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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뿌, 어디 가니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9
쑨여우쥔 지음, 남해선 옮김 / 보림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샤오뿌, 어디 가니
( 小布頭奇遇記 )
쑨여우쥔 지음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 09
262쪽 | 232g | 150*215mm
보림
우리의 장난감들이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말을 하고, 움직이며 그들만의 모험이 있다는 상상은
동양, 서양을 불문하고 언제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듯 합니다.
( 어쩌면 상상이 아닐지도 모르는 일이죠.
자고 일어나보면 가끔 장난감들이 엉뚱한 곳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본 적이 종종 있거든요 )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런 "생명력있는 장난감들의 모험 이야기"는
아무래도 인상에 깊이 남는 영상물로 먼저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헐리웃의 '토이 스토리' 같은 이야기로 말이지요.
게다가 오븐 속의 쿠키도 일어나 탈출하며 모험을 하고 있으니('쿠키런')
1961년에 씌여진 작은 헝겊인형의 모험 정도는 성에 차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 보림

샤오뿌는 유치원 연말 행사에서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만들어진 헝겊 인형으로, 조그맣고 앙증맞은 생김새로 새 주인인 핑핑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샤오뿌는 사소한 일로 토라져 버리고, 여자아이인 핑핑의 곁을 떠나 남자아이인 더우더우의 집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아예 아주 먼 곳에 있는 농촌 마을로 떠나게 되지요.
처음의 샤오뿌는 천방지축에 안하무인의 모습을 보입니다. 약간은 밉살스러워보이는 캐릭터였죠. 그러나 언제나 헛다리를 짚고 귀여운 허세를 부리는 샤오뿌는 차츰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더니, 거듭되는 모험을 통하여 용감하고 재치있는 소년으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진정한 친구도 얻는답니다.
엄마로서의 전 제법 두꺼운 250여쪽의 장편 동화를 읽는 내내 샤오뿌라는 인형의 모습이 제 아이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더욱 웃음이 나왔어요. 유치원에 처음 다닐 때의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형의 아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려와 용기를 배우며 변모해가는 모습이 떠올랐거든요. 이 책을 읽을 초등학생들은 누구를 떠올릴까 궁금해졌답니다.
샤오뿌의 모험이야기를 좀더 자세히 이야기 해드려 볼까요?
샤오뿌는 사람 이외의 모든 동물이나 사물과 의사소통을 하고, 사람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인형인지라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때문에 번번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곤 하죠. 난폭한 쥐 형제들에게 납치가 되는가 하면, 연에 묶여 하늘을 날다가 독수리한테 채이기도 하고,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하는 등 샤오뿌가 겪는 고초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때 그때 친구들의 도움을 받거나 우연의 힘에 이끌리거나, 혹은 자기 자신의 의지와 용기로 위기를 벗어난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겪으며 차츰 샤오뿌는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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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발간된 '小布頭奇遇記' 관련 표지들 |
검색해보니 1990년에는 안데르센 상의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하는 등 중국에서는 아동문학에서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편동화더군요. 좀 더 어린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나 연극등으로 제작되기도 한 듯 보였어요. 그 표지들을 보면 샤오뿌의 모험을 조금 더 쉽게 상상해보실 수 있을 듯 합니다. 중국에서는 새로운 모험 이야기도 나온 듯 하더라구요. ( 중국어를 못하는 탓에 자세한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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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小布頭奇遇記' 의 새로운(新) 모험 이야기 |
장편 동화이기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싶었는데 저자는 노련하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는 재미와 함께 지나치지 않은 교훈을 담았습니다. 중국의 시대적 상황을 중요한 배경으로 하고 있거든요. 샤오뿌가 얼떨결에 도착한 농촌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던 국자의 주인인 '라오궈' 할아버지의 사연은 액자형식으로 삽입되어 1960년대 당시 중국의 과거의 모습을 따로 들려주며 중국의 현대사를 묵직하게 그려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농기계 공장을 세우고 종자 개량에 나서는 등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온 힘을 쏟고 기꺼이 자신의 노동력을 바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요즈음의 모습을 이야기해줍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여진 아동문학이니만큼 당면한 시대적 과제를 반영해놓은 것이겠지요. 아무래도 '자본주의' 에 대한 이념의 차이가 있는 만큼 '인민'을 착취하는 못된 욕심꾸러기, 도둑으로 묘사되고 있는 '지주' 의 모습이라던가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생쥐형제' 들의 묘사가 그렇게 읽혀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스럽지 않기에 우리의 전래동화 속 못된 등장인물들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한답니다.
이 책은 '중국의 피노키오' 라고도 불리기도 한다는군요. 그래서인지 원제로 검색해볼 때 피노키오의 모습도 함께 검색되었던 모양입니다. 피노키오의 성장기처럼 천진하고 생기넘치는 샤오뿌의 성장기도 매력있으니 그리 불릴 만도 합니다.
그나저나 두껍기는 해도 내용적으로 초등 저학년도 좋아할 아기자기한 모험이야기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중간중간 삽화가 조금이라도 들어가주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도 드는군요. 아무래도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 엄마라서 그렇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