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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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호적을 파버린다'는 말이 무섭게 들렸던 시대가 있었다. 그 때는 그만큼 가족간의 유대를 중요하게 여기던 시절이었다. 삼대가 한지붕 아래서 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다고해서 지금은 가족간의 유대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시대는 변했고, 가족의 형태도 그에 따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삼대가 한지붕 아래 모여산다는 건 사전에서나 찾아볼 법한 말이 된 시대다. 각자의 삶을 살아내기에도 벅차 이제는 가족이라는 테두리마저 거부하고 있는 시대다.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흐름을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들다거나 육아에 따르는 비용이나 노동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족이라는 의미가 편안함과 즐거움만을 주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도 하나의 변명이라면 변명일 것이다.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존재는 멀리 있지 않다. 보통의 경우라면 대부분이 가까운 가족으로부터 받는 상처다. 가족에게 받는 상처의 크기와 타인에게서 받는 상처의 크기는 엄청나다. 그만큼 우리는 가족에게 '헌신' 또는 '희생'의 역할을 강요해왔던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가족이니까 무조건적으로 나를 편하게 해줘야 한다는 건 억지다. 이 책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해하려고조차 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우리를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시대가 변한 까닭에 이제는 우리의 가정법도 변해가고 있다. '구하라법'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다. 가족은, 적어도 가족이라면 남들보다 더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책을 열자마자 보이는 한 문장이 오래도록 시선을 붙잡는다. 관계 단절은 정당방위다... 해로운 가족과는 단절해야 한다. 저자 역시 45세에 이르러 가족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의 신체적, 정서적 학대를 견디며 살았다는 저자는 미국의 공인 심리학자이자 가족 문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오랜 경험과 상담했던 사례들이 실려 있다. 그렇다면 해로운 가족은 어떤 사람들일까? 자신만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세상 사람들의 이해를 얻는다는 게 그리 쉽지 않은 까닭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말한다. 해로우면서 무고한 사람은 없다고. 가족에게 선을 그어도 된다고. 해로운 가족으로 인해 평생을 괴로워하며 살 필요는 없다고. 그렇게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치유해야 하는지 치유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에서 밝히고 있다. 모든 심리학서가 말하고 있듯이 저자 역시 근원적인 상처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내 안에서 상처 입은 채 미처 자라고 있지 않은 또다른 나 자신과 만나야 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상처를 입은 채 그대로 성인이 되어버린 사람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말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저자는 가족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나 공허함, 그리고 일종의 죄책감 따위에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완벽한 삶을 꿈꾸며 힘겹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우리에게는 불완전해질 용기가 필요하다고.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한 채 몇 년을 살아온 내게 위안이 되어줄까 싶어 선택했던 책이었다. 위안이라기 보다는 이런 방법으로 이겨낸 사람도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나 자신이 노력하며 살았던 방법이 책에서 보여 조금은 놀라웠다. 하지만 경험으로 미루어 보건데 이런 방법을 쓴다면 약간은 특이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보다 세상의 잣대에 맞춰 선택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아이비생각

★ 숙련된 공감 능력을 키우는 방법(-252쪽)

① 누구든 이유없이 나를 푸대접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경계선을 긋는다.

② 내가 과민하게 군다거나 '지나치게 경계한다'고 비난하며 현실을 일축하려는 사람은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다.

③ 양쪽 모두가 만족하는 관계에 집중하고, 그렇지 않는 관계는 정리한다.

④ 해로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내 직감을 굳게 믿는다.

⑤ 나를 이해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에게 내 결정을 설명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헛되이 쓰지 않는다.

⑥ 침묵의 막강한 힘을 활용한다. 대꾸할 좋은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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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
저스틴 그레그 지음, 김아림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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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성장은 실제로 존재하며 전 세계적인 재앙이 닥치지 않는 한 성장세는 되돌릴 수 없다. 정부나 사회의 개선 역시 실제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조차도 일시적이다. 정부와 사회는 길을 잃을 수 있으며 확실히 그렇게 될 것이다. 역사는 진보하거나 쇠퇴하는 흐름이 아니라 이득과 손실이 반복되는 과정이다. 인류 지식의 성장과 진보는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다르다고 여기게끔 유혹하지만, 실제 우리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312쪽)

도대체 니체와 일각돌고래가 무슨 관련이 있는거야? 라는 의문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편견에 대하여'라는 소제목때문에 읽게 된 책이다. 책의 목차를 훑어보다가 다시 정색을 하고 한줄 한줄 읽었다. 그러다가 저자가 궁금해졌다. 책을 읽기도 전인데. 저스틴 그레그, 생물학과 교수라고 나온다. 게다가 돌고래류의 사회 인지를 중심으로 한 동물의 의사소통 및 행동과 인지, 언어의 진화와 그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말도 보인다. 그래서 또 찾아보았다. 일각돌고래에 관해. 일각돌고래는 바다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인간이 사육할 수 없다는 말일 게다. 니체를 생각하면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철학자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그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한번도 찾아본 적이 없는 듯 하다. 책의 도입부에 이런 말이 보인다. 니체가 마부에게 채찍질을 당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말을 끌어안고 한없이 울었다고. 그 이후로 정신이상에 시달렸다고. 저자의 말이 이채롭게 다가왔다. 각설하고 다시 목차를 훑어보니 저자의 주장에 대해 하나씩 생각해 보게 된다.

들어가며 ... 니체 씨,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시겠습니까?

1장_ 인간의 지적 우월함은 환상이고 착각인 것 같습니다 :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2장_ 인간은 거짓말 때문에 자멸하고 말 것입니다 : 그 말도 백퍼센트 공감합니다.

3장_ 인간은 죽음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 그럴까요? 그런 척 하는 건 아니고요?

4장_ 인간이 만든 도덕성은 날 선 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 이건 책을 읽어봐야겠군요.

5장_ 인간만 의식을 가졌다고 말할 수 없겠습니다 : 인간만 의식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입니다.

6장_ 인간의 시간 여행 능력은 망가졌을지도 모릅니다 : 음, 이것도 책을 좀 읽어봐야겠군요.

7장_ 인간만이 예외라는 가정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확실합니다. 인간만이 예외일 수는 없죠. 모든 일에. 목차만 읽고 이렇게 기대감에 부풀다니, 놀라웠다.

만약 인간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유인원으로 남았다면 이 세상에 이리도 많은 죽음과 불행이 닥쳤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언어는 동물계 전체에 즐거움보다 불행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304쪽)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어쩌면 교만이 불러온 착각이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인간위주로 생각되어지다보니 '우리'가 아닌 '저들'의 소통수단을 언어가 아니라고 착각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저들도 저들 나름의 소통수단이 있으며 저들 나름의 사회와 그에 따른 규범이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려보더라도 저들에게도 어떤 규칙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들은 검증되지 않고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침묵적인 규칙에 의해 살고 죽는 것처럼 보인다.(-168쪽) 그렇다면 감정은? 감정 역시 저들에게도 있다. 코끼리가 동족의 죽음앞에 숙연해지는 것을 다큐를 통해서도 많이 보았고 죽은 새끼를 며칠동안이나 안고 다니던 어미 돌고래의 이야기도 우리에게는 익숙하다. 저들도 공포와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헛소리는 거짓말과 다른데, 거짓말은 타인의 행동을 조작할 의도로 고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면에 헛소리꾼은 자신이 말하는 것이 정확한지 아닌지 알지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다. 즉, 꼭 진실이 아닐지라도 진실로 보이거나 그렇게 느껴지는 특성에 더 관심이 있다.(-112쪽) 하물며 저들은 헛소리조차 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일전에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로 했던 외계생명체가 인간이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공존이 아닌 점령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어느 드라마에서 본 적이 있다. 그처럼 저들과 인간의 차이점은 확실해 보인다. 슬프지만 좋지 않은 쪽으로.

나가며 ... 니체 씨, 우리 이제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죠?

책을 읽으면서 은근슬쩍 소름이 돋았다. 철학자의 이름을 내세워 저자가 하고 있는 말은 자연과의 공존이었던 까닭이다. 이 책을 읽는 중에 멕시코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더위로 인해 원숭이 무리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다는 뉴스를 보게 되었다. 이럴수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지구의 환경에 대한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어느 방송에선가 학자가 나와 이런 말을 했었다. '기후위기'가 아니라 '인간위기'라고 말을 바꿔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직접적인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거라고.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가 남긴 한마디가 커다란 울림을 전하고 있음이다. 니체씨, 우리 이제는 좀 더 겸손해져야겠죠?

우리 모두에게 선택권이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의 환경을 지켜줄 수 있는 변혁적 행동을 시작할 수 있죠. 아니면 평소와 마찬가지로 각종 산업을 계속 이어 가다가 환경을 지키는 데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사회의 거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비워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이 당혹스러워하기를 바랍니다. 제가 날마다 느끼는 두려움을 여러분도 느꼈으면 합니다. 그런 다음 여러분도 행동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마치 당장 위기에 닥친 것처럼 행동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사는 집에 불인 난 것처럼요. 왜나면 실제로 지금 그런 위기이기 때문이죠.(-272쪽) 크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불은 이미 났다./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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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티네이션 아트 - 전 세계 505곳에서 보는 예술 작품
파이돈 프레스 지음, 이호숙.이기수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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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쪽에 나갈 일이 있으면 항상 보고 오는 작품이 하나 있다. 햄머맨이다. 건물높이의 크기를 가진 사람모형의 작품인데 35초마다 한번씩 햄머를 움직인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시간과 겹쳐지기도 하지만 힘겨운 일상을 담아낸 듯 보여 많은 느낌을 전해받곤 한다. 책속에서 그 작품을 보게 되니 반가웠다. 또 하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보면 덕수궁 뒷쪽 담장 아래에 찌그러진 형상의 사람들이 서 있다. 그 작품 역시 이채로운 느낌을 준다. 전세계의 예술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유명하다는 작품들을 보기 위해 세상의 여러곳을 모두 가볼 수는 없는 일이니 그런 기회가 있다면 선택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 유명하다는 작가들의 이렇다 한 작품들을 도록처럼 모아놓았다. 정성 가득한 귀한 책이다. 미술에 문외한인 까닭으로 책에 실린 작품들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는 않았다. 특히나 현대미술은 직접 봐도, 혹은 설명을 들어도 그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게 그리 쉽지않다. 현대미술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렵다고 하니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던 어느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작품들을 만날 때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안 대번포트라는 작가의 <쏟아져내리는 선들>이라는 작품이다. 사진을 보면서 살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편견속에서 허덕이는가 되묻게 된다. 많은 사람이 예술작품이라고 보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싶어서. 알 수는 없어도 작가만의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지는 작품이 아닌 까닭이다. 어쩌면 일상의 단순함을 담은 작품일수도 있는 일이지만. 경기도 안양의 안양예술공원에도 세계의 작가들이 만든 조형물들이 많다. 도슨트를 따라 작품의 설명을 들으며 한번 돌아본 적이 있었는데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알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었다. 일본 나오시마에 설치되었던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노란 호박' 조형물도 설명을 들으면 이해하게 될까?



이런 저런 이유를 댄다해도 역시 현실적인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는 건 사실이다. 아르망이라는 작가의 두 작품을 보면서 무서운(?) 생각을 한다. 왼쪽의 작품명이 '장기주차'다. 우리 동네 무개념으로 세워둔 자동차들을 이런 방식으로 장기주차를 시키면 어떨까 하고. 오른쪽 작품명은 '평화를 향한 희망'이다. 레바논의 15년 내전 종식을 축하하는 의미로 만들었다는데 콘크리트에 갇혀 있는 전차들의 모습이 살풍경하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무제'라는 작품인데 미술관에 설치되었다는 게 왠지 이채롭게 다가온다. 전통적인 작품들과 불경스러운 조화을 이루고 있다는 이 작품이 미술관과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한번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곳 저곳에 흩어진 세상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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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개인주의자 -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삶의 방식
정수복 지음 / 파람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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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생물학적 욕구, 습관과 관습, 광고가 만든 트렌드에 따라 살면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산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나의 욕망은 조작된 욕망일 수 있다. 나의 욕망이 아니라 타자의 욕망일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뜻대로 사는 것 같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함정과 덫에 걸려 있을 수도 있다. 인형극 공연자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살아가면서 자기의 의도대로 산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인형을 움직이는 줄은 눈에 보이지만, 오늘날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과 의식을 조작하는 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 줄의 존재를 인식하고 외부의 힘에 의해 조종된 삶을 벗어나기가 그만큼 어렵다. 개인주의자는 그 줄의 존재와 모습을 투명하게 인식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존재다. (- 170~171쪽)

개인적으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현대는 몰개성의 시대라고. 각자가 개성을 말하고 있지만 사실은 자기만의 특색이 없다. 유행에 민감한 시대에 살면서 자기 자신만의 특색을 강조하기가 쉽지는 않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작금의 사회는 소위 '튀는 사람'을 용납하지 않는 까닭이다. 은근함과 암묵적인 방법으로 다수를 위해 '희생'과 '헌신'을 바라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개인주의가 없는 한 진정한 민주주의도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책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이기주의와 상통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다보니 개인주의라는 말을 호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배움의 시작이다. 모든 것을 전에 있었던, 혹은 행해왔던 것들에 대해 배운다.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 역시 이미 있었던 것들이 기초가 된다. 모든 것은 만들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야 네가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세뇌당한채 우리는 어른이 된다. 이미 배워왔던 것들이 나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인데 거기에서 자기 자신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 분명해 보인다. 석가가 태어났을 때 외쳤다는 "天上天下唯我獨尊"은 세상에 오직 나만 있다는 뜻이 아니라 우주 가운데 자기自己보다 더 존귀한 이는 없다는 뜻이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이제는 진정한 개인주의에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한다. 개인주의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개인주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를 이기주의(egoism) 같은 것으로 본다. 그러나 자유로운 개인주의자(individualist)를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와 명확하게 구별해야 한다. 이기주의자와 개인주의자는 우선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가 다르다. 이기주의자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지 않는다. 그는 자기 밖의 이익이 될 만한 것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자신과의 진실한 관계를 중시한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이익(self-interst)’을 우선적으로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진정한 자아(authentic self)’를 추구한다. 이기주의자는 세상의 쾌락과 재화를 추구하지만, 개인주의자는 자기 안에 들어 있는 자기다움을 실현하려고 한다.(- 41쪽)

'이타적 개인주의자'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우리는 개인주의자라고 하면 보통은 이기주의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는 분명 다르다. 전통사회에서는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우선이었다. 개인의 존재를 거부하고 사회의 부속물처럼 살아야했던 시대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를 원했고 개인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자유민주주의가 탄생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개인의 완전한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듯 하다. 어쩌면 과도기일지도 모르겠지만 작금의 현실이 자유방임주의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이 시대를 살면서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개인주의자를 인정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기는 할까? 이런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전통과 관습을 무비판적으로 따르지 않고 대세나 다른 사람의 생각에 쉽사리 동조하지 않는다. 그는 많은 사람이 무심코 따르는 관습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류의 지배적 의견을 따르지 않고 비판적 소수 의견을 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타당한 의견을 주장하면 그것을 경청하고 수용해 자신의 생각을 바꾸기도 한다. 개인주의자는 무엇보다도 독자적으로 사유하는 생각의 주체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 개인주의자는 없다.(- 37쪽)

요란한 세상의 방울소리를 한쪽 귀로 흘려들으며 살려고 노력한다. 세상의 기준에 나를 맞추기보다는 나만의 삶에 충실하고 싶은 까닭이다. 주변인들은 세상의 기준에 맞추지 않는다고 이상한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아직까지 완전한 개인주의자는 아니지만 개인주의를 지향한다. 온갖 것들이 쏟아지는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며 살고싶을 뿐이다. 저들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니. 이 책을 읽고나니 왠지 속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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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의 말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 성공의 주도권을 잡는 12가지 대화의 법칙
아다치 유야 지음, 황국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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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아지면서 말의 중요성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말을 잘해서 천냥 빚을 갚고 싶은 게 아니라 말을 잘해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별 것 아닌 말로 상처를 받고 또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한 까닭이다. 뒷말을 싫어하는 성격탓에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화법을 사용하곤 했는데 그게 또 그 사람에게는 하나의 상처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든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내가 뒷끝이 없다는 말은 곧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제사 알게 되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각각의 취향이 있고 살아가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보니 상대해야 하는 일에 따라 말도 달라져야 한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이 책에 욕심이 났다. 나이 들면서 좀 더 유연하고 포용하는 말투를 배우고 싶다는 그런 욕심.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대를 접었다. 이런 주제의 자기계발서가 너무나도 많았었기에. 어찌되었든 모든 것은 자신이 얼만큼 실천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한갑자를 넘게 살아보니 '경청'이라는 말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하지 남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화를 나누게 되는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입이 되어 버려 어느새 목소리가 높아져 있음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모두가 좀 더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하는 욕심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화법은 새겨둘 만 하다. 책의 소개글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말이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① “일단 반응하지 마라.”

② “일을 잘한다는 것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③ “사람은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을 신뢰한다.”

④ “사람과 싸우지 마라, 과제와 싸워라.”

⑤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면 말하는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⑥ “지식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지성이 된다.”

⑦ “인정 욕구를 채워 주는 쪽이 되어라.”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통해 들어왔던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그리 쉽지 않기에 지금까지도 이렇게 강조하고 있는 것일 게다. 위에서 말하고 있는 것들을 모두가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일단은 ①번, ②번, ③번, ⑦번을 실생활에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반응하지 말라는 말은 피드백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일단 들어야 한다는 말일 터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제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 의해 일을 잘하고 못함이 결정된다는 말에도 이의를 내세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진심이 없는 말과 행동은 금방 눈치챈다. ③번의 말처럼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상대방을 진심으로 생각해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⑦번에서 말하고 있는 '상대방을 인정하기'에 해당하는 것일 것이다.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더 나이 들기전에 좀 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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