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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위하여 -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
김형경 지음 / 창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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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이해하게 된다 [남자를 위하여]

 

 

여자들은 불평불만이 생기면 대개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발산해내고 풀어낸다. 뭐, 성격에 따라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러나 남자들은 대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요즘 파릇파릇한 신세대들이야 어떨지 모르겠지만 3040의 강을 건너가는 사람들 혹은 그보다 더 윗세대의 어른들은 그러하리라 미루어 짐작된다 .

우선 부모로부터 특히 아버지 세대로부터 자유롭게 터놓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외롭고 심심하고 속상한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남자 하면 떠올리게 되는 무뚝뚝함, 남성다움, 과묵함 들이 그들에게 그대로 무게 혹은 짐이 되어 마음을 터놓을 수 없게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사회 속에서 남자답게 살려고 노력했던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심리 이야기에 움찔하고, 슬프고 아픈 이야기들 들추기를 꺼려하며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자답게 폼 잡고 살기에 익숙한 남성들이 과연 이 책을 어떠한 시선으로 볼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나는 여자이니까.

그렇지만 우리 집에는 남자가 둘이고 여자가 둘이라 남자 반 여자 반. 딱 알맞은 비율로 생활하고 있고, 반이 남자인 관계로 남자의 일상 혹은 심리에 관해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다.

조그맣던 아들 녀석이 7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고, 남편이 팔팔하던 30대에서 40대에 진입하는 해이기도 하니까...

이제는 남자들에게도 관심을 좀 기울여야 되지 ...싶은 때를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이 책을 읽으려고 펼쳐 드니 내가 읽은 책에 무관심하고 도통 아는 척을 안 하던 무뚝뚝한 남편이 보기 드물게 반색을 한다. “남자를 위하여?”

아내가 이런 제목의 책을 읽고 있으니, 자기를 좀 위해주려는 마음이 생겨서인가 해서 기뻤을까, 혹은 자신이 남자라는 것에 지쳐있던 순간 [남자를 위하여]라는 제목이 찌르르 하고 가슴에 와 닿아서였을까...

남편의 기쁜 어조가 여러 가지 고민에 휩싸이게 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이 미묘한 순간...어쩔 것이여...

 

모두 네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을 잠깐 살펴보자.

첫 장, ‘남자의 관계 맺기’는 남자들이 어린 시절 부모 환경에서 만들어 가지는 성격과 성향에 대한 내용이다.

특히 남자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과 경쟁심의 근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둘째 장, ‘남자의 열정 사용법’은 남자들이 생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식에 관한 내용이다. 여자와 많이 다른 부분이라 특히 눈여겨 볼만한 게 많았다.

셋째 장 ‘남자의 위험한 감정’은 남자들이 내면에 억압해 둔 부정적 감정 영역들에 대한 내용이다.

넷째, ‘남자의 삶과 변화’는 남자들의 심리에 대한 질문이자 해답 같은 내용을 담았다.

 

 

첫째 장의 내용을 읽으면서 완전 공감되는 내용이 나온다. 남편은 아니라고 딱 잡아뗄 테지만, 이건 완전 100퍼센트 맞는 말이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사춘기 때의 그녀가 아니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바로 그들의 엄마이다. 모든 남자에게 ‘최초의 여자’는 엄마다. -19

 

나에게 나를 낳아준 엄마가 중요하듯이 남편에게도 자신을 낳아준 엄마를 일순위로 놓는 것은 이해해야 할 일이다. 시어머님은 성격이 쿨하신 건지, 아직 며느리를 꺼리시는 건지, 좀처럼 우리 집 안으로 발을 들이시지 않는다. 그래서 으레 집 앞까지 오셨다가 전해줄 것만 전해주고 가시는데, 나는 입에 발린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 빈말이라도 집에 들어왔다 가시라고...그 말을 죽어도 못하는(좀 과장해서) 경상도 아줌마다.

바로 어제 일이다.

경상도 중의 경상도 할머니인 시어머니는 나보다 한 술 더 뜨시기에 집 앞에서 만나 간단하게 볼 일을 보고 그냥 보내드리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었건만, 어머님께서 택시를 타고 집 앞에 오셔서 물건을 내려놓으시고 그 길로 택시를 타고 바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남편에게 전했더니, 그날따라 불같이 화를 내는 남편. 뭐가 잘못된 것일까...“집에 왔다 가시라는 그 말 한 마디가 그렇게 힘드냐?” ‘아~ 그거였구나.’

그저 해답은 남자의 첫사랑이 엄마라는 것 뿐. 그 말이 정답이라 생각하며 “미안하다, 앞으론 꼭 집으로 모실게”라고 사과하며 잘하겠다고 다짐하자 남편은 사실 그렇게 화낼 일은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었다며 그 날 일은 그렇게 넘어갔다.

그 일로 나는 단단히 명심하게 되었다. 남자의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것.

 

이 책에는 신화, 영화, 심리학 사례들이 들어 있는 책들에서 뽑아 온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자연히 내 남자들(남편과 아들)에게 하나하나 대입해보며 읽어가게 되는데, 다행히도 첫 장의 이야기 말고는 크게 해당되는 내용이 없어 뒤로 넘어갈수록 마음의 짐은 한결 덜어졌다. 매 장마다 내 남자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나왔더라면 나는 아마 거품을 물고 뒤로 넘어갔을 것이다! 모든 이야기에 다 걸리는 남자와 살아야 한다면 그 여잔 아마 먼지가 되어야 할 걸...

 

대프니 로즈 킹마의 <우리가 몰랐던 남성>에서 인용한 구절 중

“나의 아버지는 프로 테니스 선수였다. 내가 어릴 때 테니스 시합을 할 때마다 아버지는 나를 이겼다. 내가 그를 처음으로 이기자 그는 나와의 테니스를 영원히 그만두었다. -26세의 건축가

 

모든 아버지들은 아들이 자라는 것에 대해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느낀다. 그것은 실은 자신이 늙고 힘없어지는 것에 대한 공포이다. 그리하여 아버지들은 아들의 성장기에 자주 약속을 어기고, 거칠고 난폭하게 군림하고, 아버지 마음에 들어보려는 아들의 노력을 비웃는다.-39

 

그렇다. 이 일은 우리 집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상하게도 딸에게 냉랭한 나 대신 남편은 딸을 예뻐하고, 아들을 괴롭히는 남편에 대응해서 나는 아들의 편을 들어주게 된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저자는 풀이하면서 ‘좋은 아버지’역할 모델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을 모색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최근 읽은 공경희의 북 에세이에서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번역한 역자 공경희는 이 책에서 ‘인생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모리는 강하고 고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남자를 위하여] 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이 책을 이야기한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모리교수가 죽음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불편한 몸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아버지 역할을 해주면서 남자들이 꿈꾸는 ‘좋은 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이 사이좋게 지내려면 아버지가 죽어가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라고 꼽았다.

남자에게 남자는 기본적으로 경쟁자이고, 딸과 경쟁하는 어머니의 언어 중 가장 강력한 문장은 “너는 네 아버지 첩년 같구나.”라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작가에게 좀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그 말은 그것대로 효과를 발휘한 듯하다. 남자는 여자든 자녀에게 관대하게 대할 수 있으면 진정한 어른이 된 것이라는 말을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니 말이다.

 

남녀가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이 하나 있다면 각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미숙한 생존법, 성격의 왜곡된 측면을 알아차려 각자 어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면의 불편이 해소되고 관계가 개선된다.-326

 

내가 함께 살고 있는 두 남자.

아버지와 아들이면서 남편과 아들이기도 한 두 남자.

기본적으로 남녀가 같이 살아내야만 하는 이 공간에서 부디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하루빨리 터득해서 가정에서 화목한 법을 배우고, 나아가서 사회 생활도 무난히 해나가기를 빌어본다.

남자와 여자.

일직선으로 뻗어나가기만 하는 평행선을 이룰 게 아니라 완만한 곡선으로 서로를 보듬어 안는 사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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