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6 - 마지막 김장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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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워낙 일하는 사람들도 많고, 다들 바쁘게 사는지 김치를 사서 먹는 집도 꽤 늘었다. 우리집만하더라도 그냥 어떤가 싶어서 꽤 유명한 김치를 구입해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맛은 뭐 괜찮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김치를 하면서 손으로 쭉 찢어서 간을 보고, 김이 나는 밥 위에 아삭한 새 김치를 척 얹어서 막을 보는 그 느낌. 그런 일을 하면서 가족간의 협동심도 생기는 것 같고, 겨울내 먹을 김치를 담궜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걸 못 느끼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맛은 둘째치고, 김장을 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주문해놓은 김치를 다 먹고는 김장을 새로 했다. (뭐 그래봐야 우리집은 김장을 한 번에 끝내는게 아니고 일정양만큼 해놓고 부족하면 나중에 또 하는 식이라서.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말한 것처럼 김치는 마늘, 생강, 파, 고춧가루와 같이 따로 먹으면 강한 맛이 나는 재료들이 어우러지고 버무려짐으로 조화의 맛을 이룬다. 김치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반찬(김치는 반찬에 넣지 않지만.)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김치 재료를 고르는 법, 김치의 역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재미였지만, 무엇보다도 수육과 함께 김치를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결국 오늘 저녁은 수육과 김치로 낙찰.) 

  낯선 음식인 과메기, 그리고 비싸서 자주 먹지는 못하는 대게, 팔딱팔딱 뛰는 빙어(아, 초장찍어서 빙어 먹고 싶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무척 배가 고파졌다.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따끈한 음식들. 그것이 어떤 산해진미보다 더 훌륭한 것임을 식객을 통해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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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0 - 자반고등어 만들기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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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책에서는 주위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 실려 있었다. 더불어, 내게는 뭔가 추억이 얽힌 음식들이었기때문에, 더 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자반 고등어, 콩나물, 그리고 조금은 낯설은 정어리쌈. 맛깔스러운 이야기들은 이번에도 한 권의 책 속에 녹아들어가 있었다.

  우리 시골은 경북 예천이라는 작은 곳이다. 예천이라고 말해서는 아무도 어딘지 모르고, 안동 옆이라고 하면 ' 아 그렇구나'라는 반응을 가까스로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내륙이라서, 그곳에서는 제사를 지낼 때면 늘 자반고등어가 상에 올라간다. 그 감칠맛 나는 고등어란.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곧 있을 명절에 그 맛을 다시 볼 생각을 하니 왠지 기분이 설렌다.

  콩나물을 닮은 여인, 콩나물 국밥으로 이어지는 콩나물 이야기에서는 우리 할머니가 생각이 났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가면 늘 욕실에서 콩나물을 키우시던 할머니. 콩나물이 먹을만큼 자라면 그걸 조금씩 내게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고 찔러주셨다. 성격이 살갑지 못해서 잘 해드리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는 늘 그렇게 뭘 자꾸 주려고 하셨었다. 지금은 시골에 내려가셔서 예전만큼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갈때마다 할머니께서는 내 손을 꼭 붙잡으시곤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하신다. 콩나물 이야기를 읽으면서 할머니 생각이 나서 참 마음이 짠했다. 조만간 할머니의 생신이 돌아오는데, 내려가서 뵙고 와야겠다. (시골로 가신 뒤로는 힘이 없으셔서인지 콩나물을 키우지 않으신다. 아흔을 훌쩍 넘기신 할머니께서 어디 편찮으신 곳이 없으니 다행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안타깝다.)

  사랑과 정성이 녹아있는 따뜻한 콩나물 국밥 한 그릇이 더 생각이 나는 겨울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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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2-20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콩나물 국밥 좋아해요 정말 생생하게 잘그리시고표현도 정감있으시더라고요

이매지 2005-12-20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중간에 두 권정도 건너 뛰었는데, 그게 못내 아쉬워요. 김장이랑 홍어는 제대로 못 봤어요 ㅠ_ㅠ 재미도 있고, 내용도 실하고. 괜찮은 책이예요^-^ 그죠? ^-^
 
식객 8 - 죽음과 맞바꾸는 맛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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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책에서는 과하주, 오매, 황복, 제호탕. 그리고 우리의 전통 낚시인 견지와 같이 내게 너무 낯선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나마 알고 있는 건 마지막에 등장한 육개장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기심 반, 재미 반. 그런 기분으로 책을 읽어갈 수 있었다.

  과하주는 청주, 약주의 맛과 소주의 안전함을 혼합한 혼양주이다. 즉, 청주, 약주가 여름에 잘 상하는 것을 소주로 보완한 전통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권에서 탁주나 청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우리의 전통주의 세계는 생각보다 그 전통이 길고, 종류도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과하주의 이야기에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앞으로 또 어떤 전통주를 소개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제호탕은 오매(검은 매실), 백단향, 사인, 초과, 꿀로 만드는데, 무더운 날 갈증이 나고 기력이 쇠잔해졌을 때 마시면 갈증이 사라지고 식욕이 돌아오며 복통이나 설사도 멎고 소화도 촉진되어 기력 보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옛날 궁중에서 임금께 바치던 궁중 음료라 하는데, 국산 오매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오매를 직접 만드는 것도 손이 많이 가서 아무래도 내 입으로 느껴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의 음식 중 이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얼마나 많을꼬.

  위의 두 가지가 내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언제쯤 내 입으로 맛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의 계절적 배경은 여름이라서 (겨울에 읽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아. 읽고 나니 배가 고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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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7 - 요리하는 남자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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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리하는 남자라는 제목이 이번 책에서는 나름대로 찡한 장면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책의 시작하기에 앞 서 나온 독자들의 식객여행 "그때 그 맛을 아십니까?"에서는 가난한 시절 300원 어치의 순대국에 밥을 말아 동생과 함께 나누어먹은 이야기로 시작된 감동은 어린 시절 입양보낸 아들에게 해준 것이 없어 며느리에게 음식만드는 법을 주려고 적어왔지만 비행기 시간으로 아들은 이미 떠나버린 어머니의 이야기, 베트남 전쟁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던 병사가 양배추 김치로 향수병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던 이야기 등의 이야기들은 뭔가 뭉클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게다가 이번 책을 통해서 옻순을 먹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집에서 종종 옻닭을 해먹기 때문에 옻나무는 먹는 것도, 그게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옻순을 먹는다니. 게다가 그 옻순은 1년에 3일. 길어야 일주일밖에 못 먹는다니. 한 번 먹어보고 싶지만 어지간해서는 먹기 어려울 것 같았다. 신기한 마음에 엄마한테 얘기했지만, 엄마는 지하실에 냅둔 옻나무로 옻닭이나 해먹을까라는 생각뿐. 아마 조만간 옻닭이 식탁에 올라올 듯 싶다.

   더불어, 남새와 푸새라는 이야기에서는 나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는데, 단지 나물만 인위적으로 키우고, 자연적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마저도 그렇다는 것을 자란 환경이 판이하게 다른 예나와 지민이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더불어 많은 나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단편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그 나물들을 사진으로도 직접만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책 앞에는 몇 장의 나물 사진이 등장하지만.)

   언제나 <식객>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의 음식문화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우리 음식에 대한 이해를 높여갈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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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marine00 2005-11-02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권의 내용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이야기는 남새와 푸새라는 이야기다.
자식이 있는 사람들중에 아토피로 고생을 하는 부모들이 종종 주변에서 들려온다.
아토피는 여러가지의 원인이 있지만 특히 환경에 관심을 가진다.
종종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들어와 아토피를 고쳤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서 음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당신이여 지금 이시간에 자식들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주고 있지는 않은가?
당신의 식탁에 자연에서 얻어진 음식이 과연 몇가지가 올라가 있는가?
이것만으로도 당신은 자연으로 한걸음 다가간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식객 5 - 술의 나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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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의 나라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번 책에서는 청주, 탁주와 같은 우리의 전통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 잔의 술을 빚어내기 위해서 술을 빚는 동안 그것에 골몰하고, 정성을 퍼붓는 모습을 보니 기계식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술에 대한 회의가 조금은 들었다. 물론, 전통적인 기법으로만 술을 만들어낸다면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술이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제 시대 때 많은 전통주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이 책 속에서는 술의 효용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땅 값이 올라서 부동산 열풍이 불어닥친 농촌 마을에서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마을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지만 성찬은 그 갈라진 틈을 탁주로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나 역시 술은 서먹한 사이를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술에 관한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만 난다는 매생이에 관한 이야기(예전에 티비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편의 단편 드라마 같았던 '반딧불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고시 공부를 하는 남자를 뒷바라지하다가 사고로 여자가 죽게 되지만, 자신은 며칠이 지난 후 배고픔에 밥을 먹으며 눈물을 리는 식사의 고통이라는 이야기까지.  이번 책에서는 유독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권 수가 쌓이다보니 이번 책에서는 특별히 명대사 명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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