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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알라딘 리뷰대회 기념
                                             1, 2회 기수상자 인터뷰
 

독서의 계절 가을이면 찾아오는 알라딘 리뷰 대회가 어느덧 제 3회를 맞았습니다. 정작 책은 읽지 못하고 좀 더 내실있는(!) 리뷰대회 기획을 위해 근심에 잠겨있던 알라딘 편집팀은 문득 제 1회 수상자이신 kimji 님과, 제 2회 수상자이신 드팀전 님의 근황이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근황 정도야 두 분의 서재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내밀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달까요. (이를테면, '알라딘 편집자들은 꿈도 못꾸는 적립금 100만원을 가지고 두분은 어떤 일을 했을까?'같은...)

그래서 한 번, 두 분을 직접 모셔 보았습니다. 최고의 리뷰어 kimji 님과 드팀전 님이 들려주시는 서평과 책 그리고 서재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조금 모자란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신 kimji 님과 드팀전 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모자란 질문자 김재욱, 금정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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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kimji 님






Q. 안녕하세요. kimji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A. 안녕하세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더위도 꺾이고, 선선한 바람 부니 영락없이 가을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저도, 우리집 꼬마도요^^ 아이엄마,로 사는 일상이 고만고만하듯이 저도 고만고만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해서, 이렇게 인터뷰 요청을 해주셔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너무 뻔한 핑계 같지만 아이엄마가 된 이후로 독서량이 욕심을 따라가지 못해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주변엔 언제나 읽을 책들을 숨겨두고 짬짬히 읽기도 하고요.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Q. 알라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덕분에 오래된 리뷰를 꺼내봤습니다. 2003년 9월 21일에 올린 첫번째 리뷰로 알라딘과의 인연이 시작되었네요. 새삼스러워요. 제가 알라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어집니다. 제가 처음 리뷰를 올렸던 그때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도 리뷰를 쓸 수 있었고, 리뷰 하단에 추천하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yes와 no를 선택해서 체크할 수도 있었죠. 글자 수 제한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일, 자체가 알라딘이 처음이었어요. 알라딘 외의 온라인서점을 가본적도 없었고요. 그냥 첫걸음에 단박 물건을 사는 손님, 이 되었던거죠. 첫 결제를 하는데 무척 떨리던 기억도 생생하구요. 아무튼, 책을 사려고 알라딘에 들어왔고, 책정보를 찾다보니 리뷰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아, 이런 공간이 있구나!'를 깨닫고, '그럼 나도?'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더불어 그때 당시 스터디 모임에서 읽은 책들의 간략한 평가를 남겨야 했어요. 알라딘 리뷰가 그 정리 공간으로 적격이었고요. 굳이 커리큘럼이 아니어도 내가 읽는 것들에 대한 기록,은 습관적으로 해오던 일이었고, 그것을 종이와 펜, 이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웹페이지로 자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알라딘과의 조우가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Q. kimji님께서 특별히 리뷰 쓰기를 즐기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A. 예를 들어준 이유 모두 두루뭉술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알라딘에 리뷰를 쓸 때는 알라딘이 놓치는 책정보를 대신 남겨놓고 싶은 마음도 조금 있었어요. '이 얘기도 하면 더 좋을텐데, 이건 너무 작은 부분이어서 공식적인 소개가 안 되었나보다. 그럼 내가 써 놔야지' 하는 마음 말이죠. 그러다가 개인적인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서나, 그 책에 대한 덧붙일 정보는 페이퍼가 그 역할을 대신 해줄수 있어서 리뷰쓰기가 좀 부담스러웠던 시기가 있었어요. 지금은 '내 식대로 읽은 이 책의 내 식대로의 감상'이 되고 있고요.

제가 주로 읽는 책이 문학서이다보니 리뷰도 대부분 소설입니다. 게다 한국소설에 많이 치중되어 있고. 제 관심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소외받는 한국소설에 대한 애정도 얼마간은 담겨 있어요. 알라딘에서 소설에 관한 리뷰어하면 kimji,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리뷰를 쓰는 것을 즐기는 이유, 라 할 수 있다면 '읽기'와 '쓰기'가 일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책읽기를 좋아해도 쓰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힘겨워 하면, 쓰는 것을 잘 해도 읽질 못하면 쓸 수 없는 게 리뷰니까. 저는 그저 보편적인 사람이에요. 대다수가 읽는 만큼 읽고, 대다수가 쓸 수 있는 만큼 쓰니까요. 따지면 특별할 것도 없다,라는 말같지만 적어도 독서와 독후 활동을 제대로 취미 활동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겠죠.

Q. 처음 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A. 계기, 라기 보다는 성향 같아요. 아버지가 문자중독처럼 늘 책이나 읽을 거리를 가까이에 두고 계신 분이었고, 읽지 않으면 쓰고 계시던 분이었거든요. 하다못해 광고전단지를 읽거나, 딸아이 연습장에 같이 낙서를 하시는 분이었어요. 그런 아버지의 기질이 제게도 있는 건 아닌가 싶어요. 그런데 어릴 때 유난히 책을 좋아하거나, 책에 파뭍혀 있거나 하는 아이도 아니었어요. 그건 조금 더 커서 변질되는데, 그러니까, 조금 구체적으로 소설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 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이 말이 뭐가 어렵다고;; ) 문학지망생이었어요. 소설을 쓰고 싶어했고. 해서 소설만 들입다 읽게 되었습니다. 참 간단하지요? ^^

Q. 우선은 kimji님께서 수상하신 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수상하신 기분을 여쭙겠습니다.

A. 제가 쓴 리뷰가 좀 길었어요. 제가 봐도 좀 지루했어요. 해서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리뷰대회 도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큰 상을 받게 될 지는 전혀 생각지 못했죠. 그때 임신중이었으니까 제일 먼저 부른 배를 쓰다듬었던 것 같아요^^ 좋은 일이니까 기뻤어요. 신났구요^^ 제일 먼저 신랑에게 전화를 걸고, 친정 엄마한테 전화걸고, 그랬던 것 같아요^^

Q. 이상한 궁금증일지도 모르지만, 상으로 받으신 적립금은 어떻게 사용하셨는지요.

A. 상금이 무려 백만원,이었습니다. 백만원. 그 큰돈을 상금으로 받아도 되는지, 그런 걱정도 들고. 많은 리뷰대회 참가자분들에게도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임신중이어서, 아, 이 아이에게 선물을 주시는구나, 뭐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더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만^^
적립금은 모두 책 샀어요^^ 가족들, 지인들에게 선물하고(다음 해 제가 축하턱을 낼 일이 있었는데, 그때도 적립금 덕을 좀 보았습니다) 남은 금액 모두 제 책을 샀습니다. 알라딘 지인들과 나눌 수 있는 이벤트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신혼살림에 욕심껏 제 책을 사볼 수 없던 터였고, 출산 예정 중이어서 아이에게 줄 선물 등을 생각하다보니 많이 나누지 못했어요.

나의계정에 적립금 1,000,000원이 써 있는 걸 보고서 새삼 깜짝 놀라 캡쳐까지 해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좋은 책 많이 읽을 수 있었고, 아이에게도 좋은 책을 많이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적립금을 쓸 수 있는 일년 동안 무척 행복했고요^^

Q. kimji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서평이란? 

A. 제가 쓰는 리뷰들은 대체로 별이 4개, 혹은 5개 만점입니다. 예전, 딱 한 번 제외하고는 늘 그래왔어요. 제 기준으로 별 3개 이하면 아예 리뷰를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편입니다. 나쁜 책(나쁜 책,이라는 의미가 참 모호하지만) 혹은 기대를 접을 책, 혹은 이러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은 별로더라,를 알리는 것도 서평을 쓰는 의미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좋은 것, 그래서 같이 읽으면 좋은 것,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어요. 그리고 더욱 그러고 싶고요. 제가 쓰는 서평으로써 좋은 서평이란, 서평을 읽는 사람을 너무 의식하지 않으면서 내 감정을 제법 솔직하게 적은 서평, 인간의 삶과 맞닿은 성찰이 담긴 서평, 내용이 명확한 서평, 등이 해당됩니다.

다른 방향에서 본, 일반적인 '좋은 서평'이란, 작가와의 대화를 용이하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내는 글, 이라고 생각해요. 좋으면 무엇이 좋은지, 나쁘면 무엇이 나쁜지 명확하게 집어주는 서평이 좋은 서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독서, 란 개인적인 행위여서 같은 책이어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느껴지기 나름이니까, 자신의 느낌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은 기본일테구요. 더 나아가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이 나에게도 어떤 울림으로 전달될 때, 그래서 그 책에(그 책을 쓴 작가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그 울림을 조금 더 깊게 공유하기 위해 그 책을 읽게 되는 적극적인 행위를 유발하는 것도 좋은 서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은, 그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드는 서평은 못 되어도 서평이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의미를 다하는 서평도 나름의 존재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서평이란 독후의 감을 적는 일이니까 말이죠. 독후의 감,이 어떤 이에게는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거나, 내 존재의미를 떠올리게 하거나, 타인을, 인생을, 삶을 반추하게 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면 그것 역시 훌륭한 서평으로써의 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Q. '좋은 서평이 좋은 책을 살린다'는 매 대회 때마다 내걸어온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이 말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세요?

A. (단호하고, 강하게) 네!
예전, 어느 관계자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좋은 인터넷 서점이란 어느 도서관보다 더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고 말하더군요. 그때 많은 감동을 받았어요. 저는 이 나라의 출판, 유통 과정, 온/오프라인 서점의 시스템이나 메커니즘에 대해서 전혀 모릅니다. 상업적인 장치, 혹은 그런 영업 정책에 관해서도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저 캐치프레이즈, 의 힘을 맹신합니다. 말 그대로, 어떤 목적 없이 순수 의미로써 말이죠.

좋은 서평 중에 하나는 그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고, 같이 읽은 후 함께 공유하고 싶고, 그래서 더 큰 울림을 가지고 싶다 라는 마음을 (긍정적인 의미로) 부추깁니다. '좋다'라는 개념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복잡해지겠지만, 좋은 책을 알리는 일은 출판사의 영업이나 할인율, 마일리지, 웹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의 문제, 이벤트 여부와 별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것이 좋은 서평, 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여겨지고요. 좋은 서평을 쓰는 일이 그래서 더욱 중요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대회가 그런 순기능을 많이 발휘하는 일이 되었음 하는 바람이기도 하고요.

Q. 이런 서평은 대단하다, 이 사람의 서평은 참 좋다. 하는 식으로 선호하시는 스타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 분들께 소개하고픈 서재나 서재인, 특별히 감동적이었던 서평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A. 어떤 서평이 좋은가, 에 대해서는 이미 앞서 말했으니까 제가 좋아하는 서재인을 소개하는 걸로.
: 플레져님. 플레져님 역시 한국문학에 집중된 서평이 많은 서재입니다. 리뷰들도 모두 주옥같구요. 특히나 감각적인 언어구사로 서평만 읽어도 만족감이 드는 서평을 많이 쓰는 분입니다.

: 오즈마님. 관심 스팩트럼이 다양해서 흥미로운 리뷰들이 잔뜩 있는 서재입니다. 예를 들어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의 리뷰 '스누피, 당신의 건필을 빌어' 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리뷰 '고마워 역시 박민규야' 같은 리뷰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고, <소진의 기억>의 리뷰인 '그리움이 힘이 된다'같은 울림 강한 리뷰도 큰 감동을.

: 2회 수상자인 드팀전님의 리뷰는 두말할 것도 없고요,
: 어린이분야 책에도 정성들여 세세히 리뷰를 작성하는 '책읽는 나무'님 서재도 아이엄마들에게는 필독 서재가 될 듯 합니다.
: 이상하게 제게는 '아, 이 책 꼭 사서 봐야지!'라고 자극하는 서평을 쓰시는 '로드무비'님 서재도 훌륭합니다^^
: 요즘에는 좀 뜸하신듯 한, 독특한 색채를 가진 'endo'님의 서재도 저는 좋아라 했습니다.

Q. 최근 읽은 책 중에 널리 읽혀도 좋을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

A. 최근, 권여선 소설 <분홍 리본의 시절>을 읽고 너무 좋아서 열심히 리뷰를 썼습니다. 이 가을에 읽기 힘든 소설이지만, 이 가을에 읽기 참 좋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리뷰 쓰려고 벼르고 있는 편혜영의 소설 <사육장 쪽으로>도 좋더군요. 일상의 폭력과 공포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마음에 들었어요. ('널리'라는 표현 때문에 참 힘드네요^^;;) 방향을 조금 바꿔, 백지혜 글.그림인 <꽃이 핀다>가 어른이 봐도 가슴 짠하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었다고 기억이 되네요.

   

 

 




Q. '인생의 책'이란 것이 있다면 한 편(혹은 몇 편이든) 꼽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내가 읽어 온 모든 책, 이라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답변인가 싶어도 그처럼 적절한 표현도 없는 듯 싶습니다. 영화나 음악이 계절이나 기분, 처한 상황, 낮과 밤 등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고 나름의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책도 제게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 얘기는 머리에 쩍- 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이 감동을 주는 책을 아직 못 만났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내 인생을 뒤흔들거나 어떤 영향력을 미치게 했던 책이 과연 있었나 싶은 회의에 빠지게도 하니까 말이죠. 그래도, 꼽아야 한다면 주저없이 오정희의 <불의 강>,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 조경란의 <불란서 안경원>, 윤대녕의 <많은 별들이 한 곳으로 흘러갔다>, 천운영의 <바늘>, 김인숙, 김연수의 소설들, 장정일의 희곡집 <긴여행>, 이윤택의 희곡집들,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 최승자의 시집들을 읽으면서 문학지망생의 꿈을 키웠으니 내 인생의 책들이 바로 이 책들이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 이 있다면

A. 최근, 서평단모집을 통해 생산된 리뷰, 에 관한 생각을 해보곤 했습니다. 리뷰의 수,와 책의 질적인 부분의 상관관계가 얼마나 있는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뷰의 질적인 내용보다 리뷰의 갯수가 조금 더 쉽게 그 책에 관한 인상을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염려가 없지는 않습니다. 서평단리뷰, 일 경우에는 이 리뷰가 서평단 리뷰, 라고 밝힐 수 있는 체크기능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다른 사이트에서 이런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평단이 되어서 쓴 리뷰, 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리뷰를 받아들이는 독자에게 조금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도록 도와줄 거라 생각이 듭니다. 좋은 리뷰를 쓰는 것도, 좋은 리뷰라고 판단하는 것은 분명 독자와 이용자의 몫입니다. 그 판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라딘에서 안내해주셨음 하는 바람을 가져봤습니다. 

- 3회째인 리뷰대회, 가 성황리에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도, 알라딘도, 그리고 그 책의 저자에게도, 그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모두 윈윈인 그런 축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응원의 박수를 보낼게요.

- 인터뷰 덕분에 제 개인적인 정리의 시간도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늘 건강한 알라딘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늘 건강한 알라딘, 그 안의 건강한 편집팀이 되겠습니다! ^_^
- kimji 님의 서재에 방문하시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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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terview with 드팀전 님

 

 

Q. 안녕하세요 드팀전 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A. 잘 지내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비관적인 구석이 있어서 그냥 '잘 지내요'라고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제 제 주변을 둘러싼 환경들이 어떤 형태로든 제게 영향을 주고 있어서요..그저 희망을 놓지 않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으려고는 합니다.

Q. 알라딘과 오랜 인연을 맺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처음 알라딘에 리뷰를 올리시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제가 알라딘에 처음 글을 쓴 게 찾아보니까 2001년이였네요.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였습니다. 그냥 읽었던 책에 대해서 몇 자 끄적이고 싶어서 썼던 걸로 기억합니다. 글을 쓸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대학 다닐 때는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서 창고에 들어 있는 이미 굳어버린 수채물감을 따뜻한 물로 녹여서 그림을 그린 적도 있습니다.물론 한 번만 하고 말았지요. 즉흥적인데가 있어요.알라딘에 글을 처음 쓴 것도 그냥 그런 즉흥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몇 편을 올리고 그 다음에 알라딘을 잊었지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다시 알라딘을 찾은 게 2003년인가 봅니다.

Q. 리뷰를 쓰는 이유로는 책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려는 마음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이 책을 더 많은 사람이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 등 여러가지가 있을 텐데요. 드팀전 님께선 특별히 리뷰 쓰기를 즐기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주관식인것 같으면서도 객관식으로 유도하는 질문이네요.^^ '소통'하는 목적과 '기억'하는 목적, 이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합니다. 책을 매개로 다른 분들을 알게 된 것이 무척 가치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온라인의 '소통'은 한계를 가지고 있어서 그 한계만큼만 그 '소통'을 사랑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읽었던 내용을 정리할 수도 있고 성찰할 수도 있어서 그런 도구로 '글쓰기'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Q. 처음 책과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특별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A. 헤헤...아마 문자를 배우게 된 계기가 책과 가까워진 계기 아니었을까요? ^^ 습관적인 책읽기의 계기를 묻는 것으로 질문을 이해해야겠지요 ^^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즐거워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TV와 인터넷 없이 1년 반 정도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직장 때문에 친구들과의 물리적 거리도 멀어지고 회사 사람들하고 퇴근 후에 또 회사 이야기하는 것도 지겹고..'책'과 노는게 훨씬 재미있었어요.

Q. 우선은 드팀전 님께서 수상하신 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수상하신 기분을 여쭙겠습니다.

A. 1년 전인가요..어떤 분의 댓글을 보고 알았습니다. 좋았지요... 상금이 꽤나 많잖아요. 앞으로 1년 정도 생활비 중 책값은 따로 안들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와이프가 더 좋아하던데요..^^

Q. 이상한 궁금증일지도 모르지만, 상으로 받으신 적립금은 어떻게 사용하셨는지요.

A. 알라딘에서 준 적립금을 백화점에서 사용하진 못하잖아요^^ 알라딘에서 다 썼지요.다른 분들께 책 선물을 많이 했어요. 와이프의 인터넷 모임에 상품으로도 협찬하구요. 아기 돌맞이 선물로도 친구들에게 책 선물하구요...가족들에게도 책 선물하구...알라딘에서 만난 분들께도 선물하고.. 집계 내보진 않았지만 아마 책 선물을 가장 많이 한 한 해가 아니었을까 해요.


Q. 드팀전 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서평이란?

A. 드디어 어려운 질문이 나오네요. 좋은 서평이란 우선 읽기 좋은 서평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흐름이 자연스럽고 글이 눈을 끌고 가는 힘이 있어야 된다고 할까요. 다음으로는 메시지면 메시지, 감동이면 감동, 비판이면 비판.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 다음에 글을 맛깔 나게 하는 표현력이 있으면 좋겠지요.

Q. '좋은 서평이 좋은 책을 살린다'는 매 대회 때마다 내걸어온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이 말이 유효하다고 생각하세요?

A. 홍보카피로는 나쁘지 않네요. 그런데 그 말의 앞뒤를 바꾸어 보았는데요..제게는 이 편이 더 와닿습니다. "좋은 책이 좋은 서평을 만든다." 

Q. 이런 서평은 대단하다, 이 사람의 서평은 참 좋다. 하는 식으로 선호하시는 스타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알라딘 분들께 소개하고픈 서재나 서재인, 특별히 감동적이었던 서평이 있다면 살짝 알려주세요.

A. 사실 제가 알라딘에 즐겨 찾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아요.30분 안팎일겁니다. 이미 많이 알려지신 분들이어서 제가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될 듯해요. 인기 없는 서재인이 인기 있는 서재인을 소개하는 건 좀 우습잖아요.^^

Q. 최근 읽은 책 중에 널리 읽혀도 좋을 책을 소개해 주신다면?

A. '널리'라는 말이...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네요.^^ 지루하고 딱딱한 책들을 읽었으면 해요. 책을 아이스크림의 대용품으로만 여기지 않는다면 말이지요. 책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성찰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변화하고... 그런 위대한 기능을 갖는 게 '책' 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이 그런 믿음에 바탕을 둔 좋은 책이 아닐까 해요.


Q. '인생의 책'이란 것이 있다면 한 편(혹은 몇 편이든) 꼽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인생의 책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좋아하는 책 정도라면...니코스 카잔찬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좋아해요. 제 나이에 0자가 붙을 때 마다,즉 10년 마다 한 번씩 읽을 책이에요.




- 좋은 인터뷰 감사 드립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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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0-13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인터뷰도 하는군요. 맛있게 잘 읽었습니다. 책도 담아가요^^
 


 
"그들은 어떻게 서로를 얻었는가"
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 레즈비언 역사 스릴러 소설. 이 짧은 설명구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이다.(약간의 스포일러이기도 하고.;) 빅토리아 시대 하면 떠오르는 음울하면서도 폐쇄적인 분위기가 생생히 살아있으며, 스릴러 소설답게 각 부의 끝부분마다 터지는 반전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지만 충분히 충격적이다.(아니, 대단히 충격적일지도.) 그러나 역시 이 소설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은 등장인물들. 주인공이자 화자인 수와 모드는 물론, <올리버 트위스트>의 악당 페이긴의 여성판같은 석스비 부인, 음모의 실행자인 잘생기고 사악한 악당 젠틀먼, 음흉하고 말라 비틀어진 인품을 지닌 모드의 삼촌까지, 하나하나의 캐릭터 모두가 살아있으며, 그 덕분에 인물들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이야기 또한 최고가 된다.
 
도둑의 딸 수는 석스비 부인 밑에서 핑거스미스(도둑의 속어)로 자란다. 미친 숙녀의 딸로 태어나 정신병원에서 자란 모드는 음란한 도서 수집에 미친 삼촌의 비서로 길러진다. 모드의 유산을 가로채기 위한 음모가 꾸며지고, 매력적인 사기꾼 젠틀먼을 돕기 위해 수는 모드가 사는 저택 브라이어로 향한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운명은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작가 스스로 빚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올리버 트위스트>의 비열하면서도 매력적인 뒷골목 사람들의 캐릭터와 가파르고 굴곡진 주인공의 운명담, <제인 에어>의 고전적인 러브스토리와 강렬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 또 복잡하고 노골적이면서도 한편으로 순진한 플롯을 좋아했다면, 이 책 역시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누군가의 운명을 쥐고 있다고,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큰 오만인가. 슬쩍 바라본 눈빛과 한번의 다정한 손길, 결정적 순간의 침묵과 거짓말 하나로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이 인생이거늘. 이 책은 결국, 수와 모드-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얻었는가, 또 어떻게 서로를 잃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두 여자, 아니 세 여자의 치열한 욕망과 사랑, 배신과 증오, 연민과 이해... 갖가지 감정들이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이야기.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비밀과 비열한 음모, 주인공들의 운명과 감정의 흐름을 한번에 뒤바꿔 버리는 강렬한 반전까지. 정말 오랜만에 고전적인 러브 스토리,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 속에 마음을 푹 담가보고 싶다면 추천해 드릴만한 멋진 작품.
 
플루토 Pluto 1
테츠카 오사무 지음, 우라사와 나오키 그림 / 서울문화사
 
우라사와 나오키의 또다른 작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엔 애써 무시하려-시작하지 않으려 했다. 아니 도대체 <20세기 소년>은 어쩌고 새로운 작품이란 말인가! -_-; 그러나 언제나 좋아하는 쪽이 지기 마련. 몇 주를 망설이다 구매해 읽어보니, 이 책 너무 재밌잖아. ㅠ.ㅠ 간만에 멋진 새 만화를 읽었다. 속고 또 속아도, 도대체 언제 어떻게 끝이 날지 알 수 없어도, 계속 그려 주시기만 한다면 무조건 감사하겠음.;;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슬럼프"
음악도 책도 어느 하나 마음에 와닿지 않은, 몇 년만에 느껴보는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잠시 떨어져보기도 하고 미친듯이 챙겨보기도 했지만, 한 번 떠나간 마음은 좀처럼 다시 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더 이상 내가 음악을 음악으로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프다. 이렇게 닫힌 내 마음을 그래도 조금 위로해 준 두 명의 가수가 있는데, 신승훈과 이승철이다.
 
신승훈 10집 - The Romanticist
신승훈 노래 / 서울음반
 
내 기준에서, 첫 곡을 듣고 '필'이 오는 경우 그 앨범은 정말 좋은 앨범이다. 신승훈의 이번 앨범의 첫 곡 'Dream Of My Life'는 개인적으로 2006년 최고의 가요며, 신승훈이 그간 발표한 곡 중 단연 Big 3에 들어가는 아주아주 괜찮은 곡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 질리기는 하지만, 첫 곡의 감동이 너무 커서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이승철 8집 - Reflection Of Sound
이승철 노래 / 티 엔터테인먼트
 
이승철은 타이틀 곡의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잘 나가다가 조금 빨리 기세가 꺾인 경우인데, 그 문제를 별개로 보면 앨범 자체는 무척 들을 만 하다. 개인적으로는 역시 첫 곡에 꽂힌 경우인데 튀지 않는 이승철의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경지에 올랐다는 느낌이다.
 
사실 이 외에도 여러 장의 앨범이 있긴 했는데 쓸 힘이 없다. 가을은 짧고, 내 슬럼프는 길기만 하다.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 짐 로저스를 만나다"
이번 달 한 저자의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우연히 지인의 블로그에 놀러갔다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라는 책을 소개받았고, 그 책이 너무 마음에 들어 저자의 다른 책인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를 찾아 읽었다.
 
1.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어드벤처 캐피탈리스트>는 경영서 에서는 보기 드문 흥미진진한 투자여행기다. (경영서가 이렇게 재미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성룡의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책으로 옮겨놓은 듯 책에는 수많은 사건 사고와 험난한 위기가 가득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눈에 갇혔고, 아프리카에서는 전쟁터를 지났으며, 사우디아리비아에서는 입국 전 보드카가 발각돼 곤장을 맞을 뻔 했다. 하지만 짐 로저스는 행운, 인맥,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힘으로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며 당당히 세계 여행을 무사히 마친다. 그의 글은 현장감이 넘쳤고, 그의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나는 그의 배짱에 놀랐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모험가 정신에 박수를 보냈다.
 
책을 통해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밤을 근면하게 일하는 중국인, 남의 돈으로 흥청망청 써대는 미국인, 부패와 잘못된 관행으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일부는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고 있는 아프리카까지. 한 나라도 여행하기 힘든 나에게 116개국의 변화하는 모습은 투자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각 나라에 대한 배경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2. 상품시장에 투자하라
짐 로저스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많은 사람들이 상품 투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해 (콩 선물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날린 사람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를 풀고, 새로운 기회의 시장을 널리고 싶은 마음에 썼다는 <상품 시장에 투자하라>. 그의 말처럼 책은 입문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쉽게 쓰여 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돈을 번다 정도의 기본 지식만 있다면 충분하다. 왜 상품이 비싸지는지 혹은 싸지는지를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단어만으로 풀어내는 그의 글은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다. 무엇이든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이 중언부언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처음과 끝을 다 이해하고 있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책을 읽고 난 후 그의 바람대로 상품 시장에 관한 오해를 풀었고, 새로운 기회의 시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투자에 나서기에는 아직 공부와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일단 새로운 시장에 대한 흥미로운 지식을 얻은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3. 두 권의 책을 읽으며 짐 로저스라는 인물을 이제야 만나게 된 것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 인류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 어느 곳에도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시각 등 어느덧 나는 짐 로저스라는 인물이 좋아졌다. 재테크나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를 꼭 만나보기를 바란다. 아마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눈을 얻게 될 것이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겨울은 다시 장편의 계절"
사조영웅전 - 전8권 세트
김용 지음, 김용소설번역연구회 옮김, 이지청 그림 / 김영사
신조협려 - 전8권 세트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저녁 6시부터 밤이다. 이 긴 밤은 만화책 몇 권만으로 역부족이다. 연중행사로 치뤄오던 '영웅문 읽기'에 다시 들어갔다. 아직 곽정은 황용을 만나기 전이고, 훗날 2부 신조협려편의 주인공인 양과의 아버지 양강은 열심히 수작을 부리는 중이다.
 
우리들끼리 웹***님이라 칭하는 분 또한 술자리에서 이 작품을 필독서로 꼽은 바 있다. 당시 소주를 들이키던 와중에도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반가웠다. 본인 스스로 품행과 성격이 곽정과 비슷하다고 주장하시는 것을 들으며, 언제 주위사람들을 떠올리며 다시 읽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후 근 일 년이 흘러,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찾아오자 영웅문을 손에 잡았다.
 
드라마틱한 전개와 속도감, 캐릭터의 매력을 따지자면 2부 신조협려편을 꼽겠지만, 개개인의 성격과 심리, 사회상을 보여주는 데에는 1부만한 것이 없다. 사실 각 편에 대한 호불호는 팬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이는 부분이라, 무어라 명쾌하게 말하기 조심스럽다.
 
측천무후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바둑 두는 여자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동시에 읽은 것이 샨 사의 <측천무후>와 <바둑 두는 여자>. <측천무후>는 어쩌다 원서로 읽고 있는 중인데 역사용어가 너무 어려워 번역서를 참고하는 중이고, <바둑 두는 여자>는 역시 <영웅문>처럼 이 즈음에 읽게 되는 책이다. 용두사미와 같은 구성이 다소 없지 않지만, 그런 점에서 오히려 샨 사의 작품 중 제일 좋아하는 책이다.
 
이래저래, 다시 장편의 계절이 되었으니 방바닥은 따뜻하고 몸은 무거워지는구나.
외국어.만화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달팽이처럼 아주 천천히, 하지만 용감하게""
"나는 고독한 나날을 말없이 나의 주제에만 몰두하면서 보냈다. 매일 아침 어서 빨리 책상으로 달려가서 책을 펼치고 펜을 쥐고 싶어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밤에는 침대에 누워서 그날 하루 배운 내용을 뿌듯하게 음미했다. 가끔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혹은 국립 도서관에서 먼지가 쌓인 두꺼운 책을 읽다가 내가 연구하던 신학자나 신비론자의 마음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은 초월과 외경, 경이의 순간을 잠깐씩 체험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는 음악회나 극장에 와 있는 것처럼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나 자신을 넘어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음의 진보, 483쪽)
 
마음의 진보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카렌 암스트롱의 책을 읽는 시간이 내겐 그랬다.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으면 그때부터 두세 시간. 금세 밀려드는 졸음을 가까스로 참고 나면, 조용한 시간들이 펼쳐졌다.
 
가장 먼저 만난 책은 카렌 암스트롱의 자서전 <마음의 진보>. '달팽이처럼 아주 천천히, 하지만 용감하게 나아가는 영혼의 여행'을 그린 책이라는 한 신문의 추천사 그대로다. 수녀원에 들어갔지만, 억압적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환속해서 교사로 일하다가, 결국에는 다시 신을 받아들이고 종교학자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책을 읽은 소감을 묻는 주위 사람들에게, "좀 쉽게 살면 좋잖아. 꼭 그렇게까지 죽어라 해야해?" 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건 뜨끔함의 다른 표현이다. 무엇이든 근성을 갖고 덤벼본 경험이 없는 나로써는 한 가지 질문에 자신을 충분하게 담그면서 그 속에서 자신을 넓히고 키워가는 삶 앞에서 움추려들 수밖에...
 
"외로운 길을 걷기는 정말 싫었지만 신에 관한 책을 쓰기로 마음을 굳혔을 때 나는 내가 다시 그 길로 나섰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막다른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싶었을 때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적도 몇 번 있었다. "되돌아가리라 바라지 못하리니 그래서 즐겁다", 엘리엇은 '재의 수요일'에서 말했다. "즐거워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니까"(마음의 진보, 453쪽)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카렌 암스트롱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다음에 읽은 책은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구도라는 것은 '진리'나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얼마나 충만하게 사는 가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붓다는 충만한 인간성의 상징이고, 종교는 가장 세련된 의미의 인간학, 인문학이란점도 알게 됐다.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11월, 문득 생각난 영화 그리고 다시 돌아온 음악"
 
브로큰 플라워
짐 자무쉬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스타맥스
 
항상 지기만 하는 '둥근 머리 소년' 찰리 브라운의 야구팀. 3루 베이스보다 밥그릇을 더 좋아하는 3루수 스누피부터 던지는 족족 장타를 맞는 투수 찰리 브라운까지, 어느 하나 구멍이 아닌 곳이 없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언제나 공을 놓치는 말많은 외야수 루시 반 펠트(Lucy Van Pelt)양이다.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을 땐 '내가 잡을게'라고 하지마!" 라는 찰리의 엄포 뒤에 날아온 플라이볼에 "내가 잡을게, 내가 잡을게!" 라고 자신있게 소리치다 공을 놓친 후 "세상엔 확신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아"라고 말하는 당돌한 꼬마 아가씨 루시. 또다시 평범한 외야 플라이를 놓친 어느날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가 눈이 부셔서"
 
언제나 공을 놓치기만 한 과거라 할지라도 그것은 그렇게 빛나게 마련. 하물며 달콤한 연인과의 아름다운 과거는 어떨까? 그것은 분홍빛이고, 세상에 지친 무기력한 남자마저도 길을 나서게 한다. 마치 찰리 브라운이 그대로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것만 같은, 트레이닝복이 기막히게 어울리는 남자 '돈'은 그렇게 길을 떠난다. 과거의 여인에게서 온 분홍빛 편지를 들고, 과거를 향해서.
 
황량한 현대 미국의 곳곳을 다니는 돈의 여정은 때론 놀라움으로, 때론 황당함으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은 쓸쓸할 것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빛은 이미 과거의 것이고 그 빛은 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이 불확실성의 세계 속에서 확신할 수 있는 많지 않은 진리 중 하나임을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결론은 뻔하다.
 
하지만 영화의 끝에서, 짐 자무쉬와 빌 머레이는 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끈다. 높은 곳도 낮은 곳도, 밝은 곳도 어두운 곳도 아닌 어떤 곳으로. 전혀 다르지는 않지만, 낯이 익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뉘앙스의 그곳에서 무표정의 두 거장은, 이미 지나간 과거를,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유일하게 지닌 현재를, 그 모든 것이 모인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Pet Shop Boys - Concrete : In Concert At The Mermaid Theatre
팻 샵 보이즈 (Pet Shop Boys) 노래 / 이엠아이(EMI)
 
아침마다 머리를 단정하게 빗고, 옷매무새를 고치며 만원 버스에 오르는 당신. 새심하게 고른 '악세사리'인 아이팟에서는 오늘도 음악이 흐르고 있지만 그것은 더이상 당신의 심장을 뛰게하지 못한다. 물론 그 사실을 채 슬퍼할 겨를 조차 당신은 가지고 있지 못하고. 물론 어차피 뛰지 않는 심장, 음악 따위 3M 귀마개 대신 쓰면서 살아갈테야! 라고 속편하게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렇게 쉬운 일일까? 이제 형님들이 돌아오셨는데.
 
그렇다. 형님들이 돌아오셨다. 최초의 라이브 앨범을 들고. 데뷔 싱글 'West End Girls' 부터, 가장 최근의 'Sodom and Gomorrah Show'까지. 제목만으로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당신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17 곡의 노래들. 일단 울고, 그리고 춤추자. 형들이잖아. (* CD를 듣고는 이런 글따위 쓸 수 없을 것 같아 CD를 듣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어린이담당 금정연
(stereo@aladin.co.kr)
 
 
"나의 10월 교향곡"
오! 행복한 카시페로
그라시엘라 몬테스 지음, 이종균 그림, 배상희 옮김 / 푸른숲
 
가끔 생각한다. 행복이 우리를 향해 찾아드는 것이냐, 우리가 행복을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냐. 혹은 그런 생각들을 비웃기 위해 신(이나 등질의 무언가)가 행복을 아예 만들어두지 않은 것은 아니냐, 그렇다면 이건 사기가 아니냐 하는 생각들 말이다. 젖이 열개뿐인 엄마의 열한 번째 자식 카시페로. 그 출신성분만으로도 다분히 신파적인 카시페로도 필경 이런 생각을 했을 게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결단코 신파가 아니다.
 
"숙명적인 배고픔"을 타고난 강아지 카시페로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인간들의 삶을 '행복'을 향해 부단히 달려간다. 그 여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모습은 우스꽝스럽거나 비열하고, 때로는 악랄하지만 사실 카시페로는 그들을 풍자하는 일엔 관심이 없다. 그는 일단 배불리 먹는 것만이 국면과제인 것이다. '나는 강아지로소이다'하며 인간을 비웃기보다 그저 자신의 허기를 달래기 위해 절박하게 걷는 이 강아지가 더욱 사랑스러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소설의 막바지, 배고픔도 모자라 추위라는 시련까지 마주한 카시페로 일당은 "가죽에 붙은 진흙처럼 달라붙은 냉혹하고, 공허하며, 기약 없는 고요함"과 마주한다. 희망이 소진된 뒤에 드러난 적막. 그것만큼 견디기 힘든 게 있을까. 그것이 너무나 두려운 강아지 일당은 목청껏 짖을 뿐이다. 이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무심히 드러난 적막에 어찌 맞서야 하는지를. "슬픔이 차갑고, 어둡고, 흉측한 이불처럼 온몸을 덮을 때" 나는, 모처럼 사랑스럽게 떠올릴 만한 이야기들을 만남에 감사한다. 동화이자 우화이며 풍자인 이 작은 이야기는 그렇게 골목 뒷편에서 '멍멍'하고 짖고 있다. 2006년 10월, '나의 10월 교향곡'은 다름 아닌 강아지 갈비씨, 아니 '골격 음악가, 모자란 다리 예술가'의 갈빗대 연주곡이었다.
 
청소년.예술.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이중인격은 여자의 로망"
스르륵 스르륵. 10월. 가을이다. 하늘이 높고 바람이 솔솔 부는 날들. 스르륵 스르륵. 시도 때도 없이 혼이 빠져 나간다. 갈피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는 감상에 폭 빠져 있다 마주치는 상대방의 지루한 눈빛. 아,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던가요, 긁적긁적
 
변화 리더의 조건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청림출판
 
그 10월을 통째로 날리지 않고 그나마 헤쳐나올 수 있었던 것은 <변화 리더의 조건> 덕분이다. 11년만에 읽은 피터 드러커의 책. 학교 졸업 후 처음으로 책에 밑줄도 그어 보았다.
 
여전히 나는 드러커 선생의 말씀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미련하고 행동으로 옮기기에 너무 소심하다. 그러나 이 가을, 내 혼을 송두리째 뺏기지 않은 것은 순전히 선생 덕분 아니겠는가. 선생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주신 ㅂ 씨에게도 감사를.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늘 그렇듯, 혼이 빠져나갈 때면 중독된 사람마냥 연애소설을 찾게 된다. 이런저런 연애소설을 섭렵하며 10월 마지막에 도착한 곳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2년동안 보관함에서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아, 근데 정말 찐한 연애소설이로구나! 내가 책에 줄을 긋거나 책장 귀퉁이를 접는 습관이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 책의 모든 문장에 줄을 긋고, 책장을 모두 접어 책의 두께가 두 배에 이르렀을 것이다. 아름다운 문장, 기가 막힌 비유에 반한 것이 아니었다. 여자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은이의 대답이 너무 멋져서였다. 특히 '사랑의 관'과 '눈이 내릴 때까지'가 좋았다.
 
20대 '소녀'들을 보며 한번쯤 고개를 끄덕거려본 적 있는, 30세 이상의, 낭만을 사랑하시는 여성들에게 권해드린다. 이중인격이야말로 여자의 로망!
편집팀장 이예린
(yerin@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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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na83 2006-11-14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핑거스미스 읽고 있는데. ^_^ㅋ

해리포터7 2006-11-14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페퍼 퍼가도 되나요? 잘 퍼갈께요.

나비80 2006-11-1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추천해 주시는 책은 꼭 보고싶더라구요^^

알라딘도서팀 2006-11-15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ena83 님, 앗 그러시군요! 다 읽으시면 리뷰도 부탁드려요 ^^
해리포터7 님, 네네 퍼가시면 감사하지요!
소이부답 님, 호호호호 감사합니당 ^^

알맹이 2006-11-1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인격은 여자의 로망. 정말 공감하고 갑니다. 저도 조제~ 단편집 재미나게 읽었어요 :)

알라딘도서팀 2006-11-17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앤드로이드 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당 ㅠ_ㅠ

설렁설렁 2006-11-18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제...의 마지막줄 멘트에 심히 밑줄! ㅠ.ㅜ

nfree1 2006-11-2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책을 고르러 왔다가 booklist 주르륵 만들어 갑니다.
재미 있는 책은 인생의 보물~ㅎㅎ

알라딘도서팀 2006-11-27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ainysun 님, 아아 동감해주신 분이 많아서 용기백배했습니다! 감사합니당. ^^
nfree1님, 즐겁게 읽으시길 바랍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은 인생의 보물! 이지요. ^^
 


 
"내 배낭 속에는..."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 송은주 옮김 / 민음사
 
모처럼의 여행. 두꺼운 가이드 북을 잘라 가볍게 만들고, 침낭과 고추장, 팩**도 포기하고 대신 책을 넣었다. 서점 직원다운 면모라니... 고심 끝에 택한 책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진작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여행을 위해 아껴둔 책이다 .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
 
9.11 테러 때 아빠를 잃고, 상실의 슬픔에 엄청나게 예민해진 오스카. 구급차 한 대가 거리를 달려가는 걸 본다. 그리고 떠올리는 생각들. 누가 실려가는 걸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일 가능성도 있을까? 누군가 저 구급차를 보면서 그 안에 혹시 내가 타고 있나 궁금해 하지 않을까? 이럴 때 내가 아는 사람들을 모조리 다 알고 있는 장치가 있다면... 구급차가 거리를 달릴 때 지붕에 커다란 사인을 번쩍일 수 있겠지.
 
걱정 말아요! 걱정 말아요!
심각하지 않습니다! 심각하지 않습니다!
중태입니다 ! 중태입니다!
안녕히! 사랑해요! 안녕히! 사랑해요!
 
바라나시를 떠나 아그라로 가는 새벽 기차 안에서, 저 장면을 읽었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도 구급차 소리가 들리면 불안한 마음을 머금고 멈춰서 하는 생각들 '혹시... 어쩌면... 설마... 다행히...고마워'. 이것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픈 마음, 두려움, 불안을 보편적으로 그려낸 장면이 또 있을까.
 
이 책 덕분에 여행 내내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는 말을 마음에 담고 있었다. "안부"라는 말도. 내 안부와 당신의 안부, 나의 안전과 당신의 안전, 나의 살아있음과 당신의 살아있음. 머릿 속에 그 생각이 가득하니 마주치는 풍경, 떠오르는 얼굴 모두  사무치게 소중했다.
 
언젠가는 내 이름과 당신의 이름이 구급차 지붕에서 번쩍일테지만... 그러니, 결국은 모두가, 모두를 잃어야 함을 서로 안타까워하면서, 성의껏 스스로를 지켜내는 거다. "저는 잘 있어요" 라는 신호를 부지런히 보내면서. 모두가 '나'를 지킨다면, '너'도 안녕할테니.
 
완벽한 짜임새를 갖춘 소설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엄청나게' 보편적인 감정들 - 사랑 , 불안, 상실의 슬픔에 대해 '믿을 수 없이' 가깝게 말하는 책이다. 이 책이라면 당신을  '믿을 수 없이' 가깝게 위로할 수 있을지도...
 
인문사회담당 김현주
(realsea@aladin.co.kr)
 
 
"당신도 트라이, 아웃도어 라이프!" 

등산교실
이용대 지음 / 해냄
 
같은 팀원 중 아웃도어 라이프라면 정색을 하는 분도 있지만, 그래도 난 야생이 좋다. DK에서 나온 각종 야영이나 등산, 캠핑 관련 백과사전은 물론, 어떻게보면 전혀 필요할 것 같지 않은 서바이벌류의 가이드북까지 구비하고 있다. 가끔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이 몹시 그리워질 때, 조용히 책을 펼쳐들면 바로 그 곳이 해발 1,650m의 산중턱이 된다.
 
가을이 되자 산에 대한 열망이 다시 솟구쳐 오른다. 하지만 모두 비웃는다. '코오롱 등산학교 교장'이 알려주는 배낭꾸리기부터 해외 트레킹까지, 라는 부제가 붙은 <등산교실>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역시 현장에서는 유용하지만, 집구석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지식만 무궁무진하게 쌓여간다.
 
초보부터 고급자까지 봐야 할 등산지식을 문답형식으로 꾸려놓은 이 책은, 국내 등산 안내서치고는 매우 훌륭하다. 비록 요즘 책에서는 흔하디 흔한 그림이나 사진은 매우 빈약하지만, 문장도 매우 치밀하고 답 또한 명쾌하도다. 비단 등산에 올인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심심할 때마다 펼쳐보기에 좋은 책이다. 책의 편집이나 제본, 종이질은 해냄출판사의 <올 댓 와인>과 흡사하여 두 권을 나란히 꽂아두면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 개인적으로 유용했던 문답
* 제가 오랫동안 신은 등산화는 발이 편하지만 너무 무거운 게 흠입니다. 무거운 등산화와 가벼운 등산화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 보온병은 내부가 유리로 된 것과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것이 있는데요. 어느 것이 보온 효과가 더 높고 충격에 강한가요?
 
- 개인적으로 공포스러웠던 문답
* 낡은 슬링이 끊어져 큰 등반 사고가 생기는 걸 목격했습니다. 슬링에 심한 충격이 가해졌을 때는 어느 부분이 가장 쉽게 끊어지나요?
* 인수봉에서 8자 하강기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8자 하강기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요?
* 몇 차례 추락을 하다보니 확보용 볼트에 걸어둔 카라비너의 개폐구가 바깥쪽으로 튀어 나왔습니다.
* 요즘 멧돼지가 산 아래 마을까지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산에서 갑자기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 개인적으로 경외스러웠던 문답
* 지도를 보면 북쪽이 세 곳이나 됩니다. 진북, 자북, 도북이 있어 어떤 것을 기준으로 북쪽을 정하는 것인지 매우 혼란스럽습니다.
* 산행을 끝내고 나면 오늘 하루 얼마나 운행했는지 궁금해지곤 합니다. 지도를 가지고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다.
*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인 겨울산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등산로가 파묻혀 뚫고 나가기가 어려운데요. 요령을 알고 싶습니다.
 
외국어.만화담당 김세진
(sarah2002@aladin.co.kr)
 
 
"015B is back! 그리고 다시 한번, 온다 리쿠"
 
015B 7집 - Lucky 7
공일오비 노래 / 만월당
 
015B가 돌아왔다. Lucky 7. 추억이 현실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건 위험한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 빛을 잃어버리기 쉽다. 다시 시작하는 건 처음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 무의미한 덧칠이 되지 않도록, 기존의 성과에 기대어서도 완전히 뒤돌아서도 안된다.

이번 앨범은 그러나 정말 놀랍게도, 프로 냄새가 난다.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스스로가 즐겁지 않으먼 안되는, 아마추어리즘에 기댄, 어떤 부분에선 유치한 음악을 하던 015B가 어른이 되어서 돌아온 것이다. Final Fantasy를 통해 먼저 소개된 11, 12번 트랙은 다소 실망스러웠던 것이 사실. 그러나 약간 장난스러운 1번 트랙을 지나고 나면, 그야말로 원숙해진 그들의 음악과 마주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잘  뽑아진, 완성도 높은 음악이 주는 기쁨이라니. 정말 다행이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듣기 전엔 기대 반, 걱정 반이었으니까.

개인적으로 꼽는 베스트 트랙은 2번과 5번. 같은 과인 정석원과 유희열이 무려 듀엣으로 노래한(!) 8번 트랙은 슬픈 가사와 별개로 옅은 미소 없이는 들을 수 없다. (외모부터 노래 실력까지, 정말 최고의 짝! ㅎㅎ) 그러나 오랜만에 돌아온 그들로서는 충분한 앨범이지만, 최고로 만족스럽다고 하기엔 약간 모자란-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디딤이라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부디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그들의 여덟 번째 앨범을 흡족한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1. <밤의 피크닉>의 작가 온다 리쿠의 책
 
세상의 모든 책들은 연결되어 있다. 인간 관계의 6단계 법칙이나 케빈 베이컨 게임은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장르를 따라가든, 작가를 따라가든, 저 홀로 뚝 떨어져 존재하는 책은 없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작년에 읽은 소설 중 최고였던 <밤의 피크닉> 역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통해 소개받은(?) 책이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선정하는 제2회 서점대상 수상작이었기 때문. 1회 수상작이 바로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었다. <박사...>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밤의 피크닉 >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좋은 작품이다. 아니, 개인적 감정을 듬뿍 담아 말하자면 못 견디게 좋았다. 아무것도 아닌듯한 이야기를 정말 멋지게 풀어나간다는 느낌. 어쩌면 이런게 정말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품게 하는 소품이었다.

그러므로 올해 초 출간된 <삼월은 붉은 구렁을> 역시 온다 리쿠의 새 책이라는 것만으로 당연히 손이 갈밖에. 4부로 나누어진 이야기를 하루에 한 편씩 4일에 걸쳐 아껴가며 읽었다. 결과는 거의 100% 만족.
 
2. 책에 대한 책,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전체 4부로 구성되는 이 책을 뭐라 설명하면 좋을까.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대중소설이라 해야 할까.
 
1부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 평범한 회사원이 겪는 며칠간의 이야기다. 고이치는 3월의 어느 주말, 회장님의 저택에서 열리는 '봄의 다과회'에 초대받는다. 어째서 자신이 선택되었는지 어리둥절해하며 저택에 들어선 그는 '현실과 조금은 어긋난 공간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곳엔 내기를 좋아하는 네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이 책으로 가득찬 저택에서 '한권의 책'-<삼월은 붉은 구렁을>을 두고 벌어지는 내기. 그 책은 개인이 자비로 출판한 소설로 200부 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배포시 몇 가지 조건이 있었는데 하나, 작가를 밝히지 않을 것, 둘, 사본을 만들지 말 것, 셋, 친구에게 빌려줄 경우에는 단 한 사람뿐, 그것도 하룻밤만 빌려줄 수 있다. 과거 각자 다른 루트를 통해 전설의 책을 접한 네 명의 인물은 저택의 원래 주인이었던 건축가가 수많은 책들 사이에 숨겨둔 <삼월은...>을 찾기 위해 매년 봄 이 저택에 모여 '다잉 메시지'를 추리해온 것이다. 이틀간의 추리 과정에서 신비의 책의 줄거리와 배경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간다. 고이치는 조금조금씩 언급되는 전설의 책 이야기를 들으며, 당장에라도 그 책을 찾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책을 읽는 독자 역시 흡사 그 책이 진짜로 존재하는 듯 진심으로 읽고 싶어진다.) 이야기의 끝, 고이치가 결국 찾아낸 진실은?
 
1부가 프롤로그격이라면 2부 '이즈모의 야상곡'은 본격적으로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기원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밤의 피크닉>처럼 단 하룻밤 동안의 이야기. 주말 밤, 두 명의 편집자가 신비의 책의 저자를 찾아 침대열차를 타고 길을 나선다. 다카코와 아카네는 밤새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저자의 정체를 추리한다. 아침이 되어 도착한 곳에선 뜻밖의 진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3부 '무지개와 구름과 새와'는 어떤 면에서 <밤의 피크닉>과 가장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이다. 성터 공원 낭떠러지 밑에서 두 명의 소녀가 죽은 채 발견된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어느 하루, 아름다운 두 소녀의 죽음. 자살일까, 타살일까. 두 소녀의 이전 남자친구와 과외 선생은 한 권의 노트를 근거로, 그들의 죽음을 불러온 과거를 되짚어간다. '웃음만을 남기고 사라진 소녀들을 대신'하여 이야기되어야만 하는 이야기의 시작.
 
마지막 4부 '회전목마'는 작가가 화자가 되어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을 그야말로 자유롭게 풀어나가는 형식의 챕터이다. 여러 가지 이야기의 발상과 시작. 한 가지 이야기를 늘어놓다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고, 앞의 장의 설정에 대해 설명하기도 한다. '잘된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라든가 자신이 글을 쓰는 방식 등, 작가가 전면에 나서서 자신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라 조금은 난삽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히는 부분도 많다. 온다 리쿠 문학의 기저엔 '고독과 그리움'이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데, 그런 면을 엿볼 수 있는 아래 문단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회전목마를 싫어했다. 어린 마음에도 가짜 말에 올라타서 한곳을 빙빙 돌기만 하는 행위가 몹시 굴욕적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도대체 뭐가 재미있다는 것일까? 회전목마에 올라앉아, 원 바깥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볼 때 느끼는 고독. 그 고독은 무엇이었을까? 가족은 자애 어린 눈으로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있다. 너는 혼자란다, 하고. 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너는 혼자란다, 하고. 홀로 회전목마를 타는 아이들은 가슴이 쓰라릴 정도로 고독한데도 어째서 모두들 웃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가족을 향해 웃어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자신이 고독을 눈치 채기 시작했고 그것이 이제부터 살아갈 긴 인생의 반려라는 사실을 눈치챘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

결국 이 책의 주인공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라는 책이다. 이 책이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한다면 저자는 누구인가, 여러 가지 의문점을 복선처럼 깔아놓고 독자와 저자, 출판과 독서의 의미 등 책에 얽힌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3. 미스터리한 현실, 그리고 그날의 공기
 
온다 리쿠는 평범하고 운명적이며 전형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특별하게 풀어나가는 재능이 있다. 우리 곁에 존재하는 분명한 현실을 뚝 떼어내 뭔가 미스터리하고 초자연적인 시공간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랄까. 한밤중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현실과 자신이 유리되어 외부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까만 밤, 투명한 막에 의해 현재와 유리된 느낌, 오롯이 '나 혼자'라는 기분. 고요하고 또 고요하여 자기 자신마저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는 어느 순간을 잘 잡아낸다. '잔잔한 바다같은 시간, 인생에서 잠시 왔다 사라지는, 파도가 고요히 밀려드는 것 같은 순간.'

<삼월은 붉은 구렁은>에서도 그런 느낌들을 잘 살린 부분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조용한 일요일의 오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성의 촉수는 한없이 날카로워져 있는 어느 한때. 이 작가는 특히 불안정한 10대들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
 
4. 숨겨진 열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
 
이 책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일부를 인용하며 시작한다. 평범한 초콜릿 포장 속에 숨겨진 황금 딱지를 찾아내는 다섯 명의 어린이는 비밀의 공장을 방문할 수 있다. 이처럼 <삼월의 붉은 구렁> 역시 책 속에 여러 가지 열쇠를 숨겨 놓았다. 역자 해설에 따르면 이 책에 등장한 여러 이야기는 후에 실제로 소설화되었다고 한다. 책속의 책인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1부인 '흑과 다의 환상'은 장편소설로 씌여졌으며, 4장 '회전목마'에 등장하는 '환상의 학원제국' 이야기는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라는 장편에 다시 등장한다고. 이야기 속에 숨겨진 열쇠를 찾아내어 새로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건 독자의 몫. 이 소설은 온다 리쿠 월드로 우리를 이끄는 한 권의 (위험한) 초대장이다.
 
 
문학담당 박하영
(zooey@aladin.co.kr)

 
 
"콩나물 할머니는 항상 부자다."
복리
우제용 지음 / 굿인포메이션
 
80대 행상 할머니의 '佛心' 대학에 5억 기부...
 
올해도 어김없이 콩나물 할머니는 우리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었다. 어떻게 몇백원 안 되는 콩나물을 팔아 그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 내심 궁금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답은 '복리'에 있었다. 기본을 지키는 투자, 거기에 시간이 더해져 만들어 지는 결실이었다.
 
평생 돈 개념 없이 살아온 이면지가 할머니를 만나 배워나간다는 이야기... 설정은 조금 진부했지만 내용만큼은 흥미로웠다.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물론 페이지가 짧아서이기도 하지만 내 생활 속 이야기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공부 좀 했다고 당장이라도 부자가 될 것처럼 생각하고! 푼돈을 우숩게 알고!" 주인공이 아닌 나에게 꾸지람을 하시는 듯 읽으면서도 뜨끔했다. 조금은 들떠있는 재테크 습관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좋은 책이다.
 
경영.컴퓨터담당 윤성화
(rain@aladin.co.kr)
 
 
"굴드베르크 변주곡?"
 
요한 세바스찬 바하 하면 떠올려지는 뻔한 생각은 음악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처음 클래식을 어떻게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지 지식이 없는 사람조차도 바하의 작품은 한두 가지 알고 있을 정도이니 바하의 인지도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처음 클래식을 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매장 한 벽면 가득 채운 그 많은 바하의 CD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떤 것부터 들어야 할까 한참 고민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책도 읽고 주변의 조언도 듣고 해서 처음으로 선택한  작품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아리아로 시작하여 30번의 변주를 거친 후 끝은 다시 아리아로 맺는 형식이다. 원래는 안나 막달레나 소곡집 중 한 아리아에 30번의 변주를 붙인 곡이며, 지금은 건반악기의 통칭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두단의 클라비어로 연주되도록 만들어졌다. 또 불면증 치료를 목적으로 골드베르크 백작의 의뢰를 받아 만들어졌다는 일설도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듣고 있으면 계속 반복되는 멜로디 때문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도 든다.
 
어느날은 글렌 굴드의 그리그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서 컴컴한 길을 걷다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굴드의 흥얼거림에 기겁한 적이 있었다. 굴드의 예전 녹음들은 그런 잡음(?)을 들을 수 없으나 재발매된 이 음반에는 인위적인 잡음(?)의 삭제 없이 녹음 당시 그대로의 소리들을 담고있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굴드 연주 하면 55년 81년 두 녹음이 가장 많이 회자되는데, 55년 녹음은 기존의 연주스타일과 확연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그 음반이고 81년 녹음은 잘 다듬어져 완성도가 높고 음질도 좋다는 평을 받아 각종 명반소개지들마다 등장하는 음반이라 둘 다 놓칠 수 없는 음반들이다. 그래서 55년과 81년 녹음을 함께 들으며 두 음반의 특색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이 음반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
 
음반담당 한미아
(hanmia@aladin.co.kr)
 
 
"이 모든 것 너머에, 우정과 사랑은 존재한다."
영혼의 시선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솔직한, 가공하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사진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를 꼽으라면 으레 사진에 막 입문했거나, 입문하려다 실패하고만 (나와 같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첫 번째 작가일 가능성이 아주 높은 그 사람,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것들이다. 순간인 동 시에 완성인 이 아저씨의 사진들은 상황, 인물, 조형, 명암 등 주관적이거나 모호한 미적 요소들을 하나의 이미지를 향해 정렬시킨다. 의미를 분석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면에서도 단순한 내 취향에 딱인 것이다. 최후에는 회화에 빠지셨지만 본인도 얼마간은 그렇게 생각한 듯 하다. "어떠한 기하학적 분석이나 사진을 하나의 구도로 환원시켜 보려는 어떠한 작업도, 사진이 현상.인화된 후에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것은 반성의 소재로 이용될 뿐이다." - 브레송
 
환희인지 비애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벽을 쓰다듬고 있는 발렌시아의 어린 소녀, 포탄에 의해 무너져 내린 벽 뒤로 비정한 놀이를 즐기는 세빌리아의 아이들, 벽과 그림자와 수레 옆에 선 (자코메티의 조각상 같은 인상의) 실처럼 가는 이탈리아 소년, 주변 건물들에 의해 지면으로 드리운 빛의 조각과 그 위를 달리는 로마의 꼬마. 솔직히 말하자면, 그가 매우 유명한 사진작가였음을 알게 되었던 언젠가, 나는 조금 분했던 것도 같다. 책은 1952년 발행된 <결정적 순간>의 서문부터 1995년까지의 에세이들을 담고 있다. '매그넘 포토스'의 설립자답게 주요한 역사.사회적 순간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으면서도 스스로에게 관찰자 이상의 지위를 허락하지 않는 모습이 멋지시다. <내면의 침묵 >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각계 유명인사들에 대한 논평이 실려 있는데, 종종 느끼는 사실이지만 거장은 농담도 잘한다.
 
사자 갈기처럼 언제나 도도하게 뒤로 넘겨 빗은 머리때문에 그에게 여자 같은 면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기이하게도 약간 여성적인 데가 있다. 아마 커다란 엉덩이 때문이 아닐까 싶지만, 좀더 관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달리(살바도르)가 브르통에게 "자네와 함께 자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자, 브르통은 아주 의젓하게 "그렇게 해보라고 하지는 않겠네, 친구"라고 쏘아붙였던 기억이 난다. -본문 '앙드레 브르통, 태양왕' 중에서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했을 가상의 적, '엄마친구아들'이나 '고모 딸' 등이 당신을 괴롭히는 명절이 지나갔다. 어떨 땐 아주 강짜를 놓아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는가? 졸업은 멀었고, 성적은 나쁘고, 여자친구는 없고, 취직도 안 되는데 가만히 당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던 삼촌/고모/이모/조카가 당신을 향해 "주름이 늘었네."라고 말해버린다면 말이다. 그런 몹쓸 기분이라면, 통념으로 영 갑갑한 세상에 된통 심술을 부려보고 싶은 당신에게 권하는 나이브하고 쿨한 (야마다 에이미와 요시나가 후미의) 한 방.
 
그래도 아무도 당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면,

삐리리~ 불어 봐! 재규어 11
우스타 쿄스케 지음 / 대원씨아이
 
 
 
 
 
 
 
청소년.예술.종교담당 김재욱
(actually@aladin.co.kr)
 
 
"야구장으로 나를 데려가 줘!"
가을 전어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던가. 하지만 가을이면 돌아오는 것이 꼭 며느리만은 아니어서,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의 축제'는 돌아왔고, 우리는 전어 대신 찬 맥주 한 병과 튀밥 따위를 들고 TV 앞에 앉는다.
 
사랑을 위하여
샘 레이미 감독, 케빈 코스트너 출연 / 유니버설
 
여전히 야구공은 작고 둥글어 푸른 볼파크에서는 많은 이변이 속출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가장 큰 이변을 꼽자면 역시 ALDS의 두 승자가 아닐까. 바로 작년까지 캔사스시티 로얄스와 지구 꼴찌 다툼을 하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포스트시즌 단골이지만 좀처럼 이기지 못하던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그 중 디트로이트의 승리는 '제국'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얻어낸 것이기에 더욱 빛난다.
 
5회까지 양키스의 타선을 퍼펙트로 막아내는 타이거스의 투수, 제레미 본더만의 투구를 바라보며 내 머리에 떠오른 것은 바로 샘 레이미 감독의 <사랑을 위하여>였다. 양키스를 침몰시킨 것이 커리어를 마감하는 위대한 노장 투수가 아닌 이제 막 피어나는 영건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팬들은 더욱 열광하고야 만다. (불과 3년 전, 본더만이 신인으로 기록했던 19패를 떠올려 보라.)
 
머니볼
마이클 루이스 지음, 윤동구 옮김, 송재우 감수 / 한스미디어
 
계속되는 포스트시즌의 부진으로 빌리 빈 단장의 '머니 볼' 이론은 각종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하지만 마침내 올해, 요한 싼타나가 버티고 있던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3연전 을 스윕함으로써 여전히 유효함을 스스로 증명했다. 비록 스캇 해터버그가 더 이상 오클랜드의 1루를 사교장으로 만들어주고 있지는 않지만, 책에서 빌리 빈이 사랑하는 유망주로 소개했던 닉 스위셔가 이제 당당한 주전 선수로 뛰고 있는 것을 보자면 감회가 새롭다.
 
ALCS에서 서로 맞붙게 된 디트로이트와 오클랜드. 재미있는 것은 디트로이트의 제레미 본더만이 빌리 빈이 '증오하는' 스타일인 고졸 출신의 강속구를 뿌려대는 유망주였다는 것. 본더만을 데려와야 한다는 스카우터들의 주장에 의자를 던지며 반대한 것은 바로 빌리 빈 자신이었다. 빌리 빈이 아니었다면 오클랜드의 옷을 입었을 본더만과의 승부에 따라 '머니볼'에 대한 평가는 갈릴 듯 하다. 이래저래 볼 것이 많은 가을 축제다.
 
바르바르 이발사
니시무라 토시오 그림, 이누이 에리코 글 / 한림출판사
 
그렇지만 축제는 끝나기 마련. 그렇다고 너무 허탈해 하진 말자. 여기, 뜬 눈으로 지새느라 부스스해진 당신의 머리를 다듬어줄 친절한 바르바르씨가 있으니까. 축제는 가도 헤어 스타일은 남는 법이다.
 
 
 
 
어린이담당 금정연
(stereo@aladin.co.kr)
 
 
"9월의 숨겨진 앨범 찾아보기"
지난 여름의 숨고르기를 보상이라도 하듯, 9월에는 다양한 앨범들이 쏟아져나왔다. 물론 매출을 견인하는 앨범들은 따로 있지만, 이런 대박들의 틈바구니에서 정말 뜻밖의 앨범들이 발매되기도 하는데...
 
나는 노력하는 가수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수는, 기본적으로 타고나는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하는, 자신에게 필요한 분야를 넘치지 않게 잘 소화하는 가수다. 딱 그 만큼, 예상하는 만큼 좋다. 하지만, 그보다 못한 앨범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추천곡은 마지막 트랙 'タッチ'!
 
 
 마들렌느 페이루는 목소리만으로도 먹고 들어간다. 개인적으로는 전작 [Careless Love]의 조금은 어두운 느낌이 더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나쁘지 않다. 가을, 바람부는 오후에 조용히 산책하고 싶을 때 귀에서 들리면
 
 
 
처음에는 호들갑인 줄 알았다. 클래식도 다른 장르처럼 흥행이 되어야 하니. 하지만 막상 들어보니 이제 내가 더 호들갑이다. 집에 있는 몇 장의 같은 레퍼토리를 담은 것 중 가장 빠르게 가슴에 와닿은 앨범. 이제 미국에서만 발매되었다는 다른 녹음을 구하고자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
 
 
존 메이어는 가면 갈수록 더 좋아진다. 앨범의 발매순서도 그렇고, 듣는 기간도 그렇다. 이 앨범은 들으면 들을수록 좋다. 무리하지 않는 소박하고 인상적인 연주와 노래, 깔끔하게 마무리된 앨범 디자인까지. 30대 이상이 들으면 더 좋을 앨범. 나는 와인을 마실 때 곧잘 틀어놓는다.
 
 
고토 마키라니! 하프프로의 앨범이 국내에 발매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록 고토 마키를 다른 모닝구 멤버들보다 더 좋아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대로 이렇게 나름 한 발 내딛어 주었는데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는가. 11월 내한 공연이 잡혀 있고 그 전에 또 한 장이 발매 예정이라고. 이제 마츠우라 아야만 내주면...
 
 
p.s. 나도 가끔은 책을 읽는다.
THE LONG TAIL
Chris Andreson 지음 / Random House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최고는 곧 국내에도 번역될 예정이라는. 인터넷 회사에 다니면서도 끊임없이 그 미래를 불안하게 예측하고 있던 나에게 조금 다른 생각을 품게 해준 책. 더불어 영어가 그렇게 어렵지 않아 백년만의 원서 읽기에 겁먹었던 나의 가슴에도 환하게 불을 밝혀주었다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덤으로.
 
음반.DVD담당 서현
(mirinae@aladin.co.kr)
 
 
"미야베 미유키 센세~ 잘 부탁드립니다~"
스텝파더 스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겁이 많아서 추리소설은 싫은 나(=지은 죄가 있어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는 나). 왜  대충 다치고 말거나, 적당히 누워있다 멀쩡해지는 이야기의 추리소설은 없는 거냐구요 ;;;
 
하지만 추리소설의 계절이라는 여름에는 좀체로 길을 피해가기가 어렵다. 무서워 무서워를 연발하면서도 지난 8월 역시 <용의자 X의 헌신>를 시작으로 추리소설을 줄줄이 읽어댔는데, 마침표를 찍어준 것은 <모방범>! 한장 한장 그 다음 장의 이야기가 궁금해 넘기지 않고는 못 견디겠는데, 그 덕에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아아 그 이후로 너무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더 추리소설을 읽을 수가 없었다. 앞으로 10년간은 추리소설을 읽지 않겠다고 혼자 맹세했다.
 
이번 달, 그 <모방범>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이 출간되었으니 <스텝 파더 스텝>. 처음에는 이 책이 그리 맘에 들지 않았는데 이유는 두 가지였다.
1.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니 무섭고 섬뜩할 거라
2. 뜻하지 않게 부모 잃은 쌍둥이의 아버지 노릇을 하게 된다는 설정은 너무 진부한 것이 아닌가
 
와아- 근데 퇴근길 지하철에서 펴든 이 소설, 너무너무 재미있다. 특별히 대단한 주제가 있다거나 스토리텔링이 훌륭하다기보다 소소한 재미와 재치가 있다. 무엇보다 한마디씩 한마디씩 번갈아 이야기하는 쌍둥이들이 귀여워 못 견디겠다 (서로 다른쪽 볼에 보조개가 패는 쌍둥이에 대한 로망이 끓어오르는 것이다 ; <- 결국은 또 아이 이야기로 귀결 ;)
 
T : 이 정도 이야기라니
S : 정말 책값이 아깝지 않아
T : 미야베 미유키 선생님
S :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도 쓸 수 있으면서
T : 왜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쓰는 거야
S : 재밌는 이야기도 잔뜩 부탁해요
 
불편한 진실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 / 좋은생각
 
아, 그리고
2006 제24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 번역부문 수상자이며 알라딘이 사랑해마지 않는 번역자 김명남 선생(김명남 양??)의 일곱 번째 번역서 <불편한 진실>이 9월에 출간되었다. 내용이 얼마나 훌륭하며, 이 책이 왜 지금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굳이 되풀이해 말하지 않아도 되리라 .
 
편집팀장 이예린
(yerin@alad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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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6-10-10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재미있군요. 저는 일단 9월에 나온 리처드 용재 오닐의 새 음반을 주문했는데요. 그 이유는 1집을 구입했기 때문인 데다 이번 앨범은 좀 더 대중적인 구성이더라구요. 서현님의 추천음반 고려해 보도록 하죠.

paviana 2006-10-11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전히 막강포스의 뽐뿌가 많네요.
참 알라딘이 사랑해마지 않는 김명남 선생님은 이제 전문번역가의 길로 들어서신건가요?

알라딘도서팀 2006-10-12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春) 님 / 어제는 오닐 사마 리사이틀도 있었지요, 저도 가보고 싶었는데 어땠는지 궁금하네요~
Kel 님 / 뭘요, 불편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을 해주셔야지요!
paviana 님 / 아, 네, 적어도 당분간은 그럴 것 같습니다 (함께 사랑해주시어요~ ^^)

iwouldbehappy 2006-10-1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을 가다보니 이번주 토요일 노원문화예술회관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의 콘서트가 있다는 광고를 보았는데 꽤 저렴한 편이네요.

알라딘도서팀 2006-10-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엑, iwouldbehappy 님, 답이 늦었습니다 (흑 ㅠ_ㅠ)
저 역시 처음으로 리처드 용재 오닐의 콘서트에 갔던 곳이 광진나루아트센터였습니다. 좀더 가까운 곳에서 좀더 저렴하게 만날 수 있는 공연, 그런 공연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bksea 2006-10-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김재욱 님...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했을 가상의 적, '엄마친구아들'이나..." 라뇨! 이거 왜 이제 봤나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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