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읽은 터너 소령은 진짜 멋있었는데 영화속에서 터너 소령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 영화는 줄거리를 뒤죽박죽 섞은 뒤에 제멋대로 만들어놨고 그래서 재미 없었다. SNS 상에서는 탐크루즈 주연의 영화에 요즘 여성들이 강하게 나온다고 했는데, 잭 리처 시리즈를 읽어왔던 나로서는 이 영화속 터너 소령의 캐릭터가 정말이지 


씅에 안찬다.








책의 많은 이야기들을 두시간짜리 영화에 담아내기가 애초부터 무리일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진짜 너무 재미 없어서, 보고 나오면서 친구와 재미없어 재미없어 계속 투덜댔다. 친구도 나처럼 이미 원작을 읽었던 터다. 그런데, 재미없다고는 했지만, 나란 사람 ㅠㅠ 마지막에 울어버리고 말았는데 ㅠㅠ 세상에 잭 리처 영화 보다가 우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ㅠㅠ 



영화속에서 '사만다'라는 소녀가 나온다. 사만다는 어쩌면 잭 리처의 딸일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어쩌면 아버지와 딸 사이일지도 모르는 채로 둘은 터너소령과 함께 며칠간을 지낸다. 그리고 사건은 해결되고 모두 헤어질 시간. 잭 리처는 터너 소령과 작별을 하고 그 후에는 사만다와 작별을 한다. 함께 했던 시간이 존재했기에 이별은 너무 힘들다. 사만다는 또르르 눈물을 흘린다. 잭 리처에게 그렇게 떠도는 거 외롭지 않냐고 묻는다. 잭 리처는 가끔 외롭다고 답한다. 사만다는 이에, 


외로워지면 전화하세요.


라고 하는데 ㅠㅠ 훌쩍 ㅠㅠ 너무 슬픈 거다. ㅠㅠㅠ 잭 리처는 핸드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정착한 사람도 아니라서, 사만다 쪽에서는 연락할 수가 없는 거다.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엽서를 보낼 수도 없다. 그러니 잭 리처가 외로워져 사만다에게 연락할 때에만 잭 리처의 목소리를 듣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거다.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은가. 흙 ㅠㅠ 그렇지만, 잭 리처가 그런 사람인 걸 어떡해. 어떤 사람은 정착하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떠돌고 싶어한다. 이건 사람이 다 달라서 어쩔 수가 없다. 그러니 정착하려는 사람에게 떠나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떠도는 사람에게 정착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이제는 잭 리처가 어딘가에 정착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정착해서, 저렇게 자신과의 이별을 고통스러워하는 소녀와 가끔 연락하고 지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 이별은 정말이지 언제나 너무 슬프다. 어떤 관계로든 정을 들인 사람과 say goodbye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슬프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ㅠㅠㅠ 사람들이 만나고 서로 정이 들었다면, 헤어지지 않으면 안되는걸까? 그냥 계속 계속 연결된 채로 서로 정을 듬뿍 나누면서 살면 안되는걸까. 이 이별이 너무 마음에 아파서 나도 같이 눈물을 또르르 흘리고야 만것이다. 여기까지 보면서 내내 재미없다고 투덜대놓고, 막판에는 또르르 눈물이.. 훌쩍 ㅠㅠ



핸드폰 없는 잭 리처에게 사만다는 슬쩍, 잭 리처 모르게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어준다. 아마도 다음 시리즈에 이 핸드폰은 없을 확률이 크겠지만, 그렇게 뚜벅뚜벅 혼자 걷는 잭 리처의 자켓에서 잭 리처도 모르는 핸드폰의 진동이 울린다. 잭리처는 놀라서 주머니에서 자신도 모르는 전화기를 꺼내는데, 거기에는 이런 문자 메세지가 와있었다.



<MISS ME YET>



자막에는 '나 그립죠?' 라고 나와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잭 리처가 얼마나 활짝 웃던지. 아아 탐 크루즈 진짜 잘생겼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그 장면에서 생각했던 게, 그 웃음이 너무나 진짜 같은 거다. 정 든 친구로부터 받은 너무나 반가운 문자메세지, 그걸 보고 활짝 웃는 모습이, 너무 진짜 같은 거다. 굉장히 사랑스러웠달까. 저런 웃음이라니! 역시 웃음은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러고보니 토요일 오전, 여동생을 웃게 했던 일도 생각나네. 여동생과 함께 여동생친구아이의 돌잔치에 참석하기로 했는데, 여동생과 만나기로 하고서는 전화상으로 내가 '뷔페에서 많이 먹을라고 아침 굶었어' 라고 말했는데, 이 말에 여동생이 빵터져서 소리내서 웃는 거다. 아, 내 가슴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소리는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은 것 같다. 내가 다 행복해지고 계속계속 웃게 해주고 싶어진다. 아 진짜 여동생 사랑해 ㅠㅠ


















요즘 이거 다시 보고 싶어서 다시 보고 있는데, 너무 좋아서 친구1과 직장동료1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보라고 선물해줬다. 여동생은 보면서 좋다고 계속 내게 문자를 보내온다. 나는 일단 여름편에서 첫번째 음식과 두번째 음식까지를 봤는데, 첫번째 음식은 빵이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여자가 장마철에 집안을 건조하게 만들기 위해 스토브를 켜고는 그 불에 빵을 굽는 장면이 나오는데, 오랜 시간 스토브안에서 부풀어올랐을 빵을 꺼내는 장면에서, 아아, 나도 빵을 굽고 싶다!! 는 생각을 하게 된거다. 빵을 만드려면 밀가루도 들어가지만 버터도 들어갈거고, 거기에 불이 더해지는 순간 점점 빵의 향기가 진해질텐데, 저렇게 오랜 시간 굽고 나면 집 안이 온통 빵의 향기로 가득하지 않을까. 아아 그러면 집은 얼마나 따뜻하게 느껴질까. 나는 빵을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고기가 좋다), 빵을 굽고 싶어지는 거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봐야지 하고 늘상 도전하면서 지금까지는 감자전 말고는 성공한 게 없어서, 아아, 빵은 어떨까, 빵을 구워보자, 빵 굽기를 연습해보는거야! 하고 생각하게 됐는데, 밀가루 반죽이며 기타등등...부엌이 난장판이 되겠지...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조금..스트레스를 받았다. 그거 언제 치우나.. 그래도 빵냄새는 좋잖아?



토요일 밤에 집회에 갔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나는 빵을 굽고 싶어졌다고 했다. 친구는 그만두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 생각해봐, 당신이 힙들게 일하다 집에 딱 돌아왔는데 집 안에서 빵냄새가 나는 거야. 좋을 것 같지 않아?


친구는 잠깐 생각하더니, 


- 좋을 것 같다, 좋을 것 같은데, 너 그렇게 하고 부엌은 초토화 되어있을 거 아냐.


음....그건 그렇지만...그건 그렇지. -_- 그래도,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빵을 구웠다니, 너무나 다정하지 않아? 하고 물으니, 너는 이미 다정함이 차고 넘치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 너는 돈으로 빵 사주면서 아주 다정한 사람이니까 더 다정해지지 않아도 된다며....


아, 다정하고 싶다. 빵을 구워서 기다리고 싶다. 누군가 내 집을 찾았을 때 빵 냄새가 나게 하고 싶다... 그래서 일요일에 교보문고 가서 빵굽는 책을 살까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안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달력을 보니 이번주부터 주말에 스케쥴이 꽉꽉 차있어서 도무지 빵을 구울 시간이 없는 거다. 내가 직장인인데 평일에 구울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빵굽기는 일단 보류. 그래도, 포기하지 않겠어!! 사랑하는 사람이 내 집에 오는 순간, 감자전과 빵을 대접하겠어!! 하아- 그러나 어느 세월에.... 돈이나 열심히 벌어야겠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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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6-12-0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운 계절입니다. 전 요즘 오만게 다 그립습니다. 잭 더 리처 네버고백이 재미없다 해도 톰 크루즈의 그 웃음 때문에라도 봐야할 것 같습니다. 다락방님의 글도 저를 그리움에 휩싸이게 합니다. 왠지 저도 빵을 구워야 할 것 같다고나 할까요... 2016년이 이렇게나 길지만 짧고, 허무하지만 용기가 나고, 꺼질 듯하면서도 불타오를 줄 몰랐네요. 정말 그리운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16-12-06 08:17   좋아요 0 | URL
꼬마요정님, 저는 제가 과연 빵을 구울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하하.
탐 크루즈의 미소는 진짜 백만불짜리 같아요. 탐 크루즈 미소 보는 걸로 참 좋네요. 역시 잘생긴 남자의 미소는 힘이 세죠. (응?)
2016년이 이제 거의 다 갔어요, 꼬마요정님. 제게도 여러가지로 기억될 한 해일 것 같아요. 이제 한 달도 채 안남았네요. 우리, 2016년의 끝날까지 맹렬하게 지냅시다!

블랙겟타 2016-12-06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락방님도 보셨군요. 리틀포레스트요. ^^ 작년인가 극장에서 겨울 봄 편보고 반했었거든요. 저는 겨울 봄 편에 나왔던 배추꽃 파스타 그게 얼마나 맛나게 보이던지.. ㅜㅜ

다락방 2016-12-06 09:50   좋아요 1 | URL
꺅 >.< 블랙겟타님도 보셨어요?!!
저 이영화 엄청 좋아해요. 보기 전에는 제 취향 아닐 것 같았는데, 보면서도 너무 좋았고 보고 나서도 너무 좋았고. 그래서 두 편 다 또 다운 받은 거에요. 아무때나 아무 장면이나 들여다보려고요. 가만히 조용히 풍경이 나오는 장면들도 좋고 음식들 나오는 것도 좋아요. 감 말리는 것도 좋고 오리 고기도 좋고! 케익 만드는 것도 너무 좋고요. 이 영화 진짜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