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Elizabeth Gilbert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당연하게 하는 일들과 선택해서 하는 일들이 있다. 어떤 일에 가치를 두느
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은 수많은 사람 중의 유일한 사람으로서 차별성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는(ㅡ이
하 리즈로 통일.)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세 곳을 여행하며 경험하고 깨달은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두었다. 제목 그대로 이탈리아에서는 먹고(쾌락이며 본능에 충실.) 인도에서는 기도하고(아쉬람의
수행과정.) 인도네시아에서는 사랑하며(발리에서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몸과 마음의 큰 변화가 있었
다. 이를 간접으로나마 읽으며 내 속에 억눌려있던 감정들도 함께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로 머문 이탈리아에서 리즈가 느꼈던 미국에서 일만 하던 일 중독증자들이 제대로 즐기며 여가
를 보내지 못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도 별로 다르지 않기에 먼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았다. 사실 국적을
떠나서 현대인은 시간을 줘도 즐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잠을 자거나 집에서 나오지 않기도
하며 주어진 휴일을 보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물론 여기서 의도적인 게으름은 제외해야겠다.

이탈리아에서 그녀가 즐긴 쾌락은 바로 음식이었다. 수많은 맛있는 음식 특히,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누리는 모습이 예뻤다. 또 리즈처럼 나 또한 이탈리아어에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언
어에 대한 사랑을 동감했다.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언어는 한국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인데 언어
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에서 그런 여행의 볼거리가 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바로 한 여인의
치유과정이다.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가끔은 적랄하다고까지 생각된다. 서양인
이라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사실 글을 쓰는 작가들은 자신을 꾸밈없이 드러낼 수밖에 없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면 당연하리라.


그냥 괴로워해, 리즈. 외로움과 사이좋게 지내는 법을 배워. 외로움의 지도를 만들어.
평생 처음으로 외로움과 나란히 앉아봐. 인간적 경험의 세계로 들어온 걸 환영해.
하지만 채워지지 않은 네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는 다른 사람의 몸이나 감정을 이용
하는 일은 하지마. (104쪽.)



이탈리아에서의 즐거움에 이어 다음으로 머문 곳은 인도였다. 가장 인상적인 여행지가 바로 이곳이다.
여기서 리즈는 명상과 수행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근원적인 질문과 고민을 해결하고자 노력한다. 특
히 구루기타라는 의식을 극복해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자신을 인정하고 영적으로 눈을 뜨는 부분인
데 그 흔한 어려운 것은 지나간다는 말의 진리가 확인되는 순간이다.

명상에 관심이 있지만 생활화하지는 못하며 요가도 좋아하나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나에 비해 그녀는
퍽 끈질긴 집념의 사람이었다. 물론 나는 종교가 없다. 여기서 중요한 것도 종교가 아닌 자신을 극복하
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기도라는 것은 특정 종교의 행위를 뛰어넘어 이미 내면을 들여다보
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을 자신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다면 한 사람이 깨닫는 과정
을 지켜보는 것이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소울메이트가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그거고.
하지만 진정한 소울메이트는 거울이야. 네가 억눌러온 모든 걸 보여주는 사람,
네 의식을 일깨워 일생을 바꿀 수 있게 해주는 사람...(생략) (228쪽)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인도네시아의 발리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이곳으로 올 것이라 말했던 주술사
를 찾아가고 치료사 와얀을 만나고 또 그녀의 새로운 사랑을 만난 곳. 어쩌면 가장 안락한 생활을 한 곳
은 이곳이었던 거 같다. 어쩌면 서양인의 관점에서 보았기에 동양이 다소 신기하게만 느껴졌을 수도 있
지만 리즈는 분명히 용감한 사람이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며 여행을 다만
관광이 아닌 깊이로까지 체험했다.

책표지도 강렬한 보라색이며 책띠에 실린 그녀의 얼굴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예쁜 미소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행복한 결말은 이미 예감하고 있었다. 잘 짜인 한 편의 로맨틱 소설처럼….
그러나 한 사람의 내적 여행기가 들어 있기에 이 책은 참 괜찮았다. 책을 읽을수록 어떤 지인이 떠올라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책을 다 읽던 날 그 지인이 책 제목에 관심을 보였다. 잠시 읽다가
덮어둔 책의 겉표지와 제목을 보더니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선물하겠다고 했더니 정말이
지 기뻐하는 모습이 천진한 아이 같았다. 리즈와 지인은 닮은 데가 있었다.

역시나 책을 덮으며 느낀 것은 살아가는 일은 끝없는 수행이란 생각이었다. 수행자란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하고 있는 일이니까. 다만, 그 깊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 / 책그릇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자녀 입문서로 손색없는 책.

「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 알프레드 아들러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는 이 책을 구상하고 개발한 독일의 다섯 저자의 이론적 사상의 토대가
되었다. 그의 저서 <개인 심리학, Individua lpxchologie> 또 이를 교육에 적용한 루돌프 드라이쿠어
스(1897-1972). 이렇게 두 명의 이론이 포함된 것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의 명언이 장마다 실려있다.

 내용도 쉽고 좋았으며 우리나라와의 정서차이도 느낄 수 없는 책이었다. 또 출판사에서 번역이나 삽화
도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한마디로 재미있고 유익했다.

 책에서 강조하는 이리스(IRIS)전략이 인상적이었는데 독일어로 각 단어의 앞글자를 딴 약자인 이리스
전략은 다음과 같다.


Innehaleen : 멈춤 - 자기 자신을 향해 "멈춰!"라고 말하자. 흥분한 상태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갈
등이 고조되지 않도록 예방하자.

Respektieren : 존중 -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이하 생략)

Ignorieren : 무시 - 성가신 행동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Selbst handeln : 행동 - 단기적, 장기적 두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예를 들어가며 이리스 전략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아직 결혼 전이라 막연한 아이의 행동을 상
상해보았다. 오래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적을 떠올리며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이들과 씨름
하느라 힘 빠지는 일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아이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는 제목처럼 원인을 파악하려 들지 않고 결과만으로 다그치거나 그 아이
를 판단하는 것은 실로 위험하다. 이렇듯 인간관계란 아이와의 관계마저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더구나
자신을 표현하는데 미숙한 아이들의 속마음을 헤아리는 일도 부모의 몫이니 생활이 바쁘다고 지나치면
지나칠수록 골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그때 이리스 전략의 멈춤/존중/무시/행동을 잘 이용한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부모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더러 귀찮게 굴거나 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이를
보며 비단 어른뿐이 아닌 아이도 별개의 인식체임을 다시 느꼈다. 더구나 아직 어리지 않은가. 이시기에
도 벌써 질투하고 거짓모습을 보이고 사랑받기를 원하는 것은 연인에게 늘 사랑을 확인하려고 드는 어
른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아이와의 힘겨루기에서 주도권을 잡는 10가지 방법 등 알토란 같은 꽉 찬 내용이 많다. TV 프로그램 중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가 절로 떠올랐다. 아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더구나 4살에서 8살 사이의 연
령대라면 관심을 둘만 한 책이다.

 또, 마음에 들었던 내용은 '칭찬이 아닌 격려를 하라.'라는 말이었다.
무조건적인 칭찬은 자칫 타성에 젖은 말처럼 흘러갈 수 있으며 더는 노력하지 않게 할 수도 있다. 물론
칭찬은 긍정적인 말이다. 문제는 이를 남용할 경우의 단점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나는 저 소제목을 보
는 것만으로도 잠시 기분이 상쾌해졌다. 모두가 칭찬에 인색한 것은 비정상이며 무조건적인 칭찬이 넘
넘치는 모습이 미덕이라 여기는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다. 칭찬도 때로 위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하
며 올바른 칭찬 그리고 격려가 필요함을 기억하자.

자녀 교육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아이와 부모가 긴 시간에 걸쳐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다. 그러므로 그때그때의 성과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협력하여 행복한 과정을 만들겠다는 의지와, 아이
를 동동한 존재로 대우하는 기본자세가 중요하다. (168쪽)


 또 글 후반부에서 부모 자신의 행복을 더 많이, 더 자주 추구하기 바라며 스스로 언제 스트레스를 받는
지 파악하여 개선하자는 말도 근사했다. 즉, 자기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란 의미였다. 행복한 마음의 부
모로부터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는 씨앗이 자랄 테니 말이다.

 솔직히 미혼에다 아는 분을 위해 도움이 되고자 읽게 된 책인데 오히려 내게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정말이지 책 제목처럼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음이 분명함을 기억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1)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성가시게 구는 아이는 이렇게 &quot;미운 4살 막무가내 8살&quot;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17:46 
    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책그릇 2007년 11월 읽을 도서 목록에 있는 책으로 아들 나이가 4살이니 이 때부터 시작되는 행동에 대해서 미리 준비한다는 생각에 선택한 책으로 2007년 11월 12일에 읽었다. 총평 이 책은 내가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서 읽은 세 번째 책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은 저마다 특색이 제각각이라 내게는 다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던 듯 싶다. 이 책은..
Flower & Tree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과 나무 이야기
마리안네 보이헤르트 지음, 마리아-테레제 티트마이어 그림, 이은희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개천가에 가면 요즘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중 하나가 엉겅퀴다. 자주색 꽃이 피어났기 때문인데 아마도
여름 내내 그 자리를 지켜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던 엉겅퀴를 알게 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으
며 또한 이처럼 자주 볼 수 있게 된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집에서 조금만 걸어나가면 개천가가
보이는 곳으로 거주지를 옮겼기 때문이다. 그곳에 놓인 앙증맞은 돌다리도 신기했고 오염된 환경으로
약간의 냄새를 풍기는 물이 때로는 맑은 것도 신기했다. 그러나 역시 이름을 아는 식물을 만날 때가
가장 즐겁다.

 식물에 관심이 있어서 관련 책을 찾던 중 지식이 아닌 흥미로 다가올 만한 책을 찾았다. 꽃과 나무라는
이 책의 내용은 해당식물의 자생지라던가 식물학적 분류에 의한 정리가 아닌 해당식물 고유의 역사를
안고 있었다. 꽃말이나 특징이 담담한 수채화와 함께이다. 사람보다 먼저 이 땅에 자리 잡은 꽃과 나무
이야기는 그저 이름만 알고 있던 식물에서 상징과 표시를 보편적인 정보 그리고 동서양에서의 의미
차이까지 전한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서양 기독교 전통과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유추된 관점임은 아쉬
운 부분이다. 그러나 어찌하랴. 저자가 서양인인 것을. 고대신화(그리스·로마뿐 아니라 게르만 신화까
지도)나 예술,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괴테의 자연론에 관심이 있다면 더 흥미로울 것이다.

 단지 예쁜 식물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문화, 예술, 자연 과학, 종교까지 식물의 특성과 어우
러져 있다. 그러니 식물학적으로 원한다면 식물도감이 편하겠으나 그 밖의 것을 원한다면 충분히 그 욕
구를 채워줄 것이다. 또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의 코드를 더 이해하고자 하거나 타로 등의 식물적 의
미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책에서 배운 내용을 살짝 들여다 보자.
올리브의 상징은 신과 인간의 화해, 평화, 피 흘리지 않은 승리(월계수가 초기에 피 흘려 성취한 승리에
대한 속죄의 표시였다 한다.) 등이다. 고대 시대부터 신성하게 여겨져 스파르타인은 기원전 5세기 중엽
아테네를 파괴했으나 신들의 복수가 두려워 올리브 숲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열매에서 나는 오일은 우
리나라서도 대중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그리스권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자연의 산물이다.

 샤프란 하면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섬유 유연제가 아닐까? 향이 좋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샤프란은 제
우스와 헤라의 신혼잠자리에서 사용한 향이었다. 연꽃은 지금도 끊임없이 고결하게 추앙되며 귀엽고
신비한 보라색의 아이리스는 백합과 마찬가지로 강한 의미가 있는 꽃으로 서양 정물화 등에서 서로 다
른 계절에 피는 꽃들이 하나의 유리병에 꽂혀있는 바니타스(유리병은 인생의 무상함을 드러냄.)라는 중
세서양의 예술대상물이었다.

 또 서양 시에서 알게 된 물푸레나무 이야기, 올망졸망 붙어 피어있는 히아신스가 급속한 생성과 소멸의
상징이며 대신 완전하게 꽃이 개화했을 때에야 비로소 향기가 퍼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서양영화에서
남녀가 겨우살이 나뭇가지 아래서 키스를 나누는 이유는 행운 때문이며 음식점 계산대에 서비스로 놓
인 박하사탕에서 박하의 의미는 손님에 대한 환대라는 사실도 재미있다.

 서양결혼식에서 신부가 은방울꽃 부케를 드는 상징은 행복과 사랑이었으며 레몬을 이야기한 실러의 말
도 기억에 남는다.

즙이 많은 별모양의 레몬을 짜면,
인생의 가장 안쪽 부분에서는 신맛이 난다. (172쪽)


 말로만 듣던 개암나무열매가 헤이즐럿이라는 사실, 이 책의 그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은행나무! 또
은행나무 잎이 책을 해충이나 곰팡이로부터 지켜준다니 올가을에는 은행잎을 이용해볼까 한다.

 식물학자들에게 가장 똑똑한 식물이라 불리며 극지방의 얼음벌판서부터 뜨거운 열대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식물은 바로 난초였다. 특히 난은 동양과 서양의 관점이 다른데 서양에서는 섹스심벌이다. 과연
생각해보니 양란이라 불리는 난의 외관은 어쩐지 관능적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버드나무의 상징 중 하나는 비를 부르는 마법으로 그 하늘거리는 가지가 비를 부
르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향수는 싫어도 장미향만큼은 좋아하는데 식물의 역사에서
장미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마침 붉은 장미는 요즘 흔하게 피어있으니 그 향기에 취해도 좋겠다.
페르시아에서는 장미와 책이 자주 비교된다고 한다.

책은 장미와 비교될 수 있는데,
책은 한 장 한 장 눈여겨보는 독자에게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327쪽)


 패랭이꽃을 개량한 품종이 카네이션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적다 보니 길어졌는데, 재미있는 내용
들이다. 그저 읽고 지나가는 내용이 아닌 다른 것으로의 확장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얻었
다. 책을 통해 영화나 책 등에서 생소하게 느끼던 감정을 다소나마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보티첼
리의 그림에는 그 식물이 있었고, 상징은 무엇이었으며 역사적 배경은 어떠했는지를…. 처음에는 단순
히 꽃말이나 쓰여 있으려니 하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런 식의 접근도 좋았다. 몇 달 전 읽은 <르네상
스의 비밀>에 담긴 기호, 상징을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꽃을 생각하는 순간은, 바로 그 꽃이 나를 부르는 순간임을 기억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늘 그렇듯 자정쯤 잠들어 새벽 일찍 깨었다. 신문을 넘기다 보니 흥미로운 기사가 눈길을 끈다. 내용은
이렇다. 미국 뉴욕의 쿠퍼 휴잇(Cooper-Hewitt)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인데 '나머지 90%를 위한 디자인'.

 하루 2 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수십억의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것이다. 이 자그마한 기사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바로 며칠 전 책장을 덮은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때문이었
다. 전시회에서 큐-드럼(Q-Drum)이라는 물 운반(최대 75ℓ)을 쉬이 할 수 있는 원통 모양의 컨테이너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린이가 줄로 끌 수 있을 만큼 부드럽게 굴러간다는 설명과 실제 흑인
아이가 끌고 가는 사진이었다. 자, 그렇다면 전시회 사진 속의 아이와 이 책 표지 아이의 상황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 것일까? 그 극명한 대조와 공존하는 세계의 푸른새벽을 맞고 있는 나의 상황은 어떤지도
말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는 제쳐놓고 책 표지의 아이처럼 기아와 재난에 허덕이는 아이에게 정작
필요한 큐-드럼을 쥐여주어야 할 일은 우리의 몫이 아닐지 자문하고 있었던 것이다.


- 기아, 소리조차 낼 수 없는 죽음

 그렇다. 한쪽에서는 차고 넘쳐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과식 탓에 건강까지 해치고 있으나 지구 반대편
혹은 가까이 있는 누구는 ㅡ 특히 어린이들! ㅡ 모자라고 헐벗어 급기야 그것으로 죽어가고 있다. 이미
알고 있으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실을 장 지글러는 책에서 극명하게 말하고 있다. 전쟁보다 기아로
죽어가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나 기아보다 전쟁에 더 관심이 많다. 어느 것이 우선일 수는 없으나 둘 다
관심 받아 마땅한 대상임은 틀림없다.


미국이 생산할 수 있는 곡물 잠재량만으로도 전세계 사람들이 먹고 살 수 있고, 프랑스의 곡물생산으로
유럽 전체가 먹고 살 수 있는 전세계적 식량과잉의 시대에 수많은 어린이 무덤이 생겨난다는 사실을 우
리는 과연 제 정신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16쪽)



- 기아에 관해 쉽고 다양하게 접근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는 문제 중 하나인 기아.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것인데 도무지 쓸모없는 문
제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반성해야 할 것이다.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기아문제를 저자가 아
들에게 말해주는 방식으로 쉽게 풀이했다. 기아가 자연적인 수단으로 과잉인구를 조절하고 있다는 자
연도태설을 말하는 이들의 무의식에는 인종차별주의(특히 백인우월주의)가 담겨있다. 즉, 자신들은 절
대 굶어 죽지 않음을 자신만만해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이 주장을 말한 이가 종교인이라는 사실! 기아는
다만 의례 일어나는 현상 중 하나로 치부하고 있다. 또 안다고 해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관심 밖
의 일이다.


- 간단하지 않은 기아문제①

 기아에 허덕인다. 그렇다면, 음식을 주면 괜찮지 않으냐는 답변을 흔히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음식을
조달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이 아니며 전문인력 공급이 시급한 과제이다. 오래도록 굶주려 몸의 소화기
관 등이 제 기능을 못하므로 함부로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전문 의료인 등을 비롯해
약품 등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관심이 필요하다. 책을 읽으며 후원금의 투명성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었던 월드비전도 떠올랐다. 정치 등과 관련한 문제로 기아는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쉽게 풀어갈 수도
없었다.

 가난한 낙농국가의 이들은 죽기만을 기다리지는 않았다. 소용돌이가 있는 곳에는 혁명이 있듯 아옌데
와 상카라의 이야기가 상징하는 바가 크다. 칠레의 아옌데는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와 미국의 닉슨 대통
령 보좌관 헨리 키신저 그리고 CIA가 군부쿠데타를 도와(조정) 결국 아옌데를 살해한다. 살해된 이유
는 그의 대통령 공약 때문이었다. 15세 이하 아이들에게 하루 0.5리터 분유를 무상으로 배급하겠다는
것으로 대통령이 되었던 것이다. 또 부르키나파소의 상카라는 소아과 의사출신의 정치인으로 4년 만에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를 만들었으나 역시 외국세력의 조정을 받은 자국 군부에 의해 살해된다.
고결한 자들의 나라라는 뜻의 부르키나파소는 결국 고결하지 못한 나라에 그들의 희망을 강탈당한
것이다.


- 간단하지 않은 기아문제②

 기아가 생기는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본적조차 없다. 아니 후원만 하면 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희망만을
가졌을 뿐이었다. 원인 모를 기아와 낙관적이기만 한 희망.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읽
기 전의 의식이었다. 한마디로 무지하다. 지금도 크게 나아진 바는 아니나 기아라는 꽤 복잡한 문제에
얽힌 세계의 현상은 알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막연한 희망은 버리고 세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
임을 간파하고 대처해야겠다.

 그 대처란 것은 구호활동을 한다는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으로 알게 된
사실을 알리자는 것이다. 만나는 이들에게 한 번씩만 말해도 또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만이라도 전파하
는 것이다. 저자는 직접적인 활동도 하며 책으로 또 한 번 전하고 있듯 나는 소심하게나마 전하고자 한
다. 어떠한 사실을 인식한다는 일은 생각보다 쉽고도 어려운 일임을 새삼 느낀다.


- 실종된 인간애의 재확인

 세계를 구성하는 아니 주도하는 의식은 무엇인가.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른 결과만 보아도 축복이 될
것인지 저주가 될 것인지 알 수 있다. 전쟁, 기아, 환경오염, 권력의 남용….원한다면 그 방향으로 향
하는 기차를 갈아타면 될 것이나 문제는 폭주기관차처럼 서지 않고 무모하게 달리기에 해결이 어
렵다. 적어도 개인의 힘보다는 국가나 이념집단 혹은 부나 권력을 가진 이들이 개입하는 것이 빠르다.
그러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이 언제나 걸림돌이 되어 진행을 더디게만 한다.

 실종된 인간애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왜 학교에서는 이런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
을까. 이 책을 읽었다 해도 역시 막연한 것은 많다. 자꾸만 생기는 의문과 분노는 조금씩 사그라지겠지
만 더는 기아가 그저 못하는 나라의 가엾은 일만이 아님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제목에서 묻듯 왜 세
계의 절반은 굶주리는지 인식하는 것은 상식의 연장이 아니며 곧 인간애의 재확인이다. 그렇다면, 그래
도 아직은 희망에 기대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쉽게 쓴 내용임에도 그 내용의 소리없는 외침이 무거워서 기아를 가볍게 여긴 내 마음을 무너뜨린다.
한 번에 너무 깊게 생각에 빠질 필요는 없다. 아는 만큼 기억하고 이를 조금씩 풀어가야겠다. 북한과 가
까운 곳의 굶주리는 사람을 생각해 보는 일도 잊지 말아야겠다. 크리스마스나 신년에만 그럴 것이 아님
을 반성한다. 문제는 역시 언제나 실천이며 의식의 전환이다.

댓글(2) 먼댓글(1)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11-18 21:42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갈라파고스 2007년 11월 도서목록에 있는 책으로 2007년 11월 8일 읽은 책이다. 관심분야의 책들 위주로 읽다가 알라딘 리뷰 선발 대회 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인데,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점점 내 관심분야가 달라져감을 느낀다. 총평 물질적 풍요로움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이기에 이 책에서 언급하는 "기아의 진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막연하게 못 사..
 
 
잉크냄새 2007-06-07 13:05   좋아요 0 | URL
막연한 희망처럼 불안한 것도 없을겁니다. 그 속에 내재된 절망이 언뜻 비치면...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기아에 대한 문제는 막연한 희망과 동정심이 아니라 현실을 사무치도록 느끼게 해주나 보네요.
근데 이 글을 왜 이제야 보게 되는지...

은비뫼 2007-06-08 05:55   좋아요 0 | URL
동감합니다. 기아에 대해 그렇게도 무심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를 관심 가질 수는 없더라도 기아는 잊혀지기엔 너무 무겁습니다.
 
식물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수잔네 파울젠 지음, 김숙희 옮김, 이은주 감수 / 풀빛 / 2002년 5월
평점 :
절판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 약초 캐는 마녀가 되고 싶었다는 수잔네 파울젠.
그녀는 알고 보니 GEO(지이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전업 기고자로 활동하고 있었다.
GEO를 한참 읽던 예전 생각이 났다. 설혹 그렇다 해도 그녀의 이름을 보았는지의 기억까지는 없지만
왠지 그녀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감성적일 거 같았던 이 책은 실제로 아주 객관적이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일단 이 책의 장점으로 내용도 좋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편집도 한몫을 한다. 이미지 우선이 아닌 텍스
트 위주의 편집 그리고 식물을 흑백으로 실었지만 그 생명력은 거침없이 살아숨쉰다. 최소의 공간에 배
열한 식물 이미지는 가끔은 책이 접히는 중간 부분에 있어서 자꾸만 양쪽 손에 책장을 잡고 당기게도
했다. 너도밤나무와 밤나무의 잎이 이렇게 예쁜지 미처 몰랐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괴테의 말처럼
식물의 잎 하나하나가 내게 새로움을 부여했다.

또 하나의 장점은 관련내용이 있는 사이트를 주석으로 단 점이다. 더 알고자 하는 이를 위한 정보를 동
시에 제공하고 있다. 물론 한글이 아니라는 단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폭넓은 정보를 함께 이용할
수 있어서 정보의 가치가 크다.


식물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지 않는다. (12쪽)


그렇다. 식물과 동물의 수많은 차이점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말에 약간의 의혹이 생긴다. 왜냐하면
바로 식충식물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충식물을 몰라도 우리는 파리지옥을 알고 있다. 식충식물
이란 곤충을 먹는 식물이다. 그렇다면, 식물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지 않는것이 대부분이나 모두가 그렇
지는 않다는 사실이다. 나는 저자의 말에 태클을 거는 것이 아니며 다만, 식충식물을 좋아하기에 한마
디 해보았다. 사실 식충식물이 먹는 양을 동물이 먹어치우는 양에 감히 비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보통 식물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정적인 이미지가 대부분일 것이다. 한 장소에 계속 머
물러 있으며 그들은 성장하고 변화하지만 미세하고 느리기 때문에 동물과 차이가 크다. 그러나 식물의
삶도 알고 보면 대단한 투쟁이 필요하다. 사람처럼 아옹다옹하고 경쟁하며 유혹하고 살아남기 위해 노
력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식물도 살아있기에 역시 사람과 다르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이 책은 식물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원리, 역사, 이용 그리고 미래에 이르기까
지 포괄적으로 전한다. 만약 식물의 에피소드를 더 듣고 싶다면 같은 해에 정신세계사에서 출판된 <장
미의 부름>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 책과 <장미의 부름>은 겹치는 내용이 많지만 저자의 방식은 완전
히 다르다. 식물의 감정반응을 실험한 벡스터 이야기 등은 겹치지만 큰 차이점이 있다. <장미의 부름>
은 정신세계사의 책이라 그런지 과학서라기보다 신비함 즉, 감성에 다가서는 책이다. 그에 비해 이 책
은 감성과 과학 사이에 적절한 평형을 유지하고 있다. 시적인 책(전자)과 식물적인 책(이 책)이라 불러야겠다.

식물의 경쟁, 유혹 등은 식물 다큐를 보아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이 책은 꼼꼼하고 객관적
으로 말한다. 동시에 어렵거나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고 중간 정도의 레벨을 지켜가고 있다고 보인다.

우리의 식물학이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시작되었다는 사실과 후추, 감자가 만들어
낸 역사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또 독성을 내뿜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는 내게 모든 것에는 이유
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우리가 즐기는 원두커피. 그 커피의 카페인이 원래 유충을 죽
게 하거나 딱정벌레를 불임으로 만드는 물질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개의치 않지만 말이다.


인간은 번영할지 모르나 우리의 지구는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162쪽)


결국, 인간의 번영이 지구의 가난을 가져오며 그래서 인간의 번영도 존속되지 못할 것이다. 유전자 변
형과 식물디자인에 대한 편리성과 충고도 동시에 잊지 않는 저자의 말을 통해 반성했다. 식물의 미래가
곧 인간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존하는 관계이기에 어느 한쪽만 살아갈 수는 없다. 식물이 뿜
어내는 산소로 숨을 쉬고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식물이 우리에게
무엇인지 한번쯤 고민해볼 일이다. 내게도 '녹색 엄지손가락'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