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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박람강기 프로젝트 3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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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글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는 남자.[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사실 이 책을 받아들고는 팔짱을 낀 남자의 실루엣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안경을 쓴 모습의 실루엣이라니...지적인 이미지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그래서 작가의 사진을 내심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는데 웬걸...1888-1959라는 생몰연도와 간략한 소개만 실려 있을 뿐, 그의 사진은 나와 있지 않았다.

왜, 이 책에는 작가 사진이 없는가.

 

그 답은 이 책의 내용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바보같은 출판사 사람들은 왜 표지에 작가 사진을 싣는 걸 그만두지 못할까요?

허걱-

순수한 마음에서 작가의 얼굴을 멋대로지만 상상해보고 기대에 부응하는 얼굴일지 궁금해하는 것도 잘못일까요? 하고 소심하게 되묻고 싶을 정도로 직설적이고 강한 문장이다.

 

작가들은 대개 정말로 끔찍한 외모들을 하고 있어서, 그 얼굴을 보면 작가들을 좋아하려고 하는 어떤 마음 같은 게 사라져 버릴 겁니다. -204

 

나는 그만 여린 마음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예에-. 하고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할 수 밖에.

 

‘레이먼드 챈들러는 묘하게 위압감을 주고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재주가 있다.’ 고 그만, 결론을 내리고 싶었다. 독선적이고 배려심 없는 사람 같으니...

 

워낙 오래 전 인물이라 챈들러의 탐정 소설이나 영화 시나리오 등은 읽어본 적이 없고, 그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조차 접해 본 적이 없다. 다만 필립 말로라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탐정의 이름만 어디선가 어렴풋이 들어본 것 같고 귀에 익숙할 뿐.

그의 탐정 필립 말로는 거칠면서도 부드러운 하드보일드 주인공의 전형이라고 한다. 또한 챈들러가 구사한 문체와 의외의 직유는 이후 많은 작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도 한다.

 

이쯤 되면 책의 목차상으로도 1장에 배치되어 있는 그의 작품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터인데..

그 즈음 이 책의 출판사 <북스피어>에서 진행하고 있던 페이스북 이벤트를 덜컥 보아버린 것이, 순서대로 이 책을 읽어나가리라 했던 나의 다짐을 허물어 뜨렸다.

 

일종의 친구이자, 비서이자, 영감의 원천이라 짐작할 수 있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검은 페르시안 고양이 이름을 맞히는 이벤트였다.

1) 워키 2) 토키 3) 타키 4) 터키 5)켄터키 6)프라이드 7)치킨

 

 

 

무릎 위에 내 비서를 안고 있는 사진이 특히 잘 나왔더군요. -195(아마도 이 사진일 듯<북스피어> 페이스북에서 퍼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고양이 사진, 내 여동생이 집에서 키우고 있는 털 많은 하얀 고양이의 사진을 첨부했고, 이벤트에 당첨되었다!!-아래는 내가 올린 사진-고양이 이름은 호야, 멜랑이 둘 중의 하나. 나도 사실은 잘 구분을 못 하겠다^^)

 

답 댓글을 이렇게 적었었네요.-3번 타키. 우리 고양이 타키는 점점 폭군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200

챈들러의 책 읽고 있는데, 아직 200 페이지까지는 못 읽었어요. 고양이 부분도 흥미롭네요. 가능하다면 전문을 인용하고 싶을 정도^^)

 

 

 

 

비록 힌트는 나와 있었으나, 내게 북스피어의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라는 책이 있는 한, 책을 또 다시 한 번 안 거들떠볼 수 없지...싶어서 그 부분을 찾았더니 챈들러의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에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195-202)

갑자기 냉소적이고 거만하다고 느꼈던 그의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타키는 대개 정중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편이지만, 가끔 가다 따지기를 좋아하는 마법에 걸려서 한 번에 십 분씩 말대답을 할 때가 있어요. 타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면 좋을 테지만, 결국은 ' 좀 더 잘할 수 있잖아'를 아주 냉소적으로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196

고양이를 어루만지는 그의 모습에서 아주 약간 다정하고 섬세한 면이 있나~ 했지만, 역시 타키나 챈들러나 "냉소"와 닿아 있는 면은 꼭 닮았다.^^

 

 

 

챈들러는 젊은 시절에는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다가, <빅 슬립>을 발표한 이후 20년간 전부 일곱 편의 장편을 썼다. 연상의 아내 시시의 죽음 이후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실제로 자살 기도까지 했다고 한다. 그의 근황을 가까운 이들에게 쓴 서간문을 모은 이 책에는 이른바 챈들러 스타일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심지어 필립 말로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챈들러와 필립 말로가 거의 동격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은 나만의 느낌적 느낌인가...

 

작품론, 작가들, 할리우드, 필립 말로, 일상.

5개의 챕터 중 어느 부분을 먼저 펼쳐 읽어도 그의 글 속에 진하게 베인 체취를 흠뻑 맡을 수 있다.

작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투자는 스타일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멋진 남자.

그는 영감을 기다리다가 글을 쓰며, 생명력을 지닌 글은 모두 가슴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초고를 마칠 때까지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절대 알 수 없다는 점, 즉 플롯에 관심이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 것을 절대적인 신조로 삼았다.

 

아무리 말을 아껴도 장기적으로 보자면 글쓰기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스타일이고, 스타일은 작가가 시간을 들여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투자입니다. (...)

내가 생각하는 스타일이란 개성을 반영한 것이고, 개성을 반영하려면 먼저 개성이 있어야만 하니까요. (...)아무리 많이 편집을 하고 퇴고를 해도, 한 인간이 글을 쓰는 방식이 지닌 그 특색에 뚜렷한 영향을 끼칠 수는 없는 겁니다. 글의 특색이란 작가의 감정과 통찰의 본질에 따른 산물이죠.

-36

 

끝내 책의 표지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아도 글쓰기에 대한 완고한 자기만의 생각을 가진 한 남자의 고집스런 얼굴이 거기, 있을 것임을 이제는 안다.

자신의 글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는 남자.

 

<북스피어> 페이스북에서 퍼옴.

 

혼자 살 수 없고 혼자 살아서도 안 될 정도로 아내에게 깊이 애정을 느끼던 그가, 아내 시시를 잃고 나서 다시 한 번 알코올에 빠지게 되었다.

요양원에 갔을 때 그를 진료한 의사가 단 하나 문제되는 것이 바로 외로움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러자 챈들러가 그 의사를 두고 평한 말.

나는 그 사람이 지독하게 똑똑하다고 생각해요. 그토록 부드럽게 나를 찢어 놓다니. 그렇게까지 꿰뚫어보리라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말입니다.

-244

 

이 문장을 보았을 때, 슬픈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을 참고 있었는데, 마지막의 감동적인 명대사 한 마디에 참았던 눈물이 툭 터져 나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거칠면서도 부드럽다는 말은 바로 이런 말이렷다!!

 

나쁜 남자를 꿈꾸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의 공통된 환상은 그 나쁜 남자를 나만은 길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나쁜 남자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내 무릎에 누인 후 쓰담쓰담 해주면서 나의 사랑을 듬뿍 얹어주면 그 나쁜 남자는 나만을 바라보는 충성스러운 무사가 되어 줄 것이다~

거칠면서도 고집스럽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서야 직성이 풀리는 나쁜 남자.

그러나 아내를 잃고 난 후의 외로움에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술에 의지해서야 살아갈 수 있었던 남자.

이런 달콤함을 간직한 나쁜 남자라면 나는 그에게 기꺼이 중독되어 줄 수 있다.

물론, 실제 생활에서는 어렵겠지만 그의 글에는 얼마든지 중독되어 줄 수 있다는 말이다.

챈들러가 말했듯이 글에는 그 사람의 가슴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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