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 코로나 쇼크와 인류의 미래과제
JTBC 팩추얼 <A.C.10> 제작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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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팬데믹은 변화의 과정을 빠르게 일어나게 하는 위기"라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을 분석하고 반성할 점과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은 팬데믹 이후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10년 뒤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사회를 생각하며 세계 석학 18인이 예측한 미래사회에 대한 탁견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기원전 B.C와 기원후 A.D.를 이제는 코로나 이전 B.C.(Before Corona)와 코로나 이후 A.C(After Corona)로 써야 할지 모른다고 말합니다. <펜데믹 이후의 세계 A.C.10>에 참여한 석학들의 의견에도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B.C는 가고 A.C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A.C.1년으로 기록될 수 있는 현시점에서 10년 뒤의 세상을 예측해 보는 A.C.10은 그렇게 기획되었습니다.


JTBC 화제의 다큐멘터리 <A.C.10>. 프리젠터 조진웅이 소개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30년 팬데믹이 다시 선언된다는 가상 시나리오로 긴장감을 높입니다. 18인의 석학을 비대면으로 인터뷰해야 했기에 다양한 특수기법과 가상 현실 기술을 사용해 스튜디오 촬영인데도 영화를 보는 듯 현실감 높은 시각적 영상미를 높인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방송 시간상 편집된 부분이 많았다는데, 미처 방송되지 못한 것들까지 모두 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석학들이 총출동되어 이것만으로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 자크 아탈리, 원톄쥔, 장하준, 슬라보예 지젝 등 글로벌 석학과 전문가 18인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A.C.10>은 코로나 쇼크 이후 인류가 당면할 3가지 미래과제를 정리합니다. 첫 번째로 백신이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고 공급되는지 살펴보며, 백신과 바이오 패권전쟁에 대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두 번째로는 비대면 사회의 모습을 집중 조명하며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재구성되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마지막으로 팬데믹 상황에서의 국가의 통제와 감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겠지요.


코로나19로 인해 선진국들의 허상이 드러났습니다. 특히 유럽처럼 선진국이라 불린 곳에서 오히려 속수무책으로 무너졌습니다. 9·11 테러로 3,000여 명 넘게 사망하자 전쟁이 났었는데, 코로나로 30만 명이 사망해도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처럼 K방역처럼 방역에 모범적으로 대처한 나라도 있고, 방역에 실패한 나라도 있습니다. 우리는 메르스와 사스 때문에 위기의식이 있었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돈 걱정없이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방역은 권위주의적 정부에서 성공하는 게 아닌가 싶겠지만, 사실은 시민들이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규칙들을 잘 지켰을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는 걸 짚어줍니다. 하지만 방역과 의료는 다르다는 부분도 중요합니다. 병상 부족 사태로 인한 공공의료 문제 및 비대면 의료 합법화 문제 등 이번 일로 의료체계 재정비의 과제를 받은 셈입니다.


역사상 유례없이 빨리 개발된 코로나 백신. 솔직히 백신 접종 완료하면 더 이상 코로나 걱정은 안 할 줄 알았는데, 몇 개월 후 백신 효력이 떨어진다니 말 그대로 위드 코로나의 현실화가 실감됩니다.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은 변종 바이러스가 방역 실패한 곳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세계가 긴밀하게 얽혀있다 보니 그렇게 또 전 세계에 퍼집니다. 국제적인 집단 면역은 세계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문제는 바이러스 확산보다 백신을 최대한 빨리 전 세계로 공급하는 게 힘들다는 겁니다. 백신국수주의의 등장으로 나라 간 백신 공급 불균형이 발생했습니다. 코로나 백신 원천 기술을 가진 기업이 백신의 지식재산권 면제를 거부하는데, 이익 추구하는 기업이라며 이해할 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왜 비판해야 하는지 석학들이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의 발달과 AI 기술 발전은 노동의 형태를 바꾸게 됩니다. 불필요한 대면 만남을 줄였을 때 얻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국가 차원의 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코로나19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도 줬습니다.


마주치지 않아도 마주치는 효과를 내는 메타버스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로봇의 수요는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곳까지 침투할 거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노동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일의 개념과 형태의 변화. 과연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변할까요.


불안정하다는 뜻의 프레카리오와 노동자를 뜻하는 프롤레타리아를 합성한 프레카리아트라는 용어가 눈에 띕니다. 인간의 노동이 대부분 AI로 대체될 미래사회에서 임시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형태의 단순노동에 종사하며 저임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계층을 뜻합니다. 0.001%는 플랫폼 소유자, 0.002%는 플랫폼을 이용해서 거대한 비즈니스를 하는 슈퍼스타, 그리고 나머지 99.997%는 일반 대중 및 프레카리아트로 계층을 나눈 부분이 확 와닿더라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며 프레카리아트가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보면 소득 재분배 체계에 변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질 겁니다. 통제 불능의 불균형 속에서 이 상황을 위협으로 볼 것인지, 개혁의 기회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방역 관리를 위해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정보가 중요해지면서 확진자의 동선 정보와 관련해 초기에는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했었죠. 요즘은 QR코드를 꺼내 단말기에 대어 내가 이곳에 다녀갔다는 기록을 남겨야 합니다. 현재 확진자 한 명의 이동경로 파악하는 데 드는 시간은 단 10분이라고 합니다.


감염병 위기에 맞서 공동체의 건강과 안위를 보호하는 가치와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가치의 충돌.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며 규칙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어느 선까지 규제할 수 있을까요.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감시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듯, 디지털 발자국은 강압적인 감시의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한번 시작된 것을 팬데믹 이후에 멈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석학들이 제기합니다. 개인정보 보호와 국가 통제의 대립에 관한 이야기 속에서 투명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더불어 AI 기술의 발달로 이제는 그 어느 시대보다 미디어의 힘이 강해졌습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우리를 현혹시킵니다. 팬데믹은 그저 보건의료 위기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회, 경제적 파장이 큽니다. 코로나와 공생하는 빅 뉴노멀 시대는 전에 없던 문제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혐오, 백신 국가주의 등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가 드러낸 우리 사회의 틈을 메울 방법과 디지털 사회에서 새로운 통제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 책임감에 대한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팬데믹 이후의 세계 A.C.10>. 글로벌 윤리의식이 살아 있는 사회를 위한 석학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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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 로마를 구한 거위부터, 우주로 향한 라이카까지
제이콥 필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반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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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탄생 이후 21세기까지 인류 역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50가지 동물의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어마어마한 숫자의 생물이 있는데도 얼마나 대단한 영향력을 끼쳤길래 딱 50종만 손꼽을 수 있었을까, 기대감을 안고 읽었습니다. 진화의 여정에서 주목할 만한 초기 동물로 시작해 문화, 전쟁, 경제,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이 어떻게 인간의 생활상을 바꾸며 역사를 형성하고 기여했는지 보여줍니다.


​진화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인 수생동물이 육상동물로 전환된 과정을 보여준 화석은 2.7m가 넘는 틱타알릭이라는 선사시대 어류입니다. 아가미와 허파가 다 존재한다니 정말 신기합니다. 그러고 보면 현생 생물 중에서도 꽤 많은 생물이 인간의 관점에서는 참 기이한 생명체입니다.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 아가미로 숨 쉬다가 육상으로 올라오면서 허파가 생기지요. 우리 집 반려동물로 함께 생활하고 있는 육지소라게나 코코넛크랩처럼 유생 상태에선 바다에서 살던 생물이 육지로 올라오면서 아가미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양서류에서 진화한 최초의 파충류가 등장한 것은 약 3억 1,200만 년 전이고, 최초의 공룡은 약 2억 4,000만 년 전이라고 합니다. 여전히 화석이 발견됨에 따라 수정되는 분야인 만큼 공룡의 세계도 참 흥미진진합니다. 공룡 멸종 때 오직 한 종만 살아남았는데, 바로 시조새입니다. 여기에서 새가 진화합니다. 새 1만 종의 공통 조상이자 살아남은 유일한 공룡인 시조새는 최근 연구에서 쥐라기 후기 몇몇 공룡 중에서 조류의 특징이 발견됨에 따라 최초 타이틀은 반납해야 할 것 같지만, 진화 연구에서 시조새의 상징은 영원할 거라고 합니다.


생명의 역사에서 진화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자연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일대 혁명을 일으키게 된 다윈의 진화론. 그 주역은 핀치입니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 조상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등 유인원인 침팬지와 보노보노와 유전자 염기서열 차이가 단 1.2%라는 것은 놀랍습니다.


야생식물 재배와 동물 가축화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탐험하는 토대가 됩니다. 인류 최초의 가축으로 기른 개는 오늘날 반려동물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을 착취하고 폭력을 자행한 역사가 더 많습니다. 동력 공급원이자 20세기까지 전쟁 기초 물자이기도 했던 말은 유럽을 호령한 훈족이나 몽골제곡의 번영에 기여했습니다. 사실 말보다도 더 잔혹하게 전쟁에 이용된 건 뜻밖의 동물입니다. 바로 코끼리입니다. 인간의 전쟁에 무자비하게 이용되더니 무역이 발달하자 코끼리 상아 거래를 위한 밀렵이 성행하면서 코끼리의 수난은 이어집니다. 개보다 훨씬 위험 감지를 효율적으로 하는 거위를 보초병으로 쓰기도, 전서구로 비둘기를 활용하는 등 전쟁에 동물들을 이용하면서 역사의 흐름이 뒤바뀌는 경우가 숱하게 일어났다는 걸 알려줍니다. 


동물은 인간의 숭배 대상이자 의미를 지닌 상징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고대 이집트 고양이 숭배는 이집트를 망하게 했을 정도입니다. 고양이를 죽이면 사형에 처한 시기도 있었을 만큼 고양이를 소중히 대한 이집트와 전쟁을 치른 페르시아가 역이용한 겁니다. 페르시아가 이집트 침공 시 고양이를 앞세우고 방패엔 고양이 그림을 그려 넣어 승리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시베리아 토착민의 불곰 경배, 세계의 여러 신화에 등장하는 회색늑대, 여신 아테나의 지혜의 상징 올빼미, 힘과 명예를 상징하는 독수리, 위엄과 용맹을 상징하는 사자 등 신화와 전설, 국가적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인간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세 번의 팬데믹을 일으킨 주범이 겨우 2.5mm의 벼룩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인간을 제외하고 역사상 가장 많이 사람을 죽인 동물은 모기입니다. 이처럼 한낱 미물처럼 보이는 동물만으로도 인간은 큰 영향을 받습니다.


육상무역로인 실크로드라는 말이 생겨나게 한 누에는 세계화를 열었고, 라이카는 편도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떠났습니다. 그 외 꿀벌과 소, 비버 등 산업 전반에 얽힌 동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인간사를 발전시키는데 크고 작은 도움을 준 동물들의 가치를 우리는 얼마나 인정하고 있을까요.


인간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동물들을 소개한 <세계사를 바꾼 50가지 동물>. 인간은 여전히 생태계 파괴를 일삼으며 수많은 토종 종을 멸종시키는 침입종을 전 세계로 전파시키고, 동물을 착취합니다. 동물의 세계사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역사는 오히려 부끄러운 면이 가득하다는 걸 깨닫게 될 겁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라보게 하는 흥미진진한 세계사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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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글냥글 책방 - 책 팔아 고양이 모시고 삽니다
김화수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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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고양이 집사가 들려주는 책방 고양이 이야기 <냥글냥글 책방>. 마당이 있는 작은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로망을 실현하며 마당에는 길고양이들의 쉼터로, 1층은 책방을 운영하는 김화수 작가의 희로애락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11년 전 유기묘 보호소 출신 고양이를 입양하면서 고양이집사 인생이 시작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거두다 보니 집고양이 두 마리와 독서교실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지내는 두 마리까지 네 마리 고양이 식구가 생겼습니다.


비염 있는 남편의 스트레스에 대한 미안함, 집과 독서교실에서 집사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있는 고양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버무려진 상황에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단독주택을 발견한 건 고양이 집사를 포기하지 말라는 운명일까요. 남편의 퇴직금까지 끌어쓰는 주택 영끌을 감행하는 김에 로망이었던 책방까지 운영하게 됩니다.


고양이와 책의 조합은 언제나 옳죠. 고양이쌤 책방은 책방이지만 책이 주인공이 아닌 곳입니다. 고양이 친화적 인테리어로 곳곳이 캣타워화 되었고, 고양이들의 최애 쉼터 택배 박스가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곳입니다.


네 마리 고양이와의 인연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네 마리 고양이 모두 성격이 천차만별이라 그야말로 냥바냥입니다. 고양이쌤이라는 별칭을 갖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해준 첫째 고양이,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주인님이라고 하는구나 여실히 깨닫게 해준 둘째 고양이, 샴고양이 치고는 츤데레한 셋째 고양이, 고양이 무섭다는 사람도 무장해제시키는 마성의 넷째 고양이까지. 책방 덕분에 네 마리 고양이가 함께 살게 됩니다.


독립적인 성향에 외부인을 꺼리는 고양이 성향상 매장냥이는 좋지 않은 환경이지만, 역시 냥바냥이라고나 할까요. 집사가 잠자는 시간 외에는 온종일 머무는 공간에다가 고양이들이 순조롭게 책방의 직원이 되어주었고, 걱정과 달리 관종 기질이 철철 넘치는 성격의 고양이였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되기도 합니다. 불특정 다수의 손님이 번번이 드나드는 번화가 책방이 아닌, 장사가 잘 안되는 ㅠㅠ 책방이라는 점도 있군요. 고양이 시점에서 풀어놓는 책방의 하루 이야기도 꿀잼입니다.


고양이가 있는 책방에서 일어날 법한 사건은 다 벌어진 듯합니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진 이들로 인한 가슴앓이를 하기도 하고, 반려동물 복지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물론 가방을 신상 스크래쳐로 받아들이는 고양이들의 만행을 흐믓해하는 애묘 손님들이 대부분이긴 하지만요. 신기하게도 집사의 책에는 만행을 저지르곤 했어도 판매용 책은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기행을 보인다니 천상 책방 고양이 운명인가 봅니다.


그나저나 로망과 현실의 갭은 마당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노는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밖으로 탈출하기 쉬운 열린 구조의 단독주택은 집고양이들에겐 그림의 떡이 되었고, 대신 길고양이들의 휴식 장소로 변모합니다.


사실 작은 책방의 수입으로는 길고양이 사료나 응급 치료를 하는데 쓰이는 비용으로만 간신히 댈 수준이라니 영끌까지 해서 운영하는 책방의 의미가 있겠나 싶기도 합니다. 책방 수익구조로는 생활이 힘들었을 거라고 고백합니다. 글쓰기 강사라는 본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역시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양하게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되네요.


동네 고양이들에게 소문이 난 건지 시시때때로 들르는 맛집이 된 책방 마당. 마당 입주 고양이까지 생기고 출산을 하는 고양이까지 그야말로 냥장판이 됩니다. 다행히 동네 이웃들의 고양이 친화적 반응 덕분에 편히 길고양이들을 대할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밥을 주다 보니 어느 집에 길고양이가 눌러앉는지 은근히 라이벌이자 협력자 관계였다니, 이런 마음씨를 가진 이웃들이 많은 동네라면 이웃 스트레스는 덜하고 살 수 있겠어요.


길고양이와의 안타까운 이별도 수없이 맞이했고, 집고양이였던 넷째가 고양이별로 먼저 떠나며 펫로스 증후군을 세게 경험하기도 하면서 고양이 집사로서의 희로애락을 경험합니다. 많이 웃고 가끔은 울게 될 것이지만, 꿋꿋하게 힘낼 의지를 갖게 된 것 역시 고양이들 덕분입니다. 마당냥이 중 노랭이라고 부르던 아이가 책방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막내의 빈자리를 채워주었으니, 이 또한 고양이만이 안겨줄 수 있는 위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힘든 묘생의 길고양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마당을 가진 캣맘으로서, 사실상 고양이가 직원이 아닌 주인인 듯한 기분을 안겨주는 집사로서 최선을 다하는 김화수 작가. 냥글냥글한 책방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응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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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몽냥처럼 - 웹툰보다 더 내밀하고 사랑스러운 몽냥 에세이
몽냥 이수경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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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N년차이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긴 신혼을 보내며 몽글몽냥 결혼 일상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화제의 인스타툰 꽁냥꽁냥 몽냥툰. 웹툰보다 더 내밀한 글이 더해진 <사랑한다면 몽냥처럼> 몽냥에세이로 찾아왔습니다.


외강내유형 냥이와 냥이 한정 애교쟁이 순둥이 몽이의 결혼 일상을 그린 <사랑한다면 몽냥처럼>. 팍팍한 세상살이에 결혼도 사랑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꽁냥꽁냥 신혼 일상이 남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합니다. 내 몸 하나 돌보기도 바쁜 생활 속에 나도 모르게 배인 외로움과 우울을 안아주는 사랑을 믿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결혼과 삶의 밝은 면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몽냥 이수경 저자 역시 결혼은 다음 생애를 외치던 비혼주의에서 우연한 사랑을 하게 되었고, 결혼 N년차에 이르렀습니다. 박터지게 싸우는 날도 있고 등 돌리는 날도 있었지만, 마음이 메마르고 정신적 피로감이 쌓인 사람들에게 휴식이 되어줄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일상도 귀엽고 밝게 바라보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날카롭고 거칠어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게 만드는 마법 같은 몽냥툰.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신혼은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신혼처럼 고소하게 지내는 몽냥의 이야기에서 바람직한 결혼생활 마인드를 배우기도 합니다.


서로에게만은 무장해제된 모습이 나올 수 있는 부부 사이. "사랑은 단단하고 뾰족한 마음을 무르고 둥글게 만든다."는 걸 경험하며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봅니다.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누군가에겐 결혼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 어떻게 사랑을 이루어 가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믿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여전히 나인데 뭐가 이렇게도 달라진 건지. 생각해보면 철저히 나 홀로 살던 세상이 둘로 합쳐지면서 세상의 온도가 달라졌다." - 책 속에서 


연애 땐 서로 정말 닮은 취향이라고 생각했건만, 결혼 후엔 어찌나 다른지. 몽냥의 결혼 생활 수칙은 작은 일은 작고 가볍게 넘어가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치약 짜기, 뒤집어진 양말 등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수없이 발견되지만, 버럭 댈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어찌 보면 맞춰간다는 건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서로가 싫어하는 걸 알아주고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니까요. 너무 안 맞는다고 난리 치며 싸웠던 것들이 지나고 나면 싸운 이유를 기억조차 하지 못할 만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사랑한다면서 정작 상대가 그토록 싫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작은 균열이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될 겁니다. 사소한 주의를 기울이며 서로 한 발짝 양보하는 마음. 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혼 생활일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사랑에 대한 책임이 아닐까 묻습니다.


다행히 몽냥이네는 몽이의 성격 덕분에 열폭하는 냥이와의 싸움이 멈추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부러운 지점이지요. 몽이 덕분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사랑한다고 항상 생각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된 냥이의 성장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저는 배울만한 지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결혼 그 자체가 어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 나의 정서적인 문제를 타인이 해결해 주길 바라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으며 힘들 때 결국 힘을 내야 하는 건 스스로라는 걸 배워나가는 성장 마인드는 결혼생활에서도 키포인트입니다.


저마다 다른 결혼생활을 하기에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남들의 훈수를 새겨들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결혼도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생의 무수한 선택 중 하나이니까요. 물론 살아보면 다르다는 말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부부로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것들을 함께 지켜나가지 않으면 실패하고 마는 어려운 결혼생활입니다.


이인삼각 경기와도 같은 결혼생활. 서로 성장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혼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보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참 세월 빠르다는 생각뿐입니다.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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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 먹는 것에 진심인 두 여성 CEO의 소울푸드 에세이
김지양.이은빈 지음 / 북센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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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걱정을 하면서도 배달음식, 편의점 음식에 길들여진 요즘 생활 패턴에서 죄책감 없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감할 겁니다. 먹는 것에 진심인 김지양, 이은빈 저자는 매일 먹고사는 우리들에게 먹으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음미하면서 식사한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도시녀로 자란 저는 시골밥상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20대 때 친구와 여행 중 들른 친구네 할머니 댁이 산골에 자리한 시골집이었는데, 그때 제 생애 처음 찐 청국장의 맛을 알게 되었어요. 얼마나 그립던지 다음 해 다시 친구를 부추겨 방문했을 정도입니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잘게 썰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낸, 평범한 레시피의 청국장이었지만 이후 그 어떤 곳에서도 다시는 그 맛을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한적한 시골길을 오가는 여정과 흙집의 시골집에 대한 로망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도 된장찌개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구수한 할머니의 된장으로 탄생한 된장찌개처럼 음식의 맛에 대한 추억 속에는 함께 하는 사람과 기억에 자리 잡을 만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플러스사이즈 패션 컬쳐 매거진과 쇼핑몰 66100 대표 김지양 저자, 차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티 제품을 개발 및 판매하며 티 바를 운영하고 있는 TEA&LIFE STYLE 기업 알디프 창업자이자 대표 이은빈 저자. 두 여성 CEO는 요리 전공 이력과 1일 1케이크로 20대를 보낸 이력을 가졌을 만큼 먹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여성창업자와 일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장 즐거울 땐 먹는 이야기할 때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기획되어 탄생한 게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라고 합니다. 음식을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 두 저자가 만나 음식 이야기를 천일야화처럼 끝도 없이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먹고사는 이야기야말로 곧 삶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감을 채워주는 메인디쉬 코너에서는 음식과 함께한 따뜻한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음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때론 달콤하고 씁쓸하게 나를 달래주는 디저트 코너에서는 음식으로 위로받으며 다시 일으켜주고 행복하게 해준 음식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매일 뭔가를 먹고 있는 우리들.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식사를 하며 사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는 어느새 잊고 있었습니다.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를 읽다 보면 칼로리를 얻기 위해 먹는다는 이유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덧붙여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느끼하다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이야기 인상 깊습니다. 그 말 하나로 퉁치기엔 너무나도 넓은 맛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기에 그렇습니다. 버터크림을 한 번도 느끼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저처럼 누군가에겐 느끼한 맛이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맛과 감정을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좀 더 다채로워질 것 같아요.


두 저자의 소울푸드에 등장하는 음식 중 정말 맛보고 싶은 모카폭립이 울 동네에선 검색이 되질 않아 시무룩해졌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순간의 희열에 대한 감정도 남다른 저자입니다. 동일한 레시피여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메뉴인데도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릅니다. 미식가보다 호기심 많은 탐험가가 되어보길 권장하기도 합니다.


인생에 낙이 없을 때 소생시키는 음식 한 가지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소울푸드의 매력을 쏟아내는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마음이 충만해지게 하는 음식 이야기는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도 건져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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