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피부, 하얀 가면 - 포스트콜로니얼리즘 시대의 책읽기
프란츠 파농 지음, 이석호 옮김 / 인간사랑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탈식민지 담론에 그렇게 관심이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파농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바로 우리가 유색인종이기 때문이며, 그런 연유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혼란을 어떻게든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싶을 때에는 파농을 다시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은 바로 그런 유색인종 지식인의 자기 고민이며, 정체성 혼란에 대한 자기 분석이자 암시이다. 전반부보다는 아무래도 정신병리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후반부가 더 잘 읽히는데, 그 속에는 바로 유색인종이면서 백인의 제국 속에서 기생하는 나의 일그러진 모습도 있었다. 열등감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태생을 감추려하지만, 그것은 또한 쉽게 탄로되기 때문에 혼란은 더 극심해진다. 우열관계를 끊고 하나의 독립된 개인으로 자존하려는 욕망은 곧 '흑인들이 문명인으로 인정받으려는 나르시시즘적 욕망으로부터 탈주'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파농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가? 어느 누구도 그런 열패감의 굴레 속에서 빠져나온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아는 태생적 주변자들은 적어도. 그렇다면 다른 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파농을 넘어서는 작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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