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 - 내 삶을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일곱 가지 물음 인생사용설명서 2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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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김홍신의 『인생 사용 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나는 먼저 나온 『인생 사용 설명서』는 읽지 못했다. 그러나 얼핏 TV 프로그램에 나온 걸 잠시 본 기억이 난다. 열정적이고 소신 있는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이 책에는 그가 전하는 희망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신의 경험, 세상 이야기 등을 하지만 곧 독자 자신만의 생각을 재차 묻는듯했다. 남을 따라 하지 않으면 무언가 소외감을 느끼는 기이한 유행 콤플렉스를 '앵무새 증후군'으로 이름 지었다는 말에 웃을 수만은 없었다. 점점 다양성이 추구되는 개성사회라지만 사실 무언가 유행하면 줏대 없이 따라만 가기 바쁜 세태를 꼬집었다.

 

 그래서 풍요 속 빈곤, 군중 속 고독 등의 말이 끊이지 않는다.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지만 진정한 희망을 마음에 바로 세우지 못해 휘청거리는 이들이 많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사고에는 자존감이 없어서 생기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에서 "통즉불통(通卽不通)하고 불통즉통(不通卽通)"이라고 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는 표현이 어디 육신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의 가슴앓이인 것 같아 마음이 시립니다. (49쪽.)

 

 

 작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가슴앓이를 시리게 느꼈고 그래서 치유하는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던 거 같다. 법륜 스님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은 내게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세상이 복잡합니까? 아니면 내 마음이 복잡합니까?" (59쪽, 법륜스님의 말.)

 

 개인적으로 작가의 역작인 『대발해』를 쓰는 과정을 읽으며 그야말로 뼈를 깎고 피를 토하며 작가들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글을 완성하기 전에 작가가 먼저 쓰러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되살리고자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대발해』도 꼭 만나봐야겠다. 

 

 역사 교과서에서 우리가 배운 삼국통일 시대는 북쪽의 발해를 이미 제외시킨 명칭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국 시대로 부르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니 고구려, 부여 등 역사에서 소홀히 한 대가를 앞으로 톡톡히 치를 것이라는 걸 느낀다. 반면 중국은 자신들의 역사도 크게 부풀리고 동시에 다른 역사는 축소한다. 야금야금 우리의 역사까지 갉아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이는 소수 역사학자만이 관심 가질 문제가 아니며 정부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눈치 보기 바쁜 거 같다. 중국,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역사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현재와 미래를 지켜갈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가 떠난 역사여행 그리고 책의 완성까지 따라가며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자신만의 목표를 정하고 열정적으로 온몸을 살라 불태우는 모습에 한 번 그리고 우리의 역사 이야기에 다시 한 번 뜨거워진다. 책띠지에서 묻는 '당신 삶의 온도는 얼마나 뜨겁습니까?'라는 말에 과연 자신 있게 대답할 이가 얼마나 될까. 아니 나부터 예측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곱 가지 물음에 대해 가만히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작가의 인생 사용 설명서를 통해 이번에는 나만의 인생 사용 설명서를 거듭 점검하며 잠시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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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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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강렬하다.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다잉 메시지』 그리고 책표지 또한 경고하듯 옐로우 카드색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이제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재앙은 아직도 그 여파가 강하게 작용한다. 환경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환경서나 다큐멘터리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만, 곧 잊히기 쉽상이다. 시기를 잘 타고 이 책이 나왔다. 현재 시점에서 만나는 다잉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하게 나부터 이어가자고 다독여보았다.

 

 책의 저자가 특이하게도 개와 돼지 외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들을 대변한 환경서일까? 이 책은 명상을 통해 여러 동물과 교감하여 동물의 생각을 전하는 책이다. 그래서 다소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나는 무조건 신뢰하거나 그 반대인 것은 아니다. 다만, 어찌 되었든 간에 이 책에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앞부분의 휴대전화(휴대폰)의 전자파 영향 부분을 읽으며 놀랐다. 환경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실제로 휴대폰의 전자파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내 사라지리라고 말했었다. 꿀벌이 사라지는 정확한 이유를 우리는 모르지만,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이치 출판사의『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를 읽은 이유도 꿀벌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이해해야 할 것은 지구환경이 심각한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여러 이유로 방향감각을 잃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벌은 면역력이 약해서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또한, 지구의 허파로 알려진 아마존의 파괴에 대한 부분을 접하면서도 마음이 씁쓸했다. 소고기를 먹고자 소를 키우려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열대우림을 파헤치는 장면은 시공사의『육식의 종말』이나 다큐멘터리 《고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절로 떠오른다. 채식만이 대안이라는 생각에는 100% 공감하지 않지만, 육류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육류를 줄이면 환경오염도 줄어들고 소나 돼지, 닭도 지금같은 공장화된 폐쇄공간에서 자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항생제 먹인 육류를 다시 인간이 섭취하는 일이 덜해질 텐데 말이다.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동물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인간. 또 생매장 후의 환경오염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알면서도 묵인하는 이런 폭력이 가장 무섭고 바꾸기도 어렵다. 왜 죽지도 않은 동물을 살처분(殺 處分)하냐는 동물의 말에 잔인한 인간의 모습이 떠올라 몸서리쳐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전하는 방식이 다소 특이하긴 하지만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들어보라고 하는 거 같다. 오래전에 읽은 정신세계사의 『장미의 부름』과 통하는 책이다. 장미의 부름이 식물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동물의 이야기였다. 지구공동체로 살아가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겠다. 뒤편의 지구를 살리는 실천 열 가지만 꾸준히 해도 보다 나은 지구가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의식적으로 행동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구의 몸부림치는 소리를 이제 그만 외면해야한다는 게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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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 있다
유영제.박태현 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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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과학 중에서도 생물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에게 암기과목으로 통해서 시험 전에 벼락치기로 많이 외우던 과목을 대표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생물 수업시간이 즐거웠다. 신기하기도 하고 더 알고 싶은 게 많았던 탓이었다. 대학입시 때 생물 쪽과 환경공학 쪽도 살피며 미래를 전망해보기도 했다. 결국 흐지부지해졌지만, 다시 이 책을 만나며 생명과학이 거듭 꽃피고 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생명과학 분야는 조금씩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책의 부제처럼 생명과학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인간을 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미생물 등을 활용해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은 이제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래서 미생물공학이 미생물 고문학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는데 과연 그럴만하다. 우리가 필요해서 멋대로 미생물을 귀찮게 하니 말이다.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있다』는 여러 명의 생물공학 교수들이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와 연계해서 만든 책이다. 그래서 일반인에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우리와 상관없을 거 같은 생명공학이 일상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두게 된다. 고등학생들도 시간을 내서 읽는다면 생물 교과서에 대해 더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 플루(신종 인플루엔자 A), 감미료 아스파탐과 자일리톨, 에스키모들이 주로 고기를 먹어도 심장병이나 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이유 등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또한, 책을 통해 '안드로젠 내성 증후군'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즉, 남성이지만 체내의 남성 호르몬 수용체 이상으로 외형적으로 여성처럼 보이는 증후군인데 10만 명당 2~5명 정도의 발병 빈도가 있다는 사실(176쪽.)이었다. 오래전 학창시절 떠돌던 풍문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때는 정보도 부정확했고 학생들 사이에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기도 하는 등의 돌연변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한참 있었다.

 

 과학이란 게 그런 거 같다. 당장 실체를 모를 때는 당시 사회의 반영 등에 비춰 오해와 이해를 받지 못한다. 그러다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나면 그 모든 오해가 사라진다. 아직도 풀어야 할 게 많으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상상력 그리고 관찰력 등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과학도 다른 것도 다르지 않다.

 

 또한, 생물 자원의 중요성만큼이나 생명윤리도 중요하다. 과학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과학기술의 진보만큼 과학윤리는 나아가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실은 이것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도덕, 윤리라는 과목은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응용되지 않는 사회. 어떠한 잣대로도 이는 올바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교육정책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 장의 NASA의 발명품(내비게이션, 귀체온계 등)을 보며 실생활에서 쓰는 많은 것들이 첨단 과학의 영향을 많이 받음을 새삼 알겠다. 생명과학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생명윤리가 바탕에 없다면 결국 우리는 그로 인해 반대로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 그런 부분이 더 많이 담겼으면 좋았을 거 같지만, 독자 모두에게 쉽게 다가서도록 만들었다는 장점만으로도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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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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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죽은 자의 살아있는 신념이지만, 전통주의는 살아있는 자의 죽은 신념이다."

 
(7쪽. 프롤로그에서 발췌. 제로슬라브 펠리컨의 <<전통의 옹호>>에서.)

  

 경전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후대까지 살아남아 적용되는 유용한 가르침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경전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마음의 위안을 주거나 죽비처럼 의식을 후려치는 등 생생한 가르침은 깨어 있기 위한 정신의 등불이다.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는 베이직북스에서 기획한 고전시리즈로 조금은 아담해서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고 또한 읽을 수 있었다. 
 
 노자(老子)와 도(道), <도덕경(道德經)>, 무위자연(無爲自然) 등은 학교 다닐 때 배웠다. 사실 이걸 배웠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도가 부분에서 외웠다는 표현이 더 들어맞을 것이다. 실제로 노자의 이야기를 읽은 게 아니라 사상의 핵심은 단어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간략하게 읽은 게 다였지만 노자의 사상은 메마른 정신에 단비를 뿌려주었다. 게다가 어쩐지 나는 공자보다 노자 쪽이 더 마음에 닿았다. 우위를 떠나 말이 적고 은둔적인 성향이 있던 노자의 이미지는 분명히 고뇌하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초월한 거 같아서였다. 이를테면 본문 185쪽 글을 읽을 때면 더욱 그렇다. 말이 길어져 옮길 수 없으니 가끔 들춰볼 거 같다. 공자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있으니 둘의 차이를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공자를 노자보다 못하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직도 제대로 읽지 않아 노자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짧게나마 이 책을 통해 노자의 지혜와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정말이지 즐겁게 읽었다. 정신없는 삶 가운데 잠시 편하게 쉬는 느낌이었다. 특히 친근한 그의 비유는 진리는 가장 평범하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23章) 고표붕부종조, 취우부종일. (23장)

광풍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폭우는 온종일 내리지 않는다. (23장.)

 (33쪽. 1부 하늘의 도에서 발췌.)

 물의 성질, 유(有)와 무(無)의 관계, 화(禍)와 복(福) 등 상호 의존 관계 등으로 분리할 수 없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은 떠올려보았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많이 방황하던 시절에 생각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철학을 깊이 있게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면만 둘러봐서 생각의 우물이 머지않아 말라버렸던 기억이 난다. 만약 누군가 그런 상태라면 동양철학이건 서양철학이건 파고들어 보라고 하고 싶다. 요즘은 인문고전 열풍으로 일부러라도 읽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러나 뭐든 제대로 마음에 담으려면 그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아닌 나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 들어간 현대인과 소통한다는 말에서 정치 등의 세태를 보며 그들은 왜 경전을 읽지 않을까 심히 궁금해졌다. 이래서야 어디 소통이 될까. 그네들보고 어디 산골짜기에나 가서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자세히 보라고 하고 싶다. 자기수양이 부족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나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대에 물질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물론 여기에서 비움은 노자의 비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것도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사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나 자신이야말로 수양에 정진해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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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의 미소 - 부처님 열반 이야기 마음의 발견 7
정찬주 지음 / 한걸음더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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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3월 11일)이 법정 스님이 입적하신지 1년이 된 날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석가탄신일이 올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거리마다 가로수에 연등이 달리고 등이 켜지면 색색의 연등은 온기를 주고 기분까지 밝혀 줄 것이다. 친정은 불심이 깊지만, 종교의 자유 속에서 커와서 나는 현재도 무교이다. 반대로 시댁은 교회 집안이지만 교회에 다니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경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서 집에서 가까운 교회에 가끔 간다. 어찌 보면 나는 종교의 문외한이기도 하고 관심만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던 차에 작가 정찬주가 쓴 부처님 열반 이야기라서 읽고 싶어졌다.

 

 정찬주 작가는 불심이 깊은데다 그만의 감성이 더해진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글을 쓴다. 그의 글에서는 아련함이 느껴지고 성찰이 진지하게 있어서 마음에 닿는다. 얼마 전 읽은 작가의 최신작 『절은 절하는 곳이다』도 잘 읽은 터라 이 책이 더욱 기대되었다. 『니르바나의 미소』는 부처님 열반 이야기로 3개월의 여정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게다가 작가의 모교인 동국대학교 출판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부처님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어렵지도 않다.

 

 부처님 곁에서 오래도록 시봉하는 아난다뿐 아니라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짤막하게나마 그들과의 인연과 대화를 통해 열반에 드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손에 잡고 쉬지 않고 끝까지 읽었다. 사춘기 때 붓다는 대단한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막연한 동경하던 기억이 난다. 이후 영화 <리틀 부다>를 보며 수행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었다. 여기서 수행이란 스님들이 행하는 수행이 아닌 삶에서 갈고 닦는 평범한 마음의 수행을 말한다. 부처님 말씀을 들으면 느끼는 바가 크지만 매 순간 깨어 있기 어렵듯 행동으로 연결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책과 마주하는 내내 마음은 편안했다.

 

 

 홀로 있는 일을 배우라. 으뜸가는 수행은 홀로 있는 것이다. 홀로 있어야만 진정으로 즐거울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온 세상은 빛나리라. 욕망을 버리고 명상하고 있는 그의 이름을 들으면, 내 제자는 더욱더 겸손해지고 믿음이 깊어질 것이다. (74쪽. 홀로 가는 수행자에서.)

 

 아난다여, 누구든 지금이나 여래가 열반에 든 후에도 자신을 등불로 삼고自燈明, 자신을 귀의처로 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 가르침을 등불로 삼고法燈明, 가르침을 귀의처로 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 (88쪽. 자신을 등불 삼아라에서.)

 

 모든 현상은 소멸해 간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 (242쪽. 열반에 드시다에서. 여래의 마지막 말로 부처님의 짧은 유언.)

 

 

 마음을 닦아 삼독의 비를 맞지 않는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삼독은 불교에서 깨달음에 장애가 되는 세 가지 번뇌 탐욕, 진에(화냄), 우치(어리석음)를 말하며 줄여서 탐··치라고도 한다.' (본문 23쪽 참고.) 살면서 삼독의 비를 맞지 않고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아니 애초에 그게 가능한 일인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수행에 정진하라는 것이겠지만 내가 이중 가장 이겨내기 어려운 게 무엇인가 하면 우치(어리석음)가 아닐까. 탐욕과 진에(화냄)는 참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어리석음은 참아서 가능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책을 덮자 나만의 화두가 마음을 누르며 놓아주지 않는다. 마음의 평온과 묵직함을 동시에 주는 책의 여운이 참으로 그윽했다. 

 

 열반에 드는 마지막까지 말씀을 전하는 모습이 따뜻했다. 무릇 말이란 순수하게 처음의 의도를 지켜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닫는다.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종교가 그렇겠지만 변질하지 않은 본연의 진리를 추구하는 데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마지막 말인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는 말을 기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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