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2월 입니다. 책을 읽기 좋을 수도 있고, 한 권의 책도 버거울 수 있는 달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개인들의 문제고, 좋은 책들은 인정사정없이 출간되는 것 같습니다. 잔인한 계절입니다. 여튼 12월 주목신간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가 쳐다보는 대상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가?라고 묻습니다.
질문은 익숙하지 않기에 사유하게 합니다. 그러니 숱한 이미지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들의 삶에 매우 중요하고 유익한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그림이라는 더 나아가 고대의 우상숭배, 비잔티움 성화(聖畵), 공공 건축물, 근대의 회화, 신병모집 포스터, 현대의 전시회, 상업광고, 복제생물,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우리가 시각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것들을 전복적으로 사유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매우 어여쁘고 귀한 책일 것 같습니다.
또 다시 질문으로 시작하는 책입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훔쳐보았는데, 저자의 학문하는 자세와 심성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작금의 세계를 까막눈으로 거들떠보아도 식량문제는 다음 세대의 발목을 잡겠구나,라고 짐작됩니다. 물론, 일이 그렇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겠으니, 늘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여튼, 한 농업 생태학자의 여정을 따라, 세계화와 농산물 산업화, 기후 변화, 유전자조작농산물 등이 어떻게 생물 다양성을 해치고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는지, 땅과 인간과 정치가 어떻게 서로 연결되었는지, 작물 다양성과 전통 농업지식이 인류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얼마나 소중한 유산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낸시 프레이저의 책이 소개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던 마이클 샌델의 책 보다 훨씬 마음이 가는 책입니다. 저자가 몸담고 있는 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는 오늘날 대표적인 사상가들과 논쟁을 하며 비판이론과 정의론을 진지하게 묻고 답하는 곳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현재 정의론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정의론이 처한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서 '정의'를 정의해야 겠지만, 이것이 쉬운 작업이 아님을 마이클 샌델의 책이 증명한 바 있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 책이 매우 궁금한 이유는 ‘어떤 단위’에 속해 있는 사람들을 정의의 당사자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 때문입니다. 한 번도 사유해 본 적 없는 고민입니다.
네 번째 책도 화두를 던지는 책입니다. 물론, 이 질문은 고담시에 살고 있다는 악당을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해도 손색이 없을 듯 합니다. 책을 읽지 않아서 그 해법을 알 수도 없고, 세계 정복을 하려는 의도가 뭔지, 주체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여튼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착한 요정이나, 뭐든 유쾌한 요정이나, 아무렇게나 살자 요정들이 세계를 정복했으면 싶은 마음입니다. 물론, 그런 세상도 끔찍할 수 있겠지만, 현실과 비교해 뭐 그리 대수일까 싶습니다.
설명이 필요없는 책입니다. 산과 강이, 너른 들판과 습지가, 집 앞 놀이터와 골목이 무작위로 뜯기고 뒤집히는 시절을 살고 있습니다. 정녕 설명이 필요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