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게 됐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들이 그런건지 책읽기가 원래 그런건지,

고전, 슬로우리딩, 詩라는 키워드가 역시 통하는 책이다.

저자는 특히 천천히 읽는 것을 강조했다.



"사랑에 빠져서 연애편지를 읽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여 읽는다.

그들은 단어 하나하나를 세 가지 방식으로 읽는다.

행간을 읽고 여백을 읽는다.

부분적인 관점에서 전체를 읽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부분을 읽는다.

문맥과 애매함에 민감해지고 암시와 함축에 예민해진다.

말의 색채와 문장의 냄새와 절의 무게를 곧 알아차린다.

심지어 구두점까지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파악하려 애쓴다."



이 구절은 <초등 고전읽기 혁명>에서 딱 와닿았던 구절중 하나.

저자가 하고자 했던 말도 이와 같지 않을까?

책읽기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면서 저자가 밑줄 그으며 읽었던 구절들을 소개하는데

나역시 저자처럼 음미하며 읽다보니 여느 책보다 읽는 속도가 더뎠다.

맘에 와닿는 구절들도 있었고, 저자의 설명이 더 와닿기도 했고,

이게 왜? 공감하지 못하는 구절들도 있긴 했다.

8차에 걸친 강연 내용을 책으로 엮은 건데, 16시간 강연 들은 만큼이나 이 책읽기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이 책 역시 내 머리와 내 안의 감성을 깨뜨린 도끼와도 같다.

저자가 소개한 많은 책들을 꾹꾹 눌러 읽고, 꼭꼭 씹어 읽어보고픈 맘이 생겼다.

그러나 이 책 다음으로 읽어보고픈 책은 박웅현의 딸이 직접 쓴 <인문학으로 콩갈다>이다.

어떻게 자녀교육을 했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아...다독 콤플렉스를 버리라 했는데,

읽고 싶은 책은 너무나 많다.




p. 34

저는 책 읽기에 있어 '다독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독 콤플렉스를 가지면 쉽게 빨리 익히는 얇은 책들만 읽게 되니까요.

올해 몇 권 읽었느냐, 자랑하는 책 읽기에서 벗어났으면 합니다.

일년에 다섯 권을 읽어도 거기 줄 친 부분이 몇 페이지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p. 45

결국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것이죠.

(...)

그런데 말입니다, 왜 모두 창의적이 되어야 하는 거죠?

저는 광고를 해야 하니까 창의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창의성과 관련 없지만 가치 있는 일도 꽤 많잖아요.

그런데 이게 왜 필요하느냐, 왜 다들 굳이 배워야 하느냐?

'직업'의 범주를 벗어나 '삶'의 맥락에서 볼 때,

저의 대답은 창의적이 되면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p. 46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

자, '봄'을 '행복'으로 바꿔서 읽어보세요.

모두 멀리 보고 행복을 찾는데 행복은 지금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삶은 순간의 합이기 때문입니다.




p. 74

잔디가 자라는 속도, 정 많은 나뭇가지가 가을 바람에 나뭇잎을 하나씩 내려놓는 속도.

그 똑같은 나무가 다부진 가지마다 이미 또 다른 봄을 준비하고 있는 속도.

아침마다 수영장 앞에서 만나 서로 눈인사를 주고받는 하얀 강아지가 자라는 속도.

내 무플 사이에서 잠자고 있는 고양이가 늙어가고 있는 속도.

부지런한 담쟁이가 기어이 담을 넘어가고 있는 속도.

바람이 부는 속도.  그 바람에 강물이 반응하는 속도.

별이 떠오르는 속도.  달이 차고 깅는 속도.  내 인생을 움직이는 질문.

내 인생을 움직이는 질문은 오직 하나.

어떻게 하면 그 속도에 내가 온전히 편입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내 숨쉬는 속도가 바닷가 파도 치는 속도와 한 호흡이 될 수 있을까.

내 인생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 박웅현, <내 인생의 질문은 무엇인가>



p. 92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

세월에 저항하면 주름이 생기고 세월을 받아들이면 연륜이 생긴다.




p. 120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더 형편이 나은 다른 거지다.

- 버드런드 러셀



p. 122

삶, 즉 사람의 힘, 기쁨의 힘, 감탄의 힘을 모두 포함하는 삶 외에 다른 부는 없다.

고귀하고 행복한 인간을 가장 많이 길러내는 나라가 가장 부유하다.

자신의 삶의 기능들을 최대한 완벽하게 다듬어 자신의 삶에, 나아가 자신의 소유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도움이 되는 영향력을 가장 광범위하게 발휘하는

그런 사람이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 존 러스킨



 

p. 169

인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생명이 계속해서 날아가고 있어요.

내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흘러가게 되어 있고, 어느 날엔 손안의 가는 모래처럼 다 사라질 거예요.

그리고 죽어 있을 거예요.

잡을 방법은 없어요.

그러니 빠져나가는 걸 보면서 슬퍼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을 즐기라는 겁니다.

어차피 결과는 같아요.

빠져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안절부절못하는 사람과 오늘을 즐기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후자가 답이라는 겁니다.



p. 172

얼마 전 회사 후배가 월요일에 휴가를 냈습니다.  왜 주말이 아닌 월요일에 휴가를 내느냐고 물었더니

남편과 꽃을 보러 간다더군요.

그런데 금요일에 광고주가 와서 갑자기 그 월요일에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해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후배는 꽃 보러 가는 건 꼭 가야 하는 일은 아니니 휴가를 취소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제가 가라고 했습니다. 꽃에 대한 예의를 지키라고요.

그리고 "꽃 피어 올라오니 기쁨이고, 곧 꽃 지리니 슬픔이다.

봄은 우리 인생을 닮았다"라고 짧은 글을 써줬습니다.

우리 팀에는 두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는 '모든 사생활은 모든 공무에 우선한다'이고

둘째는 '모든 술자리는 모든 회의에 우선한다'입니다.

꽃 보러 가야죠.

나라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할 정도로 꽃이 흐드러진 날에는 꽃 보러 가는 게 맞아요.



p. 191

어느 단체에서 강의를 의뢰하면서 강의 제목을 말해달라고 하길래,

'개처럼 살자'라고 보내줬습니다.

'개는 밥 먹을 때 어제의 공놀이를 후회하지 않고,

잠을 잘 때 내일의 꼬리치기를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가 제목에 대한 설명이었어요.

개야말로 지금 순간을 살고 있고, 개처럼 살면 현재를 온전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p. 318

우리는 시속 300킬로미터로 오가는 사람들이에요.

그만큼의 생활 반경을 가지고 있고요.

백 년 전의 사람들만 해도 두 발로 걸어야 할 수 있는 거리가 전부인 시절이었어요.

시간과 거리에 대한 해석을 포함한 우리의 전반적인 상태가 그 시대와 완전히 다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옛 사람들의 작품은 그들의 삶의 속도를 떠올리며 느껴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보의 양이 다르고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다르고 물질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지금과 달랐던,

근대화, 산업화, 현대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야 해요.



p. 343

제가 늘 말하지만 깨달음이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낡은'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불교에서 깨달음이란 무엇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겨져 있던 어떤 것을 '발견'하는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p. 128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카프카

p. 346

행복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잔디이론으로 봅니다.

저쪽 잔디가 더 푸르네, 저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이십 대라 좋겠다,

영어도 잘하고 부럽다, 잘생겨서 좋겠다, 돈 많아서 좋겠다.

다 좋겠다예요.

그런데 어쩌겠다는 겁니까.

나를 바꿀 수는 없어요. 행복을 선택하지 않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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