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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 자메이 ㅣ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4
친원쥔 지음, 전수정 옮김, 정가애 그림 / 보림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중학교 여학생 자메이. 작가인 아빠, 연극배우인 엄마, 쌍둥이 오빠인 자리와 함께 살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여학생으로 늘 크고 작은 소동에도 기죽거나 좌절하지 않고 특유의 낙천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친구랍니다. 자메이는 비록 여자답지 못하다는 주변의 핀잔을 듣기는 하지만 곧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소녀죠. 그리고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쌍둥이 오빠인 '자리'도 )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뒤에서 항상 도와주는 부모님의 존재도 함께 빛나 보였던 초등 고학년용 동화 한편 소개해볼까 합니다.
여학생 자메이
중국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72쪽 | 353g | 153*224mm
친원쥔 지음
보림

이 책은 중국에서 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남학생 자리』의 자매편 내지 후속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자메이와 자리 남매를 둘러싼 인물들과 가족들이 만들어 내는 엉뚱한 소동에서도 늘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를 빛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메이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고 있으며, 자메이의 시선으로 여학생의 심리와 관심사를 꼼꼼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읽어가는 저도 제 학창시절이 새록새록 떠오르며, ' 아~ 맞아 그런 적도 있구나. 그래. 이런 느낌이지.. ' 라고 저절로 중얼거리게 되었으니까요. 남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책 속에서도 간간히 등장하여 독특한 매력을 보여주었던 쌍둥이 오빠 '자리' 의 모습도 매우 궁금해질 듯 합니다. ( 남자아이를 키우는 부모인 저도 마찬가지구요! )
늘 그렇듯 부모의 시선으로의 아이의 책읽기를 해보겠습니다. 남학생인 오빠 자리가 엉뚱하고 황당한 장난으로 번번히 소동을 일으키는 개구쟁이라면, 자메이는 좀더 모범생에 가깝습니다. 그녀의 매력은 곧고 바른 생각에 있습니다. 자메이는 자기에게 유리한 일이라도 거짓이라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고, 이상한 성격 때문에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친구에게서도 장점을 찾아내고야 맙니다.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까지 갖추고 있으니 부모의 입장에서 정말 '바른생활 어린이' 인 셈이죠. 오늘날의 중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청소년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도 책의 내용에 몰입하게 쉽게 해줬던 것 같습니다.
『방학 아르바이트』라는 에피소드,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자메이의 방학 일상이 펼쳐지는 에피소드입니다. 자메이의 첫 아르바이트죠. 아버지는 자메이의 아르바이트 장소였던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와서 보고는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이리 말합니다. " 자메이가 할 줄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세상 공부하러 간 셈 쳐야겠어. 돈은 얼마 벌지 못하겠지만 공부는 좀 될 거야!". 그리고 자메이가 필요한 알람시계를 사다 주십니다. 자메이가 벌어야 할 50위안을 들여서 말이죠. 자메이는 한숨을 쉽니다. " 알람 시계를 살 돈이면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없이 콘서트 티켓과 꽃을 살 수 있을 텐데. 자상하신 아빠는 세상의 이치는 잘 알면서 기본적인 경제 개념조차 없으시다. "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라도 자메이 아버지처럼 했을 겁니다. 손쉽게 원하던 티켓을 사주는 것보다 더 큰 세상의 경험을 쌓게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강하게 전해져 왔죠.
자메이는 믿었던 주인 아저씨에게 속아 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비도 거의 못 받았구요. 그런 자메이에게 아버지는 또 도움의 손길로 자신의 원고지를 베껴 쓰는 일을 제안합니다. 한글자 한글자 손으로 써야합니다. 할 수 없이 자메이는 원고지를 베껴쓰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원칙'을 고수하는 아버지는 베껴쓴 만큼만의 돈을, 여전히 콘서트 비용에는 못미치는 비용을 정산해주십니다. 실망하는 자메이에게 그 때 아버지가 건네주신 봉투! 그 안에는 콘서트 티켓과 메모가 들어있었습니다. " 사랑하는 딸아. 원고 쓰기를 통해 네 글씨가 많이 좋아졌구나. 아빠가 티켓 한 장을 상으로 주마".

자메이의 아버지,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해주련지요. 물론 이렇게 멋진 부모님이 늘 완벽하지만은 않습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 보면 어딘가 약한 고리 하나쯤을 갖고 있는데 자메이는 오히려 그 어른들을 너그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세상을 더 잘 이해하며 한층 더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우리 아이들이 처음에는 부모를 우러러보다가 부모도 인간임을 깨달으면서 실망도 하고, 반항도 해보면서 결국 부모를 이해하며 인생의 길의 한발을 앞으로 내딛는 것처럼 말이죠.

책의 구성은 각 에피소드의 처음에 이렇게 자메이의 일기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를 읽어보며 벌어질 사건들을 짐작해보는 한편,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메이의 모습도 확인해보실 수 있답니다.
자메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만으로는 지루할 것 같으시다구요? 당연히 자메이 외의 다른 등장인물도 흥미롭습니다. 언제나 잘난 척에 엉뚱한 장난을 벌이는 오빠 자리와 그 친구들, 배우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단짝친구 린샤오메이 등은 자메이의 방해꾼이 되었다가 조력자가 되었다가 하면서 에피소드를 풍요롭게 만드는 한편, 자메이의 성장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청소년 소설의 주인공은 독자들에게 동일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긍정적인 롤모델이 될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출판사 소개글에서처럼 자메이는 이제 막 자신과 세계에 대한 탐색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이 두 가지 역할을 다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말할 수 없이 긍정적인 명랑 소녀 자메이를 통해 청소년 소설이 갖춰야 할 낙관적인 세계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되네요. 어떤 일이 있어도 기죽거나 좌절하지 않고 특유의 낙천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꼼수를 부리거나 요령을 피우는 대신 정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모든 일을 정면 돌파하는 자메이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날 만하지 않습니까.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리는 요즈음의 청소년들의 모습 대신 명랑 소녀(혹은 소년)라는 이 느낌. 청소년들이 가진 긍정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그리고 우리 부모들이 소중하게 지켜줘야할 모습이기도 하겠죠.
여학생 자메이
중국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72쪽 | 353g | 153*224mm
친원쥔 지음
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