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새벽에 일어나니 천둥 치고 번개 반짝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듯이 비가 퍼붓고 있다.

 

어제 <만가지행동>을 우연히 집어들었다. 대학교 1학년 때 작가님 소설 <세월>을 친구가 추천해서 읽었고 처절하다, 가슴 아프다 그 정도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김형경 작가님 에세이를 아이 키우면서 가볍게 읽었고 잘 읽혔는데 <만가지행동>은 전반부는 잘 읽혔는데 후반부는 불편하다.

 

전반부는 작가님이 여행을 하면서 혹은 일상에서 정신 분석을 받은 것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첫번째 '하던 일 하지 않기'는 유아기에 만들어진 후 검증없이 적용하던 낡은 생존법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구체적 방법의 하나로 '충탐해판' 하지 않기

 

충고는 자기 생에서 실천해야 하는 덕목들을 남에게 투사하는 것이고, 탐색은 상대에게 존재할지도 모르는 위험 요소를 경계하는 일었다. 해석은 자기 생각과 가치관을 타인에게 덧씌우는 일이고, 판단은 제멋대로 남들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행위였다. 우리는 누구도 그러헤 할 권리가 없지만, 일상적으로 늘 그렇게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모든 행위의 배경에는 그렇게 해야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불안감이 존재하고 있었다.   41쪽   

 

두번째 장'하지 않던 일 하기'는 그동안 회피해 온 마음과 행동의 낯선 영역으로 발을 디디며 새로운 지평을 탐색해가는 과정이다. 무슨 일이든 하기라고 되뇌며 하지 않던 일을 시도하고 분화의 시간을 갖기 위해 홀로 있고 불안을 방어하지 않고 무력한 채로 머문다.   

 

세번째 장'경험을 타인과 나누기'부터 불편하다. 작가님 책을 즐겨 읽는 독자들과 독서모임을 꾸려 삶의 경험을 나누고 하는 과정을 담았다.

 

팬카페는 의존성과 나르시시즘의 결집체이다. 1만원 짜리 책을 사서 읽고, 투자한 책값과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한 정보나 감동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165쪽

 

일정 부분은 동의한다. 그래도 험한 세상에서 그것 하나 부여잡은 사람들을 모아두고 유아기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라며 지나치게 단호하게 대하는 부분에서 불편했다.

 

흑역사의 하나지만(흑역사 아닌 역사가 있으리)어떤 작가님 팬카페를 이십대에 꽤 오래했는데 우리 눈높이에서 놀아주시고 내 결혼식에도 참석해주시고 축의금도 내주셔서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 내가 그 모임에 집착한 건 의존욕구 맞았을 것이다.

 

김형경 작가님 분석에 따르면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것인가. 훗

 

형경 작가님도 많이 힘드셨을 텐데 그냥 그 모임 사람들하고는 밥먹고 차마시고 슬렁슬렁 하셨으면 덜 힘드셨을 듯하다.

 

어느 순간에 어떤 책이나 어떤 사람을 만났다고 인생이 갑자기 그렇게 크게 바뀔까?

 

자연, 사회적 환경, 가정문제 등 여러 가지가 얽혀 있고 전혀 기대지 않았던 데서 살짝 실마리가 풀리기도 한다. 이게 참 생의 신비다.

 

네번째 장에서 그래서 영적인 부분이 나오는 것이겠지.

 

 

 

 

 

 

 

 

 

 

 

 

 

 

안정적 애착양식을 보이는 내담자들에게는 내면적인 갈등을 해석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불안한 애착양식을 지닌 내담자에게는 부드럽게 달래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양가적인 애착양식을 지닌 내담자의 경우, 치료자는 함입(engulfment)에 대한 두려움과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여 나타나는 것을 잘 견뎌야 한다. 애착양상이 혼란스럽고 뒤죽박죽되어 있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은 이미 앞에서 언급한 바 있다. - p207

 

이 책은 읽지 않았지만 관심이 간다. 일반인도 읽을 수 있을 정도라니 한번 봐야겠다. 작가님과 만났던 가인이, 나인이, 다인이, 라인이 등 무수한 인이들은 불안정 애착양식을 지닌 내담자임이 분명하다. 작가님도 고생하셨지만 부드럽게 달랬으면 했는데.

 

뭐 결국 인이들의 문제 ...그 시기에 작가님보다 전문 치료자를 찾아야 했던 것인지.

 

*

 

정신, 심리는 아직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전문가마다 다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치료받고자 하는 사람은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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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7-08-25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형경 작가님책은 일부러 찾아보는 책인데, 리뷰 감사합니다

뚜유 2017-08-26 04:08   좋아요 0 | URL
부족한 내용인데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