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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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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길, 하나 혹은 둘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결혼한 부부들은 친지 혹은 동료, 혹은 선후배들이 결혼소식을 전해 올 때 양자간 택일을 해야 한다.

잘 살라는 덕담을 해주든지 죽어라 말리든지...^^

 

남편이 얼마 전 동료의 결혼 소식을 듣고는 얼마간의 망설임도 없이

"결혼은 미친 짓이야. 혼자 살아."라는 말을 해주었다고, 한 사람의 인생길 앞에 중대한 조언을 해준 것 마냥 뿌듯해하며 말했다.

아니, 무슨 권리로 남의 결혼에 축하는  못해줄망정 그런 우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하느냐며 되받아치려고 했다.

이 사람은 그럼, 나와의 결혼이 혼자 사는 것보다 못하다고, 결혼이란 게 결국은 고독을 누리 못하게시리 자꾸 찔러대는 쐐기풀같은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이제까지 나의 노력, 아니 우리의 사랑은 "결혼은 미친 짓이다."의 수많은 변주 중의 하나일 뿐인 것이 되어 버린 것일까...싶어 잠시 우울해졌지만 자못 진지하게 받아치면 도리어 농담을 농담으로 못 이해하는 '갱년기 아줌마'로 비칠 것 같아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런데...며칠 뒤, 그 동료는 아무 이유 없이 '결혼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달랑 보내고 결혼식을 끝내 치르지 않았다고 했다.

혀를 내두를 신통력이 신통방통하다고 해야할지, 가벼운 입놀림이 산통 다 깼다고 해야할지...

무엇보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일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열쩍어서 그저 '놀라운 사건'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다.

 

어쨌든 작지만 큰 일일지도 모를 일련의 에피소드 덕분에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긴 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는 책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글 쓰는 사람 박연준, 장석주 두 사람의 에세이라고 해서 어떤 연으로 만난 사람들일까...했더니

글쎄 부부라고 한다.

 

이 책은 우리의 결혼선언을 대신할 것입니다.

각자의 글이 빵과 소스 같기를,

그렇게 어우러져 읽히기를 바랍니다. -12

 

둘의 자세한 사연은 알 길이 없으나

세대차를 스스로 걱정할 만큼 나이차가 꽤 난다고 했다.

호주에 사는 지인이 집을 비운 사이 한 달 남짓 호주에 살아보기로 했다며

호주에 도착해서부터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

호주살이와 대부분 '걷는'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는

그러나, 일부러 강조하지 않는다면 둘의 나이 차이를 알기 어렵다.

 

결국은 '사랑' 앞에 하나로 엮인 이 둘은

나란히 걷기를 꿈꾸고

1인분의 고독을 포기하고 2인분의 고독을 흔쾌히 받아들이기로 결심하면서부터

따로 또는 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어낸다.

 

도시여자인 듯 싶은 여자와 언제든 혼자 있어도 불편함이 없을 듯 싶은 남자는

우리나라를 그리워하며 또 호주를 마음껏 즐긴다.

먹고 싸우고 화해하고 멋지게 걷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호주를 배경으로 했기에 가능한 느낌들인지도 모르지만

호주에서의 '걷기' 혹은 일상체험은

그들의 독특한 만남과 사랑처럼 색다르게 다가온다.

 

박연준의 편안하면서도 사뭇 투정섞인 글이 앞에 ,

떫지만 묵직한 맛을 내는 와인 같은 장석주의 글이 뒤에 배치되어 있다.

 

살짝 다투고 나서 붉은 와인을 토해낸 채 잠든 여자를 본 남자.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각을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도 있다. ^^

 

어쨌거나 결혼의 의미도 생각해 보게 하고

걷는다는 것에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철없지만 어쨋거나 기대며 살아가야 하는 내 남편에게도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을 수 있는 끈끈한 사랑을 쌓아갈 수 있기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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