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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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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찾은 나의 이상형[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

 

"무모하게 살아도, 어떠한 삶도, 삶이 된다."-237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의 말이다.'

라고 하면 인생선배로서 후배들에게 교훈을 주는, 묵직한 울림을 가진 말처럼 여겨진다. 금과옥조로 삼으리라...

 

하지만 물리학과 교수가 아닌  '딴짓의 고수 이기진'이 던진 말이라 생각하면, 더불어 그의  딴짓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에세이를 읽고 나면 같은 말이라도 유쾌한 생명력을 가진 말로 재탄생하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범함을 거부하는 물건들과 그에 얽힌 이기진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의 '딴짓'에 빠져든다.

아, 내 이상형은 바로 이런 사람이었어.

이제와서 땅을 치고 후회해 본들 무슨 소용 있으랴만...

평범한 일상에 매몰되어 같은 일만 반복하고 살던 내게 톡 쏘는 사이다같은 청량감을 안겨주는 독특한 일상을 구경하고 나니 내가 이제까지 누리던 일들이 시시하게 느껴졌다.

이미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가버렸으니

내 아들을 이런 '딴짓'하는 남자로 키워볼까나...하는 생각이다.

 

얼마 전 TV에서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을 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 출신 타일러가 취업 스펙 9종세트까지 등장했다며 한국의 높은 스펙 경쟁을 꼬집었다. 학벌, 학점, 영어점수에 추가해 어학연수, 자격증,공모전 입상, 인턴 경험, 자원 봉사, 성형수술까지 총 9종.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이 이런 모습이라 부끄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키워나가야 하나 고민도 됐다.

 

그러던 차에 이기진 교수의 '딴짓'이 잔뜩 실린 이 책은 내게 자녀교육의 길을 찾던 내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물론 현재는 대학교수로 있기 때문에 이 모든 딴짓들을 누릴 수 있지 않느냐,며 비판의 촉을 세울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그의 삶은 스펙 쌓기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과정을 거쳐 목적지에 도착한 점이 다르다.

그는 영어유치원에부터 생애 첫 공교육을 가장한 사교육을 시작하는 아이들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비뚤어진 길을 그려나갔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 글을 못 읽는다고 담임 선생님께 야단맞은 소심한 소년은 학교를 그만둔다. 그 뒤 전학 간 학교에서 3년간 야구만 한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건이 아닌, 자기만의 아주 사소한 계기로 방향이 틀어질 수 있다. 내가 그랬다. 꼰대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사실 하루에도 몇 번씩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일들이 내 앞으로 다가오고 지나간다. 문제는 내가 그 순간을 인식하느냐, 아니면 그냥 보내느냐 하는 것이다. -202

 

공부를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니고 자랑할 만한 특기도 없었고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평범한 학생이 지치도록 야구에 매진하는 전성기를 누린다.

중학교 때부터는 꽤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호기심이 샘솟은 탓인지 책을 읽어 대고, 천체와 우주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고등학교 때 물리 선생님이 툭 던진 칭찬 한 마디 "어? 너 물리 잘하는데?"를 들은 덕분에 물리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그는 열정적으로 연구를 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녔다.

한 번 열정에 사로집히면 앞뒤를 못 가리는  일종의 '몰입' 상태에 빠져드는 것 또한 그의 훌륭한 장점 중의 하나다.

 

# 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을 남겨두지 않는다.

 

로봇을 만들고 나서 다음엔 의자도 만들어 봤다. 아니, 뭔가 만들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실행에 옮겼다. 뭘 만들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안 만들고 있으면 그대로 하고 싶은 일로 평생 남을 것이 아닌가.-41

 

# 일과 가족을 우선순위로 둔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가족은 함께 붙어 사는 것이 좋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우엔 더욱 그렇다.-46

 

# 남들과 다른 자유스러운 생각을 하면서 '소외'를 즐긴다.

 

남을 의식하고 남과의 차이를 좁히려고 들 때 삶은 개성을 잃고 만다. 진정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고 대세를 따라가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없애는 일이다. -52

 

# 알리바바의 보물창고를 간직하고 있다.

 

아르메니아 공화국의 시장에서 녹색 에마야주와 녹이 잔뜩 낀 저울의 추, 양털로 짠 카펫

수건에 둘둘 말아 가지고 다니는 전용 백자 술잔, 알프스 산장 카페에서 산 유리잔

채린이의 밥그릇으로 쓰던 쇼와 시대 청화 도자기, 에도 시대 이마리 도자기 오차잔,

원래 주인은 이태리 사람이지만 파리 15구에 있는 자전거 숍에서 구입한 롤리 자전거

월리스 그로밋 피겨 라디오, 최고의 컬렉션이라 꼽는 '창성동 실험실'이자 한옥 갤러리...

 

거기에다가 그림에 취미를 가진 그는 이 책의 모든 삽화를 직접 그렸고 동화책과 만화책을 이미 여러 권 낸 작가이기도 하다.

 

아~ 다른 건 몰라도 이 정도의 스펙이라면 충분히 나의 이상형이라 할 수 있겠다.

9종 스펙을 굳이 갖추지 않아도 언제든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몰입할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아이.

일과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아이.

자기만의 취미를 가지고 있는 아이.

 

지금 내가 혹시 변진섭의 <희망사항>에서 말하는 그런 이상형을 바라고 있는 건가?

아니, 아니, 아니다.

그 이상형은 존재하고 있고 이렇게 책도 펴냈으니 절대, 네버, 불가능한 이상형은 아닌 것이다.

다만, 이기진을 이렇게 자랄 수 있게 만든 제 2의 신사임당 같은 어머니가 되기에 내가 너무 부족할 뿐.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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