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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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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 워터스라는 작가의 이름을 인식한건 아마도 영화의 한 홍보글에서였을 것이다. 세라 워터스의 원작인 『핑거 스미스』를 원작으로 박찬욱 감독이 각색한 「아가씨」라는 영화에서였다. 어떤 작품이길래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를 결정했을까. 영화계에서 자주 보이는 배우진들이 보여 원작인 『핑거 스미스』가 궁금했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리틀 스트레인저』라는 작품이 눈에 띄어 세라 워터스의 작품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겠다 싶어 반가웠다. 세라 워터스는 19세기 런던의 삶을 다룬 소설을 주로 펴냈다. 그가 펴낸 소설의 면면을 보자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런던의 빅토리아 시대라는 점, 상류층 귀족들의 삶을 다루었다는 점,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었다는 점들이었다.

 

  런던의 워릭셔의 대저택 헌드레즈홀. 두 번의 전쟁후 에어즈 가문은 몰락하고 대저택은 붕괴위기에 처해졌다. 옛 영화를 간직한 헌드레즈홀의 마지막 세대인 에어즈 부인과 전쟁에서 공군으로 참전해 부상을 입은 아들 로더릭, 귀족처녀이지만 몰락한 대저택을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딸 캐럴라인, 그리고 마지막 남은 어린 하녀 베티가 헌드레즈홀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과거 헌드레즈홀의 유모의 아들로서 대저택을 동경하고 숭배했던 닥터 패러데이가 헌드레즈홀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헌드헤즈홀의 하녀로 일하고 있는 베티의 꾀병때문에 전화를 받은 패러데이는 오랜만에 헌드레즈홀을 방문하고 기억속의 화려했던 헌드레즈홀과는 다른 쇠락한 모습때문에 당황한다. 에어즈 부인과 아들 로드릭의 절룩거리는 걸음걸이, 낡은 옷을 입었지만 쾌활해 보이는 캐럴라인과 담소를 나누고 돌아오며 패러데이는 헌드레즈홀의 주치의가 된다. 이후 패러데이는 주치의로서 로드릭의 다리를 치료해준다는 명목으로 대저택을 드나들고 에어즈 부인은 이웃한 랜들 가문의 스탠디시가 런던에서 온 건축가 부부에게 팔려 이사오게 되자 그들을 초대해 조그만 파티를 열게 되었다.

 

  파티가 열리게 된 날 대저택은 오랜만에 활기에 차 있었다. 패러데이 또한 손님으로 방문하며 초대한 손님들이 도착해 파티가 무르익는다. 그 와중에 스탠디시의 저택을 샀던 피터 베이커하이드의 딸 질리언이 캐럴라인이 기르는 개 지프에게 얼굴을 물리는 사고가 벌어진다. 이 사고 헌드레즈홀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의 시작이었다. 

 

  삼십여 년 전에 대저택의 파티에 왔었던 어린 시절의 패러데이는 헌드레즈홀을 저택을 숭배하는 마음으로 저택의 일부를 갖고 싶어 도토리와 나뭇잎 모양의 가장자리를 장식을 한 벽에서 도토리 모양을 뜯어낸 적이 있었다. 패러데이는 헌드레즈홀을 동경하는 마음이 아직까지도 자리하고 있었을까. 어렸을적 저택의 일부라도 갖고 싶었던 욕망의 발현이었을까. 주치의로서 저택을 스스럼없이 드나드는 패러데이가 순수한 마음으로만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저택이 탐욕스럽다고 했던 캐럴라인의 말처럼 패러데이도 대저택에 대한 탐욕이 자리했을까.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답게 헌드레즈홀을 동경하는 패러데이와 헌드레즈홀을 지켜야하는 캐럴라인의 러브라인이 그려지자 서로의 필요에 의해 결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생각했었다. 패러데이는 캐럴라인과의 결혼으로 동경하는 대저택에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고, 캐럴라인은 패러데이와의 결혼으로 헌드레즈홀도 지키고 패러데이에 대한 호감도 애정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패러데이가 애정 표현을 할수록 캐럴라인은 한발짝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귀족처녀답게 사랑하지만 사랑의 표현에 주저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하기도 했었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가 패러데이라서 우리는 패러데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패러데이의 입장에서 대저택을 바라보고, 캐럴라인을 바라보고, 에어즈 부인이나 로드릭을 바라볼 수 밖에 없다. 탐욕스러운 집, 집에 서려있는 사악한 기운. 어느 책에선가 집에 서려있는 기운을 무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었고, 그 책의 내용에 공감한 적이 있었다. 헌드레즈홀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었다. 과거 이 집에서 죽었던 에어즈 부인의 첫째딸의 강한 기운이 대저택을, 이 집에서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던 것이다.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언젠가부터 대저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사악한 기운만으로 일어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했다. 어느 누군가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책 속의 화자인 '나' 패러데이가 의심스러웠다. 추리적 요소를 갖춘 소설이기에 책을 읽는 우리는 누군가를 의심하고, 생각조각들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무엇 때문일까. 누구 때문일까. 여러가지 생각들때문에 책의 마지막을 향해가며 좀처럼 마음을 안정시킬 수 없었다. 다 읽고나서도 대저택에 사는 에어즈 가의 몰락이 과연 내가 생각하고 결론과 맞는 것인가, 한참을 생각할 정도였다. 세라 워터스의 다른 작품들을 좀더 읽어보고 싶어졌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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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5-11-1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패러데이가 의심스러워지면서부터 책을 손에서 놓치를 못하겠더라구요. 아 그런데 너무 설명 부족.. 그 모든 게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해서 좀 더 탐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아요.

Breeze 2015-11-13 17:04   좋아요 0 | URL
캐럴라인때 설명을 조금 했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