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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안 괜찮은 날 위로가 되는 베니 [그래도 괜찮은 하루]

 

 

 

소리를 잃고 빛을 잃어도 나에겐 아직 따뜻한 손이 남아 있어!

"앞으로 더 잘 부탁해"

 

안 그래도 잔인한 달 4월에

작년 세월호의 기억까지 더해져

노란 색만 보아도 왠지 울컥 해지는데..

노란 표지의 어여쁜 책이 "잘 부탁해" 하고 말하고 있다.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홀로서기를 시작한 구작가.

노란 색에 둘러 싸여 있으니 더욱 흰 빛이 두드러지는 토끼 "베니".

구작과와 베니는 동격이라고 보아도 상관없겠지.

 

 

 

그림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그녀의 이야기는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애써 용감한 척 하는 모습이 더욱 보듬어 주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녀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소리를 잃었지만 겨우 용기를 내어 자기 대신 잘 들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베니"라는 귀가 큰 토끼 캐릭터를 창조했다.

적은 보수를 받으며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일하는 동안 지쳐갔던 그녀는 <다 귀찮아>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이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몸이지만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마음 가득 따뜻한 빨간 하트로 채운 그녀는 그림으로 나눔을 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곧 그녀에게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병이 찾아왔고 그녀는 이제 실명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세상이 잿빛으로 변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것을 그저 놓아버리고 싶을 것도 같은데.

구작가는 필리핀 선교 프로그램을 떠나 태풍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아이를 만나 그림 한 장을 그려줬다고 한다.

밥도 먹지 않고 한참을 보더니 소중하게 자신의 품에 그림을 감싸안던 소년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마음에 가득했던 빨간 덩어리가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나.

 

가슴 가득한 울분과 세상에 대한 원망. 부글부글 끓어서 그 무엇으로도 끌 수 없을 것만 같은 분노를 기적같이 승화시켰다.

자신의 그림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마음 하나로.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잡는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

그녀는 웃으면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한다.

 

작업실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드리기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가기

봉숭아 물들이기

나의 목소리 녹음하기

볼로냐 동화상에 도전하기

등등...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므로.

라는 말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이다지도 슬픈 일인지.

 

 

 

소리를 잃고 시각을 잃어도

냄새는 맡을 수 있잖아요.

아직 기분 좋은 향기가 남아 있어요. -258

 

꽃에 파묻힌 베니는 아직 향기가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는 내가 지닌 것에 감사할 줄 알았던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며 버킷 리스트 따위 쓸 날은 눈송이처럼 많이도 남았다고 뒤로 미루기만 한 건 아닌가.

무지개가 끝나는 곳 그 너머에 묻혀 있을 행복의 단지를 꿈꾸며 "행복"해지고 싶다고 중얼거리고만 있는 것은 아닌가.

 

혹시라도 기분이 안 괜찮은 날.

이 말 한 마디를 곱씹어 보련다.

"앞으로 더 잘 부탁해."

기적같은 하루 하루를 거미줄 잣듯이 정성껏 자아내고 있는 구작가를 보며 힘을 내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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