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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어푸어푸...푸합~" 이 " 자연스럽게 "음~ 파"가 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수영을 배운 지 3주차에 접어든다.

수영에 있어서는 생 초짜인 내가 첫 강습에서 몸을 동그랗게 말고 '새우등 뜨기'라는 것을 체험했을 때, 내 폐가 온전하게 제 기능을 다하고 있음을 알고 감격했다.

걸어다닐 때는 그렇게 육중했던 내 몸이 물 속에서 뜨다니...

폐의 신비함을 알고 나서는 물이 그다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물에 빠지면 숨을 오래 참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팔과 다리의 움직임, 그리고 정상적인 폐만 있다면 수영이란 걸 해서 물에서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 첫날 수업의 크나큰 수확이었다.

 3주가 지난 지금은 직사각형의 실내수영장에 가득 채워진 물이 더이상 나를 삼킬 무서운 것으로 보이지 않고 내 몸을 받쳐줄 쿠션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일 아침 셔틀버스를 타고 수영장으로 향할 때 내 마음은 요지부동 고요하기 그지없는 잔잔한 수면 상태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날은 할 수 있다는 마음이 꽉 차오르는가 하면 어떤 날은 이래서야...언제...하며 기가 팍 꺾이기도 했다.

아직 숨쉬기가 익숙지 않았을 때는 킥판을 잡고 발차기 연습을 하며 기나긴 라인을 한 번 가는 동안 오로지 살 길은 머리를 물 속에 넣은 잠수 상태에서 오로지 숨을 오래 참고 빨리 도달하는 것뿐이라 여겨 죽자사자 숨을 참았었다.

고래가 등줄기에서 물을 뿜듯 긴 한숨을 세 번 내쉬기 위해서 물 속에서 숨을 참는 시간 동안 폐에서는 산소가 고갈되어 갔고 임계점에 도달할 때 즈음엔 물 속인데도 가슴에서 불이 나는 것만 같았다.  요령부득이라 온몸엔 힘이 뻣뻣하게 들어가고 숨을 그저 참으려고 애만 썼으니 가끔 숨을 내쉬려 고개를 들면 연거푸 물을 들이키기 일쑤였다.

이게 짠 바닷물이면 어쩔 뻔 했어...역시, 물은 쉽게, 만만하게 볼 게 아니구나.

이런 날은 다음 날 다시 수영장 오기까지 용기가 많이 필요했다.

 

수영 첫 강습부터 3주차인 지금까지 내 짧은 수영 도전기에 비추어 보면 인생은 얼마나 길고도 긴 것인지...

짧은 기간 동안 익숙지 않은 "수영"이라는 것에 도전하면서 변화무쌍한 기분의 변화를 맛보았었다. 아마도 이 기간의 몇 곱에 몇 곱을 해야만 도달할 것만 같은 내 삶에도 천변만화의 일상들이 존재했겠지만 시간이 나를 무디게 만들어 기억의 저장고에서 많은 것들을 훨훨 날려보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들을 매일 기록해두지 않으니 다시 그 일을 겪을 때마다 새롭기만 하다.

기왕 사는 거, 안 좋은 일은 잊어버리고 좋은 일들만 기억하고 사는 게 낫지 않을까.

대책없이 긍정적인 나라는 사람.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의 저자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또 스르륵 빠져든다.

숨을 참는 것처럼 매사 그저 꾸~욱 눌러눌러 참아내는 것으로 위기를 넘기려 했던 나에게 유쾌한 심리학자 김혜남이 재미있게 사는 법을 일러준다.

 

파킨슨병, 루게릭병, 알츠하이머 등등.

내게는 아직까지 낯선 외계어로 느껴지는 병명들인데

누구보다 그 병의 정의와 증상, 대처방법 등을 잘 알고 있을 정신과 의사 김혜남이 그 중의 하나,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도파민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을 생산하는 뇌 조직의 손상으로 인해 손발이 떨리고, 근육이 뻣뻣해지며, 몸이 굳고, 행동이 느려지고, 말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신경퇴행성 질환.

나는 아직 그 증상들을 무덤덤하게 나열할 수 있지만 정작 그 병을 선고받은 사람은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라고 자문하며 하늘을 원망할 법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며 병에 굴복하여 사는 삶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늘 일어나고, 내일도 일어나며 15년을 버텼고, 매일을 재미있게 살고자 했다.

설교조나 훈계조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면 일찌감치 이 책을 덮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유쾌한 짐'이 되기로 결정했다는 그녀는 편안한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자신이 경험하면서 깨닫게 된 지혜들을 술술 풀어놓는다.

 

마음만 먹으면 끝없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러니 그 어떤 순간에도 삶을 즐겨라.

'-해야 한다'는 말을 줄이고, '-하고 싶다'는 말을 늘려 나가는 것이 그 시작이다. -122

 

그렇다면 나도 ..."수영 잘 하고 싶다" 라는 말을 덥석 따라 해 본다. ^^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은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길도 있을 수 있는데 원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문이 닫힌 것일 뿐,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게다가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이 열린다. (...) 정말이지 가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게 인생이고, 끝까지 가 봐야 아는 게 인생이다. -37

 

나도 매일을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를 술술 댈 수 있으면 좋겠다.

3주차 수영 강습조차도 숨쉬기와 팔젓기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면서 매일 아침 셔틀 버스에 몸을 실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하는 내게 삶의 재미를 "강요" 하지 않고 몸소 보여준 작가의 이야기에 은근히 마음이 동요된다.

어푸거리며 소독된 수영장 물을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삼켰다 내뱉고 팔과 다리에 쥐가 나도록 흔들어대는 이 지옥같은 과정이 끝나고 나면 휴양지에서 선탠하는 멋쟁이들이 연출해내는 화보 속 늘씬한 미녀들의 그림같은 수영 장면을 나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꿈을 꾸며....꿈이라도 꾸어보며...

파킨슨병이라는 병명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의 매일매일에 용감한 한 걸음을 성큼성컴 내딛는 그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워간다.

충고라면 아니꼽게 여기며 "흥!" 해버렸겠지만 많은 이들이 대부분 겪을 정신적 상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공감해 온 그녀가 온 마음을 다해 하는 말이기에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책을 다 읽어갈 즈음...저절로 알게 된다.

이심전심, 염화미소...뭐 이런 것?^^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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