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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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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동반자, 이오덕, 권정생[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몽실아, 몽실아, 뭐하니~~

목이 드러나게 단발머리를 하고 아기를 등에 둘러맨, 그래서 왠지 등이 더욱 시려워보이는 착한 아이 <몽실이>

가장 낮은 곳에 있으면서도 세상에서 더없이 아름다운 존재로 환하게 피어날 밝은 노랑꽃, 민들레를 위해 아낌없이 저를 희생한 <강아지똥>

 

권정생은 가난 속에서 살다 갔지만, 그의 맑은 영혼이 진하게 피워낸 작품들은 영원한 생명력을 가지고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우리 곁에서 울고 웃으며 살아 있다.

 

이 세상 어떤 어른보다도, 또 그 어떤 아이들보다도 천진난만한 세계 속에서 살면서 영롱한 글들을 길어올렸던 권정생.

많은 것에 욕심을 내며 살아가는 나에게, 비움의 미학을 실제 삶으로 보여주고 떠난 그와 이오덕 선생과의 정감 어린 편지글들은  그 어떤 말보다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힘겨운 가운데 한 자 한 자 손편지로 정성스레 서로의 근황을 얘기하기도 하고, 문학론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도 하고, 한국의 아동문학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서로가 서로에게 건네는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위로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권정생은 누가 쓴 글이라도 잠시만 일별하고도 글 속에 삿된 것이 있는지 없는지 금방 알아보았다고 한다.

엄마가 아이의 눈을 보면 거짓말을 했는지, 안 했는지 귀신같이 알아내는 것처럼^^

엄마가 아이의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그것이 가능했듯이, 맑은 마음을 오로지 글에만 투사한 권정생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강아지똥>같은 글은 결코 아동의 눈으로 보는 척해서는 나올 수 있는 글이 아니었던 것이다.

읽는 이에게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는 글이 진짜 글이다. 가짜 글에는 진짜 글이 낼 수 있는 향기가 없다.

 

아무리 어렵고 고달픈 시절을 보냈더라도 이렇게까지 “비움”의 미학을 완벽하게 실천하고 간 이가 있었을까. 아니, 오히려 간난신고의 세월을 보낸 이이기에 더욱 세상에 대해 원망하고 미워하며 더욱 자신을 위해서 이 악물고 ‘보란 듯이 성공하리라...’ 부르짖는 사람들이 얼마나 넘치고 넘쳐나는 세상인데...

날마다 우물에서 길어 올리는 차갑고 이 시린 우물물처럼 “맑음, 순수” 그 이외의 것은 아무 것도 지니고 있지 않은 권정생이 생전에 친하게 지냈던 몇 안 되는 친구였다는 이오덕, 이현주 등등은 정말로 천사였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광경의 배후엔 후광이 드리웠을지도...

 

 

도무지 현대인의 시선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삶.

동심을 잃어가기 시작하는 초등학생 고학년만 되어도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삶.

가장 낮은 곳에 살며 교회 종지기로 인생을 살다 갔지만, 권정생은 밤하늘에 걸려 있는 강아지똥별이 되었다.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머나먼 곳으로 갔지만, 이땅에 살고 있는 나는 평생을 우러르며 그의 마음 한자락을 닮아가고 싶다.

 


 

솔직히 저는 사람이 싫었습니다. 더욱이 거짓말 잘하는 어른은 보기도 싫었습니다. 나 자신이 어린이가 되어 어린이와 함께 살다 죽겠습니다. (...)

 

이오덕 선생님.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13 (권정생)

 

 


 

 

 

생활에서 도피한다는 것, 저는 찬성하고 싶지 않습니다. 생활이 없이 어떻게 글을 씁니까? 제 동화가 무척 어둡다고들 직접 말해 오는 분이 있습니다만, 저는 결코, 제가 겪어 보지 못한 꿈 같은 얘기는 쓸 수가 없습니다.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겠습니다.

팔 병신은 팔 병신다웁게 몸을 움직이고, 다리 병신은 다리병신다웁게 절뚝거리는 것이 정상이라 봅니다. 잘못된 교육은 인간의 결함을 숨기려는 데서 비인간화시켜 버린다고 봅니다.-159 (권정생)

 

 


 

 

거기 일직 교회는 햇볕이 앉을 곳도 없었던 것 같은데 얼마나 추울까요. 약을 계속해서 잡수셔야 할 터인데 걱정입니다. 어디 돈을 빌려서라도 약을 잡수시면 제가 가서 갚겠습니다. 그렇게 쇠약하신데도 책을 읽고 싶어하시니, 저 자신이 한없이 부끄럽게 반성됩니다. -(이현주 )

 

 


 

 

 

모든 것을 훌훌 벗어버리고 단출한 차림으로 어깨를 마주대고 한적한 오솔길을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만 같다.

영혼의 동반자, 권정생, 이오덕.

그들이 나눈 아름다운 편지에 집중하자, 한여름의 땡볕도 잠시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하는 듯이 옆으로 비켜선다.

밖은 쨍하고 바람 한 점 없는 하늘에 구름도 그림처럼 움직임 없이 멈춰서 있는데, 가슴 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휘~ 지나간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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