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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낙원
헤닝 만켈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5년 11월
평점 :
사람의 삶이란 참 알
수 없다. 어디로 흐를지, 어떤식으로 흘러갈지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다. 사람의 삶이 이러니 어떻게 살아가야겠다고 해본들 운명 앞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나 같은 경우는 많은 시간을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편인데 자기의 삶을 개척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책 속에서 나는 자주
느낀다. 물론 주변에서도 굉장한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100년의 아프리카는 어땠을까.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겠지만, 나는 헤닝 만켈의 책에서 아프리카의 아픔과 역사에 대해 조금쯤은
알게 되었다. 작가인 헤닝 만켈이 아프리카의 고통을 세계에 알리려 작품을 썼다고 했는데 이렇듯 내가 아프리카의 고통을 알게 되었으니 어느 정도는
성공한 걸까.
2002년 베이라의 아프리카 호텔. 과거의 화려함을 뒤로 하고 땔감으로 쓰기 위해 마룻바닥의 판자를 떼어냈고 그 속에 잘 모르는 글씨로 되어
있는 노트 한 권이 발견된다. 한나 룬드마르크라는 이름으로 1905년이라는 년도가 쓰여있고 한나의 일기가 쓰여져 있었다. 과거의 아프리카
속으로, 과거의 한나의 삶 속으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추위가 심했던 스웨덴의 북부. 며칠뒤면 열여덟 살이 되는 한나는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나라는 엄마의 말을 듣고 내키지 않는 여행을 떠났다.
외삼촌을 찾았지만 이미 외삼촌 가족은 떠나고 없어 보살핌을 받을 수 없었다. 한나를 발렌가로 이끌었던 포르스만의 집에서 베르타와 함께 집안일을
거들다가 선주인 포르스만의 요구로 선상 요리사가 되어 호주로 가는 배를 탔다. 그곳에서 3등 항해사인 룬드마르크를 만나 결혼식을 올렸지만 뭍에
잠깐 내렸던 남편은 열병으로 죽고 만다. 배에서 룬드마르크가 계속 머무는 듯한 느낌에 한나는 아무도 모르게 배를 떠나고 지금의 아프리카
모잠비크인 로우렌소 마르케스의 한 호텔에 묵는다. 호텔이라는 간판을 달았지만 흑인 매음굴이었던 그곳의 주인 세뇨르 바즈와 결혼하고 얼마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후 한나는 갑자기 부자 미망인이 되어 그곳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대체 돌아갈 대상이 무엇이란 말인가? 내 삶은 꿈도 꾸지 못했던 방향으로 변해 버렸지않은가?
(243페이지)
흑인들만 가득한 그곳에서의 삶이 한나는 두려웠다. 그곳을 떠나려하지만, 목양견을 파는 피멘타의 흑인 아내 이사벨의 살인을 목격하고 그 상황을
이해했던 한나는 이사벨을 구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사벨을 석방하고자 노력을 한다. 그런 한나를 백인들은 싫어했고, 흑인들은 그런 그녀를
그저 침묵으로만 대할 뿐이었다. 한나가 견딜수 없었던게 그들의 침묵이었다. 침묵 속의 소리없는 아우성. 그들의 소리가 침묵의 소리로 크게
다가왔기 때문에 그들의 침묵이 두려웠다.
한나는 오직 백인들만이 웃는, 그것도 때로 과장되게 크게
웃는 슬픈 대륙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보통 금세 두려움으로 번질 수 있는 염려를 위장하는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한나는 또한
알고 있었다. 암흑에 대한, 암흑 속에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
(260페이지)
흑인들의 아프리카에 발을 들여놓은 백인들 또한 흑인들을 두려워했다. 비교적 적은 숫자의 백인들에게 흑인들이 해를 가하지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흑인들은 암흑 속에서 침묵으로 자신들의 마음을 달랬다.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고통받았고 백인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흑인들은 백인들을
증오했다. 백인 남편을 죽인 이사벨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재판도 받지 않고
지하의 감옥에서 고통받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불가해한 가난의 한가운데서 나는 풍요의 섬들을 볼 수
있다. 존재할 수 없었을 행복, 살아남을 수 없었을 온기. 이것을 통해 온갖 부와 안락에 파묻혀 사는 백인들의 또 다른 종류의 가난을 나는 볼
수가 있다.
(454페이지)
한나는 아시벨의 구명 운동을 하면서 백인들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 잔인함을
보았고, 그들에게서 흑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 그런 그녀를 흑인들은 자신들의 주 고객인 백인들이 두려워 한나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한나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침묵의 소리로 응원하지 않았을까. 한나가 흑인을 사람으로 대하며 백인들이 하지 않던 행동으로 흑인들에게 도움을 주었고,
그곳을 떠나고자 매음굴을 매도할때는 그 남은 돈들이 다 흑인들에게 돌아가고자 나눠주었다. 여타의 백인들이 흑인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던데 반해
한나는 그들을 위하며 진정한 자유를 느꼈다. 어찌 한나도 두렵지 않았을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책이었다. 우리의 진정한 삶은 무엇인가. 그토록 두려웠던
자신의 삶에 대해 진정한 자유로움을 느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