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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평점 :
MBTI가 ENTJ인 나는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이 가끔은 어려운 전형적인 N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아픔을 매도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그들의 마음을 좀 더 잘 헤아려 줄 수 있는 표용력과 공감력이 더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나와는 너무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아픔과 힘듦에 공감을 할 수가 없어서 미안할 때도 있고, 어떻게 하면 더 공감을 잘해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본 적도 많다.
수십 번의 고민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상대의 입장을 100% 헤아리는 방법은 없지만, 책이나 영화를 통해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에 대해 조금이나마 배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잘 읽지 않던 에세이를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읽지 않던 내가 올해부터 에세이를 읽기 시작하였을 때, 사실 에세이에 대한 서평을 쓰는 것은 나에게 괴로움이었다. 내 돈 내산으로는 절대 살 것 같지 않는 류의 책들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삶이 아닌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거나, 그들이 가진 아픔을 마주하는 게 싫었다. 그들의 아픔을 알게 된 이상, 내가 그 슬픔과 고통을 책임져야만 할 것 같았고, 나도 그들의 슬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감능력은 떨어지지만 해결은 해주고 싶은 모순된 감정이 나를 뒤흔들었다.
하지만 에세이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에세이를 계속해서 읽어나가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잘 헤아릴 수 있게 된다면야, 더 한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피어오르기도 했고. 그래서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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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에 쉴 때 읽은 정유라의 <어느 공무원의 우울>은 내가 알고 싶던 세계, 우울감이 삶을 서서히 집어삼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여 어떻게든 살아보려는 의지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우울감이 공존하는 삶에 대해 읽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울증과 공황장애,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람마다, 삶마다 얼마나 다르게 가닿을 수 있는지 깨달았다. 나 같은 삶이 있으면, 이런 모양의 삶도 있고, 다른 모양의 삶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틀린 게 아니라는 것.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던, 모든 이의 삶은 존중받아 마땅한 것이며 내가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노력하지 아니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