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유럽의 레시피 - 손쉽게 만들어 즐겁게 맛보는 중세 요리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코스트마리 사무국 지음, 김효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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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들의 비밀 노트 역할을 톡톡히 하는 AK TRIVIA BOOK 시리즈. 중세 관련 책이 많은데 이번엔 요리 편입니다. 중세 요리를 재현해 현재 식재료로 손쉽게 만들어 즐겁게 맛볼 수 있다니! 


원래 판타지 마니아였던 슈 호카 저자는 이쪽 세계로 건너오며 중세 유럽 시대 요리를 재현하고 변형 레시피를 연구하면서 중세 요리의 매력을 선보입니다. <중세 유럽의 레시피>에서는 중세 음식의 역사를 요리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편리한 가공식품들이 넘쳐나는 현대에 중세 요리 식재료를 구할 수 있을까 의아심이 들었지만, 생각해 보니 현재 유럽 요리의 전통을 찾아가는 과정이니 해볼 만하겠구나 싶겠더라고요. 중세 요리에 자주 사용되는 렌틸콩이나 조미료도 쉽게 구할 수 있더라고요. 책에 소개된 레시피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다 구입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요즘은 설탕, 소금, 식초가 기본 조미료이지만 당시엔 값비싼 조미료였기에 중세 요리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설탕 대신 꿀을 사용하면 되고, 중세 무렵부터 대대로 이어진 프랑스 오를레앙 제조법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 비네거를 식초로 사용하면 되는데 맛이 일품이라니 이번 기회에 갖추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소금은 분쇄기로 갈아쓰는 암염을 쓰면 중세의 맛을 충실히 재현할 수 있다는 팁도 알려줍니다. 잡내를 없앨 때는 청주, 소주를 사용하듯 중세 요리에는 와인을 사용하면 됩니다.


중세 요리하면 우아한 귀족의 식사가 떠오릅니다.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의외로 간단한 레시피 덕분에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사실 비주얼만큼이나 그 맛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조금은 심심한 맛이긴 할 것 같은데 오히려 담백한 끝맛을 낼 것 같아 끌리더라고요. 쿠민 수프 같은 건 닭 육수에 달걀 풀고 후추 뿌린 현대의 달걀국 같은 느낌인데 거기에 쿠민 분말 2큰술만 딱 더 넣으면 중세 요리가 되는 겁니다. 쉽죠?


중세 3대 향신료로 정향이라고 부르는 클로브, 시나몬, 생강이 있습니다. 향신료는 십자군 원정을 통해 유입되어 상류층에서 사용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 역시 당시엔 자신의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재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중세풍 판타지 소설에 나왔던 문장이 생각납니다. 귀족 가문이 이동할 때 야영할 때도 귀한 향신료를 썼다며 무척 놀라는 장면이 있는데, 겨우 한 문장인데도 충실히 자료 조사를 한 작가의 글이라는 게 느껴져 애정이 샘솟네요.


유럽 음식 하면 허브가 꼭 들어갈 것만 같은데 허브가 식재료로 사용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그때는 수도원에서 의료용, 요양식 재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14세기 잉글랜드 요리서를 주로 참고한 음식이 많은데 요리 이름이 재미있습니다. 왕의 양고기구이, 천사가 먹었던 타르트, 작은 새의 무덤 등 이름 하나에도 센스가 넘칩니다.


설탕이 귀한 시대였기에 단맛을 줄인 디저트들은 오히려 요즘 시대에 더 필요한 레시피가 아닐까 싶어요. 레몬 튀김 같은 재현해 보고 싶은 튀김 요리도 있어 즐거웠습니다. 식용 꽃을 활용한 요리도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그나저나 중세 요리는 어디에다 해야 할까요. 만능 도구로는 스킬렛을 손꼽습니다. 무쇠후라이팬입니다. 거의 모든 조리 방법이 가능하다고 칭찬하네요.


드라마, 영화, 문학 작품 속 중세 시대에 대한 환상이 담긴 요리와 실제 중세 요리를 비교하며 역사 속 중세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시간 <중세 유럽의 레시피>. 실패작에 대한 기록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되었고, 영국 튜크스베리 중세 축제 체험기, 일본에서의 중세 체험형 콘텐츠들을 소개하며 중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활동까지 담겨 있습니다. 이런 활동을 하는 단체가 있다니 조금은 부러워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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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미래 트렌드 2022
트렌드 연구소 지음 / 도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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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대를 관통하고 주류에 의해 생성된 대중의 소비 욕구를 의미하는 트렌드. 유행하거나 새롭게 주류가 된 것들이 대중의 공감에 의해 공유되는 트렌드는 의식주와 문화를 아우르는 일상의 변화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한국디자인산업연구센터 유어트렌드에서 IT 분야 패션 분야 트렌드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트렌드연구소 이영호 저자의 <현재-미래 트렌드 2022>는 현장 중심 트렌드 취재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한 트렌드 예측서입니다. 강연을 듣는 듯한 유려한 스토리텔링이 돋보입니다.


트렌드는 우리들의 삶을 미리 규정짓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년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는 것 같아도 그 트렌드가 3년 전부터 준비된 것이란 사실은 알아채지 못합니다. 패션 트렌드는 패션계의 루틴 때문에 3년 앞의 트렌드를 다루기에 2021년에 제시하는 2022년 트렌드 분석이라고 할지라도 2019년에 제시된 2022년 패션 트렌드 예측에서 인용된 부분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트렌드 시장조사 방식 및 트렌드 관련 분야의 비즈니스가 어떤 구조인지 먼저 짚어주며 <현재-미래 트렌드 2022>에서는 단순히 과거의 자료들을 과거의 이론에 짜 맞추어 예상하는 것을 넘어 사회, 경제, 정치 등의 상황을 지켜보며 새로운 불확실성의 가능성까지 제시하고 대안을 제시합니다.


2022년에는 거대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 이슈도 있고,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항저우 아시안게임, 카타르 월드컵까지 스포츠 이벤트가 많습니다. 바야흐로 승부와 대결의 세계에 시선이 모이는 한 해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따른 일상의 변화도 있습니다.


<현재-미래 트렌드 2022>는 2022년을 관통한 핵심 키워드로 경제 활동 주권을 스스로의 가치관에 따라 결정하는 셀프 폴리틱스와 소비자 주권으로서 삶의 통제권을 스스로 부여하는 시대에 걸맞은 셀프 거버넌스를 꼽습니다.


나의, 나에 의한, 나를 위한 캐치프레이즈를 필두로 하는 셀프 폴리틱스 (Self Politics)와 관련한 10가지 트렌드부터 하나하나 살펴봅니다. 온 국민의 정치 참여 시대. 익명성에 기대 자기 목소리를 표출하는 여론 형성의 일역을 담당하는 익명게시판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대학생들에겐 에타(에브리타임)가 있다면, 직장인들에겐 대나무숲이 있습니다. 의견이 공유되고 공감을 불러일으켜 거대한 여론이 될 수 있는 익명게시판의 위력은 기업의 생살여탈권까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대입니다.


지속적 성장을 위한 경영전략인 기업의 ESG 경영은 가치소비를 하는 MZ세대의 소비특성과 연계되는 방식이라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게 미친다는 걸 우리는 이미 다양한 사례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합리적이지 않은 행동을 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시키며 미래를 살아갈 자신들을 위해 권리행사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가치소비를 하는 세대의 특성 덕분에 생겨난 현상 중 중고마켓 확산도 있습니다. 애초에 중고로 팔 수 있는 물건을 사는 세대입니다. 기업들이 참여하는 중고거래 마켓으로 확장 재편될 거라는 예측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상의 현실 세계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드는 메타버스는 제타버스라고 불러도 무방하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Z세대 80퍼센트 이상이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그 외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해가는 플랫폼, 정치적 가상세계에서 펼쳐지는 리더십 대규모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등 셀프 폴리틱스 시대를 대변할 2022년 트렌드 토픽 10가지를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1인 가구 확산 시대에 주도적 삶과 경제 논리가 접목되면서 셀프 거버넌스 (Self Governence) 시대에 맞춘 10가지 트렌드 토픽이 이어집니다. 개인이 각자의 삶을 자기주도적으로 정치하는 시대. 기업에 적용하면 자기 경영, 개인에 적용하면 자기 삶에 대한 주도적 오너십이 되는 겁니다. 자기 이익 여하에 따라 자기 권리 행사에 적극적인 세대가 이끌어가는 셀프 거버넌스가 불러올 트렌드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전에 없던 새로운 개념이 갑자기 나타나진 않습니다. 가상화폐, 인공지능, 인플루언서, OTT 등 이미 성장해오고 있던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현상을 바라보는 것을 넘어 <현재-미래 트렌드 2022>는 우리 일상에 확연하게 영향을 미칠 파급효과에 초점 맞춰 각 토픽들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하고 있습니다.


신문물의 등장보다는 2022년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경험하거나 간과한 기술과 사회적 변화들이 어떻게 변화하여 주류가 될 것인가를 들려주는 트렌드 예측서 <현재-미래 트렌드 2022>.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경험했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있고, 여전히 추상적으로만 다가왔던 것들이 실제 현장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 수정 등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실시간이면서 동시대적 트렌드 이야기인 만큼 오히려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2022년을 기대하는 우리의 새로운 바람이 2022년의 행보를 남길 겁니다. 세상의 변화와 발맞춰가는 우리의 삶이 남길 족적을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트렌드란 역사의 바람이자 변화의 바람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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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더머니 -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 기업에 관한 이야기
조현용 지음 / 시월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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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디지털 콘텐츠 전담조직 D.크리에이티브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언론사 기자가 만든 콘텐츠 소비더머니. 콘텐츠 누적 조회수 1억 회 이상을 돌파하며 화제의 유튜브 채널로 성장한 소비더머니를 책으로 만나보세요. 영상으로 다 전달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수록되었습니다.


롤렉스, 에르메스, 스타벅스, 애플, 삼성 등 브랜드 이름이 정체성 그 자체인 14개 기업의 흥미진진한 성장사를 통해 브랜드에 얽힌 사람과 돈, 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막장 드라마를 펼치기도 하고 구사일생 위기 탈출을 하기도 한 브랜드들. 관심있는 브랜드의 비하인드스토리를 통해 충성도가 더 깊어질 수도 있고, 뜻밖의 호감을 발견하며 새로운 관심을 쏟을지도 모릅니다.


명품 브랜드와 세계적인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살펴보는 <소비더머니>. 클래식의 대명사이자 부와 명예의 상징인 롤렉스 시계는 <보석의 역사> 책에서 전쟁으로 인해 손목시계의 위력을 재발견한 역사를 배울 수 있었는데 <소비더머니>에서는 그중 당시 신생업체였던 롤렉스에 초점 맞춥니다. 후발주자였던 롤렉스가 어떻게 업계에서 두각을 드러냈는지 그 여정을 들여다보면 브랜드 정체성과 마케팅의 관계는 물론이고 내실 있는 탄탄한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막장 드라마로 소문난 구찌 가의 갈등과 위기를 마주하다 보면 브랜드 뒤에는 사람이 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쇠퇴하고 사람으로 인해 부활한 구찌의 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짚어줍니다.


유명인들이 자발적으로 구집하는 브랜드 에르메스. 6대째 가업을 이어가는 에르메스의 이야기는 역시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브랜드가 중국, 베트남에서 1단계 생산 공정을 거치지만, 에르메스는 프랑스 장신의 수작업 기술을 꿋꿋이 고집하고 있는 곳입니다. 소비가 아닌 투자라고 당당히 말할 줄 아는 에르메스이기에 백 중에서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그 품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패션, 뷰티 업계에서 LVMH 그룹의 위상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루이비통, 디올, 지방시, 티파니 등 우리가 아는 명품 브랜드 중 많은 브랜드가 이곳 소속입니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세계 부자 순위 3위에 자리 잡은 세계 최고의 명품 제국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 지분을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되는 방식으로 공격적 행보를 펼치는 경영 방식이라 몇 년 후엔 어떤 브랜드를 더 보유할지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1억 잔 이상 아메리카노를 판매하는 스타벅스. 전 세계의 커피 소비문화를 바꾼 스타벅스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특히 인기 있습니다. 굿즈 대란이 벌어지기 일쑤입니다. 이제는 커피 맛 때문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브랜드 자체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세계 부자 1위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요즘은 동네에서도 테슬라 전기차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무모해 보이고 저돌적인 도전을 펼치는 일론 머스크의 말 한마디에 논란이 많이 일기도 하지만 세상을 바꾸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 충성도가 남다른 애플과 삼성, 한국인의 일상을 지배하게 된 플랫폼 기업 카카오 등 세상의 변화에는 브랜드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들이 연결하는 미래는 어디까지 확장될까요.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 스토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브랜드를 만든 창업자의 정신을 헤아리고 그걸 기반으로 시대의 변화에 맞춘 트렌디함을 더했을 때 세대를 뛰어넘는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14개 기업들이 보여줍니다. 브랜드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을 파헤친 <소비더머니>를 읽으며 지금 우리가 사랑하는 브랜드의 드라마틱한 성장사를 재미있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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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의 거리두기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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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선택이 계속되는 인생. 흘려보내는 인생이 아닌, 채워지는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인생에 매몰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조대현 여행작가는 여행을 통해 오히려 거리두기를 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수많은 의문을 설득해야 하는 시간이 필수불가결한 여행.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바라봤을 때 오히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입니다.


해가 지고 와인 한 잔과 함께 작은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다 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습니다. 여행에서는 조용한 바람 소리 속 바닥에 앉아 있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여행 중에는 뜻밖의 감정들을 오롯이 마주하는 시간입니다. 자유로움, 즐거움, 슬픔, 외로움 같은 일상의 감정이지만 잊고 있었던 그런 감정들. 일상의 하늘과 다를 바 없는 하늘인데도 내 눈 안에 담아내는 찰나의 시간을 선사하는 여행. 그 공간의 온도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인생과의 거리두기>에서는 조대현 여행작가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선사하는 여행의 순간들을 들려주는 에세이입니다. 해시태그 여행가이드북 시리즈에서 만난 지역이 나올 때면 가이드북 정보 뒤에 가려졌던 여행작가의 감정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로만 듣던 조지아 메스티아에 가서 느낀 경외감은 자연이 얼마나 거대하고 나를 작아지게 만드는지 깨닫게 합니다. 산책하듯이 갈 수 있다는 문구에 속아 구두를 신고 갔다가 발목 돌아갈 뻔했다는 에피소드라든지, 여행자들 사이의 조지아 와인 논쟁에 얽힌 에피소드도 재미있습니다. 서민의 술인 와인의 원조가 서로 자기 나라라는 주장 사이에서 조지아 여행과 와인 이야기가 이토록 풍성해질 수 있다니. 그곳에 머물렀을 때만 알 수 있는 미묘한 정서도 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조지아에서만 접할 수 있는 독특한 문화와 정서를 접하는 시간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큰 고민거리들이 그냥 작은 조각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말도 인상 깊습니다. 수많은 현지인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 안의 어려움은 위로받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차피 지나갈 한순간으로 여겨지며, 그렇다면 찌푸리나 걱정하나 웃으나 매한가지로 건너기만 하면 될 테니 여유롭게 웃으며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겁니다.


조지아, 아이슬란드, 모로코 그리고 제주까지.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는 방법을 알아가는 의미로서의 여행의 가치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인생과의 거리두기>. 고작 여행 그 순간의 감정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점점 잊으며 일상의 삶을 살아가다가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는 순간 다시 그때의 느낌이 살아나기도 합니다. 결국 일상을 살아낼 힘을 북돋울 많은 처방전을 남겨주는 여행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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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의 거리두기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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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선사하는 최고의 가치를 잘 짚어주는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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