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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의 괴로움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 정은문고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건전한 장서술 [장서의 괴로움]

 

멋진 서재를 가지고 있다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다.

학생 시절엔 돈이 없어서, 돈을 벌 때엔 시간이 없어서 책을 사모으지 못했다.

결혼하고선 아이들 책만 눈에 들어와서 내 책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전공 관련 책이나 문학 몇 권이 삐죽이 서 있던 책장에 아이들 책이 쌓이면서 음..책이 꽤 많아졌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 날 때마다 내가 빼내서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없는 것이 불만이었다.

우선 책장을 마련하고 볼 일이지. 책장만 있다면 다달이 얼마간을 모아 책 사는 데 쓰리라. 했었다.

 

새 집으로 이사오고 나서 인테리어를 할때 남편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거실에 TV대신 책장을 들이자고.

일 끝나고 돌아오면 TV앞에 철떡 들러붙어 앉아서 채널 돌리는 게 낙이던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교육상, 부모의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로 시작하는 타령을 몇 번 늘어놓자, 쉽게 수그러들어 주었다.

막상 거실에 책장을 들이고 보니 빈 칸이 많았다.

차곡차곡 평소에 관심 두던 분야의 책을 쌓아가면서 채우는 재미로 살았다.

 

그러다 2013년 시작한 블로그질 덕에 무분별하게 책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 책이라는 것이 무슨 욕심을 그렇게 먹고 사는지, 갖다 놓아도 갖다 놓아도 더 갖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생겨났다. 장르 불문 서평단 신청해서 일단 읽고 보자, 식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1년을 넘어 2년째에 접어들자 책장의 책이 겹겹이 쌓이고 2단으로 겹쳐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거실 한 쪽 벽면만을 채우는 책장이라 장서 수가 그리 많지 않지만 쌓이는 책은 볼 때마다 답답증을 불러왔다.

책장으로 4면의 벽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렇지만 소파에 앉아 맞은 편 벽을 가득 채운 책장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기에 내가 두 번 이상 읽은 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오랫동안 보고 있으니 내가 지니고 있어면 다시 세상 빛을 보지 못할 책들, 쑥쑥 골라내고 싶은 책들이 꽤 보인다.

책은 왜 모으는 걸까?
한 번 읽고 나면 꽂아두고 전시하려고? 그건 아닌데...

아마도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지는 소장욕구가 잠시 폭발한 탓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장서의 괴로움]에서는 적어도  2만권 내지 3만권 정도의 책을 가져야 "장서가"라 불릴 만하다고 한다.  책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소유"를 즐기는 사람도 있으니 "장서"란 글을 쓰는 사람이건 아니건 간에 자신의 취미가 드러나는 행위에 불과한 것인가.

 

아직은 진짜 "장서의 괴로움"을 토로할 정도로 책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지만 이 책을 읽고, 적어도"장서가"의 대열에 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올바른 독서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적당한 장서의 양에 대해 의견을 피력한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가 미처 머릿속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맴돌기만 하던 것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시다 씨는 "책장에 책이 5백 권쯤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책 5백 권이란 칠칠치 못하다거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과는 다르다. 어지간한 금욕과 단념이 없으면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를 실행하려면 보통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 세상 사람들은 하루에 세 권쯤 읽으면 독서가라고 말하는 듯하나, 실은 세 번, 네 번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을 한 권이라도 더 가진 사람이야말로 올바른 독서가다. -150

 

사람마다 관심사가 다르니 추리든, 유행타는 문학이든, 비평이든 자신이 즐겨 읽는 책을 모으는 것이 마땅하겠다. 요는, 모으는 책이 2만, 3만권을 넘어서는 것이 좋은가 적정하게 5백 권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은가이겠다. 나는 5백 권에서 유지하는 길을 택하기로 했다.

배우자나 가족에 대한 배려이기도 하고 입력되는 데 한계가 있는 내 머리의 용량으로도 딱 그 정도가 책 찾기에 수월할 것 같다는 판단에서이기도 하다.

 

책은 무겁다. 책장 한 칸의 책들만 한아름에 안아도 발등에 떨어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정도다. 책등에 발이 찍혀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공감할 것이다. 장서의 양이 많아서 집이 무너진 사람들의 경우가 꽤 많이 나온다. 어휴, 얼마나 책이 좋으면...하긴, [별. 그.대]라는 드라마에서 나왔던, 도민준씨의 서재. 계단 옆으로 2층 높이까지의 벽들이 책으로 가득한 서재의 모습을 보면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멋지다~"라는 감탄사는 한 번 흘릴 만하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지진이 자주 나기 때문에 지진으로 폭삭 내려앉은 서재의 모습도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 광경을 상상만 해도 어마어마한 책의 폭격이 사실적으로 다가오면서 그런 재앙을 겪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는 헌책방에 책을 파는 일이 일반적인 모양이다. 꽤 대단한 장서가의 경우 헌책방 주인을 직접 집으로 불러 책을 정리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비블리오 고서당 사건수첩]이라는 책에서 고서점 주인이자 책 탐정으로 맹 활약하는 주인공을 알았으니 망정이지, 이 책에서 처음으로 낯선 고서의 세계를 접했더라면 우리와 다른 문화에 한참을 어리둥절했을 것 같다.

 

책에 대한 책 이야기.

"책에 대한 책"을 좋아하기는 이 책의 저자도, 나도 마찬가지다.

나 말고도 책을 즐기는 사람들의 다양한 면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장서가, 고서, 거기에 미래의 새로운 문화의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e-book의 전신인 '자취'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책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내 서재를 다시 한 번 바라보고, 내 독서 태도를 점검해 보고, 내 장서 상태를 진단하며 앞으로의 독서생활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집이 무너질 걱정이 들지 않는 5백 권의 장서를 유지하는 일.

그것이야말로 이 책을 읽고 나서 얻게 된 유익한 충고였던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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