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민준 편집장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암보스 문도스>, 기리노 나쓰오
기리노 나쓰오의 단편집. 말하자면 여름밤을 위한 납량특집이랄까. 물론 그 강도로 따지자면 그녀의 유명 장편들을 리스트에 올려야겠으나, 이후 며칠간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대서야 ‘휴가용 장르소설’로는 아무래도 결격사유 아니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상대적으로 캐주얼하다고 해도 역시 기리노는 기리노. 우리의 일상이 실은 매우 취약한 기반 위에 버티고 있음을 다시금 일깨우는 하나하나의 짧은 에피소드들은 열대야의 와중에도 서늘한 바람의 기운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신본격 추리소설은 기계적인 구성이 거슬리고 사회파 미스터리는 트릭이 없어 심심하다고 생각하는 쪽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들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작품들은 어떤 유행이나 사조로 규정짓기가 어려운 탓에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이는 곧 여러 하위장르들의 장점을 골고루 아우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그처럼 복합적인 요소들이 엔터테인먼트적으로 훌륭히 구현된 사례. 수학과 물리학을 넘나드는 트릭의 논리정연함과 심지어는 멜로소설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법한 주인공의 순애보는 머리와 가슴 모두에 포만감을 안긴다.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을 꼽는다면?

<다이디타운>, 폴 윌슨
때는 행성 이주가 가능해진 미래, 지구에서는 인간들과 클론들이 공생하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사립탐정. 설정에서 보듯 <다이디타운>은 SF의 외피에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골격을 지니고 있는 소설이다. 말하자면 레이먼드 챈들러가 사이버펑크 소설을 쓴 느낌이랄까. 아닌게아니라 주인공의 이름부터(시그문드 챈들러 드레이어) 해서 곳곳에 고전 하드보일드, 혹은 필름 느와르에 대한 오마주가 넘쳐난다. 까칠하지만 절대 밉지 않은 남자 주인공 캐릭터 또한 이 소설의 주요한 매력 포인트. 작가 폴 윌슨은 국내에서 아직 미지의 작가이지만, 《판타스틱》 연재 당시 <다이디타운>은 독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작품 중 하나였다.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외딴집>, 미야베 미유키
흔히 미야베 미유키의 최고 걸작으로 <모방범>, <이유>, <화차>의 세 편을 꼽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거기에 그녀의 이 시대 미스터리를 더해야 한다고 믿는 입장이다. 당대의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 그녀의 작품들에서 현상에 대한 놀랍도록 치밀한 접근이 경이로 다가왔다면,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외딴집>을 통해서는 인간과 공동체에 관한 미야베 미유키의 통찰력이 이미 대가의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타의 작품들에서처럼 훈계조에 가까운 윤리적 강박의 흔적이 비교적 덜한 부분이라든지, 또 그녀의 어떤 소설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덤덤하면서도 냉혹한 전개는 ‘새로운 미야베 미유키 읽기’의 재미를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2. 김용언 수석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그것>, 스티븐 킹
카프카의 말마따나 “사람들은 자기 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니까요”라는 상황을 가장 뛰어나게 구현하는 작가라면 단연 스티븐 킹이다. 혹은 깊은 밤 잠결에 몸을 뒤척이다가 무언가 흉측한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환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던 그 어린 시절의 미열과 뭔지 모를 흥분이 빚어내는 생생한 공포를 가장 뛰어나게 포착하는 작가도 스티븐 킹이다. 그리고 그런 장점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 걸작이 바로 <그것>이다. 무려 1812페이지에 이르는 빽빽한 페이지의 이 장편소설을 읽어내려가던 한밤중,  어느 순간 눈을 돌리면 ‘그것’이 나만 알 수 있는 어린 시절 아픈 기억의 형태로 되살아나 멀뚱거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을까봐 무서웠다. 길고 긴 여름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피부에는 오소소 닭살이 돋아있었다.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과,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작품 1권을 꼽는다면?

<고스트 라이터>, 로버트 해리스
<당신들의 조국>과 <폼페이>로 팩션계의 ‘형님’으로 군림하던 로버트 해리스가 쓴 첫 번째 현대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고스트 라이터>에 대한 기대는 컸다. 너무나도 노골적으로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을 연상시키는 영국의 전 수상 애덤 랭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숨막히는 사건 속에서, 정작 주인공은 대필작가다. ‘고스트 라이터’, 유명인의 이름 너머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뜻이자, 말 그대로 ‘유령’ 작가를 의미하기도 하는 이 중의적인 제목은 보는 자와 보이지 않는 자, 산자와 죽은 자 사이의 팽팽한 대결을 기막히게 압축한다. 소설의 중심 축인 영국과 미국 사이의 숨막히는 첩보전은 근래 우리가 현실에서 선명하게 경험하고 있는 정치의 추악한 이면을 기막히게 포착하고 있으며, 마지막의 반전 역시 억지스럽지 않고 깔끔하다. 스릴러의 완벽한 정석이다.

하반기 기대작은 헌터 톰슨의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헌터 톰슨의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의 카운터컬터의 아이콘이자, 필자가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그에 대한 주관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쓰는 기사인 이른바 ‘곤조 저널리즘’을 개척했고, 너무나도 멋진 잡지인 [롤링 스톤]의 주요 필진이었던 사내. 게다가 멋쟁이 조니 뎁이 평생에 걸쳐 그를 흠모하며 우정을 나누었고, 급기야 그의 소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를 영화화할 때에는 헌터 톰슨의 자전적인 역할 ‘라울 듀크’ 역을 맡았으며, 톰슨이 2005년 권총자살로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을 때 그 장례식을 전부 도맡아 치렀다고도 들었다. 그 전설적인 사내의 대표작을 우리도 한글로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환각제에 사로잡혀 흥청망청 미국 횡단 여행을 즐기면서 형편없이 더러워진 아메리칸 드림의 실체를 목격한다는 괴상망측한 소설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는, 과연 한글로 번역이 가능할지의 여부에 대해 의문스러웠지만 놀랍게도 곧 출간된다고 한다. 곧, 곧.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고목탄>, 나카가미 겐지
<고목탄>을 장르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실 조심스럽다. 굳이 우겨본다면... ‘일본의 어촌 느와르’? 당신이 만약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을, 양석일이라는 재일교포 작가를, 그리고 기타노 다케시와 양석일이 조우했던 그 박력의 영화 <피와 뼈>에 매혹당했다면 조심스럽게 나카가미 겐지라는 작가도 추천하고 싶다. 장르소설적인 모든 요소가 들어있지만, 그 어떤 전형성을 가볍게 뛰어넘으며 예상치 못한 격렬함으로 독자를 몰아가는 뜨겁고 선굵은 소설이다. 격렬한 해풍과 도도한 고목탄과 뜨거운 태양빛이 이글거리는 해안 마을을 배경으로 세 명의 여자를 동시에 임신시킨 욕망과 권력의 화신 류조, 그리고 그의 친아들이지만 아버지를 죽도록 증오하고 또한 스스로를 더럽힘으로써 혈연을 부정하려 하는 청년 아키유키의 대립 구도는 독자를 가파르게 압박해 들어온다. 인간은, 더럽고도 두려운 존재다.

#3. 홍지은 소설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부활하는 남자들>, 이언 랜킨
<트레인스포팅>의 도시 에든버러, 영락하고 부패한 경찰들이 교정 기간을 보내러 경찰학교에 모여 벌이는 진실게임. 과장되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미국 하드보일드 대신 건조한 유머와 인물화, 그리고 스코틀랜드.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 존 르 카레
<콘스탄트 가드너>의 다국적 기업에 이르기까지 급변하는 현대정치의 이슈를 반세기 넘게 그려온 존 르 카레는 그 사회적 관심에 일단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그의 데뷔작이자 조지 스마일리가 처음 등장하는 <죽은 자에게 걸려온 전화>는 이를테면 E. M. 포스터가 스릴러를 썼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작품. 20세기 초, 제국주의와 고전주의의 영향 아래 놓인 사람들이 냉전을 대하는 태도.

<최후의 날 그후>, 할란 엘리슨, 아서 클라크 등
이유는, 할란 엘리슨의 단편 ‘소년과 개’다. SF라는 장르 구분을 떠나서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초’ 마초의 단단함이 독자를 처음부터 넉다운시킨다. 60년대 미국, 랫팩과 어울리고 반전운동 했던 걸출한 작가라면 말 다하지 않았나.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을 꼽는다면?

<색, 계>, 장아이링
<뜬구름>, 하야시 후미코
굳이 따지자면 장르소설은 아니지만 올 상반기 단 한권을 꼽으라면 <뜬구름>이 아닐까. 각각 영화 <색, 계>와 <부운>의 원작인 두 소설은 2차 대전과 전후의 그늘 속에서 사랑이라는 허상을 부여잡고 파멸해가는, 너무나 모던한 그녀들을 보여준다. 맹랑하거나 차갑고 건조하거나.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전우치전>
홍길동, 일지매 등등 옛 영웅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지만 뭐니해도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전우치 아닐까. 캐릭터, 상상력 놀랍고 흥겹다. 보리에서 출간하고 있는 겨례고전문학선집은 여러 문학선집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다. 옛날과 오늘날의 말결을 함께 살려낸 데다 원문과 한자, 주석까지 수록한 데선 북학 학자들의 정성과 녹록치 않은 태도를 느낄 수 있다. <홍길동전> <박씨부인전>도 함께 실렸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도 기다려진다.

#4. 이다혜 Book 섹션 담당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폐허>, 스콧 스미스
한밤의 숲은 무섭다. 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캄캄한 어둠이 무섭고, 그 수를 다 헤아릴 수 없는 생명체(식물 포함)의 존재증명인 각종 소리가 무섭다. <폐허>의 주인공들이 운전사의 만류에도 폐허에 굳이 다가가는 순간부터 마지막까지, 내내 무서웠다. 자연의 ‘그것들’이 주는 공포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책. 너무 잘써서 예측가능한 면도 있는 책이긴 하지만 한여름밤의 독서로는 권할만한 수준의 ‘덜덜덜’이다.




<낙원>, 미야베 미유키
미야베 미유키의 베스트는 <이유>, <화차>, <외딴집>이라고 생각하지만, 원래 후속작이라는 게 전작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덜 받기 마련이지만(<낙원>은 <모방범>의 ‘일종의’ 후속작이다), 현재형 작가로서의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하게 만든 게 <낙원>이다. <모방범> 사건의 후일담을 살짝이나마 들을 수 있다. 무엇보다 미스터리물의 종결 뒤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작가의 따뜻함이 좋았다.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을 꼽는다면?

<골든 슬럼버>, 이사카 고타로
개인적으로 누명을 쓴 남자 설정을 좋아한다. 억울함이라는 정서에 공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골든 슬럼버>는 일본 총리 암살 사건을 교묘한 시간 배치와 매력적 인물 설정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다. 올해 만난 중 가장 매력적인 주인공인 동시에 가장 연민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망량의 상자>, 교고쿠 나츠히코
해마다 여름이 되면 읽는다. 휴가 갈 때 가져간 적도 두 번이나 된다. 일단 국내에 나온 교고쿠도 시리즈 중 가장 재밌기도 하고(라고 하기엔 고작 세 권 나와있다), 읽고 나면 으스스 몸이 쑤시면서 “호오~”의 환청이 들리는 게 아주 피서용으로 그만이다.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약한가, 마음 때문에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하게 만드는 동시에 꽤 웃기기까지 한 책.




#5. 최원택 SF.판타지 전문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비잔티움의 첩자>,  해리 터틀도브
무함마드는 이슬람교를 창시할 당시 유대교와 기독교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바 있다. 헌데 그 이슬람의 창시자가 만약 이슬람을 창시하지 않고 기독교의 성자가 된다면? 이러한 가정하에 이슬람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진 14세기의 로마(비잔틴) 제국을 배경으로 007을 방불케 하는 아르길로스의 다양한 첩보활동이 펼쳐진다. 14세기 인물답게 적국의 신기술을 보고 ‘악마의 장난’이라며 신의 이름부터 찾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귀엽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곧 냉정을 되찾고 조화로운 완력과 재치로 임무를 완수하는 모습이 화끈하면서도 지적인 어드벤처를 갈망하는 이들을 행간 사이로 확 잡아당긴다.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을 꼽는다면?

<사이버리아드>, 스타니스와프 렘
그 동안 <솔라리스> 덕분에 본의 아니게 심각하기만 한 작가란 인식을 받아왔던 렘의 또 다른 걸작 <사이버리아드>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그 분위기나 내용이 <솔라리스>의 정 반대 위치에 있다할 만큼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풍자가 돋보인다. 일견 창조주의 전지전능함을 갖췄지만 구멍 숭숭 뚫린 에멘탈 치즈처럼  허술한 그들의 성격이나 실력이 시시각각 우주에 유쾌한 재앙을 불러일으킨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나 애니메이션 <퓨처라마>의 우주적 스케일의 시트콤을 좋아하는 이라면 <사이버리아드>가 두 작품의 선조까지는 아니겠지만 큰외삼촌 격정도 되는 이 작품을 쌍수 들어 반길 듯.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핑거포스트 1633>, 이안 피어스
17세기 영국 한 여자의 비참한 죽음을 둘러 싼 네 남자의 너무나도 다른 시각과 묘사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인 역사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 소설의 가장 강력한 강점은 마치 독자들로 하여금 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작가의 세심하고 치밀한 필력이다. 우선 영국을 방문한 이탈리아 귀족의 기행문과 같은 시각으로 17세기 영국을 묘사한 뒤 여러 실존 인물들과 가상의 인물들 당대의 정치 종교적 사건들과 철학 사조들의 앙상블 그리고 그 이면의 추악한 음모와 배반이 정교하면서도 웅장한 빅벤의 톱니바퀴처럼 철컥철컥 움직인다.      

#6. 김남훈 만화 에디터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어스시의 마법사>, 어슐러 K.르귄
소위 말하는 판타지 3대 고전 명작 중에 하나이면서 판타지 입문용으로도 아주 좋아서 판타지 장르에 친숙하지 않은 친구에게 ‘여름에 어울리는 바다 이야기’라고 읽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주인공 게드는 타고난 마법의 역량을 가지고 있으나, 자신의 오만함에서 비롯된 실수로 어둠의 존재가 풀려난다. 어둠의 존재는 게드의 모습을 하고 다니는데, 이제 그는 자신의 실수를 스스로 수습해야 한다.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 히라야마 유메아키
여름에는 호러 소설이다-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막상 호러를 읽어보면 그리 무섭지 않고 꿀꿀하기만 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 즉, 습도가 높으면 여름용으론 실격이라는 것인데, ‘유니버설 횡메르카토르 지도의 독백’은 잔인하고 고어한 매력을 발산하는 드라이한 작품이다. 수록된 단편 간에 편차가 있긴 하지만 〈괴물 같은 얼굴을 한 여자와 녹은 시계 같은 머리의 남자〉 같은 경우 자신이 문자로 잔인한 표현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듯.

 

Q. 상반기 가장 주목할 만한 장르소설 1권을 꼽는다면?

<엔더의 게임>, 오슨 스콧 카드
오슨 스콧 카드의 ‘엔더의 게임’은 SF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번 필독의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벌레 형의 외계인의 침공에 맞서는 미래의 지구는 소질이 있는 소년들을 교육하여 다가올 대전쟁의 전술 사령관으로 육성하려 한다.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될 세 번째 아이 ‘엔더’는 크게 주목을 받는데... 속편의 스토리에도 찬동하냐고 물으면 그건 약간 주저되긴 하지만 첫권인 <엔더의 게임>만큼은 ‘흡입력 있는 스토리 텔링’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Q. 나만의 추천작, 또는 더 널리 알려지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장르소설이 있다면?

<아발론의 안개>, 매리언 짐머 브래들리
매리언 짐머 브래들리가 쓴 소설 중 유일하게 번역된 <아발론의 안개>. 무려 2000년에 출간된 소설이라 지금은 절판. 그러나 구할 수 있다면, 그리고 당신이 판타지 팬이거나 아더 왕 전설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실 페미니즘에 기반한 신화의 해석이라거나, 아더왕 이야기를 기독교와 켈트 토착신앙의 대립으로 부분이라거나, 요새는 그리 기발한 아이템이라 할 수 없지만 그것이 실제로 소설로 구현된 것을 보는 재미는 만만치 않다. 더구나 모르간 르 페이가 주인공이라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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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따라해보는 판타스틱기자들이 권하는 이 여름 필독 장르소설
    from little miss coffee 2008-07-02 11:35 
    * 들어가기 전에 판타스틱 기자님들의 리스트중 아직 안 읽은 관심가는 책들 --------------------------------------------------------------------------------------------- #99. 하이드의 추천 리스트 : Q. 올 여름, 필독을 권하는 장르소설이 있다면? 데이비드 리스 <암스테르담의 커피상인> 저자의 수상작인
 
 
미니반쪽 2008-06-30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는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소설과 미야베 미유키 님 소설을 더 읽어보려고 맘먹고 있어요. 오츠이치님 소설도요^^ ZOO 아주 재밌게 읽었거든요^^ 그리고 전우치전이 책으로 있는지 몰랐는데 강동원 주연으로 영화소식도 있어서 한번 읽어보고 싶내요. 그리고 어스시의 마법사는 저도 1권만 좀 오래 전에 읽었는데 어서 뒷편을 읽어봐야겠내요.. 읽을책이 정말 많내요^^ 안타까운 장르소설.. 적어두어야겠내요. 그리고 저도 얼마전 색,계..구입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지만.. 기대됩니다^^

Skyblue #3 2008-07-01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거포스트는 예전에 나온 판본으로 읽었는데 정말 재미있더군요. 중고 서점을 뒤져서라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더니 다시 나와줘서 기뻤어요. 비록 판본 크기는 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발론의 안개도 정말 좋았는데 시리즈 전체를 영어로 보려고 찍어둔 작품이 되었습니다.

비로그인 2008-07-01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거포스트. 예전에 읽어보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꾸만 신작에 밀렸군요;
이번 여름엔 꼭.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군요. ^^

2008-07-02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스시는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이야기. 졸업논문도 이걸로 썼음..

tataaz 2008-07-0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스시보다는 어둠의 왼손을 추천하고 싶은데..

미니반쪽 2008-07-12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둠의 왼손...그것도 기억할께요^^

bubbles 2008-08-29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거포스트도 어스시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도 수작이구요. 전 비잔티움의 첩자를 읽어보고싶네요.