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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8 - 죽음과 맞바꾸는 맛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4년 9월
평점 :
이번 책에서는 과하주, 오매, 황복, 제호탕. 그리고 우리의 전통 낚시인 견지와 같이 내게 너무 낯선 음식들이 등장한다. 그나마 알고 있는 건 마지막에 등장한 육개장 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기심 반, 재미 반. 그런 기분으로 책을 읽어갈 수 있었다.
과하주는 청주, 약주의 맛과 소주의 안전함을 혼합한 혼양주이다. 즉, 청주, 약주가 여름에 잘 상하는 것을 소주로 보완한 전통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권에서 탁주나 청주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우리의 전통주의 세계는 생각보다 그 전통이 길고, 종류도 다양하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 과하주의 이야기에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앞으로 또 어떤 전통주를 소개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됐다.
제호탕은 오매(검은 매실), 백단향, 사인, 초과, 꿀로 만드는데, 무더운 날 갈증이 나고 기력이 쇠잔해졌을 때 마시면 갈증이 사라지고 식욕이 돌아오며 복통이나 설사도 멎고 소화도 촉진되어 기력 보충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옛날 궁중에서 임금께 바치던 궁중 음료라 하는데, 국산 오매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오매를 직접 만드는 것도 손이 많이 가서 아무래도 내 입으로 느껴보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면 우리의 음식 중 이렇게 사라져 가는 것들을 얼마나 많을꼬.
위의 두 가지가 내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음식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기도 하거니와, 내가 언제쯤 내 입으로 맛볼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의 계절적 배경은 여름이라서 (겨울에 읽기에는) 조금은 아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아. 읽고 나니 배가 고파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