
유전자 』를 처음 읽으며 생존 기계니 하는 말에 낯설어 적응 못하던 때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 아니겠
는가.

또 이 책에서는 리처드 도킨스의 생각이 변화되는 것도 짚고 넘어간다. 예를 들어 초판에서 인정하지
않고 회의적으로 표현했던 것을 후에 수정하여 인정하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것을 절충과 보완이라
한다.

새로운 문화적 유전단위인 (meme) 이야기도 빼놓지 않고 저자는 풀어둔다. 쉽게 말해서 『 이기적
유전자 』를 읽은 한 사람의 독자의 머리(뇌)에 기억된 이론은 그 독자가 죽음과 동시에 소멸하여 버린
다. 그러나 그 이론은 그 독자의 수명길이만큼 살 수 있다. 계속 그 이론은 책으로 복제가 되고 여러 사
람에게 전해져 살아남는 것이다. (182-183의 대략적 내용)

즉, 우리가 흔히 접하는 종교 등도 밈의 개념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인간이 만든 사회와 문화 등
을 전달하는 것은 유전자가 아니라 뇌에 속하는 밈이라는 것이다. 얼마나 명징하게 이론을 세워 설명했
는지 다시금 느꼈다. 그래서 리처드 도킨스를 읽는 것이리라. 유전자 이야기 그리고 그를 설명할 수 없
는 부분을 설명하고자 이용한 밈이라는 개념까지 말이다.

그러나 이기적 유전자에 관해 맹신할 필요는 없다.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이기적 유전자, 밈에 이르기
까지를 정리한 시간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근원적인 의문이 풀리려면 또 어떤 질문에도 만족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다시 등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은 과거의 이론이 바탕이 될 수도 있으며 반
대로 획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

정말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전파과학사는 처음 접한 출판사이나 뒤에 보니 과학서를 꽤 많이 낸 출
판사였다. 일어를 번역한 과정도 매끄럽고(어쩌면 저자가 쉽게 풀어써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내게 생각
외의 수확이었다. 사실 『 이기적 유전자 』를 읽고서 마음 한구석에 더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
었는데 이제 속이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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