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부, 하얀 가면 -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시대의 책읽기
프란츠 파농 지음, 이석호 옮김 / 인간사랑 / 199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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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식민지 담론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파농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로 우리가 유색인종이기 때문이며, 그런 연유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혼란을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싶을 때에는 파농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바로 그런 유색인종 지식인의 자기 고민이며, 정체성 혼란에 대한 자기 분석이자 암시이다. 전반부보다는 아무래도 정신병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후반부가 더 잘 읽히는데, 그 속에는 바로 유색인종이면서 백인의 제국 속에서 기생하는 나의 일그러진 모습도 있었다. 열등감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태생을 감추려하지만, 그것은 또한 쉽게 탄로되기 때문에 혼란은 더 극심해진다. 우열관계를 끊고 하나의 독립된 개인으로 자존하려는 욕망은 곧 '흑인들이 문명인으로 인정받으려는 나르시시즘적 욕망으로부터 탈주'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파농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어느 누구도 그런 열패감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아는 태생적 주변자들은 적어도. 그렇다면 다른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파농을 넘어서는 작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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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의 배경 - 개념과 이론 대우학술총서 신간 - 과학/기술(번역) 437
로버트 매킨토시 지음, 김지홍 옮김 / 아르케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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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을 공부하려면 기본적인 개념들과 원리들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은 개론서가 다수 나와 있으니 공부하기가 쉽습니다. 그런데, 생태학사나 그 발전양상을 보는 것은 그리 많은 문헌이 없는데요, 저는 '생태학, 그 열림과 닫힘의 역사'(도널드 워스티 저)와 더불어 이 책 '생태학의 배경'(R. 매킨토시)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생태학사를 시간 순서대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합니다. 반면에 후자는 생태학을 일정한 카테고리로 재분류하여 서술합니다. 예를 들어, 동적 생태학, 계량 군집 생태학, 개체군 생태학, 생태계 생태학, 시스템 생태학 등이 그런 분류입니다. 물론 여기에도 인물과 사건이 중심이 되어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각 분과들과 다양한 개념들을 따라 정리하는데는 더 강점이 있습니다. 여러 책을 읽으면 물론 좋겠지만, 저는 위의 두 책을 비교하면서 읽으니 특히 재밌더라구요. 예컨데 클레멘츠(Clements)에 대한 논의가 각 책의 4부와 3장에서 나오는데요, 서로 비교하면 각 저자의 입장과 강조점을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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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 생태학
Stanley I.Dodson 지음, 노태호 옮김 / 아카데미서적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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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이 전공은 아니지만, 그런 쪽 책을 곧잘 읽었습니다. 물론, 전공자가 아니라서 개념을 잘 이해하였는지는 의문이지만요. 도서관에서 이래저래 책을 읽다보니 쉽고 이해가 잘 되는 책을 알게 되었는데, 바로 이 '생태학'(스탠리 I. 닷슨 외 공저)이 그런 책이었습니다. 개론서로도 손색이 없는 교재인 이 책은 전공자들이 한 챕터씩 맏아서 생태학의 분과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일단 생태학의 학문적 정체성을 논의한 다음에 경관생태학, 생태계생태학, 생리생태학, 행동생태학, 개체군생태학, 군집생태학으로 큰 카테고리를 나눠서 대략 40-80페이지로 핵심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림이 많아서 설명이 잘 이해되며, 군더더기 없는 서술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도 학습이 가능한 구조로 되어 있죠. 용어해설도 있구요, 각 챕터 안의 BOX는 좀 더 심층적인 문제들도 다룹니다. 값에 비해서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초입자 여러분께 더 유용할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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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을 잡아라! 궁리 잡아라 2
데이비드 버니 지음, 이한음 옮김 / 궁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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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환경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으며, 또한 생태학 세미나도 종종 하는 대학생입니다. 세미나 준비로 이런저런 책을 자주 참고하는데요, 이 책은 생태학 입문서로는 가장 재밌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림과 압축적인 설명이 인상적인 이 책을 보면, 과연 어느 누가 생태학에 호기심을 보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니까요. 물론, 키워드 중심이다보니 생태학에 대한 역사와 범위를 포괄하는 서술보다는 마치 사전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만....이 책으로 생태학을 마스터하려는 사람은 없을테니까 큰 단점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생태학 담론은 이미 전지구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환경'과 '생태계'를 인간의 타자가 아닌 공생관계로 규정하는 논의와 실천적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면 아마도 그런 다양한 논의와 운동에 펼쳐져 있는 인물, 역사, 개념들의 꼬투리를 잡아서 이러저러한 지식을 간단하게 습득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호기심으로 끝나면 아쉽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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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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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의 앞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입되고 동화되기 보다는 책의 유명세 때문에,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뜬금없는 시작 때문이었고, 어떻게 보면 그간 나의 상상력이 빈곤해졌기 때문일까. 여하튼, 옛날에 안도현의 책을 한 번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쉽게 친화될 수 없고, 조금은 유치해보이는. 그러나 옛날의 그 책이 그렇게 단숨에 읽혔듯이, 이 책도 물살을 타니 쉽게 읽혔다. 책의 끝무렵에서는 나 역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 그리고 초록강 등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들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기했다.

나는 그점이 이 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책을 읽는 법. 영혼으로 책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독특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영혼, 정신, 마음은 현재의 '자연주의적 인식론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길들임 속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선천적인 실체가 아닌가 생각도 된다. 이전에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던 영혼의 무게를 이 책은 다시 되살려준다. 마치 플라톤이 상기설에서 이데아의 세계는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되살려낼 수 있는 우리 안의 선천적인 무엇이라고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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