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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함께 책을 읽자고 권하는 일은

더불어 여행을 하자는 말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은 공유할 때 더 큰 의미를 지니지요^^

열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권의 책을 열 사람이 읽고 얘기 나누는 것.

그것이 공동 서재를 가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월 초록의 떨리처럼, 설레이는 5월 여시기를 바라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Bibliotheques Du Monde) 자크 보세 지음, 이섬민 옮김, 기욤 드 로비에 사진, 다빈치, 2012, 04,

 

더 이상 젊음에 미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상에 도서관과 영화관이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세계와 삶이 가득해서 무한으로 확대되는 유한의 공간이 바로 그곳이다. 낯선 나라의 도시를 여행을 하다보면 체력과 의지가 바닥 날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알 수 없는 이국의 언어로 가득한 도서관에 간다. 그곳의 서가를 거닐다 보면 천만년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밥을 버는 일에 매진하는 생계형으로 살아가다 보면, 언제 다시 길을 나설지 가늠할 수 없는 일상이 계속된다. 이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것은 나의 서재 덕분이다. 여기에 덤으로 가보고 싶은 도서관을 사진으로 만나는 기쁨을 나눠주는 책이 있다. 그 서가를 거니는 것 같은 감동을 던져주는 책,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다.

 

우리가 책을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책의 내용에 있지 않다. 수 십 년 동안 땅에 뿌리내렸던 나무가 만들어내는 물성(物性)이 책의 내용만큼 소중하다. 북디자이너는 책의 내용을 예술의 손길로 어루만진다. 우리는 세월을 담고 있는 빛바랜 책에서 인류의 지식과 지혜를 발견한다. 도서관을 구성하는 책은 수집가가 일궈 낸 노력의 산물이다. 거기에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서관 건물이 주는 아우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클래식 작가들이 사랑했던 그곳을 함께 나누는 기쁨을 선사받을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 개정판 , 줄리아 카메론 지음, 임지호 옮김, 경당, 2012. 05.

 

전시회와 음악회에 가는 사람은 그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일반 대중이 훨씬 많다고 한다. 아마추어는 직업으로 삼지 않았으나, 그 일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예술품은 바로 자율적이고 주체적으로 완성한 우리의 일생일 것이다. 미학적으로 삶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아티스트 웨이- 나를 위한 12주간의 창조성 워크숍』이다. 2003년 나왔던 『아티스트 웨이』의 개정판이다. 한때 이혼과 알코올 중독자였던 줄리아 카메론의 체험에서 비롯된 이 책은 내 안의 ‘먼지 아이’를 내보내고, 다재다능한 어린 아이를 들여보내는 의례가 될 것이다. 12주의 창조성 회복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고통스런 자아와 결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감, 정체성, 힘, 개성, 가능성, 풍요로움, 연대, 의지, 동정심, 자기보호, 자율성, 신념을 회복한 것, 그것이 바로 아티스트로 가는 길이다. 이 책으로 미학적으로 나를 가꾸는 12주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차별받은 식탁-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우에하라 요시히로 지음, 황선종 옮김, 어크로스, 2012. 04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는 칠 년이 지나면 완전히 바뀐다. 칠 년마다 내 몸은 사라지고, 새로운 몸의 내가 된다. 그 몸을 구성하는 것이 ‘음식’이다. 비약하면 먹고 사는 음식이 그 사람의 존재와 의식 모두를 규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무색한 세계화 속에서 의식주 대부분이 획일화되었다.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비슷해지는 삶과 반비례해서 사람들의 이동은 상상을 초월해서 이루어진다. 행복의 수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꼽는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다. 텍스트를 읽듯 타인의 삶을 간접 체험한다. 그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향토 음식을 먹는 일이다. 그것이 특정 지역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인도차이나를 한 달간 배낭 여행했을 때였다. 미얀마의 어느 시골에 도착했을 때는 늦은 저녁이었다. 방도 구하지 못한 상태에 허기까지 느껴져 짜증이 났다. 원주민에게 먹을 만한 곳을 물었더니, 노점 국수집을 알려줬다. 기대 없이 간 식당은 누추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 것이나 괜찮다고 주문을 했는데, 우리나라 칼국수와 비슷한 음식에 고추장까지 얹어주었다. 국물을 한번 떠먹는 순간, 오늘밤 잠자리가 없다는 걱정도 잊어버리고, 한국의 시골 마을 칼국수 집에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얼큰한 국물이 위장을 채우자, 마음이 느긋해져서 잠잘 숙소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주인의 얼굴도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마지막 손님이었던 외국인을 바라보는 누추한 식당 주인의 눈빛은 더없이 따뜻했다. 그가 안내해준 게스트하우스에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곳은 여행객이 가는 식당이 아니었다. 3일간의 식사를 그곳에서 해결하며 지역 주민과 친해질 수 있었다.

 

취향이 천성이 아니듯, 음식의 선호도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다. 서열화 된 계층 사회에서 식탁은 동등하지 않다. 민중은 고급 식탁을 맹목적으로 따라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음식을 선망하기도 하지만, 자신들만의 독자성을 가지고 자신만의 소울 푸드를 만들어낸다. 영혼을 적시는 음식, 암묵적으로 이루어지는 그들의 저항 방식이다.

 

전 세계의 궁핍한 이들이 사는 곳을 찾아다니며 글을 쓴 저자 오에하라 요시히로는 『일본 뒷골목으로 떠나다』라는 책으로 오오야 소이치 논픽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다. 궁핍한 이들의 문화를 드러내는 것이 차별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소울푸드 미국, 도망자들의 가난한 낙원 브라질, 유랑자의 만찬을 가지고 있는 불가리아와 이라크, 네팔의 금단의 소고기, 일본 부락의 풍경을 담고 있다. 이보다 더 의미있는 여행기도 드물 것이다.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2012. 04.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경외스러운 ‘강준만’ 교수님의 신간이 또 나왔다. 다작을 쏟아내는 그의 책을 모두 사서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읽는 자가 버거울 때, 쓰는 자의 작업량과 시간은 도대체 얼마일까? 강준만 교수님의 책은 무조건 구입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존경의 표현이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의 모든 문제를 모두 다룰 모양이다. 그의 망원경과 현미경에 걸려든 주제는 고유한 역사를 얻는다. 하나의 쟁점을 가지고 이야기할 때 전후 맥락을 생략한 채 단편적으로 논쟁하다 보면, 실체 없는 싸움이 되기 십상이다. 매매춘과 간통은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되기에 앞서 국가 권력이 어떻게 이러한 쟁점과 결부되어 있었는지를 촘촘하게 살피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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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5-06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번에 파트장이 된 가연입니다. 얼마나 댓글을 이렇게 남기며 체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ㅎㅎ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 이라는 책은 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지만.. 정말 흥미로워 보이는 책이네요..ㅎㅎ 확인했습니다.

더불어숲 2012-05-06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트장의 존재감이 확~ 느껴집니다. 든든하네요. 감사합니다.^^

꽃도둑 2012-05-10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티스트 웨이]에 끌리는 이유가 뭘까요? 나를 위한 창조적 워크샵이라는 부제 때문인 것 같아요.
창조적,,,,크크
숲님,11기 잘 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