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어른을 위한 동화 2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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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책의 앞부분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입되고 동화되기 보다는 책의 유명세 때문에,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 때문에 견딜 수 있었다. 뭐랄까. 어떻게 보면 뜬금없는 시작 때문이었고, 어떻게 보면 그간 나의 상상력이 빈곤해졌기 때문일까. 여하튼, 옛날에 안도현의 책을 한 번 읽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쉽게 친화될 수 없고, 조금은 유치해보이는. 그러나 옛날의 그 책이 그렇게 단숨에 읽혔듯이, 이 책도 물살을 타니 쉽게 읽혔다. 책의 끝무렵에서는 나 역시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 그리고 초록강 등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들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신기했다.

나는 그점이 이 책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책을 읽는 법. 영혼으로 책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독특한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영혼, 정신, 마음은 현재의 '자연주의적 인식론자들'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없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길들임 속에서 나타나는 우리의 선천적인 실체가 아닌가 생각도 된다. 이전에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던 영혼의 무게를 이 책은 다시 되살려준다. 마치 플라톤이 상기설에서 이데아의 세계는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되살려낼 수 있는 우리 안의 선천적인 무엇이라고 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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