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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터 캐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송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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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 그럼에도 가지고 싶은 것을 향해 부나비처럼 나아가는 사람이 있을 터. 혹은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분명히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 그로 인한 돈의 가치를 알게 되면 욕망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 그러고 보면 삶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가장 밑바닥에서의 삶은 고통스럽기 그지 없다.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하루를 버티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을 읽었다. 시어도어 드라이저의 문제작이자 그의 첫소설이다.

 

  시골에서 살던 열여덟의 처녀 캐리가 시카고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더 나은 삶, 도시에서의 삶으로 향한 발걸음이었다. 언니집에 기거하며 직장을 구할수 있을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도착했다. 언니는 여동생이 직장을 얻어 숙식비를 주면 그것으로 집세를 조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직장을 구하러 다녔다. 공장, 판매점 들을 돌아다녔지만 경험이 없는 캐리는 마음처럼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잠깐 다녔던 공장도 주급이 겨우 4달러 50센트였다. 언니에게 숙식비로 4달러를 주고 나면 교통비도 하기 힘들었다. 캐리가 직장을 구하러 다닐때 백화점을 보았다. 장신구, 의류, 귀금속등으로 반짝이는 통로를 걸으며 써보고 싶지 않은 것, 갖고 싶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그녀의 욕망을 자극했다. 그러나 그녀는 한낱 구직자일뿐이었다.  

 

  소설에서 백화점은 캐리에게 다가가고 싶은 욕망의 실체다. 갖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찬 곳. 그녀가 기차에서 만났던 바람둥이 드루에의 방문에 거부하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드루에가 입고 있는 옷, 그녀에게 옷을 사라고 주겠다는 돈. 옷을 사고 싶고, 모자도 사고 싶었던 캐리는 그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다. 언니 집을 나와 드루에의 정부로 살아가는 일도 아무렇지 않았다. 다만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하지 않는 그의 진심을 어느 정도 눈치챌 뿐이었다.  

 

  캐리의 환심을 사고 싶은 이는 드루에 뿐 아니라 그가 알고 있는 술집의 지배인 허스트우드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와 딸, 성년이 되는 아들은 돈만 원할 뿐 그의 존재를 썩 달가워하지 않았다. 젊고 아름다운 캐리를 본 후 그녀가 드루에와 함께 살고 있음에도 그녀를 욕망했다. 드루에가 출장을 간 사이 캐리의 환심을 샀고 그녀를 드루에게서 빼앗아오고 싶어 했다. 이런 즈음에 드루에의 비밀 모임에서 모금의 일환으로 연극을 하게 되었고 캐리는 그 연극에 참여하게 되었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깊이 빠져 연극을 했던 캐리는 곧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캐리의 삶에서 두 남자 드루에와 허스트우드는 그녀의 욕망을 자극한 사람들이었다. 처음 드루에가 가진 부를 욕망했었고, 이후 허스트우드의 사랑과 부를 욕망했다. 그녀가 허스트우드를 따라 시카고에서 뉴욕을 향했을 때도 어쩌면 허스트우드는 캐리의 욕망을 눈치챘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고 싶었고, 그녀의 사랑을 얻고 싶었다. 화려한 뉴욕에서의 삶. 잘 나갈때는 아무런 고통없이 살 수 있지만, 직장을 잃고 말았을때 가진 돈이 자꾸 줄어들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고통의 시작이다. 화려하고 예쁜 옷들을 살수 없고,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없으며, 극장에 연극을 보러가는 일도, 호텔에서 차 한 잔을 즐기는 일도 사치가 될 뿐이다. 서로가 사랑했던 순간의 기억은 잊고 이제는 서로의 존재가 귀찮을 뿐이다. 돈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 왜 나가서 일자리를 찾지 않을까. 왜 나에게만 의지할까. 돈이 없는데 왜 자꾸 누리려 하는 걸까.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옷을 입으려면 자기가 나가서 돈을 벌어오면 좋겠다, 이렇게도 생각한다.

 

  사랑했던 순간이 지나고 이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이별 뿐인지도 모른다. 집세를 낼 수 없을만큼 돈이 떨어지고 캐리가 일자리를 구해 나가야 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그래, 오래전에 연극을 했었지. 연극배우를 하면 어떨까. 경험은 거의 없지만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가 얻었던 코러스 자리. 이어 주어진 단역은 주급 10달러에서 주급 150달러로 상승했고 그녀의 위상도 높아졌다. 반면 캐리가 버리고 간 허스트우드는 어땠을까. 겨우 몇달러로 살아가야했던 그는 먹을 것을 절약하고 잠잘 곳을 구해야 했다. 가지고 있던 돈이 떨어지자 구걸까지 해야 했다.

 

  나는 캐리에 대한 욕망에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 한편으로 허스트우드에 대한 안타까움이 컸다. 그가 이렇게까지 비참한 생활을 해야 하는 것.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결국 캐리에 대한 욕망때문이었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냉정했다. 허스트우드가 캐리에게 버림받고 거리에서 비참한 생활을 하게 놔두는 장면에서 였다. 그저 살아가는 게 고통일 뿐인 삶. 자신이 욕망했던 삶이 이토록 비참한 결말을 가져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도시의 빈민이 더 살기 어렵다고들 한다. 한때 잘나갔던 사람도 어느 순간에 이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배우로서의 삶,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음에도 행복하지 않았던 캐리는 오로지 갈망만 할 뿐이었다. 행복을 꿈꿀 뿐이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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