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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다 하지 못한 - 김광석 에세이
김광석 지음 / 예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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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같은 목소리, 김광석 [미처 다하지 못한]

 

내가 김광석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에 대해 아주 친했다는 듯이, 많은 것을 함께 했다는 듯이

 

나는 아직도 그가 내민 잔에 푸르른 눈물 한 방울을 돌려주지 못했다. 그는 너무나도 재빨리 이 술자리를 뒤로한 채 집으로 가버린 것이었다. 아아, 광석이 형, 시바.

라고 뇌까리는 시인 류근이 있었고,

 

광석이 형이 쓴 일기장을 가만 보고 있자니 형이 글을 쓰고 싶어했던 것 같다는 생각을 이제 한다. (...)

그의 글씨는 부끄러움을 타서 때론 붉다

라고 회고하는 시인 이병률도 있었다.

그와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시인들, 노래하는 가객들이 있었고,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으며 피를 나누어 가진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내가 뭐라고...

 

그의 사적이고 내밀한 메모로 가득한 일기를 들여다 본단 말인가.

이 세상을 뒤로한 지 오래인 그를 이제 와 추억해 보았댔자 다시 살아돌아올 것도 아니고, 내가 그의 글을 읽고 좀 아는 척해보았댔자 달라질 것도 없는데..

 

이렇게 시니컬하게 나열하는 이유는 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 커질 것을 염려해서이다.

이렇게 애써 그의 글을 밀쳐내는 이유는 그의 모습을 먼발치서나마 보고 싶어할 것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없다. 없다. 없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남아 있다.

나는 오직 그의 새벽 같은 목소리를 그리워할 뿐,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의 목소리에서 짙은 슬픔을,

때로는 사랑에 대한 무한한 공감을,

다정다감한 그의 심성을 느낄 뿐이다.

아무리 춥고 힘들어도 봄을 기다리던 그의 바람을 목소리에서 읽어낼 뿐이다.

 

가지 않은 길이 그렇게도 궁금하여 따라 나섰나요...

이제 다시는 푸근한 웃음과 나직하면서도 청량했던 그 목소리를 들을 순 없는 건가요.

오직 노래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건가요.

 

<사랑했지만>

김광석은 어느 날 참석한 모임에서 어느 할머니가 비 오던 날, 길 한복판에서 이 노래가 가게에서 흘러나오자 비를 맞으며 끝까지 들으시는 모습을 봤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는 마음을 고쳐먹고 노래를 더 열심히 불러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버스 안에서 누군가의 신청곡으로 DJ의 손에 의해 재생되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들으면서도, 밤늦은 시각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눈물을 머금는다. 감정이 북받칠 때에는 엉엉 울어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귀를 잡아 끄는 은근한 매력이 있고 감정을 오롯이 전달할 줄 아는 진정성 때문에 그 눈물은 주체할 수 없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올 그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가사만 적었을 뿐인데도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또 내 마음을 훔치셨군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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