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 영국 BBC 다큐멘터리, 행복 전문가 6인이 밝히는 행복의 심리학
리즈 호가드 지음, 이경아 옮김 / 예담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사람은 왜 태어날까. 노랫가사처럼,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났을까.’ 사랑받으면 왜 좋아? 행복하니까 좋지.
나는 행복할 자격이 있고, 행복은 내 인생에서 가장 우선 순위를 두고 싶은 항목이다.
하지만 나는 성격 급한 비관론자이다. 비관론자라서 행복할 수 없다. 없다, 라고 못박아 말하고 있는데, 사실 나는 뭐든 어쩔도리가 없다고 규정 짓는 게 싫다. 일테면 성인이 되어서 그의 인생관을 결정짓는다는 유아기의 트라우마 같은 것. ‘유년 시절을 잘못 보내면, 성인이 되어 인성에 문제가 있다’ 식의 말들. 꼭 그런 건 아니며, 설령 그렇더라도 좋아질 여지는 충분이 있는거다. 

우리가 살면서 힘든 일과 부딪칠 때, 고통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겪어내고 나면, 정신적으로 부쩍 성장을 이루듯이, 행복이라는 감정도 연습할수록 느는 일종의 습관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관? 음 기술이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진정한 요소에 눈뜰 수 있는 ‘기술’이 있고, 이것을 겪어내는 수단은 분명 “배움”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었다.

행복에 이르는 기술을 15가지를 키워드를 가지고 풀었다. 친구, 돈, 일, 사랑, 성, 가족, 아이들, 음식, 건강, 운동, 애완동물, 휴가, 공동체, 미소, 웃음, 종교, 나이.

공감 가는 부분에는 밑줄을 박박 그으며 읽었는데 책을 다시 훑어보니, 웬걸 “돈”에 관한 챕터에 제일 많이 밑줄이 죽죽 그어져 있다. 읽을 당시에 금전적인 문제로 가족들과 신경전을 치뤘던 것이 여실 반영이 되었나보다.

친구가 속을 썩일 때는 “친구”에 대한 부분을, 아이와 마찰이 있을 때는 “아이들” 부분을, 곁에 두고 그때그때 이 책에서 실마리를 얻어와도 좋겠다 싶다. 

가장 열심히 읽었던 “돈”에 관한 부분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하자면, 돈과 지위를 얻기 위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연봉이 올라가서 기쁘다가도 동료가 자신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기분이 나빠지고 마는 것이다. 순위, 성적표, 광고처럼 비교할 대상이 많을수록 불행은 더 커진다. 그 결과 우리는 친구나 이웃 혹은 동료보다 더 많이 가지려는 목표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

실제로 내가 잘 아는 K양이 그랬다. 누구라도 다음 상황에서는 고민을 하고 상처를 받으리라 여겨진다. 동종업계 다른 회사에 다니는 대학 1년 후배가 개인사정으로 일을 그만두면서 K양에게 자기 후임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그런데 그 후배가 받던 연봉이 지금 회사에서 K양이 받던 연봉보다 훨씬(500만원 정도?) 많았나 보다. 연봉뿐만이 아니라 회사 복지나 여러모로 더 괜찮았나 보다. 그래서 K양은 후배의 제의를 수락하고, 그 쪽 사무처장과 면담에 들어갔는데 연봉을 이야기하면서 사무처장은 전임자였던 후배보다 약 100만원 가량 적은 금액까지 제시를 했었나보다.  K양은 지금 있는 곳보다 400만원의 돈을 더 받을 수 있었지만 후배보다 100만원 덜 받고 간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고 그 곳으로 옮겨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었다.
 
돈에 너무 연연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을텐데 우리들 누구나 이 상황이 되고 보면 저런 불행한 느낌에 빠지게 될 것이다.  돈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는 돈 때문에 불행해지고 불만은 커지고 만다. 특히 자신의 소득과 남의 소득을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물론 남보다 돈이 많으면 더 행복하다. 하지만 그것은 소유한 부의 절대적인 규모 때문이 아니라 단지 남보다 더 가졌기 때문이다. 남보다 적게 가진 사람들은 그 사실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소득 경쟁은 승자를 더 기쁘게 하는 반면 뒤처진 사람들을 실제보다 훨씬 불행하게 만든다.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이 아닌 돈을 좇는 태도는 불행으로 가는 길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의 진정한 요소에 눈뜰 수 있다면 변화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돈으로 소유할 수 있는 것들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느라 우정을 키우고 타인을 도우며 정신적인 면을 성숙시키는 활동이나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도외시하는 삶을 사는 건 참 어리석은 일일터다.

이 책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을 실제로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을 살펴보면 그것이 너무 사소해서 놀라움을 느낄 것이다. 일에서의 성공, 일확천금, 권력이나 명성을 얻는 일 등 거창한 것이 아니라, 편안하고 친밀한 가족 공동체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랑, 쾌적한 환경, 사람에 대한 신뢰 스트레스가 적은 출퇴근처럼 훨씬 단순한 것이다.

또한 인생은 경쟁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겠다. 완전한 행복은 남들과 비교할 때가 아니라 더 높은 목표나 기준에 도달할 때 얻을 수 있다. 즐거운 인생은 스스로 창조해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방법을 그대로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즐기면서 미래를 계획하고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면 보다 행복해질 수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할 것 같다. 만약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의문을 품고 있다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인정하는 것을 배우야 할 것이다. 배워야 한다.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는 것이 행복이 아니기에. 


77쪽
꿈은아무관계도 없는 → 꿈은 아무관계도 없는

201쪽

13. 사람이 아닌 섹스를 거절하라 → 사랑이 아닌 섹스를 거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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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상이최고야 2006-12-1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은 일종의 연습, 기술과도 같다는 님의 말에 동감합니다. 최근에 빚을 지게 되어 '돈' 좀 많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님의 글을 읽으니 연연해 하지 말아야 겠구나! 그런 마음이 듭니다.

icaru 2006-12-1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 님.. 책에 나온 저 오타~ 처음엔 동물과 사람이 ...는 안 된다. 로 이해했다가 그 다음 설명보니까.. 그게그게 아니었던거죠..
그 소설가 이야기. 에휴~ 꿈을 쫒는다는 게 그렇게 눈물나는 일인지라...
애엄마 되는 것은 금방이네요. 작년 이맘 때까지도... 예측 못했던~ㅎㅎ

심상이 최고야 님.. 저도 본의아니게(?) 빚이 좀 있는데, 너무 연연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다른 부분에서 즐거움을 느껴볼까 하고요~ 그나저나 복이도 무럭무럭 잘 크죠?

2006-12-15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12-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말로 자폐적인 성향이 농후한데~ 그 속에 고치를 틀고 들어앉아 있으면서 평화를 느낄 때도 있고, 다른 무엇과도 견줌의 대상이 되지 않고, 그 안에서 평화를 찾는거 ...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나저나 노다메 칸타빌레.. 들어는 봤는데, 님의 말씀 중에 나온 책이면 아주 쏠깃해진다니까요. 퇴근길에 대여점에서 빌려 놔야지 ㅋ

2006-12-16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몇 장을 읽으면서 역시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은 일과 목욕과 남편이구나 했다. 그리고 틈틈이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는 것 포함....그것에 대한 꼼꼼한 묘사라니...
그러나 얼마 더 읽게 된다면, 세계는 늘 다중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음을 알게 된다. 그들 부부가 사는 좁은 아파트 안에서도 무수한 풍경이 겹쳐 있고, 무수한 시간의 흐름이 있듯이.

이 책 읽으면서 남편이라는 존재와 내 결혼 생활에 대해서 생각한다. 결혼을 안 한 사람들은 곧잘 기혼자들에게 결혼해서 좋으냐고 묻곤 하는데, 그럴 땐 참 할 말이 없다. 해 봐야 아는 것. 이라고 말하는 수밖에. 우연과 필연이 꽈배기처럼 꼬여서, 행복과 불행 사이에 많은 해석들을 만들어 낸다.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아주 교묘한 어떤 것. 

진종일 비가 내리던 날 이 책을 읽어서 비에 대한 챕터가 또 괜찮게 읽힌다.
 
비를 좋아해서, 비가 내리면 비를 본다. 창문을 열어놓고 바라본다. 빗소리를 듣고 비의 내음을 맡는다. 친정에서는 엄마도 여동생도 그랬다. 조그만 마당과 건너편 지붕, 낯익은 풍경이 비에 젖는 모습을 본다. 빛나는 아스팔트, 낮게 가라앉은 하늘, 물기를 담뿍 머금고 이파리 하나 하나를 떠는 나무. 우리는 다들 비를 좋아해서 비가 내리면 창문을 열어놓는다.

제목이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라고 붙여진 이유는 무얼까.
주말에만 만나는 주말 부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까.

모든 일은 주말에 벌어진다. 결혼한 후 나의 에너지는 주말에 소모된다.   ...남편과는 주말에만 놀 수 있으니까.

가오리 씨는 평일에는 회사 인간으로 지내느라 개인적인 즐거움을 포기하는 규칙적인 남편을 둔 아내이다.
그래도 가오리 씨는 주말이면 남편과 이것저것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난 그저... 주말 내내 내처 자고 있는 남편의 얼굴을 보면서 옆지기 라는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하는데...

우리는 많은 주말을 함께 지내고 결혼했다. 늘 주말 같은 인생이면 좋은 텐데, 하고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루하루가 주말 같다면 우리는 보나마나 산산이 조각나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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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8-04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어날 아가의 경이로운 삶...
또 새로운 이야기 하나가 님의 가족에 생기겠군요..

icaru 2006-08-07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저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다지요~

2006-11-15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픽팍 2006-12-16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굉장히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ㅋㅋ
 
방외지사 2 - 우리 시대 삶의 고수들
조용헌 지음, 김홍희 사진 / 정신세계원 / 2005년 1월
절판



"저는 요즘 매사가 심드렁해져서 인생살이가 자꾸 허무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해놓은 일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고, 이빨은 흔들리고, 눈은 침침해지기 시작합니다. 봄날은 어느 사이에 가버렸고, 내 인생이 결국 이러다가 끝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이렇게 허무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요?"

"허무하다는 그 생각도 망상이야. 그 생각이 바로 마구니인줄 알아야지.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생각이 무엇인고 하고 다시 되물어야 해."

"그렇다면 어떤 생각이 망상이고, 어떤 생각이 망상이 아닙니까?"

"이 뭐꼬 외에는 전부!"
-p.33쪽


하지만 4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자꾸 드는 생각이 '인생 별 것 아니다'는 것이다. 지나온 20년을 생각하니까 순식간이다. 앞으로 20년도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 뻔하다. 이렇게 살다가 인생 종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밀려온다. 뻔할 뻔자이다. 이러다가는 임종의 순간에 너무 후회를 할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가 인생 종 때릴 바에는 모험을 한번 시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p.56쪽


1. 신시(身施): 다른 사람을 위해서 봉사하라. 몸을 반듯하게 간수해라.

2. 심시(心施):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다른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라.

3. 안시(眼施): 눈빛을 좋게 비추어라. 상대방을 사납게 노려보지 마라.

4. 안시(顔施): 사람을 대할 때 얼굴빛을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라.

5. 방시(房施): 손님을 위해서 방을 잘 청소해라.

6. 좌시(座施): 어른이 오면 앉는 자리를 잘 정돈해 드려라.

7. 언시(言施): 말을 부드럽게 해라.


이상이 불가에서 말하는 7가지 보시다.
-p.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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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6-07-21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2권이 나왔군요...
아니 있었군요..
7보시 중 심시가 글자가 더 커보이네요..ㅎㅎ

2006-07-31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국까지 100마일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어디서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 작품은 일본판 <가시고기> 같은 책이라고.
아사다 지로의 작품은 이것이 두 번째다. <장미도둑>에 이은...
이 책 바로 전에 장미도둑을 읽고, 그리고 바로 같은 작가의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아사다 지로라는 작가가 내게는 천상 이야기꾼 재주를 가진 소설가로 비쳐졌기 때문이고, 재미면에서는 보장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서..

이 책을 읽고 펑펑 울었다는 사람이 더러 있었는데... 그 방식이 좀 대중적(난관에 부딪친 몰락한 인물이 좌절을 딛고 일어선다는)일지 몰라도 읽는 독자들에게는 감동을 준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젊은 시절 혼자 직장 생활을 하며 온갖 고생을 마다않고 사남매를 키운 어머니가 자식들이 장성한 후에 심장병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병세가 악화되어 가망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게 된다. 변호사, 의사, 은행 지점장 부인 등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형들과 누나는 어머니를 정성껏 간호하기는커녕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이러한 형제들의 태도에 화가 난 막내 아들이 주인공이다. 이 인물은 잘 나가던 사업을 말아먹은 몰락한 인물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곁에서 끝까지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고도, 더는 할 수 없겠다고 절망하고 있을 때, 그 때마침.... 세상은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말하려는 듯... 등장하는 조력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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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피드림~ 2006-06-10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사다 지로는 한번도 읽어본 적 없는데, 알라딘에서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젊었을때 야쿠자였다는 경력도 흥미롭고,,,ㅋㅋ

2006-06-10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6-13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철도원 보셨어요? 원작자이죠~
근데.. 전 그 영화 .. 되게 피곤한 날.. 극장에서 봤는데... 당근..무지하게 졸며 봤죠 ^^

2006-06-13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17 1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6-20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무슨 우연의~ 요즘 표정훈 씨의 탐서주의자 라는 책을 읽었거든요...흐...

8월...기대할께요~! 님 홧팅!!!
 
사랑의 모든 것
벨 훅스 지음, 윤길순 옮김 / 동녘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꼭 읽어야 할 책 중에 하나지만, 쉽게 진도가 나가지 않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책이다.
책에 대한 아무런 사전 지식이 없을 때는 이 책에 대해 이런 반응이기 십상이다.
“또 사랑이야?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뻔한 게 아닐까?”
물론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진부할 정도로 넘쳐나는데, 이 책의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 책만큼은 다르다고 말하고 싶어서이지만, 좀 지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싶다.

저자는 사랑이 지침을 따른다고 완성되는 전략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철저한 자기 반성 위에 싹튼 자기애의 확산이며, 사랑의 본질은 ‘윤리’에 있으며.  자기애에서 피어나 자신과 타인의 정신적인 성장을 돕는 의지라고.

인기 있는 자기 계발서 그레이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보면, '남성은 자기 굴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다'면서, 남자가 혼자 있고 싶을 때 방해하는 여자가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그레이는 변화가 필요한 것은 여성의 행동이라고 믿는다.  이런 언급의 상당수가 성차별을 정상적인 것으로 만든다. 흔히 선천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존재의 습관들을 남성 지배를 유지하고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만들 뿐이지 않을는지.

저자의 지적 중에 ‘낭만적인 사랑’은 환각제에 불과하다는 말 또한 인상적이다.

“소설가 토니 모리슨은 그녀의 첫 번째 책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에서 낭만적인 사랑에 대한 생각이야말로 '인간의 사상사에서 가장 파괴적인 생각'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것이 파괴적인 것은 우리가 아무런 의지나 선택할 능력이 없어도 사랑하게 된다고 믿는 망상 때문이다. 수많은 낭만적인 사랑이야기 탓에 사라지지 않고 이어져 내려온 이런 환상은 우리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데 방해가 된다.”
우리는 우리의 환상을 지탱하기 위해 사랑을 로맨스로 대체한다.
로맨스가 프로젝트로 그려질 때, 또는 대중 매체, 특히 영화가 우리에게 그렇게 믿도록 하려 할 때, 기획을 하고 계획을 짜는 사람은 여성이다.

이 책은 그 환각에 속아 몇 차례 사랑의 허무함을 뼈저리게 느낀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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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박사 2006-05-12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사랑은 낭만적인 것이 아닐까요? 그렇지 않다면 누가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icaru 2006-05-12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낭만적인 사랑만이 득세를 하면... 분명...그 아름다운 로맨스 영화에서 엑스트라 역할밖에 할 수 없는 사람도 있거든요... 벨 훅스가 말하는 낭만적 사랑은 영화나 드라마 속~ 화려한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에 우리가 폭 빠지며, 그런 사랑(백마 탄 왕자 쯤) 을 그리는 걸 걸 두고 말하는 게 아닐지... 싶어요.
벨 훅스가 말하는 사랑 안에서 한쪽은 패배하고 한쪽은 승리하는 사랑의 동역학은 깨졌다. 나이, 성, 인종, 계층에 상관없이 존중받을 수 있다죠. 학대하거나 상대의 의지를 꺾는 것은 사랑이 아니고, 사랑은 연인을 존중하고 가능성을 더욱 열어주는 것이며 자녀의 의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는... 음..무척 윤리적이고, 공동체를 지향하는 말들이 가득한 책이랍니다...

2006-05-14 1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6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5-16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6-05-18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 h 님... 말씀이 맞소... 아무래도 이 책은 하나 사 뒤야 할 것만 같으이.. 때때로 들춰볼 일이 생길 거 같아서... 그런데 선본지 석달만에 다른 여자랑 결혼했다는 그 남자... 정말 인생 허무하게 하네... 얼마나 잘 사나... 궁금한데..
아래 속삭님.. <행복한 페미니즘>도 필 받게 하는 책이군요... 찾아 읽어야지!!
근데.. 이 책에 대한 느낌 다들 조금씩 비슷한가 봐요... 좀 지루한듯한.. 근데 또 지루한 게 또 잔상에 오래 남는 성향이 있는 것두 같고 그래요~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